HIFICLUB, High-end Internet

케이블을 리뷰 한다는 것은 그다지 쉬운 일은 아니다.  신제품인 경우 제 소리를 들어 보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데다가 어느 기기에 걸었는가에 따라 크게 다른 결과를 내주기도 하기 떄문이다.

특히 국내산 케이블의 경우 확실한 철학과 방향성을 가지고 케이블을 제작한다기 보다는 제조사가 수급이 가능한 적당한 선재에 비싼 단자를 매칭하여 고가에 판매 하는 경우가 많았다. 같은 회사의 제품임에도 너무 다른 소리를 내주는 케이블들도 종종 눈에 띄었다., 제조사마다 구할 수 있는 선재가 뻔하다 보니 선재의 우수성에 침을 튀기며 홍보하지만, 브랜드마다 고만 고만 비슷한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아니 그렇다는 선입견을 항상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 맞겠다.

튜닝이라는 것이 결국에는 귀로 하는 것인데, 음악에 대한 이해는 부족하지만 스펙이 인상적인 선재를 구할 수 있는 손 재주 좋은 사람에 의해 상품화 되는 케이블들은 상당히 지루한 케이블이 되기도 한다.

엄청나게 Spec이 뛰어난 일본산 케이블들이 재미 없는 이유와 비슷하다고 보면 될 것이다.

일본은 9N 동선이니 7N 은선이니 하는 선재의 소재를 개발하는 탁월한 능력을 가진 케이블 브랜드를 가지고 있고 이런 소재의 장점을 살려 케이블을 만드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들은 때론 꽤 훌륭한 케이블이 되긴 하지만 최고로 손꼽을 수 있는가 하는 질문에는 의문이 따른다.

하지만 미국이나 유럽의 케이블 메이커들은 소재의 우수성보다는 선재의 구조에 중점을 둔 케이블을 만드는 시도를 하곤 한다.  Monster, Audience, Analysis Plus, Cardas, NBS, Transparent, PS Audio 등의 브랜드들은 독자적인 케이블 철학을 가지고 있으며 소리에도 일관성이 느껴진다. 신제품이 출시되더라도 기기와의 매칭에서 결과물에 대해 어느 정도의 예상이 가능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헤밍웨이 케이블은 국내 브랜드로는 드물게 케이블 구조 설계에 독자적인 경지를 이루고 있으면서 최고의 케이블들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는 좋은 평을 가진 브랜드로 기대를 가지고 리뷰를 하게 되었다.
 
Hemingway +

“노인과 바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무기여 잘있거라” 등 어쩌면 영화로 더 잘 알려진 작품들의 작가로 유명한 헤밍웨이는 퓰리처상 뿐 아니라 노벨 문학상 까지 받은 미국 최고의 문호이다.  케이블 브랜드의 이름을 지을 때 보통은 과학적 산출물이나 아이디어, 추구하는 소리의 경향 등에서 영감을 얻는데 반해 헤밍웨이는 문학적 영역에서 이름을 가져왔다는 것이 흥미롭기도 하고 긍정적인 관심을 불러 일으킨다. 사실 필자에게 헤밍웨이는 그의 문학들보다는 그가 말년을 보낸 프랑스의 최고급 와이너리인 샤또 마고(Chateau Margaux)를 먼저 떠오르게 한다. 수많은 명사들이 샤또 마고의 와인을 사랑했지만 헤밍웨이는 그 중에서도 특별하여 손녀딸의 이름을 마고 헤밍웨이로 짓기도 하였다.

문학적 감성과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모두 가지고 있는 헤밍웨이를 케이블 브랜드 명으로 선택한 것은 쉬운 발상은 아니지만 상당히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또한 헤밍웨이 케이블이 추구하고자 하는 방향도 어느 정도 브랜드 이름에 녹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헤밍웨이 케이블은 ㈜시그마 와이어랩에서 생산하는 하이엔드 오디오 케이블 브랜드로 Ultimate, Signature, Reference 3단계로 나뉘고 최근에는 Indigo라는 상대적으로 저가의 보급형 케이블도 선보여 좋은 반응을 일으켰다.

인터커넥터, 스피커케이블과 전원 케이블을 생산하고 있는데, 재미있는 것은 인터커넥터는 1.5미터, 스피커 케이블은 3미터, 전원 케이블은 2미터에 특화하여 생산한다는 것이다.

케이블의 개발단계에서 수없이 많은 테스트가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에 변수를 최소화 하기 위하여 길이를 정해두고 시작한다는 것이다.  마크 레빈슨처럼 케이블 길이에 연연하지 않고 편리성 위주로 쓰는 것을 좋아하는 제작자도 있지만, 헤밍웨이는 케이블을 전문으로 하는 브랜드이고 원 브랜드를 추구하는 Cello 앰프 조합처럼 임피던스 매칭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기기들간의 접속도 이루어져야 할 것이니 일면 타당성이 있는 주장이라 생각된다.

 

최근에는 헤밍웨이 케이블 라인업이 "S" 버전으로 업그레이드 되었다. "S" 버전으로 업그레이드 된 모델은 레퍼런스, 시그니처, 얼티밋 라인업으로 레퍼런스S, 시그니처S, 얼티밋S 로 업그레이드 된다.  "S" 버전은 헤밍웨이 케이블 13년의 노하우가 총동원된 최종버전의 의미를 갖는다고 한다.

선재, 구조, 피복 등 기술적인 한계 극복 노력과 엄선된 재료 등이 적용된 "S"시리즈는 초기에 설계를 목표로 했던 복잡한 이론을 적용하여 최상의 퀄리티로 완성시켰으며 그동안 mk-III 까지 마이너 업그레이드를 지속적으로 진행했던 헤밍웨이 케이블은 "S" 버전을 발표한 이후에는 더 이상의 메이저 업그레이드는 없을 것이라고 제조사는 설명하고 있다.

S버전은 외관은 비슷하지만 헤밍웨이의 가장 최신 기술인 신호선과 배음의 주파수를 분리해서 전송하는 5파장 이론이 완벽하게 적용된 것으로, 내부 구조 및 자기장 콘트롤 방법, 공기절연 방식, 절연 피복 재질과 구조가 완전히 새롭게 바뀌었다. 그 결과 S버전은 이전 모델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탁월한 해상력과 스피드로 자연스러운 음을 내어준다고 한다.

이중 중간 등급인 Signature S Power Chord를 리뷰하게 되었다.
 
For whom the Music sounds…

헤밍웨이의 시그니처 S 파워코드를 프리앰프겸 DAC로 사용하고 있던 EMM Labs의 DCC2에 연결하였다. 

첫곡으로는 Milstein과 Erica Morini가 함께 연주한 Bach의 두개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을 걸었다.  편하게 좀 즐기자는 생각으로 이 음반을 선택하였는데 독주 바이올린이 떠오르는 순간 그 소리에 집중할 수 밖에 없었다.  바이올린이 투명한 공간에 떠오르고 있었다. 배경은 조용하고 오케스트라는 바이올린으로부터 뒤로 떨어진 곳에 자리하고 있었다. 

하지만 단순히 이런 분리도와 해상력 때문만이라면 이렇게 감명받지는 못했을 것이다.

바이올린은 투명함을 배경으로 떠오르지만 크기가 작아지거나 두께가 가늘어지지 않고 미세한 울림의 섬세함을 잃지 않으면서 “끝까지 뻗는다.”

헤밍웨이 케이블은 조용한 배경과 뛰어난 해상력, 최고 수준의 밸런스를 만들어 낼 줄 알지만 가장 인상적인 것은 바로 “끝까지 뻗는다”는 항목이다.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콘트라 베이스는 독자적인 에너지 밸런스를 가지고 있다. 바이올린 고역은 샤프하지만 중저역으로 내려가면 분명하게 드러나는 통의 울림이 있고 이런 울림은 다른 악기들과 분명하게 구분되는 바이올린 고유의 울림을 만들어 내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 콘트라베이스의 두터운 저역은 풍부하게 부풀게 해주어야 맡은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으며, 첼로 또한 진한 중역 재생뿐 아니라 울어주어야 할 부분에서는 통을 과감히 울려 주어야 완벽하게 “첼로”인 것이다. 

 

디지털 소스에서 가장 취약한 부분이 이런 각각의 악기의 에너지를 끝까지 끌어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가 비슷한 울림 안에서 좀 다른 두께로 존재하며 독주 악기로 나설 때 각각의 에너지의 표현에 소심해지곤 한다.  아날로그 소스는 이런 표현에 훨씬 능숙하여 입체감 재현 능력이 디지털 소스에 비해 탁월하고 사실적으로 느껴지게 한다.

헤밍웨이는 디지털 소스의 소심함에 힘을 더해주고 악기의 소리가 끝날 때까지 음의 이어짐에 힘을 잃지 않는다. 깨끗한 뒷배경과 빈 공간의 투명한 처리 능력은 3차원적 음장 재현을 가능하게 하며 여지껏의 다른 케이블들이 회색빛깔의 컬러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끔 하는 마력을 가지고 있다.

대편성이 무척 궁금해졌다. 오케스트레이션이 화려하며 관악기와 타악기를 폭발적으로 활용하는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을 들어 보기로 했다. 므라빈스키와 레닌그라드 필의 압도적인 연주가 있지만 므라빈스키의 어두운 표현보다 좀더 화려하게 폭발하고 힘을 아끼지 않는 키릴 콘드라신의 연주로 선택했다.  멜로디아에서 마지막으로 리마스터링한 콘드라신의 쇼스타코비치 전집은 이전 버전에 비해 음질적으로 개선되었고 쇼스타코비치의 러시아적 우수와 힘을 느낄 수 있어 추천하는 음반이다.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을 서구의 오케스트라가 연주한 것도 많이 들어보았지만 너무 매끄럽고 선율적으로 처리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오케스트라의 품질이 우수하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모스크바나 레닌그라드 필의 거칠게 폭발하는 관악기와 타악기의 매력과 차갑게 어두운 정서의 표현에 비할만한 아름다움을 가진 것을 보지는 못했다.

일반적으로 대편성을 잘 나타내는 가장 쉬운 방법은 미니어쳐를 만드는 것이다. 음장을 뒤로 빼고 음상을 작게하여 공간에 뿌려놓으면 오케스트라의 분리도와 입체감을 느낄 수 있게 된다. 반면 거칠게 다가오는 오케스트라를 느끼기 위해서는 극도로 우수한 다이나믹스와 높아진 볼륨 세팅을 전제로 해야 할 것이다. 

 

헤밍웨이는 뒤로 물러서지 않고 음상을 작게 만들지 않으면서 강점인 투명함으로 뒷쪽으로 거리를 만들고, 생생하게 뼏는 악기의 울림을 바탕으로 음상이 작아지지 않으면서 뭉그러지지 않고 뻗어 나올 수 있음을 알게 했다.  NBS 모니터 케이블 이상의 음색의 중립성과 음상의 사실적 표현을 가지고 있다. 현 시점에서 NBS가 최근 기기들의 섬세한 재생을 소화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는 것에 반해 헤밍웨이는 S 버전으로 오면서 투명함과 풍부한 저역을 바탕으로 한 힘의 밸런스를 성공적으로 하나로 만들었다.

 

Rene Jacobs의 B단조 미사의 Cum Sancto Spritu에서 푸가는 압권이다. 오케스트라의 윤곽과 합창자의 머리수가 훨씬 선명하게 보인다. 선명하지만 가늘어진다거나 날카로워지지 않는다는 점이 아주 인상적이다. 중고역 해상도의 개선은 공간감과 입체감의 표현으로 나타난다. 고역과 해상도의 증가는 자칫 씨끄럽게 들리게 되기 쉽고 볼륨을 올리기 어렵게 될 수도 있는데, Rene Jacobs의 인간적인 따뜻함을 손상시키지 않고 마치 포토샵으로 샤픈을 주어 해상도를 몇 단계 증가시켰지만 그레인이 보이지 않는 것처럼 느껴지게 만들었다.

Solti의 Mahler 역시 시작부분의 으르렁거리는 저현악군의 움직임에 힘을 더해 대편성에서 확실히 많은 부분의 개선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프리앰프의 전원케이블 하나를 바꾼 것 치고는 상당히 큰 변화에 놀라움을 가지게 되었다.
 
마치며

2차대전이 끝나고 어느 때인가 한 객원지휘자가 베를린 필과 공연을 앞두고 리허설을 하고 있었다. 생각같이 소리가 나오지 않고 연주자들도 집중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져서 애를 먹고 있었는데 갑자기 어느 한 순간 현악군이 매끄러워지고 관악군은 힘이 실려 음악이 광채가 나는 것처럼 살아나기 시작했다. 이 지휘자는 기쁜 마음에 무슨 변화가 있었나 둘러보았는데 뒤쪽 문을 열고 푸르트뱅글러가 들어오고 있었다고 한다.

빌헬름 푸르트뱅글러는 모두가 인정하는 20세기 최고의 지휘자이다. 그는 베를린 필에서 엄청난 존경을 받았다.  그는 오케스트라의 느린 악장을 더욱 느리고 약하게 끌어가더라도 절대 긴장감을 놓치는 법이 없었던 놀라운 오케스트라 장악력을 가진 지휘자였다. 그의 등장만으로도 베를린필이 음악에서 광채를 내뿜었다는 것은 일면 과장이 있을지 모르나, 푸르트뱅글러의 오케스트라 장악력이 어느 정도였는지 알 수 있게 해주는 일화이다.

헤밍웨이 시그니처 S 전원 케이블 하나가 믿기지 않게도 오디오 시스템 전체에 생기와 힘을 더해주는 것에 놀라워하다가 문득 푸르트뱅글러를 떠올렸다.  헤밍웨이 케이블의 높은 가격은 푸르트뱅글러 음반의 낡은 녹음과 같은 것이다. 쉽게 극복하기 어려운 아쉬운 그런…  리뷰한 제품을 반납해야 한다는 것을 간단히 인정할 수 없게 만드는 그런 느낌을 오래간만에 느껴보았다.
 
 
사용기기
Source : Emm Labs CDSD SE SACD Transport, Emm Labs DCC2 SE DAC,
Speakers : Kharma CRM 3.2.2
Cables : Cardas Clear RCA Interconnect, Cardas Clear Power cord, Cardas Clear beyond power cord, Nirvana The source analog power cord, JPS Labs Digital ACX power cord, Oyaide EE/F-s Power cord
Accessories : Oyaide 004 IEC & Plug, Shunyata Hydra 8, Richard Gray’s Power Company 440CE
 
Review에 사용된 음반
Rossini - Une larme -Ensenble Explorations/Roel Dieltiens(지휘)[Harmonia Mundi]
J.S.Bach – Mass in B Minor – Rene Jacobs(지휘)/Academie fur music Berlin/RIAS-Kammerchor [Berlin]
Bach / Vivaldi – 두개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 – Nathan Milstein/Erica Morini(Violin) [EMI]
Vivaldi – La Cetra – Rachel Podger(Violin)/Holland Baroque Society [Channel Classic]
Shostakovich – Symphony No 5, 8, 11 – Kiril Kondrashin(지휘)/ Moscow Philharmonic Symphony Orchestra  [Melodiya]
Mahler – Symphony No.2 “Ressurection” – George Solti(지휘)/Chicago Symphony [DECC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