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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리뷰했던 동사의 플래그쉽 METRONOME Calypso Reference Transport &C8 Reference DAC 에 이어 메트로놈사의 기기는 두 번째 경험이다. 이번에는 하이파이클럽의 시청실이 아닌 집에서 거의 한달간을 하루에도 서너 시간 이상씩 음악을 들으며 CD 8 T 시그너쳐에 대한 소리들을 경험할 수 있었다.

게다가 지금은 오랜 시간 사용하던 야마하의 GT-CD2가 집을 떠나서 마땅한 CDP를 찾고 있던 중이었다. 주방의 식탁 위에 놓여진 티볼리 라디오의 93.1로 음악에 대한 목마름을 견디고 있던 차에 오디오 시스템에 음악을 다시 들을 수 있는 CDP의 리뷰는 정말 반가웠다.

 

이번 리뷰에서는 밸런스 단자나 그밖에 USB 입력으로 인한 디지털 음원 재생, 전원부 등등의 구글링이나 제조사 사이트에서도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스펙에 대한 것은 논외로 하고 오직 소리에 대한 부분들에 관해서만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누구는 플랫한 소리야말로 오디오의 이상향이라 하고, 또 누구는 그럼 오디오가 너무 심심하고 재미없어진다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비교적 자연스러운 소리를 좋아하는 성향에 가깝다.

하지만 이 “자연스러움”이라는 단어마저도 사람에 따라서 생각하는 부분은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원음에 자연스러운 것일지, 음반과 음향에 자연스러운 것일지에 관해서도 소리의 관점은 전혀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최근 트랜드를 보면 소리가 좋다 하는 CDP 들의 소리 특성들은 한가지 공통점을 보이는데 ‘자연스러운 소리 특성을 골조로 해서 거기에 확장된 고역의 해상력’ 이라고 말할 수 있다.

특히나 에소테릭 등의 최근 CDP들을 들어보며 든 생각은 기본 소리성향이 거의 비슷하고 가격이 높아질수록 스케일이 좀더 커진다는 느낌이 든다.

그렇지만 메트로놈의 CD8 T 시그너쳐는 일본이나 미국에서 만든 기기들과는 전혀 소리가 다르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이 글을 쓰는 지금 이순간까지도 나는 이 기기가 이탈리아의 제품인줄 알았다. 처음 기기를 연결해서 여러 가지 음악들의 소리를 들어보는 순간 비발디 음악의 이미지가 머릿속에 팟 하고 떠올랐기 때문이다.

 

늘 오디오를 함께 듣는 아내는 일전의 야마하 GT-CD2의 차분한 고역이 더 마음에 든다고는 하지만, 이 소리는 얼굴을 인공적으로 이쁘게 깎고 다듬어서 만든 성형미인의 소리가 아니라, 정말 날씬하고 매력적인 금발여성의 이미지가 떠오르는 소리 그 자체로, 나 같은 평범한 외모와 작은 키의 동양 남자에게는 정말로 매력적인 느낌을 가져다 주었다.

요즘의 디지털 기기의 추세들처럼 가격에 따라서 저역의 표현력이 가장 크게 차이가 나는 것처럼 동사의 플래그쉽과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은 역시 저역의 표현력이겠지만, CD8 T의 표현력도 상당한 수준이다. 집에서 대편성은 거의 듣지 않고, 들어봐야 쇼팽이나 모차르트의 피아노 콘체르토 정도를 자주 듣는 나의 음악취향에서는 CD8 T의 저역이 오히려 적당한 느낌이다.

 

CD8 T의 고역은 어떻게 보면 문득 LP의 느낌을 떠올리기도 한다. LP는 CD에 비해서 확실히 중고역의 채색감이 더 있는데, 이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LP를 더 좋아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CD8 T에서 이러한 느낌을 그대로 받을 수 있다. 중고역에서의 섹시한 소리는 과하지 않고 딱 아슬아슬할 만큼 표현이 되어 있어서 절묘한 이 회사의 기기 제작실력에 감탄하게 되었다.

특히나 현악기 소리를 들어보면 다른 CDP들에 비해서 훨씬 더 생동감 있으며 샤프하지만 결코 날카롭거나 거칠거나 무엇보다도 귀를 피로하게 만드는 것처럼 쏘지 않는 소리라고 할 수 있다.

 

확실히 좌우의 넓게 펼쳐지는 스테레오 이미지나 초저역의 꿍 하고 떨어지는 소리를 내어주는 스타일은 아니다. 하지만 현악기 연주를 들어보면 음악과 음악 사이의 프레이즈가 훨씬 더 생기발랄 하고 음악적으로 들린다. 조금 빠른 템포의 악장에서는 이러한 장점이 더욱 더 잘 들어나며, 현악기 외에도 다른 피아노나 성악 곡들에서도 확실하게 생동감이 잘 표현이 된다.

많은 오디오 잡지나 여러 글들에서 리뷰를 하다 보면 '이 기기는 다시 보내고 싶지 않다..' 라는 글들을 자주 접할 수 있는데, 워낙 상투적인 표현이 되다 보니 오히려 이 문장에는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상투적인 표현을 다시 한번 쓸 수밖에 없게 되었다. 이번에는 정말로 다시 돌려보내고 싶지 않았다.

음악과 오디오감상의 즐거움을 잊지 않고 느끼게 해주는 메트로놈 사의 CD8 T 시그니처, 변함없이 CDP라는 기기의 매력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해준 소중한 제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