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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 Precision(CH 프리시전) C1 DAC 판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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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상태 전체적으로 깨끗합니다.

유명 DAC 브랜드들이 유럽 지역에 밀집해 있는 것은 뭔가 이유가 있어 보였다. 잠시 근거리에서 들여다 보면, 오디오파일들이 알고 있는 하이엔드 브랜드들은 유럽의 스튜디오와 관련되어 출범한 경우가 의외로 많다. 디지털 레코딩의 발상지라서 그랬을까? 절반은 맞을 것으로 보인다. 다른 하이엔드 오디오들이 그렇듯이 DAC는 원래 스튜디오 그레이드의 상업용 제품이었으며, 대부분의 메이저 음반 레이블, 레코딩 스튜디오의 연고지가 모두 독일, 영국 등지에서 기원한다는 사실이 크게 작용하고 있어 보인다. 이런 현상은, 유추해보건대, 주로 유럽지역에서 기획되어 온 기라성같은 연주들이 일회성 속에 사라지는 것을 아쉬워한 애호가들에 의해서 보존작업이 시작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돈을 벌 수 있었다는 점 또한 이 작업의 확장에 큰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명 작곡자나 연주자들에게 그랬듯이, 여유있는 귀족들과 신흥자본가들의 관심과 지원이 컸을 것이다. 최상급 오케스트라나 연주자, 성악가들의 좋은 토양이 되었던 20세기 초반의 유럽은 이런 수요와 공급의 시스템이 무리없이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이다. 러시아나 동구권에서도 유수의 레이블들이 성장해왔다. 다만, 독일만큼 대형화되지 못한 것은 다른 유럽지역에서와 달리 자본력의 힘에서 약간 비껴 서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스위스는 노벨상 수상자 순위로 세계 6위에 랭크되어 있다. 인구대비, 그리고 경제 문학 평화상 등을 제외한 순수과학분야만으로 평가할 경우 아마 최고 수준을 다툴 것으로 예상된다. 굳이 오디오파일이 아니라 해도 오디오 강국으로서의 스위스에 대해서는 부언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시계 만드는 것만 보아도… 피상적으로 유추해본다고 해도 스위스가 오디오를 잘 만들 것이라는 생각을 누구나 자연스럽게 하게 될 것이다. 필자가 아는 브랜드만 열거해 보아도, 토렌스를 비롯해서 레복스, 스튜더, 나그라, 골드문트, FM 어쿠스틱스, 소울루션, 바이스, 다즐, 그리고 피에가와 앙상블 등이 모두 스위스출신 브랜드들이다. CH 프리시전은 아직 10년이 채 안된 스위스의 하이엔드 제조사이지만, 골드문트를 거쳐 애나그램 테크놀로지를 창업했던 30년 지기 둘이서 설립한 관록의 회사이다. 누가 무어라 하기 이전에 ‘프리시전(Precision)’이라는 타이틀에서 이미 긴장감이 감돈다. 마치 일년에 1초 틀릴까 말까한 시계 브랜드와 같은 정밀함이 느껴지는 이름이다. 제품의 외관이 주는 느낌도 매우 강렬하다. 보송보송한 디자이너들이 주도한 제품들과는 접근 방식 자체가 다르다.



 

C1은 디지털 프리앰프 기능을 가진 현재로서는 CH 프리시전 유일의 DAC이다. 자사에서 부르는  ‘Controller’라는 명칭에서부터 프리앰프의 기능을 의식하고 있어 보인다. 3종류의 모듈을 선별장착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는데, 사용자가 원할 경우 아날로그단을 추가시키면 LP플레이어를 비롯한 기타 아날로그 소스들을 입력받는 풀 기능 프리앰프로 사용할 수도 있다. 동사의 다른 제품들이 그러하듯, 일반적인 하이파이 오디오의 평균 외관을 기준으로 한다면 꽤나 투박해 보일 정도로 러프 컷(Rough Cut)의 느낌이 강하다. 제품에 대한 정보가 없는 채로 일반인들이 보자면 계측기나 의료기기 정도로 보일 수도 있는 ‘기계’의 느낌이 강하다. 제품 상단의 커다란 너트 홀의 느낌 또한 그렇다. 그림으로 말하자면 야수파의 거침없는 터치가, 내용물의 품질과 물량투입을 감안한다면 벤츠의 G바겐과 같은 독일산 터프 럭셔리밴의 기운이 느껴진다. 콘크리트 빛 무광의 회색 톤으로 ’어설픈 디자인은 진작에 비켜…’ 를 낮은 목소리로, 하지만 강렬하게 읊조리고 있는 듯 하다.

하지만, 제품에 전원이 들어오고 디스플레이 창에 색깔이 올라오니, 마치 무슨 큰 일이 일어나기 전의 정적처럼 미세한 전율이 전신을 타고 짧게 스쳐간다. 뭐랄까… 노출 콘크리트 벽을 배경으로 연출된 미술관이라고나 할까? 고도의 집중력과 강렬한 색채감이 보는 이를 사로잡는다. 의도된 디자인과 컨셉이라면, 이들은 대단히 강한 메시지의 전달자들일거라는 느낌이다. 디자인자체만 놓고보면 매우 단순하게 되어 있다. 전면패널을 보면 디스플레이창과 커다란 노브 이외에는 다른 버튼이나 조작을 위한 장치가 없어서인지 섀시의 사이즈가 상대적으로 크게 느껴진다. 반짝거리고 오밀조밀한 버튼을 늘어세운 제품들의 컨셉과 의도적으로 대치시킨 디자인이라는 느낌마저 들었다. 좌측에 에너지의 ‘훅’을 형상화하듯 과감한 호를 그리며 일종의 스커트처럼 조형이 되어있는데, 자세히 보면 아래쪽으로 갈수록 서서히 전면방향으로 돌출이 되는 디자인이라서 반듯한 패널에 이 모양을 용접했을 가능성은 적고, NC 머신으로 깎아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엔지니어스러운 감각이라고나 할까? 꽤나 터프하고 과감한 디자인이다.

한 편, 디스플레이창에 뜨는 정보의 구성을 보면 고심의 흔적이 느껴진다. 남성적인 제품 외관과 대비를 이루면서 이곳에서부터 꽤나 섬세한 감각의 세계가 펼쳐진다. 다른 제품들과 마찬가지로 제품명은 섀시상에 표시하지 않고 본 패널창의 우측 하단에 조그맣게 ‘C1’이라고 표기되어 있다. 볼륨의 크기에 따라서 칼라로 등급을 표기하고 있는데, 좌측에서부터 우측방향으로 점증하는 램프모양으로 전체의 약 70% 정도까지는 그린으로 그 다음부터 오렌지, 레드를 짧은 구간으로 두어 구성하고 있다. 참고로 동사의 파워앰프 A1의 디스플레이의 경우, 같은 칼라구성으로 하단에서부터 증가하는 바 타입 디자인으로 되어 있다. 본 디스플레이 패널을 실제로 보면 매우 정교하게 동작하는데, 480x272 픽셀의 24비트로 출력되는 고품질의 아몰레드 디스플레이이다.



 

C1의 뒷 패널을 보면 대략 이 제품의 풀 디스크리트 컨셉과 퍼포먼스가 집약되어 있는 입출력 인터페이스가 빼곡이 자리잡고 있다. 좌우측 베이스모듈 사이로 총 7개의 슬림한 폭의 모듈을 탈착할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다. 우선 3개의 옵션보드 중에서 한 개의 디지털 입력보드는 디폴트상태에서 기본장착되어 있고, 나머지 두 개의 슬롯은 추가 디지털 입력, USB 입력, 아날로그 입력 중에서 사용자가 선택할 수 있다. 디지털 입력보드는 위에서부터 AES/EBU, 토스링크가 위치하고 맨 아래쪽에 동축 S/PDIF가 위치한다. 그 바로 위에 고속으로 PCM신호를 처리하는 동사고유의 DSD 전송용 28핀 CH 링크가 위치한다. CH 링크는 자사 트랜스포트인 D1과의 고유 링크를 위한 입력단이다. 그 우측에는 접지와 그라운드처리용 보드가, 맨 우측에는 전원 인렛과 스위치가 위치하고 있는데, 한 가지 특이한 건 별도로 DC 전원입력용 인렛이 설치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 독특한 전원입력은 동사의 전원장치 X1의 입력을 위한 터미널로서, 이번에는 시청해보지 못했으나, 마치 밧데리 전원부를 디폴트로 하는 앰프들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자사가 권장하는 DC 전원부를 통한 작동을 위해 설계되어 있다. 필자가 느끼기에도 C1의 사용자라면 결국 X1의 사용 유혹을 벗어나기 어려울 듯 하다.



 

패널의 왼 편에 채널별로 하나씩 두 개의 아날로그 출력보드가 위치한다. 위에서부터 50옴 BNC, 언밸런스, 밸런스 출력단자가 배치되어 있다. 그 우측으로 이더넷과 펌웨어 업그레이드용 USB입력 보드가 위치하고 있다. 인터넷 상의 여러 이미지들을 살펴보면 본 7개의 슬롯은 사용자의 편의에 따라 위치를 서로 바꾸어 끼울 수 있도록 되어있어서 특별히 지정된 위치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방대한 인터페이스는 본 제품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프로세싱을 위해 혹은 프로세싱의 결과물의 전송을 위한 것이다. 그 심장을 살펴보기로 하자.

본 제품에 입력된 신호는 채널당 4개의 컨버터 칩을 통해 R-2R 방식으로 처리되는데, 4.8GFLOPS(기가 플롭스)성능의 DSP칩은 각 채널별로 다음과 같이 상이한 데이터처리를 하게 된다.

• CH링크: 705.6KHz/768KHz 오버샘플링
• DSD-PCM 변환: 705.6KHz
• 24비트 미만의 데이터 스트리밍에 대한 해상도 향상
• D/A 컨버팅 데이터 스크램블



 

D/A 컨버터칩은 좌우 한 개씩 듀얼 모노구조로 구성되어 전원 공급 또한 디스크리트 방식으로 별도 공급받는다. C1의 클로킹은 두 개의 고정밀 고지터저감 VCXO에 의해 수행되는데, 워드클록 슬레이브 동기화를 지원하며 외부 클록 제너레이터와 연계시 선택적 동기화모드를 지원한다.    

자사 스스로 표방하듯, 미래에 대비(future proof)했다는 표현은 본 제품에 대한 많은 시사를 하고 있어 보인다. 작게는 당분간 인류가 개발할 어떤 인터페이스에도 대응이 가능하다는 의미가 되겠고, 넓게 보아 사운드의 품질에서도 한동안 대적할만한 제품은 나타나지 않을 거라는 무한 자신감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겠다. 시청은 디자인&오디오 시청실에서 아발론의 콤파스, CH 프리시전의 A1 파워앰프와 동사의 전용 케이블로 연결해서 진행했는데, 처음 들려오는 이 조합의 소리에서 매우 독특한 인상을 받는다. 얼핏 들었을 때는 마치 업샘플링 작업을 마치지 않은 고해상도의 소리와 같은 다소 거친 입자감이 느껴졌는데, 혹시 전원을 연결한 지 얼마되지 않아서였던 건 아닐까 싶었다. 연주를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언제인지 모르게 이런 현상이 사라졌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