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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메스터 제품들은 타사 제품들에 비해 신제품 출시가 많지는 않다. 하지만 한 번 출시된 모델을 단종보다는 꾸준한 업그레이드를 통해 변화를 주고 있는 브랜드이기도 하다. 이는 두 가지 관점에서 볼 수 있을 것인데, 하나는 제품에 대한 자부심이고 또 다른 상반된 내용은 제품에 대한 겸손이다.

필자가 이 말을 하는 이유는 단순한데, 우선 충분히 검증된 모델이기 때문에 부족함이 없는 제품이라는 점에서 이들의 자부심을 느낄 수 있고, 또 다른 의미에서는 사운드의 완성은 없다는 말이 있듯 끊임없는 발전과 노력을 통해 좀 더 완성도 높은 제품을 만들어 보고자 하는 그들의 욕심을 사용자 입장에서 브랜드의 겸손으로 여기고 싶다.

동사는 'Art of Ear'라는 기업 슬로건이 말해 주듯 사운드의 이념이 명확한데, '귀를 즐겁게 하는 예술'이란 표현처럼 사운드에 접근해보면 화려한 외관과 달리 과장 없는 내추럴 사운드를 기반으로 군더더기 없는 냉철하고 차가운 독일 사운드를 대표하고 있다. 최근 제품들에서는 과거보다는 조금 유연한 사운드를 들려주고 있지만, 기본 사운드는 변함이 없다.

이들의 테크놀로지는 오랫동안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완벽한 스펙의 제시와 함께 철저한 청감을 통한 완성이라는 두 가지 관점을 모두 만족시켜 주고 있다. 이와 함께 동사의 모든 제품들은 품질에 대한 안정성과 마치 정밀 기기를 보는 듯한 세밀한 구성과 만듦새가 인상적이다.

특히, 808MK5 레퍼런스 프리앰프는 동사의 레퍼런스 라인업에 속해 있는 대표적인 프리앰프로, 911 파워앰프와 함께 부메스터라는 브랜드의 가치를 한 단계 끌어올린 동시에 가장 롱런하고 있는, 가히 동사의 상징적 존재라 할 수 있는 플래그십 모델이다.

이 제품의 모델명은 1980년 8월에 출시된 제품이라는 의미로 808을 붙였으며, 다른 제품명 역시 동일한 접근법이다. 현재는 MK5 버전을 통해 풀라인 입력단을 구성하였다. 참고로 그들의 25주년을 기념하여 새시 마감을 골드로 한 808MK5 Gold 버전을 전세계 25대 한정 출시한 적도 있었는데, 이후 지금의 실버 버전을 MK5 레퍼런스로 명명하여 가장 최신 제품으로 소개하고 있다.

이런 배경들을 살펴볼 때 이 제품이 지니고 있는 의미와 존재 가치는 남다르다고 할 수 있는데, 그 중에서도 데뷔 30년이 지난 모델이 아직까지도 버전업을 통해 유지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거부할 수 없는 특장점이 존재한다는 의미로, 이 부분을 몇 가지로 요약해서 살펴보도록 하겠다.

첫 번째, 철저한 모듈 개념의 설계 기법이 도입된 최초의 프리앰프로, 블록으로 구성된 모듈 단위는 지금의 MK5 버전과 과거 모델의 업그레이드가 가능하게 한 모태라고 할 수 있는데, 상단에 라인별로 별도의 수납 형태로 이루어진 부분이 바로 입력 라인별로 모듈화된 부분이다.

철저히 모듈화된 부품 구성을 통해 핵심 부품들을 공용화함으로써 상급기에서 하급기에 이르기까지 일관된 사운드와 철저한 품질 관리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런 모듈 형태는 어셈블리로 조립되기 때문에 작은 부품 하나에도 세심한 배려와 노력이 깃들어 있다. 이런 방식은 오히려 유난히 조작이 많은 808 프리앰프의 유지보수 관점에서도 용이하다.

두 번째, 풀 밸런스를 고집한 손실이 없는 프리앰프라는 점과 톤 회로를 내장한 점이다. 굳이 이 부분을 강조하는 이유는 우선, 이 제품이 탄생한 1980년을 상상해보자. 풀 밸런스 방식의 프리앰프가 얼마나 되었을까? 당시에는 지금처럼 소형 IC나 부품들이 많지 않아, 풀 디스크리트 방식의 풀 밸런스 프리앰프는 그리 흔하지 않았기 때문에 더욱 의미가 있는데, 오랜 세월이 지났지만, 아직도 그 정교함과 완벽한 풀 밸런스 지원은 변함없이 높은 평가를 받아오고 있다.

세 번째, 음질 중심의 회로 구성이다. 이들은 전통적으로 밸런스 신호부에는 커플링 콘덴서를 사용하지 않는 DC-커플링 구조를 채택하고 있으며, A클래스 방식을 사용한다. 그리고 별도의 전원부만 보아도 짐작이 되지만, MK5 레퍼런스 버전에서는 유난히 전원부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데, 정전압 방식은 기본이며, 전체에 사용된 전해 콘덴서의 경우는 100,000uF 이상의 용량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는 웬만한 고출력 파워 앰프에서 사용하는 용량 이상의 규모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음질 중심의 회로 중 반드시 기억해야 할 부분이 바로 볼륨부다. 정밀한 어테뉴에이터 방식으로 음의 손실을 없애고 있는데, 60클릭의 접점부는 금도금 처리되어 신호 전달의 로스를 최소화하고 있으며, 초정밀 저항을 통해 좌우 밸런스에 대한 조금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고 있다. 각 클릭별로 릴레이 타임을 두어 볼륨을 움직일 때 기기적인 동작의 느낌을 제공하고 있다.

네 번째는 디자인 부분이다. 전체적으로 화려한 느낌을 주는 크롬 도금의 외관과 단순하면서도 화려함을 간직한 하이글로시 메탈 도금의 고급 패널은 물론, 노브 하나에까지 섬세함이 반영되어 단순히 가공의 차원을 넘어 아름다운 작품으로 보인다. 또한, 마치 스튜디오 믹서를 연상케 하는 상단의 노브들은 한번쯤은 조작해보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만든다.

마지막으로 다양한 레벨에 대응 가능하도록 개별적인 입출력 게인이 설치되어 있다는 점이다. 특히, 프리아웃의 출력 모듈이 독립된 두 개의 출력단으로 구성되어 개별 조정이 가능하기 때문에 별도의 파워 앰프 연결시 용이하도록 완전 분리되어 있는데, 일반적인 경우 바이앰핑 타입이 대부분이지만, 이 제품은 역시 다른 배려가 돋보인다.

그리고 각 입력 라인은 좌우 입력 모듈을 개별 조정할 수 있도록 하였으며, 모든 게인 볼륨은 Max 0dB 세팅을 기준으로 설계되어 입력되는 소스 기기의 헤드룸을 고려하도록 되어 있어 다양한 소스 레벨을 음의 왜곡 없이 최적의 상태로 받아들일 수 있다. 또한, 상단에는 디지털 미터가 있어 좌우 밸런스를 정밀하게 조정 가능하게 했다.

지금까지 다섯 가지의 808MK5 레퍼런스 프리앰프의 특징을 살펴보았는데, 사운드에 접하기 전부터 제품의 하드웨어적인 사양이 압도하는 느낌이다.

시청은 우선 핑거스타일 기타의 대가 중 한 명인 토미 엠마뉴엘의 연주로 'Those Who Wait'을 들어보았다. 디터 부메스터가 유난히 기타 악기의 음색에 민감한 결과일까? 첫 느낌에서 808 프리앰프의 정확한 이념이 반영된 사운드가 들렸는데, 그의 손끝에서 튕겨져 나오는 울림에서 치밀함과 정교함이 잘 반영되어, 기타 음 하나하나를 놓치는 경우가 없었고, 이는 곧 단정하고 깔끔한 현의 울림으로 표현되었으며, 조금의 과장이 없다.

다음으로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 중 2악장 'Molto vivace'를 필립 헤레베헤가 지휘하는 로열 플레미쉬 필의 연주로 들어보았는데, 팀파니가 중심이 된 도입부는 무대 깊숙이 자리잡고 있으며, 대편성곡에서 완급 조절이 잘 이루어지기 때문에 배경이 깨끗하고, 간결한 울림이 돋보였다. 또한 대편성에서 넓은 스테이지와 함께 냉정함과 단아함이 동시에 표현되어 악기들의 움직임을 분명히 전달해주었다.

재즈 연주곡으로 딕 하이먼의 'You're Driving Me Crazy'를 들어보면 우선 피아노의 명쾌한 건반의 터치를 시작으로 드럼의 심벌이 주는 느낌이 간결하고 잔량이 없어 좋다. 그리고 스네어 드럼의 표현도 잘 반영되어 스윙 재즈 특유의 리듬감이 돋보이며, 각 악기 사이 거리도 과장되지 않고, 불필요한 울림 없이 간결하게 표현되었다.

부메스터 808MK5 레퍼런스의 전체적인 사운드 특징은 넓은 스테이지를 형성하고, 디테일한 악기들의 움직임을 잘 표현하기 때문에 낮은 볼륨에서도 투명한 사운드와 적절한 스테이지를 놓치지 않는다. 그리고 왜곡 없는 자연스러운 사운드를 추구하고 있어 정확히 대역 밸런스가 정돈되며, 독일 사운드의 냉정함도 함께 지니고 있다. 무엇보다 프리앰프의 중요성과 역할이 무엇인지를 분명히 들려주기 때문에 레퍼런스 프리앰프로서의 역량이 충만한 제품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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