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FICLUB, High-end Internet

일단 가격적으로 제일 윗급이지만, 그를 상회하는 충실한 부품 투입 및 음질로서 주목할 만한 제품이다. 이전에 동사의 인티를 쓴 분들이 갖고 있는 선입견은 이 기회에 불식시켜도 좋을 듯싶으며, 호주머니 사정만 된다면 들여도 좋을 만한 강력한 구동력과 퀄리티를 자랑하는 제품이다.

우선 알루미늄을 절삭 가공한 새시의 두께나 무게, 또 촉감 등이 매우 우수해 자꾸 쓰다듬고 싶어지며, 내부를 살펴보면 기능과 음질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완벽에 가까운 부품 배치와 납땜 처리 등에서 기가 질리게 한다. 모르긴 몰라도 이 가격에 이 정도의 물량 투입과 완성도라면 당분간 경쟁자가 나타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내부를 보면 전면 패널 바로 뒤에 두 개의 듬직한 출력 트랜스와 토로이달 타입의 전원 트랜스가 강력하게 버틴 가운데 그 뒤로 파워 및 프리부가 배치된 점이 독특하다. 일반적으로 설계하는 방식과는 반대이기 때문이다. 프론트 패널 뒤쪽에 인풋 셀렉터와 디스플레이부를 위한 간단한 기판이 배치되어 있다. 오른쪽으로는 볼륨 노브에서 나온 선이 뒤쪽 패널에 설치된 프리부로 연결되어 있고, 왼쪽의 셀렉터 버튼에서 나온 선은 역시 왼쪽 새시 라인을 따라 뒷편의 인풋 단자쪽에 연결되어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신호단이 차례로 콘덴서와 드라이브단 및 출력단을 거쳐 출력 트랜스로 연결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한번 뒤로 보낸 신호가 차근차근 앞으로 왔다가 다시 뒷편의 스피커 단자로 최종 마무리되는 것은 아무리 봐도 불합리하게 보이기는 한다. 하지만 곰곰이 들여다보면 프리부와 리어 패널의 인풋 단자와의 거리를 단축시킴으로서 셀렉터의 기능을 대폭 강화시키고 또 전면 패널에 설치된 기판과 프리단과의 간섭을 피한다는 장점은 있다.

여기서 뒷편의 프리부를 잠깐 살펴보자. 우선 상단에 4개의 진공관이 보이는데, 왼쪽의 두 개는 조그마한 콘덴서와 연결된 것이고 오른쪽 두 개는 그냥 설치되어 있다. 즉, 각각의 기능이 다른 것인데, 오른쪽의 2개는 에디크론사의 6922로 드라이브를 위해 쓰인 것이고, 왼쪽의 2개는 러시아 소브텍의 12AX7인데 바로 포노단의 증폭을 위한 것이다.

즉, 이 인티 앰프는 MM형 포노단을 지원하는 모델인 것이다. 한편 4개의 KT88 출력관 앞에 각각 퓨즈를 넣어 특정 출력관이 과부화에 걸려 온도가 상승하거나 오동작을 할 경우를 대비하고 있는데, 아마도 설계자는 반도체나 릴레이를 사용한 보호회로를 사용했을 때 혹시 발생할 수 있는 음질의 열화를 염두에 두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진공관이라 믿어지지 않는 상쾌하면서 스피디한 음으로 연결되며, 특히 저음 드라이브 능력에서 작은 BBC 스피커를 뒤흔드는 대목은 놀라운 쾌감으로 다가온다. 이 정도로 높은 기술력을 구현한 코플랜드의 성과에 경의를 표하는 바다.

- 이종학

II.

코플랜드는 강한 개성을 강조하기보단 안정적인 제품 설계를 중심으로 꾸준히 그들만의 오디오 팬을 확보한 브랜드로 잘 알려져 있다. 이미 진공관을 중심으로 한 아날로그 제품에 대한 기술력은 확보된 지 오래이며, 과감하지는 않지만 시대적인 흐름과의 적절한 타협(?)을 통해 남다른 마케팅 능력을 발휘하고 있기도 하다. KT88 출력관을 푸시풀 방식으로 구성한 CTA 405는 이런 측면에서 더욱더 지금의 오디오파일들이 원하는 부분이 무엇인지를 분석이라도 한 듯이 제품을 통해 당당히 보여주고 있다.

우선 진공관 앰프답지 않은 세련된 외관과 그들만의 디자인의 결합이 첫 번째 이유다. 알루미늄의 단정한 느낌을 강조한 동사의 전형적인 디자인에 진공관을 외부에 노출하지 않고 내부에 배치하고 있으며, 심플하면서도 색다른 느낌을 제공하는 셀렉터부가 돋보인다.

두 번째는 오랜 기술력을 바탕으로 이제는 완성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제대로 설계된 PCB 패턴의 설계가 돋보인다. 신호의 간섭을 고려한 회로 설계 내부 PCB의 배치는 최단 배선 적용과 어우러져 있으며, 진공관 회로의 기본기에 충실한 PCB 패턴의 설계와 신호의 흐름을 고려한 전원과 신호부의 철저한 분리를 유도하고 있다. 그리고 고온에서 내구성과 신뢰성이 뛰어난 2온스 에폭시 글라스 기판을 사용하여 KT88 5극관의 발열을 충분히 소화해낼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여기에 사용된 트랜스포머는 전원용으로 토로이달 타입을, 출력용으로는 EI 타입을 사용하고 있는데, 주파수 범위는 5Hz～100kHz로 아날로그 앰프, 특히 인티 앰프의 스펙으로는 거창하리만큼 광대역으로 프리부가 12AX7으로 구성한 것을 고려한다면 출력 트랜스포머의 성능과 회로 설계에 대한 비중이 얼마나 크게 작용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마지막 세 번째는 인티 앰프가 쉽게 포기해버리기 쉬운 포노단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했다는 점이다. 포노부에는 쌍3극관인 6922와 12AX7을 함께 사용하고 있으며 기본적으로 RIAA 커브용 포노단을 진공관으로 구성하고 있는데, 이번 시청을 통해 포노단을 테스트해보진 않았지만, 회로를 보면 완성도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에드 게하드의 비르투오조 기타 연주는 섬세하면서도 다양한 표현을 제공해주어 독주 연주이지만 공간을 가득 채우는 듯 여유 있는 모습을 찾을 수 있다. 야신타의 목소리는 스피커 앞쪽으로 무대를 만들며 강약의 완급조절과 함께 절제력 있는 그녀를 느끼게 하는데, 연주되는 트럼펫의 강조와 베이스의 공간 장악력은 구동력에 대한 의심이 사라지게 만든다. 특히 대편성에서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는데, 넓은 스테이지 제공과 생동감 있는 악기의 움직임이 돋보인다.

마치 현대적인 튜닝을 통해 KT88이 요구하는 회로가 어떤 것인지를 말해주듯 뛰어난 대역밸런스와 구동력, 그리고 쉽게 놓치지 않는 음의 단정함이 있어 까다로운 현대 스피커와의 매칭에서도 충분한 실력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된다.

- 장현태

Specificatio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