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VD] 매그놀리아 (Magnol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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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노그라피에 대한 농담과 진담을 담은 영화 『부기 나이트(Boogie Nights)』로 국내 팬들에게도 친숙한 젊은 감독 폴 토마스 엔더슨의 최신작 『매그놀리아(magnolia)』는 여러모로 매우 놀랍고 기발한 영화입니다. 퀴즈쇼를 연계로 펼쳐지는 인간들의 움직임과 영화 후반부 중요 인물들이 읊조리는 "Wise Up"이라는 노래가 인상적인 이 영화를 국내 DVD제작업체인 스펙트럼사에서 미국 타이틀과 동일한 사양의 2 디스크 세트로 최근에 출시하였습니다. 오늘은 재기 발랄한 젊은 감독의 우연에 관한 긴 필름과 국내 디비디 제작사의 심혈을 기울인(?) 이 작품을 간단하게 살펴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제품정보

제작사 : 스펙트럼
화면 : 2.35:1 아나몰픽
음향 : DD 5.1, DD 서라운드
자막 : 한글, 영어
디스크 : 단면 더블레이어
제작년도 : 1999년
DVD발행년도 : 2001년
상영시간 : 188분
등급 : 18세이상 관람가
지역코드 : 0번
감독 : Paul Thomas Anderson
배우 : Jeremy Blackman, Tom Cruise, Melinda Dillon, Philip Baker Hall 등
영상 및 음향

영상은 비교적 선명하고 깨끗한 화면을 보여 줍니다. 특히 품질이 우수하기로 유명한 New Line Platinum Series로 발매된 바 있는 이 타이틀을 국내 디비디 제작사에서 다시 발매한 것을 감안했을 때 이 정도의 화질이라면 굳이 지역코드 1번 타이틀을 구매할 필요는 없을 듯 싶습니다. 하지만 일부 화면에서는 화질이 다소 저하된 장면을 보이고 있으며 특히 어두운 화면에서 사물의 식별이 명확치 않은 것은 다소 실망스러운 부분이라고 하겠습니다. 이러한 요소들이 미국의 타이틀과 차이가 나는 부분들인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향후에는 이런 부분들도 좀 더 개선된 모습으로 나타났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평가를 하자면 5점 만점에 3.5점을 주고 싶습니다.

음향은 돌비디지털 5.1의 채널분리가 만족스럽게 이루어져 있습니다. 영화 자체가 대사를 중심으로 전개되기 때문에 센터체널을 제외한 다른 스피커의 이용빈도는 여타 영화에 비해서 떨어지는 편입니다. 대사의 전달은 매우 명확하게 이루어져 있으며 프론트 스피커와 리어 스피커의 음분리도도 명확합니다. 음향효과를 중심에 두고 시청할 만한 타이틀은 아니기 때문에 이 정도의 음향이라면 만족스러운 수준이라고 판단됩니다. 평가를 하자면 5점 만점에 3.5점을 주고 싶습니다.
영화적 완성도

영화는 우연에 관한 짧은 예를 통해 관객들의 머리를 어지럽혀 놓기 시작합니다. 영화를 아직 시청하지 않으신 분이라면 이 우연에 관한 놀라운 예시를 통해 영화에 대한 흥미를 가질 수 있을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나의 예만 들어보겠습니다.

한 청년이 자신이 살고 있는 빌딩 옥상에서 투신자살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빌딩 아래로 떨어지던 청년은 마침 자신의 집 창문을 지나던 중입니다. 방안에서는 의례 그렇듯이 어머니와 아버지가 말다툼을 하고 있고, 어머니는 또 의례 그렇듯이 아버지를 향해 총을 겨누고 있군요. 어머니는 무척이나 화가 난 듯 총을 발사하는데 우연히도 발사된 총알은 마침 창문을 지나 떨어지고 있던 청년에게 명중을 하고 맙니다.

청년은 그 자리에서 즉사했지만 중력의 힘으로 계속 밑으로 떨어지고, 마침 그 곳에는 공사를 위한 안전그물이 쳐져 있습니다. 아마 총을 맞지 않았다면 그 청년은 살아 있을 것입니다. 게다가 더 우연인 것은 어머니가 쏜 총은 항상 장전이 안돼 있던 총이었고 부모님은 싸우는 와중에도 결코 총이 장전돼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그 총은 누가 장전시켜 놓았을까요 ? 그렇습니다. 바로 계속되는 부모님의 싸움을 종식시키기 위해 아들이 장전시켜 놓은 것이었습니다. 자신이 장전해 놓은 총알에 빌딩에서 투신한 청년이 명중해 죽을 확률은 대체 어느 정도일까요 ?

그리고 이것이 실제로 있었던 일화라면 여러분은 어떤 느낌이 드십니까 ? 영화는 바로 이러한 우연을 통해 이야기를 풀어 나갑니다.

영화의 초반 한시간 동안은 많은 인물들이 출연하여 자신들이 맡은 배역의 일상들을 보여줍니다. 영화의 삼분의 일이 지나도록 감독은 이 열명 남짓한 사람들의 모습들을 쉴 새 없이 보여주면서 관객들로 하여금 도대체 이 영화가 뭘 이야기하려고 하는 것인지 궁금하게 만듭니다. 사실 영화를 보면서 관객들은 이 주인공들의 때로는 처량하고 때로는 과장된 일상들이 앞으로 어떻게 연결되며, 다른 사건으로 발전될 것인지 전혀 눈치 챌 수 없습니다.

영화가 두시간 남짓 흐르고 나서야 관객들은 영화에 출연한 많은 사람들의 연관관계를 명확하게 이해하게 됩니다. 마치 우연히 어린이날 잠실야구장에 함께 모여 야구경기를 보고 있는 야구팬들처럼 이들은 이 영화라는 공간에서 서로 우연한 사건들로 연관을 맺으며 자신들의 이야기를 풀어 나갑니다.

하지만 이 우연이라는 도구는 감독이 만들어 놓은, 즉 이야기를 풀어 나가게 하기 위한 하나의 장치일 뿐, 감독 자신은 정작 이 우연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것은 아닌 듯 보입니다.

영화는 크게 세 가족을 중심 축으로 이야기를 풀어 나갑니다. 이 가족들 사이에 또 다른 인물들이 끼여들면서 영화는 얽히고 설킨 인간세상을 보여줍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억압을 상징하는 부모세대와 그로부터 고통받는 자식세대의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영화에서 보여지는 부모세대들은 이미 늙고 병들어서 이제 자신들의 과오를 뉘우치려 하지만 이미 때는 늦은 것으로 보입니다. 특이나 자식 세대들은 그런 부모(특별히 아버지)를 용서하기 어려워 보이기도 합니다.

영화가 시작된 지 두시간이 지나가면서 감독의 관심은 우연한 가족들의 인생사에서 갑자기 가족간의 단절을 중심 축으로 급격하게 변화합니다. 마치 영화의 초반, 우연에 대한 뭔가 미스터리한 문제를 보여줄 듯 하던 영화는 갑자기 태도를 바꾸어 가족간의 단절과 화해에 대한 영화로 전환됩니다. 그래서 그 동안 등장인물들에게 보여졌던 수많은 고통과 비정상적 생활이 결국은 인간관계의 단절에서 발생했다는 점을 상기시키면서 그들의 화해가 과연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인 가로 카메라의 관심을 옮기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영화가 끝나 갈 무렵... 세시간이 가까워지는 어느 순간 하늘에서 개구리 비가 내리기 시작합니다. 이 놀라운 사건(하지만 스텝 중 실제로 이런 사건을 경험한 적이 있는 이 희한한 사건)은 너무나 황당하고 갑작스러운 사태이지만 감독은 이 사건을 끝으로 갑자기 영화를 끝내 버립니다. 성경에서 아이디어를 빌려 왔다는 이 기적 같은 사건을 전후로 등장인물들은 화해하고, 죽고, 회개하고, 애인이 됩니다.

단절된 가족들... 그들을 둘러싼 인물들... 그리고 그들의 일상과 심리... 이런 관계들의 회복을 보여주는 이 영화는 사실 영화 속의 사건보다는 이러한 인물들의 관계를 풀어 나가는 감독의 능력이 돋보이는 영화라고 하겠습니다.

하지만 영화의 시작점에서 보여주는 -'보여지는'이 아닌, 감독이 무슨 의미에서인지 강조하고 있는- 우연이라는 하나의 설정은 줄곧 영화를 지탱해 나가는 하나의 무기인 것처럼 보이다가, 갑자기, 지금까지 내가 말한 우연이라는 것은 그냥 영화 속 인물들을 얼기설기 맺기 위한 하나의 도구에 지나지 않아... 내가 말하고자 하는 건 우연 따위가 아니라 사람과의 관계에 대한 얘기야... 라고 말하는 듯한 전환은 다소 당황스럽고 하늘에서 내리는 개구리 비 마냥 조금은 황당합니다.

"우리는 과거를 잊었지만, 과거는 우리를 잊지 않는다."

영화 속에서 들려지는 이 잠언은 영화 속 인물들의 인생사를 꿰뚫는 진실이지만 우연에 대한 지나친 강조는 필요이상의 에너지 소모가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평가를 하자면 5점 만점에 3.5점을 주고 싶습니다.
부록

영화는 부록만을 위한 또 하나의 디스크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Color Bar : 칼러바는 말그대로 우리가 화면조정시간에 보게되는 색깔들의 막대기들입니다. 그런데 이 작품에서는 칼러바가 잠깐 보이더니 특정 색들이 강조된 (필터를 이용한 촬영인듯한) 화면들이 보이면서 색감을 조정할 수 있게 해 줍니다.

Frank T.J. Mackey Seminar : 영화 속에서 암으로 죽는 얼의 아들 프랭크(탐 크루즈)는 여자를 꼬시는 -유혹이 아니라 진짜 말 그대로 꼬시는- 방법을 강의하는 강사로 영화에 출연하고 있습니다. 아버지 얼은 젊은 날 자신이 남자라는 것을 과시하기 위해 바람을 피우고 아내를 버리는데, 이런 아버지를 증오하는 아들이 어떻게 하면 여자를 꼬시고 남자가 될 것인가를 가르치는 강사가 됐다는 것은 오묘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습니다. 부록에서는 이 세미나의 두 장면을 보여주면서 실제 프랭크가 한 여성을 상대로 실습을 하는 화면을 보여줍니다. 이것이 실제 이 부록을 위해 촬영된 것인지 영화상에서 삭제된 장면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재미있는 화면인것만은 분명합니다.

Mackey Infomercial : 프랭크 맥키는 자신의 강의내용을 비디오로 판매하고 있습니다. 그 비디오에 대한 판매 광고장면입니다.

Teaser : 영화의 티저 광고입니다.
Trailer : 영화의 극장용 광고입니다.
TV Spots : 영화의 텔레비젼 광고입니다.
"Save Me" Video : 영화의 주제가 "Save Me"의 비디오 클립입니다. 인트로가 매우 인상적입니다.
"Magnolia Diary," A Documentary About The Making Of "Magnolia" by Mark Rance : 영화의 제작 다큐멘터리... 음 영어만 된다면 영화를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자료일 것입니다. 스펙트럼에서는 이 부록에 왜 자막을 넣지 않았을까요 ?
나가며

국내 제작업체의 DVD를 보면서 외국업체와 비교를 하게 되는 것은 아직은 열악한 국내 업체의 사정으로 보건데 피할 수 없는 과정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비교대상이 되어야 할 1번 코드 타이틀이 필자에게 없기 때문에 미국제품에 비해 이렇다 저렇다 얘기할 근거가 없는 점은 조금 안타깝습니다.

하지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비교적 심혈을 기울여 만들었다는 것이고 그런 대로 합격점을 줄 만하다는 점입니다. 다만 몇가지 옥의 티들이 보입니다. 제일 첫째는 역시 번역의 문제입니다. 번역자체가 틀렸다 맞다의 차원이 아니라 엄연한 오기가 있다는 것은 조금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자식'이 '자신'으로 '얼'이 '열'로 번역되어 있는 것은 제작사의 성의문제입니다. 게다가 세시간이 넘는 영화의 챕터가 단 9개로 나뉘어 진 점도 조금 아쉽습니다. (미국의 경우에도 19챕터 뿐이라 많은 리뷰어들이 다소 의아해 하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또한 국내 제작 타이틀이니 만치 제작 다큐멘터리에 한글자막이 수록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을 다시 한번 피력해 봅니다.

사족 : 『매그놀리아』는 여러모로 괜찮은... 매우 흥미 있는... 그리고 잘 짜여진 영화입니다. 리뷰를 쓰다보니 조금 단점 위주로 흐른 감이 없지 않습니다만, 영화를 보는 재미를 느끼게 해주는 작품이 아닌가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해 봅니다.

-llhtml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