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FICLUB, High-end Internet

최근 음악감상용 올인원 시스템의 트렌드는 CD대신 기존 아이팟 도킹 스피커로 진화(?)하고 있으며 여기에서 다시 무선을 앞세운 블루투스로 또는 와이파이 기반의 제품으로 전반적인 트렌드가 변하고 있지만 이번에 리뷰를 맡게 된 제품은 특이하게도 전통적인 CD와 FM 라디오, 아이팟 도킹을 갖춘 올드 스쿨 타입의 올인원 제품이다. 사용자 관점에서 본다면 철저하게 기존의 사용법에 길들여진 소비자층을 대상으로 했다고나 할까? 무선 와이파이를 이용해 PC-Fi를 구축하지 않았거나 블루투스로 음악을 듣는데에 용서(?)가 되지 않는 사용자 층을 위한 제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루악사의 R4i는 ‘08년도에 출시된 바 있는 R4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동일한 플랫폼에 루악사에 의하면 음질 향상과 유럽 기준으로 DAB+를 추가했다고 한다. 기본적으로 CD를 정면 중앙에 탑재하고 있는데 슬롯인 타입으로 깔끔한 외모를 자랑한다. 그 위에 2줄의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푸른색의 도트 디스플레이가 자리잡고 있으며 양쪽으로 중고역을 담당할 3.5인치 스피커가 스테레오 구성으로 좌우에 배치되어 있고 시스템 바닥면 아래에는 저역을 담당하기 위한 다운 파이어링 방식의 5인치 우퍼가 자리잡고 있다.

 
그 외에 전면에는 USB 메모리 등을 삽입하여 mp3를 즐길 수 있는 USB 단자와 즉석으로 포터블 제품을 연결하는데 유용할 수 있도록 3.5mm 크기의 헤드폰잭과 같은 크기의 라인입력이 구비되어 있다. 후면에는 FM 겸용의 DAB/DAB+ 안테나 단자와 AUX 라인 입력 뿐만 아니라 특이하게 출력까지 갖추고 있는데, 이는 흔히 올인원 제품에서는 보기 드문 경우이다. 사람들의 취향에 따라서 기존 오디오와의 연결 또는 녹음 용도로 사용될 수 있을 듯 싶다. 그리고 ‘Sub Level’을 조정하는 로터리 노브가 하나 존재하는데, 딱히 저역에 불만이 없다면 기본값인 12시 방향에 두면 된다.

 

본 시스템에서 빼놓을 수 없는 특징 중의 하나라면 상단에 존재하는 iOs 기기용 30핀-8핀 변환 가이드와 탈착식 로터리 리모트 유닛인데, 우선 도킹부를 설명하면 이미 ‘08년도에 전작이 출시된 후 후속작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갑작스럽게 8핀의 라이트닝 코넥터가 발표되었기 때문에 다른 도킹 스피커 회사들과 마찬가지로 적잖이 신규 커넥터 대응에 타격이 컸으리라 본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친절하게도 30핀을 8핀으로 변환할 수 있는 가이드와 변환잭을 마련하여 아이폰 5 이후 8핀 제품을 소유한 사용자들도 쉽게 도킹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루악사에서는 이를 ‘Lightning Adaptor Support’라 하여 이를 앞자의 이니셜만 따 간단히 ‘LAS’라고 부르고 있는데, 실제 LAS를 제품에 장착하는 과정은 그렇게 어렵지 않다. 별도로 동봉된 조그만 매뉴얼을 참조하면 누구나 쉽게 장착할 수 있었으며 기존의 30핀 도킹만큼이나 쉽게 사용할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루악의 자랑거리인 ‘MotoDial’이라는 이름의 일종의 탈착식 리모컨이 본 제품의 가장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겠는데, 마치 B&O에서나 봄직했을 재미난 컨트롤러이다. 동작 방식이야 여타 IR 리모컨과 사실 다를 바는 없지만 전면부에 위치한 IR 센서 외에도 상단부에 수납될 공간을 따로 두어 그 수납될 홈에도 이중으로 IR 수신부가 존재한다. 따라서 본체 상단에 리모컨을 탑재하더라도 동일하게 본체를 컨트롤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상단에 수납할 때 당연히 파여진 홈에 맞추어 넣도록 되어 있는데, 방향이 완전히 틀어지거나 하면 아예 수납이 되지 않는다. 다만 들어갈 때 자석 등을 이용해 대충 놓더라도 알아서 딱 맞게 붙었으면 하는 바램은 들기도 한다. 한번 손으로 놓아준 이후에 약간 맞지 않는 방향을 손으로 다시 조정해줘야 하는 것이 신경쓰이는 사용자도 있을 것 같다.

 

중앙에는 큼직하게 로터리 볼륨이 위치하는데 이 볼륨은 시계 방향 또는 반시계 방향으로 무한대로 돌아가는 타입이 아니라 단지 시계 방향으로 살짝 돌려서 계속 잡고 있으면 볼륨이 올라가고 한번씩만 살짝 돌려주면 볼륨이 한 단계씩 올라가는 일종의 스프링 구동 방식이다. 이러한 방식에 익숙치 않다면 약간 단련이 필요한 부분이긴 하다.

 

볼륨을 주변으로 열댓 가지의 컨트롤 버튼이 존재하는데 기본적인 리모컨에서 볼 수 있는 기능 버튼들을 원형으로 나열하였다. 총 7가지의 입력 소스를 선택할 수 있는 소스 버튼을 누르면 웬지 볼륨 다이얼로 토글을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만 사실 위 아래 버튼이 따로 있어 이를 통해 총 6번을 토글하도록 되어 있다.

 

‘Audio’라는 음향 설정 모드가 리모컨에 따로 존재하는데 눌러 보면 3D Sound à Loudness à EQ Setting 등 세가지가 토글되면서 on/off 할 것인지를 묻는다. 매뉴얼을 봐도 특별한 설명이 되어 있지 않아 이는 실제로 적용을 해보면서 어떤 역할을 해주는지 체험해 봐야 했다.

 

‘3D 사운드’라는 옵션을 오디오 전용 제품에서 보게 되는 것이 좀 당황스럽지만 아무래도 TV와의 연결성까지 고려를 한 듯 하다. On으로 할 시 소리가 전면으로 튀어나온다는 느낌은 받지만 굳이 음악 재생 때 구동할 이유는 없기에 음악 감상자에게는 해당 사항이 되지 않는다. ‘EQ 세팅’은 ‘High, Normal, Low’ 등 세가지를 선택할 수 있는데, 역시 설명을 특별히 찾을 수 없어 적용해 본 결과 얻은 결론은 ‘High’는 말그대로 고역을 강조해주고 ‘Low’는 저역을 부스트해주는 것 같아 보인다.

 

리모컨 아랫 부분은 메탈 소재로 이를 제거하면 배터리를 넣는 곳이 나타난다. 강한 자석으로 붙어 있어 본 커버는 살짝 근처에 두면 ‘찰칵’하고 다시 붙도록 되어 있다. 재미난 리모컨이다. 다만 본체에 있어야 할 버튼을 공용하는 이유로 본 리모컨을 못 찾으면 찾을 때까지는 본 제품을 작동할 방법은 없으므로 보관에는 좀 더 신경을 써야겠다.
 
전반적으로 올인원 제품에 간단해 보이는 전면 외관에 비하면 상당히 많은 기능과 입출력을 갖춘 제품이라 할 수 있다. 기능과 입출력은 둘째치더라도 올인원으로 기대했던 제품의 박스치고는 상당히 큰 크기에 제품의 크기도 매우 묵직하다. 본체 무게만 8kg이다. 전면부는 알루미늄 소재로 메탈이며 캐비닛 역시 우드 소재로 묵직함을 느낄 수 있다.

색상은 모두 세가지 색상이 있는데, 화이트, 블랙 그리고 월넛이다. 취향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화이트 색상이 와이프를 설득하는 데에 좀 더 도움이 될 것 같다. 만약 와이프가 화이트 색상의 아이폰을 사용한다면 최상의 디자인 매칭이 될 것이다. 피아노 코팅의 마감 역시 실제로 보면 사진보다 더 고급스러워 보인다. 
 
본격 감상을 위해 CD를 몇 가지 들어 보았다. 리스트의 피아노 곡과 바흐의 무반주 첼로조곡 등 조용한 곡들부터 시작해본다. 일전에 리뷰했던 MR1 블루투스 스피커 이상 섬세하고 디테일한 표현력을 갖추고 있다. 80와트 A-B 증폭 구동 방식을 갖춘 R4i는 웬만한 방이나 거실을 울려주기에 충분한 출력을 갖추고 있으며 대부분의 클래식의 재생력에 훨씬 고가의 전용 오디오 시스템에 못지 않는 실력을 보여준다.

 

다만 450mm 크기의 올인원치고는 큰 사이즈임에도 불구하고 록/팝 음악의 재생에는 저역의 퍼포먼스가 다소 아쉽게 느껴졌다. 그렇지만 제품 후면을 보면 서브우퍼 레벨을 조절하는 컨트롤러가 있어서 어느정도는 저역을 조절 할 수 있다.  

 

대부분의 클래식이나 라이트한 스무스 재즈 등에서는 앞서 말한 바와 고가의 하이파이 시스템이 전혀 아쉽지 않을만한 섬세함을 갖추었다. 가령 마이스키가 연주하는 바흐의 무반주 첼로를 듣자면 사실 이보다 더 무엇이 필요할까하는 생각이 든다. 글렌 굴드가 연주하는 바흐의 골드베르그 변주곡는 명료하면서 밝은 소리가 BGM으로 듣는데 더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정격 연주의 바로크 음악이나 실내악 등 대부분의 소편성 연주에 있어서는 적어도 몇 배 이상의 오디오가 부럽지 않게 느껴진다.

 

다만 언급했듯이 MR1 블루투스 스피커와는 달리 상대적으로 작은 인클로저 용적때문인지는 모르지만 록/팝 음악의 저역대의 쿵쿵거림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이다. 클래식이나 재즈 등의 음악을 가볍지만 여전히 진지하게 듣고 싶다면 루악의 R4i는 현재 시중에 나와 있는 웬만한 100만원 전후의 모든 오디오를 통틀어 우선적으로 고려할 대상임에 틀림이 없다. 다만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최근 트렌드가 되고 있는 블루투스 기능이 없다는 점은 다소 아쉬움으로 남는다. 루악사에서는 홈페이지에서 QED의 ‘uPlay’라는 add-on 블루투스 장치를 추가로 구입하라고 하고 있으니 이는 필자만의 지나친 욕심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