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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물게도 BAT는 파워앰프와 프리앰프 모두를 주력상품으로 대등하게 제작해온 브랜드이다. 프리앰프를 파워앰프에 딸린 부속물 정도로 개발했다거나, 프리앰프를 제작하다가 필요에 의해서 파워앰프를 추가한 경우와 다르게 두 부문에 같은 비중을 두고 페어를 이루어 출시하고 있다. 대등한 등급의 프리앰프와 파워앰프를 같은 시기에 출시하는 일은 얼핏 보아도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의도했든 아니든 그런 정책에서조차 밸런스를 잘 맞추고 있어 보이며 그렇게 제품을 지속적으로 출시해온 지 벌써 20년이 되었다.  

시간의 순서로 보아 BAT는 VK-60에서 시작해서 VK-225SE까지 이어져 있다. 알려진 바, 동사의 시작은 독특하면서도 다부진 모습을 하고 나타났던 VK-60에서부터였는데, 브랜드칼라와 디자인 모두 독특하기도 했지만 특히 6C33C라는 낯선 진공관의 포스는 대단했다. 하지만 그 뿔이 달린 듯한 억센 모습과는 사뭇 다른 섬세한 프레이징과 적막한 배경, 그리고 파워풀한 드라이빙은 90년대 중반 하이엔드 시장에서 BAT를 우뚝 솟아오르게 했다. 필자가 알고 있는 BAT의 정책은 기본적으로 신개념 하이엔드의 제작에 있었고 비용과 판매가격에 크게 연연하지 않아 보였다. 그 정책은 20년이 지난 현재까지 여전하다. 최근까지도 BAT는 왕(REX)이라는 호칭을 붙여 최고의 제품을 지향하고 있다. 

하지만, BAT의 진정한 힘은 그 여유에 있어 보인다. 버라이어티한 제품 라인업에서도 일종의 위트와 같은, 혹은 팬서비스 차원의 쉼표와 같은 제품이 출현하곤 한다. 형식상으로는 옵션을 줄인 엔트리 혹은 퍼블릭 버전으로 보이지만, 실제 퍼포먼스에 있어서는 옵션을 제거하기 이전 상태 상급기의 품질을 거의 그대로 유지시키고 있다. 그래서 창립 20년이 되는 해에 제작된 VK-225SE의 존재감은 각별해보이는 것이다.

VK-225SE의 포지션을 그려보면, 패밀리 트리에서는 VK-225의 전원부를 향상시킨 업버전이고 계열상 트랜지스터 라인업이며, 가격 등급을 기준으로 엔트리에 위치한다. 진공관으로 출범한 BAT에서 솔리드 스테이트 앰프들은 진공관제품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가정책의 기조가 있어왔는데, 참고로 필자가 아는 BAT의 진공관앰프 중에서 파격세일을 한 제품은 2010년에 출시한 55와트급 진공관 앰프인 VK-55SE가 유일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스테레오파일에서 A 클래스 추천을 받은 이 제품의 가격은 6천불이 채 되지 않았었다. 그런 면에서 제품명도 비슷한 VK-225SE은 애초부터 진공관 앰프 VK-55SE에 대칭점으로 기획된 것으로 짐작된다. 

촘촘한 구간을 상호 중첩되지 않도록 배치한 BAT의 제품군에서 보자면, VK-225SE는 또한 2004년 버전 VK-220의 후속모델의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 10년 전 BAT가 MOS-FET 소자를 도입시킨 앰프들이 다양하게 시도되던 시절과는 제품의 등급이나 포맷은 거의 달라져 있다. 이 시절의 솔리드 스테이트 제품들은 어쩌면 브랜드를 달리해서 출시해야 하지 않았을까 싶은, BAT 솔리드 스테이트 버전에 대한 편견을 생산했다는 인상이 있다. 그런 면에서 신제품들의 제품명 또한 리뉴얼을 해야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앞서 프리앰프 VK-23SE 시청기에 정리한 적이 있었지만, 현재 약 이십여종의 지속출시 제품군을 보유하고 있는 BAT의 제품이 진공관인지 솔리드인지 혹은 프리앰프인지 파워앰프인지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보자면 다음과 같다. 단종모델들을 제외하면 현행 BAT의 프리앰프는 뒷자리 숫자가 -3으로 끝나고, 파워앰프는 -5로 끝나는 것으로 구분한다. 프리앰프의 경우 두 자리 숫자 구성으로 되어 있는데 진공관제품의 경우는 홀수로 시작하고, 솔리드제품은 짝수로 시작한다. 출력을 그대로 숫자로 표기하는 경우가 일반적인 파워앰프의 경우 보통은 세자리 숫자로 되어 있으며, 진공관 앰프인 경우는 소자특성상 두 자리 숫자가 된다. 예를 들어 VK-23SE는 프리앰프이면서 솔리드방식이라는 것을 제품명으로 알 수 있다.

VK-23SE와 페어로 개발된 본 제품으로 BAT는 최상급에서 엔트리급에 이르기까지 진공관과 솔리드앰프의 ‘밸런스’지도를 완성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BAT처럼 신기술이 지속 업데이트되는 경우의 5년은 같은 등급으로 개발되었다 해도 신제품에 우세한 스펙이 좀더 많이 반영되어 있는 것은 어쩔 수 없을 것이다. 본 제품에는 프리앰프 VK-23SE와 같은 등급의 부품과 기술, 최선의 기능들이 투입되어 있다.

바이폴라 트랜지스터를 좌우 각각 6개씩 사용한 디스크리트 출력단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품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본 트랜지스터 소자는 마치 진공관처럼 측정되고 선별되어 좌우 채널에 맞게 사용되고 있다. 어느 시점에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BAT의 솔리드 앰프들이 자사의 진공관 사운드를 닮아가기 시작, 혹은 같은 등급의 품질에 올라서기 시작한 것은 이런 MOS-FET의 품질향상과 사용 노하우에서 해답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AB 클래스 증폭을 하는 본 제품은 진공관을 연상케 하는 ‘현상’들이 나타난다. 예를 들면 방열판을 섀시 내부 수납한 디자인이면서 아이들링시에도 열이 많이 난다는 사실, 그리고 진공관에 비해서 덜하기는 하지만 원래의 사운드품질이 나오기까지 시간이 꽤 걸린다는 점 등은 전형적인 현상이다. 

본 제품의 출력단을 특징짓는 가장 포인트는 ‘유니스테이지’로 구성되었다는 점이다. 프리앰프 VK-23SE 시청기에도 언급한 바, 프리앰프에서부터 동일한 구성으로 되어 페어를 이루도록 제작된 N극 한 개의 게인스테이지만을 사용한 본 방식은 출력수치를 충분히 올릴 수만 있다면 BAT가 표방하는 ‘선별 트랜지스터’의 품질을 극대화시키는 확실한 방법이 될 것으로 보인다. NPN 세 개를 접합시키는 고전적인 트랜지스터 증폭의 방식에 비해 균일성을 보장하는 이상적인 방식이 된다. 선입관이 무색하게도 본 유니스테이지만으로 VK-225SE는 8옴에서 150와트, 4옴에서 300와트로 선형증폭을 할 수 있으며 최대 1380와트의 출력을 낼 수 있다. 

섀시내부 전체를 빈틈없이 차지하고 있는 기판은 3렬로 분리되어 있으며, 데칼코마니처럼 예외없이 좌우대칭구조로 구성되어 있다. 중앙이 전원부, 좌우가 출력단이며 전원부와 출력단의 결선은 전통적인 방식대로 하드와이어링으로 되어 있다. BAT의 설계 포맷에 따라 밸런스입력만을 제공하는 뒷패널은 매우 심플하다. 스피커 터미널 또한 금도금 단자를 플라스틱 하우징 등을 사용하지 않고 그대로 노출시켜 놓았다. 

기타 본 제품의 구성은 BAT 고전설계와 상급기의 품질을 따르고 있다. 글로벌 피드백을 걸지 않고 고유의 보호회로가 작동하며, 버전 2로 업그레이드된 수퍼팩 파워서플라이와 연계해서 광대역 초 저노이즈의 사운드품질을 구현하도록 제작되었다. 

본 제품의 핵심은 2세대 수퍼팩(Superpak)사용한 파워서플라이에 있다. SE 버전의 내용물 거의 대부분이라고 해야 할 만큼 본 수퍼팩이 VK-225SE의 사운드품질에 관여하는 영향은 절대적이다. 기존 VK-255와 내부 레이아웃 자체가 크게 달라져 있다. VK-255에서는 캔 트랜스만 보이던 중앙의 전원부는 전체 섀시의 1/3을 차지하는 기판으로 확대되었다.

이 확장된 기판에는 각각 4개씩 투입된 대용량 오일 커패시터 및 전해컨덴서가 위치한다. 특히 에너지 저장능력을 10배 까지 혁신적으로 향상시켰다고 소개하고 있는 이 오일 커패시터는 최상위 모델(REX2, VK655SE)에 사용한 동일한 등급의 제품으로 현재까지 BAT가 구사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의 노이즈 필터링 설계가 작동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용량의 확장과 더불어 파워서플라이에 걸리는 스트레스를 최소화한 설계 또한 본 제품의 성능에 크게 기여했다. 이로 인해 본 제품은 BAT 최상급의 S/N비를 구사하며 그 영향으로 피크 레벨에서도 그레인을 최소화하고 또 그로 인해서 텍스춰 표현이 뛰어나다. 정밀하고 존재감 있는 하모닉스 또한 같은 품질의 연장선상에 있다. 자사에서는 이런 설계를 통해 ‘비범한 감정과 심오한 깊이’를 구현했다고 소개하고 있는데 이 제품을 시청해 보면 상당 부분 수긍을 할 수 있는 말이다.

사운드면에서 본 제품의 2대 지주는 플래그쉽 진공관앰프 REX2와 레퍼런스급 멀티채널 앰프 VK-6200 두 제품이라고 할 수 있다. REX2로부터는 주로 전술한 수퍼팩 파워서플라이의 심장을 전수받았다고 할 수 있으며, VK-6200으로부터는 출력단 구성을 기반으로 하는 전능한 근육이 그대로 내려와 있다고 볼 수 있다. BAT 사운드 컨셉의 틀 안에서 이 두 가지 지표제품들은 VK-255SE에 마치 가장 우수한 유전자를 만들어 내려는듯한 의지를 발동한 듯하다. 그래서 이 심플한 구성의 150와트급 앰프는 보기보다 막강한 성능을 구사한다. 빠르고 정숙하며 힘이 넘치는, 파워앰프의 이상적인 모델이 되어 있다. 다만, 언급한 바, 솔리드 소자이지만 진공관과 유사한 현상으로 전원을 올린 지 제 성능을 낼 때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음악을 재생하면 약 30분 정도로 이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어 보이지만, 필자가 보는 이 제품은 가능한 한 상시 켜두는 것이 좋을 듯 하다.

하지만, 소자도 다르고 등급에 차이가 있지만 프리앰프 VK-23SE와의 조합이 정상적인 성능을 낼 시간이 되자 뚜렷하게 구분되는 상급기와의 차이가 그다지 눈에 띄지 않았다. 옵션을 생략했을 뿐 핵심은 그대로 유지하거나 심지어 상급기에서 다소 미흡했던 부분은 업데이트까지 해놓은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프리앰프 VK-23SE가 뛰어난 정숙도로 에어리한 느낌과 다소 여윈 듯 섬세한 질감의 묘사에 주로 관여한다고 하면 파워앰프 VK-225SE는 스피디한 드라이브와 정밀한 마이크로 다이나믹스, 그리고 전 대역에 걸쳐 뛰어난 정보전달을 특징으로 한다고 할 수 있겠다. 

무엇보다 이 제품을 특징짓는 키워드로서 마이크로 다이나믹스를 언급해야 할 것 같다. 약음에서도 동일한 미율로 축소된 미니어쳐의 느낌처럼 선명한 베이스와 윤곽의 묘사는 어느 음악을 들어도 드라마틱한 분위기를 쉽게 고조시키곤 했다. 

이런 특성을 좀더 심화시켜 들려주는 곡은 비야존과 네트렙코의 듀엣 라이브 ‘O Soave Fanciulla’였다. 스펙트럼과 대역, 편성, 무대에 이르기까지 정보량이 늘어나자 풀 스펙트럼에 걸쳐 본 제품의 스타일이 확장되어 나타난다. 종종 ‘입김이 보일 듯하다’라고 오디오파일들이 시쳇말처럼 하곤 하는 세부적인 동작의 모습이 공기를 타고 전해진다. 약음에서의 미세한 입모양의 변화와 그에 따른 울림과 음량, 짧은 시간 투티로 치고 올라가는 순간의 광활하고 여유있는 순발력, 그리고 그 사이를 이어가는 에너지와 음표간 변화를 촘촘한 곡선 혹은 아날로그적 추이로 들려준다. 단정한 스타일로 깔끔하게 마무리되지만 보컬의 음색에서 피가 돌고 있는 사람의 온기와 윤기가 느껴진다. 

사실 이 부분은 ‘들려준다’라기 보다는 ‘보여준다’고 하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이 될 것 같다. 공기의 울림에 정보량이 늘어나자 마치 메인 이벤트가 된 듯 유감없는 프레즌테이션을 펼친다. 특히 무대가 넓어지자 돋보이는 부분은 투명감이다. 특히 후반부의 듀엣 부분은 본 녹음 고유의 공간 정보를 명쾌하고 구체적으로 떠올려준다. 목소리가 울려나오기 시작하면 두 독창자의 윤곽이 허공에 예리한 윤곽을 그리며 선명하게 떠오른다. 무대를 깊은 곳까지 입체적으로 잘 떠올린다. 출력이 이 보다 높으면 사이즈가 어떻게 또 변할 지 모르겠지만 지금의 스테이징은 이미 현실적으로 훌륭하다. 

본 제품이 구사하는 투명감이나 정적의 느낌은 최고수준이라고 쉽게 얘기해도 될 것 같다. 음원의 품질에 크게 연연해하지 않는 편이지만 고해상도 음원을 시청하면 이러한 품질은 좀더 분명해진다. 고유의 밸런스 회로의 효과가 고순도의 경로를 통해 구현된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Dunedin Consort - Domine Deus

린(Linn) 레코드의 24/96 음원 중에서 Dunedin Consort가 연주하는 바하의 8곡 ‘Domine Deus’를 들어보면 이 사람들이 실수라도 하면 어떻게 하나 싶은 긴장감이 돈다. 음악보다 좀더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홀로그래픽 음상으로 떠오른 두 사람이 새벽처럼 조용한 정적 속에서 크고 작은 음파를 만들어 내는 순간은 시청자도 과연 숨을 쉽게 뱉어내기 힘든 엄숙함을 만들어낸다. 하지만 이런 해상력 속에서도 음상이 예리한 윤곽선을 만들어내지 않고 자극이 없는 사실적인 이미징을 만들어 내는 원 녹음의 상태를 그대로 보여준다. 그리고 짧고도 정교한 하모닉스는 이 녹음에 아름다움을 깃들게 한다는 차원에서 어찌보면 가장 중요한 음원 속의 정보가 된다. 이 공기의 짧은 그라데이션이 정밀하게 표현되어 입체감은 더욱 부각되고 세련된 톤으로 음악에 빠져들게 한다.

Bill Evans Trio - My Foolish Heart

세부묘사력은 클래식 재즈의 하이햇에서 좀더 심화되어 나타난다. 오랜 녹음을 스튜디오 녹음 품질에 가깝게 시청해 보면 이 곡의 감성을 느끼기 위한 가장 이상적인 상황을 만들어 준다. 빌 에반스 트리오의 ‘My Foolish Heart’를 96/192 리마스터 품질로 시청해보면 도입부의 하이햇과 브라스의 소위 깨알같이 번져가는 입자의 느낌은 매우 세세한 어쿠스틱으로 사실적으로 들려준다. 이보다 녹음이 뛰어난 다소 기계적인 사운드와는 감동의 깊이가 다르다. 특히 이 라이브 녹음 현장의 익숙한 사이즈와 무대의 구성이 녹음 당시의 공기감까지 전해지는 듯하다는 차원에서 감화가 큰 것이다. 마치 아날로그 필름 영화를 보는 듯 노이즈가 섞인 녹음을 포함한 채로 전해지는 디테일과 투명감은 참으로 포근한 느낌을 만들어 낸다. 베이스의 다이나믹스가 위력적이지만 사운드의 품질이 의식되지 않고 무대 전체가 하나의 패키지처럼 펼쳐지는 매우 독특한 느낌을 준다. 

베이스나 슬램의 구사는 특히 앰프의 히팅 시간에 유의해야 할 것 같다. 30분이 지나고 한 시간이 지났을 때의 차이는 주로 베이스에서 나타났다. 시간이 충분히 지나자 탄력이 늘고 응집력이 생겼으며 다이나믹스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 울림이 큰 부분에까지 아주 잘 정돈되었다고는 할 수 없으나 기본적으로 짧은 순간의 슬램을 처리하는 모습은 150와트 출력을 의식할 수 없는 여유로운 덕목을 보여준다.

Haden & Metheny - Waltz for Ruth

찰리 헤이든과 팻 메스니의 ‘Waltz for Ruth’는 시청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는 스피커를 끝까지 제어하지 못하고 있는 듯 울림에 다소간의 부스팅이 느껴졌으나, 다른 곡들을 듣고 난 한 시간 정도 후에 다시 들었을 때의 베이스는 큰 반경으로 깊게 울린다. 부스팅은 거의 사라지고 응집력이 크게 강화되어 있었다. 기본적으로 저임피던스 시그널로 연속된 이 곡의 베이스가 깊고 선명하게 내려간다. 동작이 끝나는 것을 확인해야 손을 떼고 있다는 느낌을 주어 이 저음악기가 단호하고 절도있게 움직이고 있다고 생각되었다. 그래서 다소 가늘게 느껴지는 베이스는 큰 동작과 구체적인 울림으로 다이나믹하게 울린다. 이 부분을 이렇게 연주하는 시스템은 그리 많지 않았다. 이 곡의 품질을 상위권으로 들려주는 흔치 않은 조합이다. 기타 또한 투명해서 이 녹음 고유의 좋은 하모니를 만들어낸다. 또한 작고 선명하게 떠오르는 음상은 연주공간에서의 울림을 구체적으로 느껴지게 해서 크지 않지만 입체적인 이 녹음의 무대를 잘 떠올려주었다.

개별평가가 아닌 프라-파워 조합으로 시청을 한 채로 프리앰프와 파워앰프가 각각 이러이러하다 라고 평가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이동이 곤란한 제품과 여러 매체에의 시청일정에 따른 복잡한 문제를 극복하는 최선책으로서 시청자가 익숙해져 있는 공간과 시청기기들을 사용해서 시청을 하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본 제품들의 등급과 특성상 본 시청기는 프리앰프와 파워앰프를 분리해서 평가하기로 했고, 필자의 방법으로 같은 곡을 프리앰프와 파워앰프 각기 다른 성능에 기반해서 평가를 한 결과이다. 완벽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본 시청기는 그런 차원에서, 이 조합에서 파워앰프 VK-225SE의 역할과 특성은 이 음악을 이렇게 들리게 했다는 의미가 될 것이다.

제품의 시청은 디자인앤오디오 메인시청실에서 진행했고, 제 짝 프리앰프인 VK-23SE와의 매칭으로 아발론의 이데아를 통해 시청했고, 소스로는 루민의 T1을, 케이블은 모두 션야타 리서치의 지트론 코브라를 사용했다.  

이 제품은 진공관앰프에게 간혹 시선을 돌리곤 했던 솔리드 스테이트 사용자들에게 이렇게 얘기하고 있는 듯 하다. ‘이제 그만 봐도 돼. 내가 진공관에서 다 뽑아왔어. 나 원래 진공관 출신이잖아?, 진공관앰프를 들으면 되지? 하지만 BAT의 진공관앰프들의 가격을 알고 있는 오디오파일들은 접근이 그리 쉽지 않다는 것 또한 익숙하다. VK-255SE는 컨셉으로는 진공관에 대등한 수준의 솔리드 스테이트앰프로 기획되었을 지 모르지만, 사용자 측면에서 보자면 소자가 무엇이든 가격을 낮춘 BAT 의 품질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VK-225SE는 굳이 고가에 도전하지 않고도 BAT의 투명함과 바늘 떨어지는 소리도 녹음할 수 있는 정숙도, 섬세하면서도 파워풀한 드라이브 등을 체험할 수 있는 제품이 분명하다. 이 제품을 시청하면서 잠시 가격 때문에 중간 히스토리가 업데이트 되지 않았던 BAT 제품들을 유심히 살펴보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엔트리라고는 하지만 여전히 1000만원대의 절대가격은 그리 만만치 않다. 다만, BAT 플래그쉽에서나 들을 수 있는 사운드 품질로서의 가격이라는 데 의미가 있다. 

유니스테이지의 특성상 VK-23SE과의 페어가 이상적이겠지만, 타사 프리앰프와의 조합에서도 좋은 결과가 예상되는 제품이다. 그런 차원에서 솔리드 스테이트 제품이라는 사실은 좀더 반길 만하다. 스피커 선택의 폭도 넓어 보이고 사용하기에 편리하다. BAT 파워앰프를 대표할 수도 있는 뛰어난 품질을 지닌 제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