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의 성능을 자랑하는 PAD 멀티 탭의 충격
PAD AC Extension Unit
오디오에서 제일 투자를 많이 해야 할 부분이 어디일까? 우선 눈에 띠는 것은 스피커요 그 다음으로 앰프가 떠오른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으로 말하면,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에 대한 투자가 더 중요하다고 본다. 말하자면 스피커로 음이 나오는 부분이 종착역이라 한다면, 이를 역으로 거슬러 올라가 출발점 부근에 다다를수록 확실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러므로 나는 오디오 컴포넌트에서는 되도록 소스쪽에 많은 투자를 하고, 보다 근원적으로는 케이블, 전원, 오디오 랙 등에 주목하라고 말하고 싶다. 여기에는 이유가 있다. 일단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은 법. 위쪽에서 지저분한 전기나 노이즈가 내려오면, 아무리 앰프나 스피커가 좋아도 제 성능을 발휘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어차피 오디오란 바꿈질의 연속이라 이래저래 손해 보기 마련인데, 소스를 비롯한 케이블이며 전원 장치 등은 한번 사 두면 오랫동안 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럼 이중에 뭐가 제일 중요하냐 물을 수도 있겠다. 단연코 전원이다. 양질의 전원 코드부터 각종 차폐 트랜스니 뭐니 다양하지만, 멀티 탭 역시 상당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이번에 만난 PAD의 제품은, 아마 멀티 탭 제품 중 가장 고가에 속하지 않을까 싶다. 당연히 그 만듦새도 대단하고, 성능 또한 탄복할 정도다. 차근차근 그 내용을 살펴보겠다.
우선 왜 양질의 전원 관련 제품이 필요한가부터 알아보자. 우선 언급할 게 하모닉스에 대한 부분이다. 음악 용어로는 화성이라 번역되고, 오디오에선 대개 배음으로 쓰이는 이 하모닉스는, 전기를 타고 흐르기 때문에 당연히 전기의 성질에 의해 그 모양이 일그러질 수 있다.
이해를 돕기 위해 간단한 비유를 들어보겠다. 예를 들어 잔잔한 호수가 있다고 하자. 여기에 돌멩이 하나를 던지면 퐁당 하고 소리를 낸 후 그 주변으로 일정한 원이 수도 없이 그려진다. 그 원은 나중에 육지에 다다를 정도로 희미하지만 확실하게 이어진다. 이게 우리가 생각하는 완벽한 하모닉스다.
하지만 돌멩이를 두 개, 세 개 아니 열 개를 던진다고 해보자. 여기저기에서 파문이 일고, 그 웨이브들이 서로 부딪히며 또 다른 원을 그린다. 말하자면 엄청난 왜곡과 간섭이 발생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하나의 아웃렛에 여러 개의 전기 기구를 꽂으면 일어나는 현상이 바로 이런 상황이다. 이를 하모닉 컨버전스(Harmonice Convergence)라고 한다. 즉, 숱한 하모닉스가 집합하는 장면인 것이다.
두 번째로 고려해야 할 부분이 바로 RFI와 EMI다. 이는 최근에 무선 전송 기기들이 많아지면서 더 증대하는 형국이다. 예를 들어 핸드폰이나 각종 리모콘, 무선 인터넷 등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
세 번째는 전기가 전달되는 과정에서의 간섭이다. 갑자기 청소기나 믹서, 전기 오븐 등을 사용하면 사용량이 확 늘면서 서지가 일어난다. 이 부분도 문제지만, 이들 기기의 사용이 끝나면 뚝 하고 내려가는 부분도 고려해야 한다.
이 대목에서 정확히 전기적인 간섭이 발생하게 만드는 세 가지 요소를 꼽아보기로 하자. 우선 등장하는 것이 가해자다. 이를 이미터(Emitter)라고 해도 좋다. 어떤 전기 제품이든 일단 사용하면 전자기 에너지를 발생하고, 그게 주변 기기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워키 토키를 켰다고 하면 이는 의도된 상황이어서 좀 인지가 되지만, PC처럼 한번 켜두면 잊어버리는 기기들도 있다. 결론적으로 이 모두가 가해자인 것이다.
당연히 가해자가 있으면 피해자가 있기 마련. 이 피해자가 우리가 말하는 오디오 기기로, 이들에게 충분한 실딩 처리가 되어 있지 않으면 가해자의 무분별한 폭력(?)에 시달리게 된다.
마지막으로 같은 아웃렛을 공유할 때의 상황이다. 거의 악몽과 같은 모습인데, 이 경우 같은 전자기 영역에서 활동하므로, 우리의 오디오 기기는 보다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게 된다.
이렇게 요약해도 설마, 하는 분들을 위해 잠깐 예를 하나 들어보겠다. 만일 여러분이 양질의 프리앰프를 하나 구입했다고 치자. 기분 좋게 오디오 랙에 설치해서 소켓에 꽂고 전원을 올려 음을 듣는다. 마침 옆방에선 가족이 PC로 채팅 중이다. 일반 가정에서 흔히 벌어지는 상황이다. 이를 위에서 설명한 방법으로 대입해보자.
우선 가해자가 있다. 주범은 바로 PC다. 여기서 전자기 에너지가 발생해 오디오 기기에까지 방사하는 것이다. 그럼으로 피해자는 당연히 이번에 새로 들어온 프리앰프. 왠지 음이 거칠고, 기계적이다. 이거 잘못 산 게 아닌가 후회가 된다. 또 프리앰프에 연결된 선도 생각해보자. 그냥 딸려나온 것이라면 일체 실딩 처리가 안 되어 외부 간섭에 취약하다. 더 최악은 같은 아웃렛으로 여러 기기를 공유할 때다. 어떤 간섭과 영향이 벌어지는지 상상만 해도 끔찍할 것이다. 연못에 이는 잔잔한 파문이 아니라, 마치 폭풍우가 몰아쳐 거친 파도가 넘실대는 광경이기 때문이다.
위에서도 설명했지만,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많다. 그러므로 전원쪽에는 아무리 투자해도 지나치지 않다. 특히 고가의 제품을 사용하는 분들이라면 과연 이 제품들이 어떤 상황에 놓여있는지 한번 생각해봐야 한다. 잔잔한 파문이 이는가 아니면 거친 격랑이 몰아치는가.
그런데 현실을 보면 대부분 앰프나 스피커의 업그레이드에 몰두하고, 가끔 케이블의 중요성을 인지하는 정도에서 그친다. 이 대목에서 우리는 조금만 근본적인 부분에 대해 심각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물론 이번에 소개할 제품은 가격이 그리 만만치 않다. 따라서 선뜻 구입하기가 망설여질 것이다. 당연하다. 그러나 수천만 원짜리 전원 코드나 케이블이 흔해진 상황이고 보면, 여러 개의 기기를 본 기 하나로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나름대로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 무엇보다 설계 이념에서 이런 여러 사항을 충분히 고려했기 때문이다.
본 기에서 추구한 것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위에 언급한 간섭이나 왜곡을 모두 필터링해서 없애는 것. 또 하나는 소중한 오디오 기기를 한 자리에 모아 안전하게 대피시키는 것. 실제로 전기적 안정성이라는 점에서도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하니, 이 부분은 대단한 메리트라 하겠다.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외모가 상당히 묵직하고 또 믿음직스럽다. 기본적으로 설치된 6개의 아웃렛은 그 각각이 따로 배선 처리되어 서로 간에 간섭이 없다. 또 무거운 섀시는 진동에 철저히 대응해서, 외부의 영향뿐 아니라 전기적 신호의 전달 과정에서 생기는 바이브레이션도 철저히 제거하고 있다.
얼핏 보면 무슨 리제너레이션이나 차폐 노이즈 등에 관련된 기기처럼 보이지만 순전히 멀티 탭 기능에 국한되고 있음은 주지해야 한다. 동사에서는 정확히 “AC 익스텐션 박스”(AC Extension Box)라 부른다. 예를 들어 벽체에 박힌 소켓과 오디오 시스템이 놓인 자리가 멀 경우에 대비한 기기라는 의미도 갖지만, 순수한 의미에서는 멀티 탭이라 보는 것이 편하리라.
본 기의 시청을 위해 동원한 것은 300B 진공관을 패럴렐로 구성한 코스모스 300ESA다. 아무래도 전기에 민감한 진공관인지라, 그 영향을 보고 싶었다. 물론 이 멀티 탭은 그 자체로 새롭게 전원을 만들지 않지만, 마치 새로 전원 장치를 들인 듯한 효과를 내어 깜짝 놀랐다. 새삼 이 부분에 대한 중요성을 실감할 수 있겠다. 그 내용은 구체적인 시청평에 설명하도록 하겠다.
한편 함께 매칭한 CDP는 린데만의 825이고, 스피커는 B&W의 805 다이아몬드다. 시청 트랙은 필자가 편집한 음반에서 두루 골랐다. 그 리스트는 다음과 같다.
-베를리오즈 <환상 교향곡 중 행진> 정 명훈(지휘)
-조 수미 <도나 도나>
-맥코이 타이너
-케니 버렐
우선 베를리오즈부터 보자. 초반부에 천천히 팀파니의 음량이 커질 때부터 다이내믹스가 훨씬 증가했음을 느낄 수 있다. 거의 바닥을 치는 듯한 펀치력이 나온다. 또 포커싱 능력이 뛰어나 스피커 주위로 넓게 펼쳐진 무대 여기저기에 등장하는 악기들의 움직임이 정확히 포착된다. 스피드도 훨씬 좋아지고, 앰프의 드라이브 능력도 배가되었다. 중간에 관악기들이 고역으로 휘몰아칠 때의 파열음같은 것이 너무 생생해 깜짝 놀랄 정도. 이 정도라면 동시에 스피커와 앰프를 업그레이드한 듯해서 단단히 효과를 보고 있다.
조수미의 경우, 다소 소박한 편성인데, 그 때문에 본 기의 장점이 잘 부각되었다. 예를 들어 보컬의 경우 노랫말이 독어이므로 가끔 “~흐트”(cht)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그 때 흐 소리가 그리 거칠지 않다. 또 치찰음도 줄어들어, 훨씨 스무스하게 발음하는 모습을 본다. 나일론 기타줄의 소리결도 부드럽고 또 자연스러우며, 뒤에서 백업하는 더블 베이스의 음은 아무런 부담 없이 다가온다. 클라리넷의 낭랑하면서 유혹하는 듯한 음색 또한 매력적이다.
맥코이 타이너의 경우 몰라보게 증대한 해상력에 놀랐다. 저역이 더 단단해지고, 피아노의 터치에 힘이 붙으며, 스네어를 브러쉬를 긁는 대목은 그 가닥수가 무척이나 증가해서 거의 현란할 지경이다. 그러면서 무뚝뚝하지 않고 어딘지 모르게 스위트한 맛이 배어나, 이 부분에서 300B의 진한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케니 버렐에 이르면, 그 호화로운 편성을 뚫고 등장하는 어쿠스틱 기타의 현란한 솜씨에 넋을 잃고 만다. 마치 최근에 녹음한 듯, 음 하나하나가 활기차고, 생기발랄하다. 또 대역도 더 넓어져, 더블 베이스나 킥 드럼 등의 존재감도 충분히 파악된다. 숱하게 동원된 악기들의 위치나 음색이 일목요연해 일체 소란스럽지 않다. 확실하게 정리정돈하면서 개개의 매력을 부각시키는 듯하다. 그런 면에서 참으로 음악성의 고양이라는 놀라운 선물을 받게 되는 것이다.
| Specification | |
|---|---|
| Dimensions | 20" W x 12" D x 5.5" H |
| Weight | 30 lbs. |
| Total Current Capacity | 20A |
| Input | 1 x 20A IEC |
| Output | 3 x Oyaide R1 Duplex Outlets (U.S.) or 6 x Oyaide SWO-GX-E Shuko Outlets (European) |
| Precision Machined Case | |
| XTZ Divine 100.49 | |
|---|---|
| 수입사 | 제이원 |
| 수입사 연락처 | 02) 706-5436 |
| 수입사 홈페이지 | http://www.jwonkorea.com/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