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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 리서치 레퍼런스 DAC에는 쿼드 DAC 테크놀로지를 사용했다. 네이티브 레이트로 업샘플링 (44.1 kHz 입력을 받으면 88.2kHz나 176.4kHz로 정수배로 업샘플링하는 것)하는 옵션을 제공하고 있으며 가파른 기울기와 완만한 기욹기로 필터링하는 디지털 필터를 선택할 수 있다. 신호가 아날로그 스테이지로 넘어가게 되면 Reference 5SE 프리앰프에서 사용했던 진공관 아날로그 스테이지와 진공관 레귤레이트 파워서플라이를 이용해서 재생하게 된다. 그리고 104개의 스텝을 가지는 볼륨 컨트롤도 내장되어 있어 파워앰프와 직결도 가능하다.

오디오 리서치 레퍼런스 DAC의 밸런스 출력단의 출력 임피던스는 600 오옴이고 언밸런스 출력단의 출력 임피던스는 300 오옴으로 높은 편이므로 입력 임피던스가 충분히 높지 않은 프리앰프와 매칭이 될 경우 저역의 소리가 줄어들어 가늘게 들릴 가능성이 있다. 그럴 경우 밸런스 연결 보다는 언밸런스로 연결하면 문제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다질 프리앰프와의 연결에서는 특별히 저역이 부족하게 들리지는 않았다. 파워앰프에 직결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파워앰프의 입력 임피던스가 높은 제품에 연결해야 저역이 부족하게 들리지 않게 되니 참고하시기 바란다.

공간표현 능력, 조여져 있는 듯한 불편함을 주지 않는, 생생함을 주고 실재감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오디오 리서치 레퍼런스 DAC은 레퍼런스 퀄리티란 이런 것이라는 것을 증명해 보여줬다. 그렇지만 다른 오디오 리서치 제품들이 그렇듯이 적정한 크기 이상으로 거대하게 표현하려는 습성이 있고 자신의 스타일대로 전체 오디오 시스템을 장악하려는 경향이 있는 것에는 유의할 필요가 있다. 제품간 매칭에서 범용성이 좋다고 할 수 있는 제품은 아니므로 딜러의 조언은 받아보시는 것이 좋겠다.

본 기를 듣는 순간, 와우, 오디오 리서치다, 바로 직감할 수 있었다. 희한하게도 소스기 하나만 바꿨을 뿐인데, 전체 시스템의 성격이 바로 이 회사의 스타일로 바뀐다. 그만큼 본 기의 개성이나 아이덴티티가 확고하고 또 분명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 부분에서 호불호가 개재할 수 있다. 이런 호방하고, 다이내믹한 오디오 리서치의 장점에 부담을 느끼는 애호가도 있으니까.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과연 진공관을 투입한 설계상의 특징이 상당한 메리트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레퍼런스란 말을 결코 함부로 붙이지 않은 것이다.

우선 진공관 앰프에서 느끼는 자연스러움과 부드러움이 잘 살아 있고, 정보량 또한 엄청나다. 그간 동사가 만든 CDP에서 큰 인상을 받지 못한 터라, 이런 하이 퀄리티는 좀 이례적으로 다가온다. 아마 본 기의 제작에 있어서 상당한 R&D와 물량 투입이 이뤄지지 않았을까 짐작해본다.

이어서 페퍼를 들으면, 과연 재즈에서 발군의 능력을 들려준다. 스네어를 긁는 브러쉬의 촉감이 또렷하고, 풋 심벌을 일정한 속도로 밟을 때의 스윙감도 절묘하다. 중간에 킥 드럼을 쿵 하고 칠 때의 어택감도 대단하다. 베이스의 경우, 통울림이 자연스럽고, 그 여운도 길어서 박력 만점으로 다가온다.

알토 색스의 블로잉이란 측면에선 참 놀랄 만하다. 연주자가 원기왕성하게 치고 빠지는 모습에서 짜릿짜릿한 느낌을 받을 정도다. 그런데 가만히 듣고 있으면, 아주 튜닝이 잘 된 혼 타입 스피커에 진공관 앰프를 매칭한 듯한 느낌도 나온다. 이렇게 자기 개성이 확고한 소스기는 참 드물어서 여러모로 흥미롭기만 하다. 개인적으로 무척 좋아하는 음색임을 밝힌다.

마지막으로 살레나를 들으면, 확고부동한 베이스를 바탕으로, 압도적인 성량과 디테일로 무장한 보컬이 강하게 다가온다. 고작 베이스 & 보컬의 편성일 뿐인데도, 무대 장악 능력이 엄청나다. 이쪽에서는 꼼짝할 수 없을 정도다. 심지어 스피커의 크기가 더 커진 것처럼 느껴질 정도다. 이런 카리스마의 음은, 너무나 흡인력이 강하고, 진솔해서, 더 이상 뭐라 쓸 말이 없다. 어쨌든 참 대단하다. 오디오 리서치가 사고 한번 단단히 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