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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이번 리뷰는 얼마 전 소개했던 808MK5 레퍼런스 프리앰프 리뷰와 연장선상에 있기 때문에 브랜드 설명과 라인업에 대한 이야기는 생략하고 바로 909MK5 파워 앰프의 본론으로 들어가도록 한다. 부메스터 909MK5 파워 앰프는 상징적인 의미가 강한 플래그십 모델로, 동사의 모델명 규정에 따라 이 제품 개발연도와 날짜로 명명되어 있는데, 1990년 9월에 출시된 제품으로 909를 붙여주었고, 현재 버전은 MK5다.

실제로 이 파워 앰프를 들어보면 부메스터 파워 앰프의 저력이 과연 어떤 것인지 실감하게 되는데, 909 파워 앰프의 제품 컨셉과 성능은 여러 가지 부문에서 플래그십 모델로서의 가치를 한 몸에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제 909MK5 파워 앰프에서 기억할만한 것들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살펴보도록 하겠다.

첫 번째로 상상을 초월하는 엄청난 파워와 구동력을 자랑한다. 실제로 909MK5는 스테레오 사용시 4옴에서 채널당 600W를, 1옴에서 채널당 1,250W의 출력을 낼 수 있으며, 이를 모노 블록으로 전환할 경우는 4옴에서 1,930W, 1옴에서 3,200W의 출력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출력만으로도 상상 이상의 스펙을 보유하고 있다.

실제 모노 블록에서 DC-커플드 방식으로 4옴에서 출력이 1kW 이상을 가진 파워 앰프들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에 1.9kW의 의미는 경의적이라고 볼 수 있다. 이와 함께 댐핑지수가 높아 구동이 쉽지 않은 어떤 대형 스피커와의 연결도 문제가 되지 않으며, 임피던스 매칭 또한 1옴까지 대응되도록 설계되었기 때문에 저임피던스 스피커와의 매칭이나 구동이 쉽지 않은 대형 스피커와의 매칭에서도 상당히 우월한 성능을 자랑한다.

두 번째로 부메스터의 레퍼런스 라인업의 이미지에 부합되는 대형기의 위엄이 느껴지는 외관 디자인은 어느 한 부분도 놓칠 수 없을 정도로 화려하게 마무리되어 있다. 전체적인 디자인 느낌은 그들의 파워 앰프와 연장선상에 있기 때문에 언뜻 보아도 마치 911 파워 앰프를 층층이 쌓아 올린 듯한 이미지인데, 상단의 로고를 시작으로 전면 미러 타입 버티컬 라인은 마치 현대적인 고층 건물의 느낌이 들게 만든다.

그리고 방열판을 이용한 동사 특유의 디자인 컨셉은 제품 전체를 감싸며 고출력에서 뿜어 나오는 엄청난 발열에 대응하도록 했는데, 전면 중앙의 크롬 도금 처리된 버티컬 라인의 패널은 단순히 미적, 디자인적인 기능만이 아니라 회로상의 온도감지와 DC 상쇄, 과부하 등의 이상 징후를 판단하고 대응하는 기능이 포함되어 있다.

세 번째로 하드웨어 사양에 대한 접근인데, 이 제품에는 부메스터의 X-테크놀로지 기술력이 극대화되어 적용된 제품으로 디터 부메스터의 특별한 고집이 담겨 있다. 무엇보다 실제 공연이나 스튜디오 등에서 사용해도 될 만큼 신호 입출력에 대한 손실이 최소화되어 있으며, 고출력 앰프로는 드물게 A클래스 방식을 채택하였고, 높은 SNR을 유지하면서도 자연스러운 사운드가 재생될 수 있도록 질적인 향상을 가져오고 있다.

일반적인 A클래스 증폭과의 다른 점이 있다면 신호경로에 불필요한 요소들은 과감히 배제하여 출력소자의 성능을 최대한 이끌어내고 있고, DC-커플드 구성으로 신호경로부에 커패시터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드라이브단과 증폭단을 구성하여 음질 향상과 뛰어난 정위감을 구현, 하이엔드 앰프로서의 개성과 독자적인 기술력을 확립시켜 놓고 있다.

또한 디지털 제어 방식인 로직 컨트롤에 의해 가동되면서도 디지털적인 딱딱함이 전혀 없이 부드럽고 윤기를 느낄 수 있는 음의 표현으로 현대 하이엔드 기기에서 자칫 차갑게 느껴지는 부분들을 잘 극복한 특유의 온화한 재생이 돋보인다. 이런 모든 기술의 적용은 DC-커플드 방식을 단순히 설계적인 개념에 접목한 것이 아닌 오랜 튜닝 기술과 사운드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부메스터만의 노하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아날로그 방식이나 디지털 방식의 어떠한 프리앰프와도 연결 가능하며 음이 특정 부분에 치우침 없이 매칭이 가능하도록 철저히 중립적 성향으로 입력 라인이 설계되어 있다. 앰프 내부는 깊숙한 구조로 되어 있는데, 층층이 쌓여 있는 내부 회로는 블록 형태이며, 중앙에 대형 트랜스를 중심으로 모든 부품들이 모듈화되어 정갈하게 정리되어 있다. 이런 하드웨어 사양들의 결과로 주파수 대역 0Hz에서 200kHz의, 어떤 재생 영역의 스피커와의 매칭에도 뛰어난 재생을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이 앰프의 매력은 다혈질 성향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프리앰프, 소스 기기, 스피커 등과의 매칭이 까다롭기 때문인데, 무엇보다 파워 앰프의 성능에 부합되는 매칭 기기들의 선택이 중요하다. 특히 909 파워 앰프의 그레이드에 적합한 구성이 아니라면 광대역의 재생 능력과 출력을 한번에 소화해내기는 쉽지 않으며, 스피커 선택시 재생 주파수 대역을 충분히 감안하지 않는 세팅이라면 909의 잠재된 능력을 모두 발휘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래서 동급 레벨 스피커와의 매칭을 요구하게 되는데, 필자의 경우 윌슨오디오 맥스3와 락포트 알테어와의 매칭을 경험했듯이 대형 스피커들과의 조합을 통해 909의 매력에 한층 더 접근할 수 있으며, 리스닝 환경에 따라 케이블을 포함한 액세서리의 조합은 반드시 동반되어야 한다. 한마디로 다양한 변화와 최적의 사운드를 만들어 보고자 하는 하이엔드 애호가로서 도전의식을 가지게 만드는 파워 앰프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시청은 락포트 알테어 스피커와 부메스터 808MK5 레퍼런스 프리앰프, 그리고 린데만 825를 세팅하여 이루어졌다.

첫 곡은 리빙스턴 테일러의 목소리로 'Isn't she lovely'를 들어보았는데, 도입부의 휘파람 소리는 강렬한 느낌을 시작으로 가끔 나지막이 들어오는 그의 목소리에서 엄청난 에너지가 저역으로 떨어지듯 무게를 느끼게 하였으며, 그의 기타 연주가 시종일관 전면을 가득 채웠다. 기타음이 유난히 자연스럽고 정적인 사운드를 연출하는데, 기타 현의 질감을 잘 살린 튜닝이 돋보이며 전반적으로 정갈하고 만족스런 울림이었다.

재즈 연주곡으로 들어본 자끄 루시에 트리오의 '바이올린과 퍼커션 협주곡'에서는 아르피노의 드럼 연주가 박진감 넘치는 사운드로 표현되었는데, 그 중에서도 저역의 깊이를 느끼게 하는 킥 드럼의 재생이 기억에 남았으며, 대출력 파워 앰프이지만 에너지만으로 타악기인 드럼을 표현하지 않고, 현악기의 완급 조절이 적절한 에너지를 간직한 채 조화를 이루어 곡의 긴장감과 드라마틱한 리듬을 잘 소화해주었다.

토니 엠마뉴엘의 기타 연주로 'Those who wait'을 들어보면 핑거 스타일 특유의 손끝의 움직임이 활발하며 에너지가 간직되어 있다. 808MK5 프리앰프와의 매칭의 결과지만 치밀함과 정교함이 돋보였는데, 이 곡에서는 앞선 909 버전들과 달리 MK5로 개량되면서 더욱 정교한 표현이 가능해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제 마무리해보면 909MK5의 사운드는 변화된 최근의 부메스터 파워 앰프나 인티 앰프에서 느낄 수 있는 온화함이 느껴지는데, 더욱 여유 있는 핸들링과 순화된 사운드로 다가왔기 때문에 808MK5 프리앰프의 냉정함과 만났을 때 엄청난 파워를 지니면서도 쉽게 펀치를 날리기보다는 잠재된 에너지로 서서히 무대를 가득 채워 주는 성향으로 이 둘의 만남은 베스트 매칭이라고 할 수 있다. 서두에 언급했듯이 909 파워 앰프는 808 프리앰프와 함께 이들의 상징적인 제품인 만큼 쉽게 접근하기보다는 꾸준한 에이징을 통해 서서히 정복해볼 필요가 있는, 도전의식을 유발하는 플래그십 파워 앰프임을 다시 한번 경험하게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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