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FICLUB, High-end Internet

하이엔드 디지털 오디오 소스기기의 경우 5~6년 전만 해도 CD 또는 SACD만 재생되는 제품밖에 볼 수 없었지만, 그 이후 음악파일을 재생하고 인터넷 스트리밍 오디오를 재생하는 기능이 하이 엔드 오디오 제품에도 활발하게 접목되었다. 전송대역의 제한은 USB Audio Class 2.0 스펙을 지원하는 리시버 칩과 컴퓨터 운영체제가 나오면서 해결이 되었고 지터를 줄일 수 있는 Asynchronous USB를 지원하는 써드 파티 솔루션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컴퓨터 오디오 기술을 보유하지 못하고 있었던 하이엔드 오디오 업계에 활로를 열어주었고 사용자 입장에서는 좁았던 선택의 여지를 넓힐 수 있게 되었다.

CD 재생 시스템에 핵심역량을 가지고 있는 메트로놈 테크놀로지는 예전부터 갈고 닦아왔던 CD플레이어에 USB 입력을 추가하여 USB DAC으로도 사용할 수 있게 한 CD8T Signature를 개발했다. T는 아날로그 출력 버퍼단에 진공관 (Tube)을 사용했다는 의미다.

 

CD8T Signature는 외형 디자인 면에서 동사의 다른 제품과 다르다. 동사의 다른 제품은 전면 패널에 입체적인 굴곡을 넣어 맵시를 살리고 오래 보아도 감각에 떨어졌다는 생각이 들지 않게 하는데 성공했다면, CD8T Signature는 전면 패널을 단순화 시켜서 탑로딩부의 당당한 모습에 시선이 집중되도록 했다. 예전 모델에서는 플라스틱 재질의 리모컨을 제공했었는데 CD8T Signature는 알루미늄 절삭 리모컨을 제공한다.

 

본 사이트의 하드웨어 리뷰에 실린 메트로놈 테크놀로지 CD 6 Signature DAC 리뷰를 읽어 보셨던 분이라면 메트로놈 테크놀로지의 수석 설계자 도미니크 제네와 그가 이끄는 개발진은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에는 타협과 요령을 부리지 않으며 물샐 틈 없이 설계한다는 인상을 받으셨을 것 같다. 메트로놈 테크놀로지 개발진은 가격을 불문하고 개발과 테스트 기준을 만족하는 제품을 개발하고 있으며 일체형 CD플레이어라고 해서 예외를 두지 않았다.

 

CD 메커니즘은 메트로놈 테크놀로지 사양으로 잔뜩 커스터마이징 시킨 필립스 CDM12 Pro II V6.8를 사용했다. 스테인리스 샤프트를 사용한 것은 CD표면의 정전기가 배출되는 통로를 제공 하여 정전기가 광학 부품과 전기부품의 동작에 영향을 미치지 않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며, 메카니즘 끝 부위에 LED 라이팅을 배치한 것은 CD 표면에 인위적으로 빛을 쪼여 주변의 빛의 영향을 받지 않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CD 메커니즘은 검정색 아크릴 판에 체결되어 있으며 이 아크릴 판과 CD 메커니즘 어셈블리는 본체 바닥에 연결된 3개의 원기둥 위에 얹혀져 있다. 듀퐁사의 델린 재질을 사용한 CD 클램프 역시 메트로놈에서 설계했다. 두툼한 탑로딩 커버는 알루미늄 덩어리를 절삭 가공한 것이며 탑 로딩 커버가 덮였을 때 CD 클램프가 담겨지는 체임버는 빈 공간이 최소화 되게끔 커버의 내부 형상을 설계했다.

 

음악 파일 재생을 위해서 메트로놈 테크놀로지는 M2Tech사의 Asynchronous USB 인터페이스 솔루션을 선택했다. M2Tech사의 USB 인터페이스 솔루션은 음질을 최우선 시키도록 컴퓨터의 운영체제를 엄격하게 커스터마이징 시킨 것이 특징이다.

CD 8T Signature에는 3개의 토로이달 파워서플라이를 두었고 7개의 독립적인 레귤레이션 회로를 두어 트랜스포트와 DAC의 각 부분(디스플레이, 서보 메카니즘, 모터, 디지털 출력단, USB 입력단, D/A변환, 아날로그 출력단)에 정류시킨 전원을 공급한다. 그리고 파워 서플라이에서 전자기가 방출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샤프너(Schaffner)사의 EMI 필터를 사용하고 있다.

AKM 24/192 DAC칩 2개를 디퍼런셜로 구성하여 재생음의 노이즈 플로어를 낮췄으며 아날로그 출력 버퍼단에 필립스 JAN6922 진공관을 사용했고 출력 트랜스포머를 달아두었다. 이런 충실한 설계와 덩치에 걸맞게 제품의 무게는 15kg에 이른다.

 

메트로놈 테크놀로지 CD8T Signature에 연결한 제품은 VTL TL 6.5 프리앰프, 크렐 FPB300 파워앰프, 레벨 스튜디오2 스피커이며 레퍼런스 디지털 소스기기에는 브라이스턴 BDP-2 디지털 플레이어와 메트로놈 테크놀로지 C6 Signature DAC을 사용했다.

USB 연결에는 2014년형 맥북 프로와 오야이데 컨티넨탈 5S USB 케이블을 사용했고 노트북에서 발생시킨 전기 노이즈가 USB 케이블을 통해서 오디오로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해 배터리 파워서플라이 시제품 'BOP'을 이용했다. 부트캠프로 설치한 윈도우 7 64비트 환경에서 J River Media Center V19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44.1kHz에서 192kHz에 이르는 WAV 파일을 재생했다. 무선 조작은 아이패드용 어플리케이션 JRemote를 이용했다.

 

필자가 수입원의 시청실에서 접한 메트로놈 테크놀로지 CD8T Signature는 음악의 유려한 흐름을 표현하는 능력으로는 필자가 알고 있는 다른 회사의 제품에서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뛰어나서 메트로놈 테크놀로지만이 가지고 있는 유니크한 강점을 고스란히 물려받았다고 평가하고 싶었지만, CD8T signaure는 메트로놈 테크놀로지의 상급기에 비해서 소리에서 임팩트는 줄어들고 살랑대는 화사함을 더 앞세우는 제품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그래서 소화할 수 있는 음악 장르에 제한이 있을 것 같은 걱정도 들었다.

 

집으로 배달된 제품을 오디오 시스템에 연결해서 액세서리를 사용해 보고 세팅을 달리해서 듣다 보니 그 동안 수입원 시청실에서 들어왔던 소리는 이 제품에서 내줄 수 있는 소리의 일부분밖에 내주지 못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사용방법에 따라 염려했던 소리를 나지 않게 할 수 있고 중심이 잡히고 임팩트 있는 소리를 낼 수 있다.

그 비결은 별것이 아니다. 제품에 동봉한 델린 재질의 콘형 받침대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다. 콘형 받침대를 사용하면 소리가 선명하게 들리지만 그 대신에 소리가 야위어지며 울림도 절제되어 음악에서 느낄 수 있는 풍요로움을 느끼기 힘들어진다. 콘형 받침대를 제거하는 즉시 그 동안 들리지 않던 소리의 두께를 느낄 수 있다. 바그너의 악극도 실감나게 재생할 수 있다.

 

CD8T Signature 사용자는 구입시 콘형 받침대가 동봉되었다고 해서 필수 품목으로 여겨서는 안되며 어디까지나 액세서리의 장단점을 알고 본인의 취향이 맞고 필요할 때에만 제한적으로 구사하시기 바란다. 그러나 혹시 콘형 받침대를 제거 했을 때 아니다 싶거나 불편함이 느껴진다면 인터커넥트와의 조합이 맞지 않거나 그동안 시도한 튜닝이 지나쳐서 역효과가 나타났을 가능성을 의심해 보시기 바라며 상황에 맞게 적절하게 조치해 보시는 것이 좋겠다.

메트로놈 테크놀로지 CD8T Signature의 CD 재생 능력은 완성도가 높아서 레퍼런스급으로 여겨야 할 것 같고 그에 비하면 USB 입력은 상대적으로 저역이 야위게 들릴 수 있다. 그것은 메트로놈 테크놀로지에서 채택한 USB 입력의 문제가 아니라 그보다는 연결한 컴퓨터의 하드웨어적인 부분에서 해결해 줘야 할 부분이 남아 있다고 봐야 한다.

 

CD재생과 USB입력 재생 사이에 발생하는 음질적인 간격을 메울 수 있는 방법의 하나로 배터리 파워서플라이 'BOP'을 고려해 볼 수 있다. USB 케이블은 컴퓨터에서 생성한 전류가 오디오로 유입이 되는 통로가 되는데 BOP에 USB 케이블을 경유시면 컴퓨터에서 공급한 전류를 충전 배터리에서 생성한 전류로 교체해 준다. BOP을 경유해서 들어보면 극적으로 오디오 레벨 수준이 상승해서 USB 입력에서도 여유로움을 느끼게 해 줄 수 있게 해준다.

 

메트로놈 테크놀로지 CD8T Signature는 음악의 너울대는 흐름을 잘 표현해주지만 그렇다고 해서 소리를 레가토로 모호하게 만들거나 릴랙스하게 풀어놓지는 않는다. 소리를 내줘야 할 타이밍에 강한 임팩트를 실을 수 있고 소리를 뭉개지 않으면서도 음악의 흐름을 만들어 내고 풍요로움을 느낄 수 있게 해준다. 다이나믹하지만 하모닉을 망가트린다거나 거칠다거나 강압적인 느낌을 주지도 않는다. 남들이 알지 못한 문제를 파악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기본에 충실히 했을 때만 얻어낼 수 있는 경지의 소리를 들려준다.

 

젊은 시절부터 발품 팔아가며 하나하나 컬렉션하고 기억이 새록새록 남아 있는 소중한 CD를 음악 감상할 때마다 케이스를 만져보고 가끔씩 내지를 쳐다보는 것을 좋아하고, 얼마 전부터는 주변 사람에게 도움을 받고 오디오 커뮤니티에 문의하여 정말로 어렵사리 공들여서 구축해 둔 파일 라이브러리에서 손 끝으로 음반을 선택해 감상하고 싶기도 하고, 그러면서도 시스템을 이것 저것 너저분하게 운영하는 것은 싫어하신 분이 있다면 이 제품에 관심을 가질만 하다.

 

메트로놈 테크놀로지의 소리 경향은 일본 마켓을 타겟으로 잡은 하이엔드 오디오 제품들과 추구하는 방향이 다르다. 일본 마켓을 타겟으로 잡은 제품들은 세부의 정밀성에 지나치게 공을 들이지만 일부의 정보는 가지치기 해서 솎아내어 전체적으로는 절제하고 축약시킨 일본식 정원을 보여준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그에 비하면 메트로놈 테크놀로지는 특별하게 꾸미려 하지 않아도 본질적으로 드러나는 소리를 추구하여 숲 전체를 보여준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하이엔드 디지털 오디오 재생기에는 양극화 현상이 있어 구입을 고려하는 오디오 애호가들은 천 만원 미만의 접근이 용이한 제품과 아무나 구입할 수 없는 2천만원 이상의 프리미엄 제품에 관심을 가진다고 한다. 메트로놈 테크놀로지 C8T Signature는 그 중간대역에 위치한 제품이라서 이런 프레임에 적용하면 시장에서 어떤 평가를 받게 될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 제품의 진가를 발견하신 분들은 프리미엄 제품에서 나오는 소리의 세계를 낮아진 가격으로 끌어낸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필자의 의견에 찬성하실 거라고 믿는다. 그리고 더할 나위 없이 심플하지만 비교할 수 없으리만큼 멋지고 강하고 아름다운 제품이라는 인상에도 동의하시는 분들이 많을 거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