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rmester]061CDP , 082 인티와 더불어 기대되는 유망주
필자의 경우 오래 전부터 앰프 튜닝 엔지니어로 일하다 보니 앰프를 중심으로 리뷰를 했던 적이 가장 많았던 것 같다. 물론 앰프 전문 리뷰어라는 수식어 때문일 수도 있었지만, 다른 분야보다 더욱 깊은 고찰이 가능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CDP의 경우는 소스 기기 전문 업체 제품 이외에는 큰 관심을 가져본 브랜드들이 많지 않았고, 부메스터 역시 소스 기기 전문 브랜드는 아니기에 동사의 플레이어에 대해 큰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얼마 전 부메스터 082 인티 앰프의 리뷰를 위해 하이파이클럽 시청실을 방문했을 때 지금까지의 기억을 한 번에 뒤집는 사건이 생겼는데, 바로 부메스터 061 CDP를 통해서였다.
최근의 디지털 소스 기기들이 워낙 다양하고 새로운 변화와 치열한 경쟁에 돌입하고 있다 보니, 유난히 전통적인 CD 전용 플레이어는 오히려 선택의 폭이 좁게 느껴진다. 그나마 자체 메커니즘을 생산하는 일부 브랜드만이 꾸준히 성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을 정도이고, 이미 많은 CD 드라이버 메커니즘들이 단종되거나 특주로 생산되다 보니 브랜드들의 고민이 많을 것인데, 부메스터도 이런 관점에서 예외는 아니며, 동사는 이를 극복하기 위하여 새로운 방법으로 디지털 소스 기기를 접근시키고 있다.
이제는 메커니즘에 대한 기대치보다는 얼마나 효과적으로 디지털에서 아날로그로 최상의 음질을 컨버터해 줄 것인지에 대한 것과 오버 샘플레이트 변화 기술을 통한 음질 개선의 필요성을 놓치지 않고 있다. 대부분의 디지털 소스 개발 업체들은 이런 일들을 위해 필요에 따라서는 모듈의 업데이트와 어플리케이션의 업데이트 등 다양한 방법을 고민하고 있는데, 부메스터도 최근 그들의 디지털 인터페이스 기기들의 개발시 단순히 하드웨어적인 사양뿐만 아니라 향후 업그레이드에 대한 고민을 제품에 반영하고 있다.
부메스터의 브랜드 소개는 이미 082 인티 앰프를 통해 간단히 설명한 바 있기 때문에 생략하고 061 CDP에 대해 하드웨어적인 성능과 사운드를 중심으로 접근해 보겠다.
먼저 061 CDP는 082 인티 앰프와 같이 동사의 제품 라인업 중 클래식 라인에 속해 있다. 전체적인 동사의 제품 포지션을 고려한다면 최상급 라인업인 레퍼런스와 탑을 이은 중급 라인업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가장 합리적이고 절충된 제품 사양으로 인해 어쩌면 가장 경쟁력을 갖춘 라인업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이 제품은 상위 기종인 069 CDP와 089 CDP의 기본기를 반영하여 슬림화시킨 모델로 보아도 좋을 정도로 레퍼런스급의 재생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우선 동사의 최고급 레퍼런스 라인의 069 CDP에서 사용한 필립스 CD2 프로 메커니즘을 사용하고 있다.
단, 069 CDP의 경우는 전원 분리형 타입을 기본으로 3빔 스윙 리니어 트래킹 방식으로 개조한 벨트 방식 구동을 사용하였다는 점이 다르지만 기본적인 성향은 닮아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알루미늄 절삭 슬라이드 도어를 수동으로 개폐하는 톱 로딩 방식으로, 마그넷 방식의 클램퍼를 이용, 스태빌라이저와 조합하여 디스크를 고정하는 구조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회전시 안정성도 높이도록 효과적으로 처리되었다.
외관은 상위 기종인 089 CDP에서 파생된 디자인으로 동사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미끈하고 화려한 크롬 도금의 전면 패널을 기반으로 중앙 디스플레이 부분은 그린 색상의 도트문자 처리로 깔끔하면서도 고급스런 느낌을 제공하고 있다.
무엇보다 061 CDP는 그들의 사운드 튜닝 기술이 반영된 DAC의 성능이 인상적인데, 전문 하이엔드 DAC 브랜드의 단품 못지않은 탄탄한 설계가 이루어져 있어 웬만한 디스크리트 방식을 채용한 타 DAC 기기들과 성능을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다.
특히, DAC부는 상위 버전에서와 마찬가지로 향후 업그레이드를 감안한 모듈 형태로 제공되어 있다. 모델에 따라 적절한 구성을 이루고 있고 별도의 디지털 입력과 출력을 동시에 갖추고 있어 타 디지털 소스의 입력을 처리할 수 있기 때문에 별도의 DAC 기기로 사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앞서 언급했듯이 디지털 업샘플링에 대한 완성도가 기대 이상으로, 내부에 장착된 SRC(샘플레이트 컨버터)를 통해 96kHz, 192kHz 샘플링 변환이 가능하기 때문에 오버샘플링에 대한 기대 효과도 가져올 수 있다.
또한, 디터 부메스터가 오랫동안 스튜디오 믹서와의 밸런스를 톱 라인 이후 기종에 반영하였기 때문에 내부 메뉴 조정을 통해 별도로 아날로그 출력 레벨을 +6dB까지 올려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24비트 처리로 충분한 헤드룸을 지녔기 때문에 음질의 손실과 변형에 대한 우려는 하지 않아도 된다.
제품의 내부 구성은 전면 중앙의 트랜스포트를 기준으로 후면 중앙 디지털 입력부, 좌측 아날로그 증폭부, 우측 전원부로 철저히 모듈화되어 분리 배치되어 있다. 여기에는 상위 버전과 공용화된 메인 보드의 사용과 함께 메커니즘별로 별도 제공되는 자체 서보 회로도 함께 탑재되어 있다.
아날로그 출력은 디퍼런셜 타입으로 회로가 구성되어 풀밸런스 출력을 지원하고, 모듈화된 보드들은 설계시 철저히 계산된 커넥터를 이용해 불필요한 배선 연결이 없는 최단 연결이 돋보인다. 이들의 내부 회로 구성과 제품의 만듦새를 새로운 관점에서 살펴본다면 핸드메이드를 강조하는 부메스터는 독일 제품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스위스 제품 수준의 정교함을 지니고 있다.
회로는 완벽한 DC 타입을 채택하고 있으며, 이들 모든 제품의 특장점인 DC 커플드 구성으로 신호경로부에 커패시터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드라이브단과 증폭단을 구성, 독자적인 기술력을 보여준다. 또한 디지털 방식 제어인 로직 컨트롤에 의해 가동되면서도 디지털적인 딱딱함이 전혀 없는 특유의 부드럽고 윤기를 느낄 수 있는 음의 표현이 돋보인다.
이번 시청은 지난번 리뷰를 통해 소개하였던 동사의 082 인티 앰프와 윌슨 샤샤 스피커와의 매칭을 통해 이루어졌으며, 선곡은 인티 앰프 리뷰에서처럼 파워와 스테이지를 중심으로 했던 것과 달리 소스 기기의 정교함과 치밀함, 오버샘플링을 통한 음질을 중심에 두었다.
우선 핑거스타일 기타리스트의 대가인 에드 게하드의 연주로 ‘Tennessee’를 들어보니 기타 곡에서 느낄 수 있는 디터 부메스터의 남다른 기타 악기 튜닝의 애정을 읽을 수 있었다. 이 음반은 유난히 핑거스타일의 기타 음색을 강조하기 위하여 녹음시 리버브 효과를 과장시켜 자칫 명료도와 재생 기기의 분해력을 의심하게 만들 수 있는데, 061 CDP는 정확히 음 하나하나의 표현을 놓치지 않고 불필요한 과장 없는 내추럴 사운드로 표현해주고 있었다.
바로 이어서 정경화의 바이올린으로 생상스의 ‘서주와 론도 카프리치오’를 들어보았는데, 현악기의 질감과 활의 역동성이 강조됨을 느낄 수 있었다. 앰프에서의 출력이나 드라이빙과 달리 재생 기기가 지닌 에너지의 발산으로 거침없는 연주를 순발력 있게 재생하고 있으며, CDP가 가진 충분한 에너지는 오히려 긴장감보다는 여유로 다가왔다.
테너 마크 패드모어의 목소리로 들어본 슈베르트 '겨울나그네' 중 '보리수'는 음악을 듣는 동안 잠시 감흥에 젖게 만들었는데,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마크 패드모어의 노래 탓일까? 유난히 서정적인 목소리를 더욱 깊이 있게 재생하여 쉽게 음악에 빠져들게 만들어 주었으며, 과연 부메스터 061 CDP의 진가가 무엇인가를 정확히 들려주었다.
부메스터 제품들은 외관에서 느껴지는 이미지 탓으로 사운드가 사치스럽지 않을까 하는 의문을 가질 수도 있지만, 최근 제품들을 통해 정교하면서도 내추럴한 사운드가 중심에 있음을 체험할 수 있었다. 특히 상위 버전들의 제품 사양을 고스란히 반영한 082 인티 앰프와 061 CDP는 동사의 클래식 라인 제품들 중 가장 기대되는 유망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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