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VD] 엑소시스트 (Exorc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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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여러분이 『엑소시스트(Exorcist)』를 시청하신다면 여러분은 영화 역사상 미국에서 23번째로 많은 관객이 본 영화이자 호러영화사상 가장 많은 관객이 본 영화를 시청하시는 것이 될 것입니다. 『오멘(Omen)』과 함께 오컬트(Occult) 무비의 양대 산맥인 이 1973년도 영화는 재개봉때 마다 구름 같은 인파를 몰고 오는 귀신들린(?) 영화로서 공포영화를 굳이 꺼려하시는 분이라고 하더라도 한번쯤 시청해 보시는 것이 좋은 대표적인 걸작 호러영화입니다. 이번 시간에는 작년에 미국에서 재개봉되어 의외로 큰 흥행을 거둔바 있는 감독판 영화 『엑소시스트: 이전에 보지 못했던 버전(Exorcist: The Version You've Never Seen)』의 DVD판을 간단하게 살펴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제품정보

제작사 : Warner Bros.
화면 : 1.85:1 아나몰픽
음향 : DD 5.1, DD 서라운드
자막 : 영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포루투칼어
디스크 : 단면 더블레이어
제작년도 : 1973년
DVD발행년도 : 2000년
상영시간 : 132분
등급 : R
지역코드 : 1번
감독 : William Friedkin
배우 : Linda Blair, Ellen Burstyn, Lee J. Cobb 등
영상 및 음향

영상은 우선 제작연도를 감안해 보았을 때에는 매우 훌륭하지만, 만족할 만한 수준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영화를 보다 보면 시종일관 다소 열화현상이 일어난 듯한 화면을 줄기차게 보게 됩니다. 이 말은 디지털 트랜스퍼를 거쳐 재생산된 확실한 화질은 아니라는 말이 되겠습니다. 이것은 원본 필름자체의 문제로 선명한 화질을 제공할 만한 훌륭한 보관상태의 필름판본이 없었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입니다. 그렇지만 이미 개봉된 지 30년이 다 되가는 필름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 정도의 화질저하는 충분히 용서될 만한 요소라고 생각되며 실제로도 시청시 별다른 불만을 가질 만한 요소는 없습니다. 평가를 하자면 5점 만점에 3점을 주고 싶습니다.

음향은 돌비디지털 5.1의 채널분리가 원활하게 이루어져 있습니다. 리어의 사용빈도는 그리 높지 않지만 필요한 시점에 정확한 타이밍으로 효과음이 들리고, 일설에 의하면 2년전에 발매된 바 있는 25주년 기념판에 비해 더 개선된 음질을 들려준다는 것이 중론인 듯 합니다. 영화 시청도중 두 번인가 갑자기 들리는 전화소리에 놀라게 되는데 주로 왼쪽에서 들려오는 전화소리의 음향도 공간적 표현이 훌륭하게 이루어져 있습니다. 평가를 하자면 5점 만점에 3.5점을 주고 싶습니다.

전반적으로 최근에 개봉된 작품에 비해서는 화질 및 음향효과가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지만 1973년 작품의 복원이 이 정도로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도 매우 부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영화적 완성도

호러영화 또는 공포영화라고 하면 보통 죽이는 쪽과 죽는 쪽이 등장하게 마련입니다. 기본적으로 죽는 쪽이야 당연히 사람이어야 하겠고, 죽이는 쪽은 사람일 수도 있고 동물일 수도 있으며 초현실적인 존재일 수도 있고 이도 저도 아닌 것(드라큘라, 좀비, 프랑켄슈타인, 에일리언 같은 외계생물 등등)일 수도 있습니다. 이런 설정 하에서 얼마나 잔인하게 또는 얼마나 공포분위기를 조성하면서 사람을 죽이느냐가 공포영화의 성공에 관건이 되는 요소들입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엑소시스트』에는 이런 설정이 깔려 있지 않습니다. 물론 이 영화에서도 사람이 죽고 또 죽이는 쪽이 있기는 하지만 시청자들은 그런 죽음과 죽임의 관계에서 공포를 느끼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영화 속에서의 살인은 주변적인 설정일 뿐이고 살인자는 가정집 2층 침대에 언제나 누워 있어서 우리는 문만 열고 들어가면 살인혐의가 분명한 살인자를 언제든지 만날 수 있습니다. 이 기가 막힌 설정은 침대 위에 누워 있는 12살 소녀와 그녀의 몸속에서 그녀를 지배하는 악령을 동일하게 배치함으로써 현실적인 육체와 초월적인 악령사이의 싸움을 발생시킵니다.

영화의 기본적인 줄거리는 매우 간단합니다. 유명한 배우인 크리스(엘렌 버스틴)의 딸 리건(린다 블레어)은 어느 날 침대가 흔들려 잠을 이루지 못합니다. 엄마에게 이를 사정해 보지만 엄마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미 악령에게 정신을 빼앗긴 리건은 점점 이상한 행동을 하게 되고 몰골은 흉측하게 변해 갑니다. 크리스는 딸의 이런 변화가 결국 악령에 의한 것임을 알게 되고 정신치료사이기도 한 카라스 신부(제이슨 밀러)에게 도움을 요청합니다. 이에 악령을 쫓는 분야에서 이름이 있는 노령의 머린 신부(막스 폰 시도우)와 카라스 신부는 리건의 정신을 지배하는 악령을 쫓아내기 위한 종교의식을 치르는데...

1973년 미국에서 영화가 개봉되었을 당시 많은 관객들이 영화 관람도중 기절을 하는 사태가 발생하였을 뿐만 아니라 영화관밖에 항상 앰뷸런스를 대기시켜 놓고 상영을 한 일화가 있을 정도로 이 영화는 그 당시 미국사회에 센세이션을 일으켰습니다.

지금이야 소위 막나가는 호러영화들이 우후죽순처럼 쏟아져 나오는 시기이기 때문에 이 정도의 화면으로는 호러팬들의 심장박동수를 좀처럼 빠르게 만들기가 어렵겠지만, 그래도 『엑소시스트』에는 호러 클레식으로서 대접받을 만한 기본이 되어 있기 때문에 일반관객들에게는 나름대로의 공포감을 충분히 선사하는 힘이 여전히 있다고 판단됩니다.

또한 이 영화는 당시의 미국사회를 묘사하는 하나의 상징으로도 보여집니다.

1960년대 말의 히피문화와 반전문화가 거쳐간 1970년대 초반... 남편이 유럽으로 떠나가고 주위의 배경으로 보아 그리 부부관계가 좋아 보이지는 않는 가정의 딸. 일종의 결손가정의 아이에게 씌어진 악령은 그 당시 미국 젊은이들의 정신적 황폐화와 동일시됩니다. 어머니 앞에서 십자가로 자위행위적인 자해를 하는 악령든 리건의 모습은 성개방후 무너진 미국의 성모럴을 보여주는 충격적인 장면입니다. 참고로 본 DVD는 25주년 기념판에 비해 10여분의 장면이 추가로 삽입되어 있습니다.

10여분의 추가된 장면은 오프닝에서 머린 신부(막스 폰 시도우)가 이라크의 유물 발굴현장에서 특이한 석상을 발견하는 장면, 주인공 리건(린다 블레어)의 스파이더 워크(Spider Walk) 장면, 머린 신부가 리건을 고치기 위해 도착하는 장면과 카라스 신부(제이슨 밀러)의 고뇌하는 장면 등입니다. 이들 장면은 영화의 초반, 중반, 종반에 산재되어 배치되어 있는데 이 장면을 제외하고 시청하였을 경우와 이 장면들을 포함하고 시청하였을 경우의 느낌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다만 이러한 장면들을 넘기면서 보았을 경우 다소 극의 구성이 산만하고 정확한 설명이 이루어지지 않는 측면이 있는 반면에 이러한 장면들을 포함하고 시청하였을 경우에는 스토리의 인과관계가 분명해 지는 효과는 있지만 영화의 진행이 다소 느슨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평가를 하자면 5점만점에 4점을 주고 싶습니다.
부록

사실 화질과 음질에서 25주년 기념판에 비해 다소 개선이 있다고는 하지만 부록면에서는 오히려 이전 제품에 비해 다소 부실해 졌습니다. 일단 가장 큰 부록이라고 할 "제작 다큐멘터리"가 이번 출시판에는 빠져 있습니다. 이점은 매우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수록된 부록으로는 2개의 극장용 광고, 4개의 TV광고 및 2개의 라디오 광고가 수록되어 있고, 감독의 코멘터리를 기본 음성으로 하여 영화를 시청할 수 있는 보너스가 추가되어 있습니다. 이밖에 스파이더 워크를 비롯해서 영화와 관련된 기본자료들이 몇 가지 제공되고 있습니다. 참고로 스파이더 워크는 주인공 리건이 천장을 쳐다본 체 계단을 거미처럼 내려오는 장면인데 영화 개봉당시에는 영화 초반에 너무 충격적인 장면을 보여주는 것이 감정이입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 하에 삭제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나가며

기존의 출시판을 가지고 계신 분이거나 굳이 새로운 삽입장면이 그다지 매력적으로 느껴지시지 않는 분, 또 영어에는 전혀 친하지 않으신 분이라면 굳이 이 타이틀을 구매하실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또 이 영화를 반드시 구입하시고 싶으신 분이라 한다면 국내에 출신된 25주년 기념판을 구입하시는 것이 더 좋을 것이라는 판단도 듭니다.

하여튼 호러영화에 관심을 가지고 계신 분들이라면 반드시 소장해야 할 구매순위 1위인 작품인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하겠습니다.

-llhtml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