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FICLUB, High-end Internet

 

 

이종학(Johnny lee)

 

항상 화제의 초점이 되어온 골드문트가 이번에도 눈길을 끌 만한 제품을 내놨다. 원래 이 회사는 엄청난 R&D를 바탕으로 시장의 상황을 빠르게 분석해서 한 발 앞서는 대응책을 내놓는 것으로 유명하다. 아마 이렇게 풋워크가 가벼운 하이엔드 메이커는 흔치 않을 것이다. 그런 이면에는 오랫동안 음을 다듬어온 내공과 노하우가 상당히 축적되어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이번에 만난 제품들도 그런 면에서 골드문트의 혈통이 흐르면서 가격적으로 상당히 설득력이 있어서 주목할 만하다.

미메시스 27.8 프리와 텔로스 280으로 구성된 이번 세트는, 아마도 골드문트의 퀄리티를 최소한의 가격으로 구축할 만한 내용을 갖고 있다고 봐야한다. 원래 이 회사는 가격불문, 최고의 퀄리티를 추구하는 쪽이라, 항상 신기술이 개발되면 높은 가격표를 달고 나온다. 애호가 입장에서는 한숨만 푹푹 나오는 상황인 것이다.

 

그러나 이런 기술이 차츰 하위 기종으로 이양되면서 점차 현실적인 가격대로 확산된다는 점은 골드문트의 숨은 매력중의 하나다. 이번 세트는 그런 면에서 일종의 보너스라 하겠다. 이번 시청에서 나는 가격대비 성능면에서 가장 좋은 모델이 아닐까 생각하는데, 아마도 내 취향이 좀 작용했는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본 세트의 장점은, 우선 장르 불문, 어떤 음악이든 활기차고, 멋지게 울린다는 것이다. 사실 1990년대에 나온 골드문트 앰프들은 기본적으로 미음이긴 하지만, 록이나 재즈에 어울리는 쪽은 아니었다. 아마도 구형 제품들만 들어본 사람들은 그런 편견을 아직도 갖고 있을 듯한데, 최근의 제품들은 전혀 다르다. 골드문트만의 맛과 뉘앙스를 유지하면서 다양한 장르를 커버하고 있는 것이다.

또 이 회사가 자랑하는 여러 기술들, 그러니까 메커니컬 그라운딩, 써멀 그라운딩 등을 필두로 최신 알리제 6 DAC를 투입한다거나 USB 단자를 넣는 등, 우리 시대에 맞는 요구 사항을 골고루 수용하고 있다. 한 마디로 골드문트 딱지가 정식으로 박힌 신제품을 상당히 싸게 손에 넣을 수 있는 기회인 셈이다.

 

그럼 이번 시청에 동원된 곡을 다시 한번 소개하면서 평으로 넘어가겠다.

1) 푸치니 《라 보엠》 1악장. 카라얀 지휘
2) 베토벤 《교향곡 9번》 4악장. 번스타인 지휘, 뉴욕 필
3) 웅산 《Tomorrow》

우선 푸치니를 들으면 이전에 들었던 나그라 세트와 여러모로 대비된다. 본 텔로스 280의 파워는 320W. 즉, 100W의 나그라 PMA의 약 3배 정도 되는 수치다. 그 스펙의 차이는 어김없이 음에도 반영된다.

일단 이 곡은 테너와 바리톤이 서로 주고 받는 구성으로 되어 있는데, 그 차이가 보다 또렷하다. 스케일도 보다 크고, 다이내믹스도 더 빼어나다. 이번에 사용된 아마디스 스피커와 궁합이 맞는 듯, 아주 쉽게 구동하는 모습도 엿볼 수 있다.

그러나 질감이나 퀄리티만을 따지면 또 나그라의 장점이 분명히 있다. 과연 나그라냐 골드문트냐 선택하라고 한다면, 결국 취향으로 갈릴 수밖에 없는 게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베토벤을 들으면, 역시 우리가 익히 아는 그 카리스마가 충분히 배어나온다. 해상도나 다이내믹스가 풍부하고, 음에 일체 군더더기가 없다. 배후에 흐르는 코러스의 존재감도 보다 빼어날 뿐 아니라, 그 각각의 성부도 명확히 구분된다. 하이엔드 제품을 들을 때의 미덕이 골고루 살아있음을 충분히 느끼게 하는 재생이다. 이런 음악은 이렇게 재생해야 한다는 정답을 제시하는 듯하다.

마지막으로 웅산을 들으면, 역시 팝과 재즈에서 그 표현력이 상당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아주 명징한 일렉트릭 기타는 특히 솔로시에 손가락의 움직임이 디테일하게 보이고, 화려한 심벌즈 웍의 고역이라던가 바닥을 툭툭 치는 베이스와 킥 드럼의 어택은, 곡에 상당한 활기를 불어넣는다. 무엇보다 힘을 빼고 관조하듯이 노래하지만 그 속에 폭발적인 에너지를 숨긴 웅산의 기백과 에너지가 충분히 감지된다. 이런 장르의 재생이 실제로 쉽지는 않는데, 여기서는 별 무리없이 음에 몰두하게 한다.

이 대목에서 잠깐 생각해보면, 다분히 포실하면서 아날로그 감성이 풍부한 나그라와 어느 정도 리얼한 음을 표현하면서 다이내믹스와 해상력을 추구하는 골드문트는 사뭇 대조적인 결과를 보여준다. 그러나 좀 더 뒤로 떨어져서 조망해보면, 이른바 “스위스 사운드”라 할 수 있는 요소도 공유하고 있다는 데에 미소짓게 한다.

기본적으로 이들 앰프는 힘으로 강력하게 스피커를 쥐고 흔드는 게 아니라, 퀄리티로 승부한다. 음 하나하나가 또렷이 살아 있지만, 거칠거나 맹숭맹숭하지 않다. 약간의 뉘앙스와 개성이 담겨 있는데, 그 부분이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

하긴 이런 음이 싫은 분들은 호방한 어메리컨 사운드로 가거나 아니면 스튜디오 모니터쪽으로 고개를 돌려도 된다. 그러나 이런 음을 좋아하는 분들도 적지 않을 것 같다. 기본적으로 오디오 메이커는 음과 부품을 재료로 해서 나름대로 맛내기를 추구한다고 생각한다. 그 점에서 스위스 사운드의 본질은 재료 하나하나를 정성껏 다듬어 코스로 나오는 고급 요리를 연상케 한다. 어찌 보면 양도 적고, 지나치게 장식적이라는 느낌도 들지만, 거기에 담겨 있는 “예술성”이라는 부분은, 참, 가끔씩 큰 한숨을 내쉬게 한다.

이번 골드문트의 신작도 그런 연장선상에 있을 뿐 아니라, 가격적인 메리트까지 갖고 있어서 상당히 좋은 반응을 얻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허영호

 

골드문트 사운드란 무엇인가.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골드문트는 맑고 투명한 소리를 추구해 왔다고 생각된다. 일본의 한 평론가가 이름을 붙인 “하이스피드” 사운드라는 호칭은 매우 적절해 보인다. 특히 디지털 음원을 재생하는데 있어서 골드문트의 깨끗한 소리가 큰 인기를 끌었는데, 반면에 “차가운 소리”라는 부정적인 평가를 받기도 했다.

필자는 1990년대 초 골드문트의 미메시스 2 프리앰프와 8 파워앰프로 만들어내는 소리가 기억에 남는다. 포커스가 잘 맞은 소리, 투명한 공간감과 함께 적당한 온도감까지 가미된 최고의 소리였다고 기억하는데, 특히 비엔나 필하모닉의 매혹적인 사운드를 만들어내는 대목에서 감탄을 연발했던 기억이 난다. 이후에 2000년대 들어와 골드문트가 “하이스피드”를 지향하면서 소리의 성향이 변했는데 아마도 “온도감”을 다소 희생시키면서 “투명함”을 강조하지 않았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필자는 골드문트의 서브 브랜드라고 할 수 있는 Job의 모노블럭앰프를 보유하고 있는데 그 쓰임새가 매우 넓다. 105db 효율의 혼 스피커를 물려 듣는데 귀를 트위터에 붙이고 들어도 노이즈가 없다. 전원부가 안정적이고, 무엇보다 사용되는 부품의 질이 우수하다는 사실을 방증하는 것이다. 골드문트의 부품선별기준은 매우 엄격하기로 유명하다. 예를 들어 수천 개의 부품 중에 엄격하게 골라내어 사용하는 수량이 불과 수십 개에 불과할 정도라는 것이다. 이러한 엄격한 품질관리의 결과가 소리에 반영된다고 할 수 있겠다. 물론 가격에도 반영되고 있다.

이번에 시청하는 골드문트의 제품은 텔로스 280 파워앰프와 미메시스 27.8 프리앰프이다. 텔로스 파워앰프는 메커니컬 그라운딩, 전원부 강화등 골드문트 파워앰프의 전형적 특징을 갖춘 “중형기”(?)라고 할 수 있는데 8옴에서 320와트를 내어주는 대출력 파워앰프이다. 미메시스 27.8 프리앰프는 최근 업그레이드된 모델이라고 하는데 아날로그 입력 4개, 그리고 USB단자를 포함한 3개의 디지털 입력을 구비하고 있는 현대적 프리앰프라고 하겠다. DA 컨버터부에는 골드문트의 최신 디지털 회로 Alize 6 기술이 채택되고 있다고 한다.

본 시청을 위해 하이파이클럽에서 셋업 해놓은 기기들은 베리티 오디오의 아마디스 스피커, 메리디안의 술루스 시스템 (818 Reference Audio Core), 그리고 케이블은 모두 헤밍웨이의 제품으로 통일하였다. 시청한 음원은 웅산의 “Tomorrow," 번스타인이 60년대에 뉴욕 필하모닉과 녹음한 베토벤 교향곡 9번 4악장(CBS), 그리고 카라얀과 파바로티가 베를린 필하모닉과 협연한 푸치니 ”라보엠“ 도입부 (Decca)등이다.

최신 골드문트의 사운드가 주는 첫인상은 다소 의외이다. 차갑고 사뿐한, 그래서 투명하고 공간감이 좋은 소리를 내어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중역대에 적당한 온도감이 가미되어 있는 것이다. 과거 1990년대 미메시스 초기 모델이 들려주었던 소리 성향과 유사한 면모가 많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었다. 저음이 두텁게 나와 주는 성향은 아니지만 와이드레인지한 느낌은 충분하고, 무엇보다 탄력이 좋다는 느낌을 준다.

베토벤 교향곡 9번 4악장에서는 관현악의 텍스츄어가 매우 명료하게 그려지는 느낌을 준다. 속살이 비치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분석적이면서 고음역대가 다소 “과장”되어있는 레코딩은 전형적인 CBS 사운드이다. 나름대로 연출을 잘해준 소리라서 그런지 귀에 거슬리지는 않다. 특히 일정한 음상을 유지하는 골드문트의 실력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카라얀이 지휘한 푸치니 “라보엠”을 들어보니 일단 공간감이 풍부하다는 인상을 준다. 베를린 예수 그리스도 교회에서 녹음된 음원인데 1970년대 초중반 당시 DG, EMI, 데카 세 레이블의 엔지지어들이 본 녹음장소에서 베를린 필하모닉과 레코딩을 동시에 하고 있었다. 이들 중에 데카의 프로덕션이 가장 완성도가 높다고 평가되고 있는데 데카의 최고 엔지니어 고든 페리, 제임스 로크, 콜린 무어푸트가 모두 참여한 녹음이기도 하다. 골드문트는 그 녹음장소의 기척조차 그려내는 능력을 보여주면서 스테이지를 입체적으로 드러내어 준다. 파바로티의 목소리에 좀 더 무게감이 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는데, 오히려 젊은 시인 루돌포를 연기하는데 이러한 골드문트의 “연출”이 오히려 약이 된다는 생각도 든다.

웅산의 “Tomorrow"에서는 베이스 연주의 생생함이 일단 인상적이다. 이 앰프 세트가 고전음악보다는 재즈나 팝 계열음악 재생에서 더 많은 점수를 받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볼 수도 있었는데, 웅산의 목소리를 클로즈 마이킹 (close miking)으로 녹음해서 표현하는, 소위 보컬의 ”뉘앙스“가 매우 훌륭하게 제시되고 있다고 판단되었다. 치음이 다소 강조되는 성향이며 기타 솔로에서는 핑거링 그 자체의 소리가 전면에 드러나는 사운드라고 하겠다.

이번에 시청한 골드문트 시스템의 소리를 한마디로 정리한다면 “하이스피드”를 넘어서 새로운 사운드를 만들고 있다는 인상을 주는, “뉴 골드문트 사운드”라고 할 수 있겠다. 무엇보다 새롭게 다가오는 면모는 “온도감”이었는데 과거 1990년대 초기 골드문트 최고급 시스템에서 재생해주는 소리와 유사한 면모가 많다고 느껴졌다. 골드문트 사운드를 아끼는 오디오파일뿐만 아니라 골드문트 사운드를 별로 내켜하지 않았던 오디오파일에게도 어필하는 소리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