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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종학 (Johnny Lee)

이번 비교 시청의 마지막 주자는 FM 어쿠스틱. 아마 이 브랜드를 모르는 분들은 별로 없으리라 생각하는데, 외관에 비해 엄청난 가격표를 매긴다는 악명(?) 때문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만일 기회가 있어서 직접 들어본다면, 절대로 터무니 없는 퀄리티가 아님을 깨닫게 된다. 전술했지만 스위스산은 비싸다. 그러나 그 가치를 한다.

참고로 FM 어쿠스틱을 주재하는 마뉴엘 후버씨는 기본적으로 엄청난 음악광이다. 그것도 특정 장르에 치우치지 않고 다양한 장르를 즐긴다. 특히 아날로그에 관련된 기술력은 대단해서, LP에 아직도 우리가 듣지 못한 음이 많다는 것을 실감하게 한다. FM 어쿠스틱의 제품들은, 바로 이런 소중한 음악 유산을 어떻게 하든 베스트 컨디션으로 재생해보자는 의도가 숨어있다. 모든 FM의 제품들이 기본적으로 음악적인 것은 바로 이런 이유가 있는 것이다.

 

여기서 브랜드명 FM 어쿠스틱의 FM이 무슨 뜻인가 궁금해하는 분들이 있을 듯싶다. 실은 “For the Music and Acoustics”의 약자로, 듣고 보면 허무하리만큼 단순하다. 그러나 음향보다 음악을 먼저 내세웠다는 점에서 후버의 지독한 음악 사랑의 일면을 엿볼 수 있다.

이번에 들은 라인업은 무려 4개의 박스로 구성되어 있다. 프리 및 모노 블록 파워로 이미 세 덩어리인데다가, 거기에 이퀄라이저처럼 생긴 133이 더해진다. 그러니까 155 프리 및 108 파워에 133이 붙는 것이다. 그런데 이 133이 재미있다.

FM 어쿠스틱이 보기에, 현행의 대부분 앰프들은 기본 성능이 좋아져서 특별히 흠을 잡을 정도는 아니라고 한다. 그러나 이들 회사가 간과하는 부분이 있는데, 바로 소스쪽이다. CD 플레이어나 턴테이블이 아니라, 음성 정보가 직접 담겨있는 테이프, CD, LP 등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사실 이런 부분은 레코드 회사의 몫이고, 하드웨어 쪽인 오디오 메이커들은 별다른 관여를 하지 않았다. 오히려 신호의 순수성을 보장한다는 차원에서 되도록 건드리지 않는 것이 관례였다.

하지만 이런 태도는 양질의 녹음일 경우 무리가 없으나, 나쁜 녹음의 경우 심각한 문제를 초래한다. 실제로 이른바 명반이라는 것을 보면 녹음에 있어서 형편없는 것들이 많다. 그것을 그냥 미학적, 역사적 가치만 갖고 꾹 참고 들으라는 것은 확실히 괴롭기는 하다.

이를 위해 개발한 것이 바로 하모닉 리니어라이저. 흔히 이퀄라이저로 오인되기도 하는데, 그렇게 표현하기엔 보다 깊은 내용을 담고 있다. 기본적으로 소스에 담긴 순도와 밸런스를 지키면서 그 안에 담긴 나쁜 공명이나 착색, 노이즈 등을 제거하는 일을 하는 것이다. 과연 이것이 가능할까? 그것도 아날로그 방식으로 말이다. 그게 바로 133이 갖고 있는 마술이고, FM 어쿠스틱 기술력의 핵심 중 하나인 것이다.

실제로 다른 곳에서 이 회사의 제품을 들어보면, 하모닉 리니어라이저의 유무에 따른 음질 변화가 상당했다. 그냥 없이 들어도 좋지만, 일단 끼우고 나면 빼기가 힘든 것이다. 본 시청에서도 133이 한 역할이 상당함을 짐작할 수 있는 상황이라 하겠다.

참고로, 이 세트는 이전에 시청한 골드문트 및 나그라 앰프들에 비해 비싸다. 대략 두 배 정도의 가격을 한다. 그럼 그만큼 퀄리티가 좋냐 반문할 수 있는데, 그게 참 묘한 것이 음을 듣고 있으면 충분히 납득이 된다는 것이다. 좀 심하게 말하면 스피커의 그레이드가 한 두 개 더 올라가고, 스케일이나 다이내믹스 면에서 깜짝 놀랄 만큼 개선이 이뤄지고 있다. 그런데도 본 세트의 파워가 내는 출력은 고작 70W. 세 기종 중 가장 작다. 그러나 스피커 구동력은 가장 뛰어나다. 오디오계에선 아직도 해명하지 못할 비밀이 많은 것이다.

이번 시청을 위해 동원된 트랙 리스트는 다음과 같다.

1) 푸치니 《라 보엠》 1악장. 카라얀 지휘
2) 베토벤 《교향곡 9번》 4악장. 번스타인 지휘, 뉴욕 필
3) 웅산 《Tomorrow》

우선 푸치니를 들으면 음의 생생함에 놀란다. 무척 예전의 녹음이지만, 싱싱하고, 활기찬 컨디션을 보여준다. 이 한 곡만으로도 133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충분히 짐작하게 만든다. 기본적으로 바리톤과 테너의 위치며 음색이 확연히 구분되며, 공간감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잔향은 보다 실재감을 전해준다. 스케일도 무척 커져서, 노래를 하는 무대와 그 밑의 오케스트라 위치가 확연히 구분된다. 노래 중간중간 어택해오는 오케스트라의 음향은 강력한 임팩트를 전달해서, 공기감이 확확 바뀌고 있다. 시험 삼아 133을 만져보니 조금씩 움직일 때마다 음의 변화가 곧 감지된다. 참고로 5개의 밴드로 이뤄진 본 기의 주파수 설적은 각각 50Hz, 200Hz, 800Hz, 3.2KHz 그리고 12.8KHz다.

이어서 베토벤을 들으면, 초반부 바리톤의 유명한 노래부터 공간감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오케스트라의 음향으로 말하면 약간 조인듯 하지만, 저역의 펀치력이 빠르게 반응해 전체적으로 일사분란한 느낌을 준다. 베토벤의 카리스마는 물론, 녹음에 담긴 정보량이 무척 풍부하고, 잘 정돈되어 있다. 그리고 가만히 들으면 스피커 장악력이 상당하다. FM 어쿠스틱이 원래 스튜디오 모니터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바, 그런 장점이 잘 발휘되고 있다. 또 음색으로 말하면 현대 하이엔드의 장점과 과거 빈티지의 매력이 골고루 믹스되어 상당한 내공이 있음을 알게 한다.

마지막으로 웅산을 들으면, 확실히 팝과 재즈에서도 발군의 성능을 보여주고 있다. 기본적으로 발성에 실린 가수의 힘이 충분히 살아있고, 각 악기의 다이내믹 레인지가 상당하다. 바닥을 두드리는 킥 드럼이나 현란하게 고역을 수놓는 심벌즈 웍 등이 생기발랄하게, 마치 요 앞에서 라이브를 하듯 펼쳐진다. 이런 음은 확실히 여태껏 들어온 스피커의 사이즈와 능력을 훨씬 상회하는 것으로, 그만큼 시스템 전체가 업그레이드 된 효과를 주는 것이다.

물론 오디오계에서 가격은 거짓말을 하지 않기 때문에, 이번 시청에서 나그라와 골드문트는 약간 손해를 본 감이 없지 않다. 스피커의 가격과 여러 환경을 생각하면, 나는 이번 시청에서 골드문트의 손을 들어주고 싶은데, 여러분의 생각은 어떨지 궁금하다.

 

허영호

 

새로운 기기를 리뷰 하는 일이 언제나 즐겁지만 이번 FM Acoustics 리뷰 세션은 유난히 기대가 되는 일이었다. 왜냐하면 FM Acoustics 시스템은 언젠가 필자가 직접 소유하면서 구동해보고 싶은 기기였기 때문이다. 특히 FM155 프리앰프와 FM122 포노앰프는 필자가 원하는 오디오 리스트에 오랫동안 머물고 있는 기기들이다.

마일스 데이비스, 퀸, 롤링 스톤스, 아이작 스턴, 아투로 미켈란젤리, 스팅, 예후디 메뉴힌, 오지 오즈본, 레너드 번스타인등 당대 최고의 음악인의 공통분모는 무엇일까. 바로 FM Acoustics를 과거 살아생전에 애용했거나 지금 현재 사용하고 있는 뮤지션이라는 사실이다. FM Acoustics 기기들이 음악의 달인(?)들의 귀를 납득시킬만한 소리를 내준다는 것뿐만 아니라, 음악의 장르를 가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드러내준다고 하겠다. 오지 오즈본과 미켈란젤리가 같은 기기로 자신의 음악을 듣는 모습을 상상해보라.

 

 

이번 리뷰를 위해 세팅한 FM Acoustics의 기기는 FM108 모노블럭 파워앰프, FM133 하모닉 리니어라이저, 그리고 FM155 프리앰프이다. FM108 파워앰프는 A 클래스 8옴에 70와트 출력을 내어준다. 별도의 워밍업이 필요 없을 정도로 회로가 효율적으로 디자인 되어있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부품 선별과 회로설계의 수준이 가히 최고 경지에 들어서 있다고 하겠다. FM155 프리앰프는 지난 20여 년 동안 FM Acoustics가 동일 모델명으로 생산하던 프리앰프의 최신 업데이트 버전이다. 4개의 입력 및 1개의 출력은 모두 언밸런스이며 전면에 출력 게인을 부스트할 수 있는 스위치도 제공되고 있다. 테이프 모니터를 위한 별도의 단자도 제공된다.

FM133 하모닉 리이너라이저는 50Hz, 200Hz, 800Hz, 3.2KHz, 12.8KHz 등 다섯 개의 프리퀀시 포인트에서 조정이 가능하도록 되어있다. 몇몇 주파수 대역을 시험 삼아 만져보니 반응이 매우 빨리 온다.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쉽게 조정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특히 스테레오 이전의 음원 재생, 혹은 아날로그 재생에서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판단된다. 약 5년간 첼로 팔레트 MIV를 레퍼런스 프리앰프로 구동한 경험이 있는 필자로서는 이퀄라이저의 유용성을 주창하는 사람 중의 한명이다. 본 리뷰에서는 FM133회로를 바이패스하고 시청에 임했다.

세 기종 모두 동일한 사이즈로서 245W x 62H x 290D 이다. 네 개의 기기를 쌓아놓아도 많은 공간을 차이하지 않는다. 프로용 기기를 만드는 브랜드의 제품이 갖는, 단순하면서도 실용적인 외관이다. 두 개의 파워앰프, 프리앰프, 이퀄라이저 (하모닉 리이너라이저), 여기에다가 FM122 포노앰프까지 더한다면 FM Acoustics 풀 시스템이 갖추어지는 셈이다. 프리앰프, 이퀄라이저는 각각 2Kg, 파워앰프도 4.5kg에 불과하다. FM Acoustics는 기계의 무게와 가격이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을 강력하게 주장하는 오디오 브랜드인가.

본 시청을 위해 하이파이클럽에서 셋업 해놓은 기기들은 베리티 오디오의 아마디스 스피커, 메리디안의 술루스 시스템 (818 Reference Audio Core), 그리고 케이블은 모두 헤밍웨이의 제품으로 통일하였다. 시청한 음원은 웅산의 “Tomorrow," 번스타인이 60년대에 뉴욕 필하모닉과 녹음한 베토벤 교향곡 9번 4악장(CBS), 그리고 카라얀과 파바로티가 베를린 필하모닉과 협연한 푸치니 ”라보엠“ 도입부 (Decca)등이다.

웅산의 “Tomorrow"를 들어보니 재즈 특유의 라이브한 필이 전면에 다가오는 느낌이었는데 마치 청담동 Once in A Blue Moon, 혹은 이태원 All That Jazz에서 공연을 듣고 보는듯한 생생함이 있다. 웅산의 목소리에서 흉성이 들리기 시작했고, 그녀 특유의 자태, 화려하고 풍성한 보컬리즘이 확연하게 드러난다.

베이스 피치카토 연주의 데피니션은 스피커가 감당할 수 있는 한계치에 도달했다고 느낄 수 있을 만큼 강렬하다. 스네어 드럼의 피치도 안정적이고 그 강약의 민감한 뉘앙스도 놓치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이 시스템의 파워앰프 출력이 채널당 70와트에 지나지 않는다는 스펙이 믿겨지지 않는 카리스마가 있는 사운드이다.

카라얀과 베를린 필하모닉이 연주하고 파바로티가 노래하는 “라보엠”에서는 일단 압도적인 정보량이 인상적인데 여음과 배음의 묘사는 실로 여타 오디오와는 “다른 세상”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이 조그만 기기들이 어떻게 이러한 강력한 역동성을 표현해줄 수 있는지 의아할 따름인데 앰프에 힘이 남아돌고 있다는 안정감이 명백하게 드러난다. 파바로티 전성기 보컬의 파워를 그대로 전달해준다.

 

한편 “라보엠” 음원에서는 레코딩 자체의 미묘한 뒷면을 보여주고 있는데 레코딩 엔지니어가 보컬, 관현악 총주 튜티 대목에서 전체 음량의 포화를 우려했는지 컴프레서를 사용해서 오리지널 음원에 약간 “손을 본 흔적”도 들려주고 있다. 이 정도로 음원의 깊은 “속살“을 드러낼 수 있는 능력은 시그널 회로가 노이즈로부터 완전히 해방된 ”정숙한“ 소리를 낼 수 있다는데서 비롯된다.

베토벤 교향곡 9번 음원에서는 번스타인 특유의 힘이 들어가는 지휘 스타일을 드러내주고 있는데 앙상블 여기저기에서 지휘자 특유의 과장된 모션이 소리로 들리는 듯하다. 60년대 CBS 레코딩 사운드의 강약점도 모두 드러내준다. 이 시스템으로는 어떤 음반이든 마음 놓고 평가할 수 있을 듯하다.

번스타인의 정확하지 않은 인 템포도 잡아내서 들려주고 있고 솔로이스트의 완벽하지 못한 호흡, 엔트리 타이밍도 들을 수 있다. 그럼에도 필자에게 이 음원을 음반으로 리뷰 하라고 한다면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를 내리고 싶다. 이러한 연주상의 “불안정“과 ”미완성“에도 불구하고 번스타인이 베토벤 교향곡의 ”엑기스“를 뽑아내어 들려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 음원을 오랜만에 듣고 집으로 돌아와 번스타인과 뉴욕 필하모닉의 LP전집을 다시 들어보게 되었다.

FM Acoustic의 기기들은 역시 세간의 평가와 다르지 않은, 최고의 사운드를 들려주었다. 여타 오디오브랜드가 내어주는 소리와는 다른, “나는 차원이 다른 사람”이라고 주장하는 자만심과 오만함(?)이 드러내는 사운드를 만들어낸다. 좋은 기기가 크고 무거워야할 필요가 없다는 필자의 오디오 철학에도 부합하는 기기이다. 필자는 이 손바닥만 한 네 덩어리(?) 기기들이 언젠가는 꼭 손에 넣고 싶다.

허영호

이번 기획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스위스 오디오 3파전”이라고 하겠다. 골드문트, 나그라, FM Acoustics 모두 스위스에 본거지를 둔 하이엔드 오디오 메이커이자 프로페셔널을 위한 기기를 생산한다는 공통점이 있고, 세 브랜드 모두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의 사운드”를 만들어내고 있는 업체들이다.

세 브랜드 모두 자신만의 독특한 시그니처 사운드를 갖고 있음도 명백했다. 나그라의 매혹적인 소노리티, 골드문트의 분석적인 디테일, 그리고 FM Acoustics의 완벽한 밸런스는 공히 최고, 최첨단의 하이파이 사운드였다. 가격이 만만치 않지만 그 이상의 공이 들어간 기기라는 “아우라”가 느껴지는 기기들이었다.

이러한 수준의 럭셔리 제품들에는 어떠한 것들이 있는가. 필자는 티파니의 목걸이, 몽블랑의 만년필, 에르메스의 도자기, IWC의 시계, 브루넬로 쿠치넬리의 스웨터, Church의 구두 등이 연상되었다. 모두 해당 품목 최고가 제품은 아니지만 물건 자체가 주는 고급스러움, 우아함이 소유하는 이들에게 무한한 만족감으로 주는 “고급품”인 것이다.

 

 

또한 이번 시청에서 언급하고 싶은 것은 사용된 케이블의 완성도이다. 국내 브랜드 헤밍웨이의 제품으로 통일해서 모든 케이블을 사용했는데, 이들 케이블이 재생되는 소리의 수준을 한 단계 높이고 있음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시청 중간에 소스 LAN 케이블을 바꾸었는데 소리의 차이가 너무 확연해서 당황했다. 최근에 오디오파일 사이에서 많이 회자되고 있는 브랜드인데 이번에 그 이유를 다시금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세 개의 시스템 모두가 “궁극의 오디오“ 범주에 들 수 있는 수준이다. 대부분의 오디오파일들에게 이들 이상 앰프에의 투자는 필요가 없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오디오 구력(?) 30년에 음악평론을 하고 있는 필자에게는? 음악평론을 그만하고 이제 음악을 즐기면서 살겠다면 나그라를 선택하게 될 것이다. 골드문트는 그 진화하는 모습을 보니 아직 끝을 모르겠다고 하겠다. 그리고 FM Acoustics가 필자의 마지막 종착역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터널의 마지막을 바라보는 묘한 기분이 들었다고나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