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FICLUB, High-end Internet

 

 

 

심장을 뛰게 만드는 이름, 네임

오디오 업체가 UPnP 렌더러를 만드는 것도 흔치 않은 일인데 그것도 고집이 센 브랜드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네임이 그런 장치를 만든다는 것부터가 놀랄만한 일이다. 데이터 콘트롤 라인은 광학으로 아이솔레이션 시키고 SHARC DSP칩을 사용하여 네임에서 개발한 16배 오버샘플링과 디지털 필터링 알고리즘을 집어넣었다니 한번 더 놀라게 된다. 우리가 알고 있었건 놓치고 있었건 간에 확실한 것은 네임은 변혁의 시대를 가장 앞줄에서 묵묵히 이끌고 있었다.

네임 ND5 XS는 네임 NDX에서 여러 기능을 제거하고 오디오 스트리머에 초점을 맞춘 제품이다. NDX가 네임의 상급기종 '클래식 레인지'의 제품이었다면 ND5 XS는 네임의 엔트리 레벨과 클래식 레인지의 중간에 해당하는 'XS' 시리즈의 일원이다. ND5 XS의 케이스는 엔트리급처럼 로우 프로파일을 가지지만 케이스의 피니쉬는 클래식 레인지 제품과 동일한 방식을 채용했다.

 
콘트롤은 전용 어플리케이션 네임 n-Stream을 사용한다. 전면의 USB포트는 USB 메모리에 저장된 파일을 재생하거나 스마트 기기를 충전하기 위한 것이다. 네임은 예전부터 USB DAC에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것 같으며 그런 결정은 시간이 지나도 달라지지 않았다. 유선 또는 무선 이더넷 연결과 S/PDIF, Toslink 연결만 지원한다. 그리고 네임 제품이 늘 그래왔듯이 언밸런스 단자는 지원하지만 밸런스 단자는 지원하지 않는다.

네임의 엔트리급 제품은 예전부터 사운드를 호쾌하게 표현하는 편이었다. 네임 ND5 XS에서도 그런 사운드의 연장선에서 호방하고 시원시원하고 박력이 넘치는 소리를 내준다. You'd be so nice to come home을 재생할 때에는 드럼 연주를 잘근잘근 표현하여 듣는 사람의 심장을 뛰게 만든다. 요즘 표현으로 심장을 쫄깃하게 만들었다.

 

그렇지만 금관악기의 소리를 꽉 채워져 있다고 하기는 어렵고 약간 분절되어 있다는 느낌을 준다. 이런 현상은 비유하자면 동선 단심선 케이블에서 느낄 수 있는 현상과 매우 유사하다. 강건하고 단호하고 엄격하다는 느낌을 주지만 취향에 따라 다소 단조롭다고 느낄 수 있다. 네임 ND5 XS가 XS 레인지의 제품으로서 클래식 레인지를 위협할 수 있을 정도의 능력을 발휘했으면 소비자들에게 놀라움과 기쁨을 선사해 주었을 테지만, 그 정도 수준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하지만 네임의 아이덴티티가 강하게 느껴지는 제품으로 네임을 좋아하는 오디오파일이라면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계속되는 네임의 역사 

 

네임(Naim)이라는 브랜드가 영국에서 차지하고 있는 위상은 상상 이상이다. 거의 국민 오디오에 가깝다. 그리고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한 높은 퀄리티는, 일본, 홍콩, 한국 등 아시아 국가에서도 널리 인정받고 있다. 이런 네임에서 네트웍 플레이어를 만들었다는 것은 상당히 흥미롭다. 전통적으로 영국의 오디오들은 다소 신기술 도입에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타사의 제품들과 비교하는 자리에서 어떤 퍼포먼스를 들려줄지 적잖이 궁금했다. 결과부터 말하면, 네임은 네임, 역시 자신만의 강한 아이덴티티가 느껴졌다.

우선 베토벤의 경우, 앞에 들은 것과는 여러 면에서 다르다. 일단 고역의 쨍한 맛이 덜한 대신, 중역대의 밀도 높은 음 조성으로 상당히 차분하고 안정적으로 다가온다. 전통적으로 중역대에 치중하는 브리티쉬 사운드지만, 네임의 경우, 그렇다고 지나치게 여기에 편중되지는 않았다. 그래도 앞서 들은 것과 비교하면 확실히 중역대의 묘사력은 빼어나다.

축구로 치면, 미드필더가 강한 스타일로, 4명 정도의 인원을 배치했다고나 할까?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위, 아래로 뻗는 음향을 구축하고 있다. 따라서 중심이 되는 피아노의 경우, 열 개의 손가락이 무척 유려하고, 온화하게 펼쳐진다. 또 적절한 두께감도 느낄 수 있다. 기본적으로 미음이어서, 맛있는 음식을 앞에 둔 것과 같다.

이어서 아트 페퍼를 들으니, 혼 악기에서 상당히 설득력 있는 음이 나온다. 적절한 양감과 디테일이 살아서, 이를테면 연주자의 호흡이나 블로잉의 정도까지 낱낱이 묘사된다. 사실 대부분의 음성 신호가 중역대 중심인 것을 감안하면, 이런 튜닝도 설득력이 있다.

또 드럼과 베이스의 묘사력도 괜찮다. 의외로 저역의 분해능이 뛰어나, 베이스와 킥 드럼의 구분이라던가, 질주하는 베이스 라인의 리듬감 등이 잘 살아있다. 그러면서 너무 조이지 않고, 약간 느슨한 듯, 여유만만하게 다가오는 점이 오히려 재즈 특유의 흥겨움을 고조시킨다. 마치 편안한 세단 뒷좌석에 앉은 듯하다.

마지막으로 살레나를 들으면, 확실히 여성 보컬에 큰 강점이 있음을 깨닫게 된다. 절대 빅 마우스는 아니지만, 전체적으로 공간을 확고히 점유한 가운데, 느긋하게 그리고 정확하게 노래를 전달한다. 또 네임 특유의 맛이 잘 살아 있어서, 목소리 자체가 주는 스위트한 느낌도 괜찮다. 배후에 흐르는 피아노도 너무 낭랑하지 않고 그렇다고 무르지 않은, 적절한 텐션으로 다가오고, 더블 베이스의 라인도 새김이 깊다.

확실히 본 기는 신경을 잡아끄는 요소, 이를테면 찬란한 광채를 드러내는 고역이라던가 현란한 정보량으로 귀를 현혹하지 않는다. 그러나 차분히 듣고 있으면, 오랜 기간 음을 다듬어온 내공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누구는 그런 변함이 없는 모습을 지적 사항으로 삼을 수도 있겠지만,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꿋꿋이 지켜간다는 점에서 좋은 방향으로 해석해도 괜찮을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