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파이클럽 어워즈 2018
올해의 기기 3편 : 소스기기 부문 - 1부(DAC)
Orpheus Heritage DAC III : 김편
2018년에 들었던 가장 보드랍고 폭신폭신하며 예쁜 소리는 다름 아닌 DAC에서 나왔다. 그것은 바로 스위스 오르페우스(Orpheus)의 신작 DAC ‘Heritage D/A Converter III’였다. 놀라웠다. DAC에서 나오는 소리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곱고 섬세했다. 음상은 또렷하고 선명했으며 전혀 부풀지 않았다. 기존에 수없이 접했던 하이엔드 DAC과도 여유있게 격차를 벌이는 느낌이었다.
‘헤리티지 DAC III’는 전원부 분리형 DAC다. 큼지막하고 컬러풀한 디스플레이 창이 있는 섀시가 전원부이고, 전면에 아무 것도 없는 섀시가 본체다. 디스플레이를 비롯해 컨트롤 파트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전기, 전자기장 노이즈를 전원부에 몰아넣은 것이다. 합리적이다. 전원부와 본체 연결은 3개 케이블로 이뤄진다. 본체 입장에서는 양쪽 2개 단자가 좌우채널 전원 입력이고, 가운데 단자가 컨트롤 신호 입출력용이다.
본체 후면 양 사이드는 전원 입력단과 아날로그 출력단(XLR, RCA)이 채널별로 배치됐고, 가운데에는 총 11개의 디지털 입출력 단자가 빼곡하다. 왼쪽부터 AES/EBU 입력, RCA(동축) 입력, USB 입력, 워드클럭 입력, 오르페우스 DSD 입력, 광 입력, 워드클럭 출력, 이더넷 입력, RCA(동축) 입력, AES/EBU 입력 순이다. 정가운데 맨 위 단자는 전원부와 연결되는 커맨드 입출력 단자다.
이더넷 입력은 ‘헤리티지 DAC III’를 UPnP 렌더로로 활용하기 위한 것. 2018년 새 모델이 되면서 기존에 있던 파이어와이어 입력단자를 대체하며 새로 추가됐다. 타이달(Tidal)이나 코부즈(Qobuz) 같은 고해상도 스트리밍 음원서비스를 동일 네트워크에 있는 스마트폰으로 직접 제어하며 들을 수 있다는 얘기다. 안드로이드폰의 경우 버블유피앤피 같은 무료 앱을 이용하면 된다.
‘헤리티지 DAC III’는 기본적으로 PCM은 모든 디지털 입력에서 최대 24비트, 192kHz까지 재생할 수 있는 델타 시그마 DAC이다. DSD는 DoP 방식으로 USB 입력의 경우에서만 재생할 수 있다. 후면에 있는 ‘오르페우스 DSD 입력단자’를 통해 오르페우스의 SACD 플레이어 ‘Heritage SACD’의 디지털 출력(DSD)을 받아들이는 점도 특징. 볼륨과 아날로그 입력, 헤드폰 출력 기능이 없는 순수 DAC이기도 하다.
음의 입구부터 쫓아가 보면, 디지털 입력 신호는 ADP(Asynchronous Data Processor) 모듈을 거친다. 즉, 입력신호를 보내는 측의 클럭을 무시하고 정밀도가 1ps(1조분의 1초) 이하인 자체 마스터 클럭(MCG. Master Clock Generator)에 동기화함으로써 시간축 오차인 지터를 최소화한 것이다. MCG 모듈은 이러한 내부 마스터 클럭 관리는 물론 외부기기에 워드클럭(44.1kHz, 48kHz, 96kHz, 192kHz)을 내보내 주는 역할까지 한다. 실제로 네트워크 뮤직서버인 오렌더의 ‘W20’에 워드클럭을 출력시켜봤는데, 소리가 단번에 업그레이드돼 깜짝 놀랐다.
지터 프리 상태가 된 디지털 신호는 각 채널당 1개씩의 USP(Upsampling & Scrambler Processor) 모듈을 거치면서 768kHz로 업샘플링된다. 업샘플링된 디지털 신호는 아날로그 디바이스의 듀얼 DAC인 AD1955A를 통해 아날로그 신호로 컨버팅된다. 눈길을 끄는 것은 이 듀얼 DAC 칩을 채널당 4개씩, 즉 채널당 8개 회로를 투입했다는 것. 한마디로 플러스(+), 마이너스(-) 각 차동회로(differential)로 짜여진 4개 회로에 정상(non-inverting) 신호, 또 다른 차동 4개 회로에 역위상(inverting) 신호를 각각 흘려보내 최종 단계에서 합쳐진다.
TAD DA1000 : 김편
‘DA1000’은 일본 TAD 라인업에서 에볼루션(Evolution) 시리즈에 속한다. 에볼루션 시리즈는 2007년부터 시작된 상위 레퍼런스(Reference) 시리즈의 기술들을 트리클 다운하면서 가격을 낮춘 제품들이 포진해 있다.
외관은 다부지다. 단품 DAC로는 크고(폭 440mm, 높이 150mm, 안길이 406mm) 육중하다(16.5kg). 디스플레이와 버튼들을 아래쪽 띠 형태로 일렬로 가지런히 도열시킨 점이 ‘DA1000’의 인상을 한층 수수하게 만든다. 전면 오른쪽에는 6.3mm 헤드폰 출력단자와 이를 위한 전용 볼륨 버튼이 2개 달렸다. 내장 헤드폰 앰프는 8옴에서 600옴까지 헤드폰을 모두 울릴 수 있으며, 출력 전압은 최대 1.7V, 출력 임피던스는 32옴을 보인다.
뒷면은 컴팩트하게 정리돼 있다. 왼쪽 아래에는 프리/파워앰프 연결을 위한 아날로그 출력단자(밸런스 XLR 1조, 언밸런스 RCA 1조), 가운데 상단에는 왼쪽부터 USB B타입 입력단자, 디지털 입력단자(XLR 1개, 동축 2개, 광 1개), 12V 트리거 단자, 디지털 출력단자(밸런스 XLR 1개, 동축 1개), 그리고 맨 오른쪽에 AC 인렛단자가 장착됐다. 더 이상 컴팩트할 수가 없다.
스펙은 부족함이 없다. USB 입력 시 PCM은 32비트/384kHz까지, DSD는 맥 시스템(+오디르바나 플러스)을 앞단에 붙일 경우 DoP 방식으로 DSD 128까지 재생할 수 있다(윈도우 시스템은 DSD 64까지). PCM만 되는 동축이나 광 입력시에는 각각 192kHz와 96kHz로 제한된다. DAC 칩은 TI사의 ‘PCM1794A’를 채널당 1개씩 투입, 병렬 접속함으로써 밸런스 회로를 구현했다. 신호대잡음비(SNR)는 115dB을 보인다.
‘DA1000’의 기술적 핵심은 TAD 디지털 일렉트로닉스의 상징과도 같은 ‘UPCG(Ultra-high-Precision Crystal Generator)’ 마스터 클럭이다. 우리말로 풀면 클럭 대비 노이즈 비율을 극도로 낮춘 수정 발진자인데, 이는 상위 레퍼런스 시리즈의 ‘D600’에 투입됐던 것과 동일한 사양이다. 지터를 확연히 줄여 CD/SACD나 외장 소스기기에 담긴 디지털 음원을 고순도, 고정밀로 처리하는 기준점 역할을 한다.
DAC 칩을 빠져나온 아날로그 신호는 TAD가 새로 개발한 디스크리트 I/V 변환 회로를 거친다. 물론 앞단이 밸런스 회로이기 때문에 병렬 차동회로(채널당 +,-)를 채택했으며, 최대 120V/us에 달하는 빠른 슬루레이트를 통해 잔류노이즈를 낮춘 점이 특징이다. 한편 ‘DA1000’은 전자식 볼륨 기능을 채택, 파워앰프와 직결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는 최소 구성으로 TAD 사운드의 세계를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DA1000’을 들으면서 내내 ‘딥블랙 위에 펼쳐진 쾌적하고 뽀송뽀송한 음’이라는 인상이 떠나질 않았다. ‘딥블랙’은 두꺼운 알루미늄 섀시와 아날로그와 디지털 파트를 나눈 전원부 등이 일궈낸 제진 및 상호간섭 방지 효과, 채널당 1개씩 투입한 DAC 칩을 병렬 접속한 데 따른 노이즈 감소 효과 덕분일 것이다. ‘쾌적’은 에볼루션 시리즈를 관통하는 특징이기도 한데, 이는 필자가 보기에 레퍼런스 시리즈의 엄정함보다는 누긋하고 편안한 소릿결 튜닝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뽀송뽀송'은 아날로그 회로의 빠른 슬루레이트와 튼실한 전원부 덕분으로 보여진다.
dCS Vivaldi One : 염동현
분야별로 가장 인상에 남았던 1개의 컴포넌트만을 추천했지만, DAC만큼은 1개로 요약하여 선정하는 것은 아쉬운 마음이 들어서 이례적으로 하나 더 추천해보고자 한다.
본 기기는 dCS의 30주년 기념작으로 플래그쉽 모델인 비발디 시리즈의 4개 컴포넌트 중 Transport와 Upsampler 그리고 DAC를 하나의 샤시에 합쳐놓은 한정판 모델이다. 오리지널 비발디 시리즈가 막강한 성능을 자랑하지만, 4덩어리로 나뉘어져 케이블링과 전원선 연결, 그리고 자리 차지하는 것에 대한 부담을 느끼는 분들에게는 본 기기의 등장은 대단히 매력적으로 다가올 것으로 예상된다.
본 기기는 비발디 시리즈에 적용된 S/W 2.0 업데이트를 시작으로 2017년 말 경에 완결된 MQA대응 S/W업데이트 적용으로 좀 더 다양한 기술에 대응하게 되었으며, 본 기기가 대응하는 영역은 CD와 SACD 재생부터 시작하여 전용앱(Vivaldi One)을 통한 제어, Roon 대응의 네트워크 재생, DSD재생 및 MQA 지원, Tidal 과 Spotify Connect 지원, 그리고 Airplay 지원 등 최신 기술에 대한 유연한 대응으로 제품 완성도 및 활용도가 상당히 높아졌다고 할 수 있다.
본 기기는 원 녹음이 지니고 있는 정보를 샅샅이 파헤쳐 정확하면서도 풍부한 정보량을 자랑한다. 효과적인 업샘플링을 통해 밀도감이 충만하며 음이 지니고 있는 에너지감이 좋다. dCS를 대표하는 플래그쉽 소스기기인 만큼 음의 완성도가 대단이 높다. 착색없이 투명한 음에 생명력을 불어넣은 듯 활기차고 생생한데, 특히 토널 밸런스 측면에서는 본 기기만큼 우수한 전례는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우수해서, 특정 대역이 물러나거나 도드라지게 튀는 현상 없이 완벽한 재생음을 보여주었다. 개인적으로 중역대의 에너지감과 정보량은 타 기기와는 차별되는 강점을 보여준다고 생각된다.
또한 CD나 SACD를 많이 가지고 계신 분들에게는 정상급의 트랜스포트 성능으로, 갈아 끼우는 수고스러움이 따르긴 하지만 디지털 소스기기가 보여줄 수 있는 최상의 정숙함을 보여주면서도 매끄러운 재생능력에 감탄하게 될 것이다.
우수한 성능의 볼륨을 내장하여 직결 시스템으로도 운용 가능하지만, 일정 실력 이상의 프리를 보유한 경우 시스템 상황에 따라 프리를 꼭 생략하지 않아도 좋은 음을 얻는 상황도 있었다. 그리고 본 기기는 클럭 모듈 만큼은 통합하지 않았으므로 음의 완성도를 좀 더 높이기 위해서는 Vivaldi Clock을 추가로 연결하여 원 모델 대비 2덩이로 간소하게 시스템을 완성할 수 있다.
리뷰어로써 수많은 제품을 만나볼 때 본 기기와 같은 제품의 존재 덕분에 수많은 제품이 평가를 내릴 수 있는 잣대가 되어주는 고마운 역할을 해 주는 기기라고 할 수 있겠다. 한 해를 대표하는 제품에 개인적으로 애정해 마지않는 본 기기를 추천할 수 있게 되어 기쁘다.
MSB The Reference DAC : 염동현
2018년도 한 해 동안 정상급의 소스기기를 떠올릴 때마다 두고두고 화자 되었던 브랜드는 MSB를 빼고는 얘기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 MSB를 대표하는 사운드의 존재감을 과시하는 대표 모델인 셀렉트 II 바로 아래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맡고 있는 모델로 자리 잡은 본 기기는 플래그쉽 모델에 가까운 음의 완성도를 보여주는 포지셔닝으로 발매된 기기이다. 따라서 Reference DAC의 등장으로 오디오파일들에게는 플래그쉽 모델 대비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플래그쉽 모델과 유사한 성능을 만끽할 수 있게 되었다.
Reference DAC은 설계상으로 아날로그 부와 디지털 부를 완전히 격리한 튼실한 전원부를 기반으로, 고정밀 펨토클럭을 내부에 장착하여 클럭과 DAC 그리고 아날로그 부와의 신호처리 경로를 짧게 하여 이상적인 회로 구성을 통해 성능 향상을 꾀하였고, MSB모델들의 또 하나의 가장 큰 특징인 모듈화 된 옵션보드 처리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이는 향후에 나올 신기술에 대해서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게끔 되어 경쟁작들 대비 최신기술 대응력이 좋고, 유지보수에도 유리한 이점이 있다. 실제로 작년 말에 발매한 네트워크 렌더러 옵션으로 roon을 지원하여 초기 제품 발매당시에는 지원하지 않았던 기능을 지원하는 사례가 있었다. 이런 사례를 비추어 볼 때 향후에 또다른 새로운 기술이 나와도 옵션보드의 추가구입만으로도 신기술이나 기능에 대한 대응이 가능해 보인다. 따라서 향후에도 큰 부담 없이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는 기대감을 심어줬다고 할 수 있겠다.
또한 내부에 자리 잡고 있는 고품질의 클럭을 외부 장치에 전송하여 공유함으로써 연결된 기기간에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작년에 연이어서 발매된 동사의 트랜스포트와는 전용 ProISL 연결로 클럭과 신호전송을 한방에 해결할 수 있고 다양한 포맷에 대응할 수 있기 때문에 트랜스포트와의 시너지를 추구하여 시스템의 완성도를 높일 수도 있겠다.
작년에 본 기기를 처음 마주했을 때의 충격은 아직도 선명하게 필자의 뇌리에 남아있다. 플래그쉽에 필적하는 성능으로 특유의 귀에 착 감기는 매력적인 음색, 촉촉하면서도 따스한 질감이 듣는이로 하여금 심금을 울린다. 시청자를 사로잡아 음악에 심취하여 자연스럽게 빠져들게 만드는 실력을 보여주는데, 처음에 느꼈던 그 인상은 이제는 두터운 신뢰감과 확신으로 자리 잡았다. 리뷰를 진행할 때마다 필자의 시스템에서 반복하여 청취하고 있기 때문에 본 기기를 한 해를 대표하는 추천 리스트에 올리는 것에 대해서는 별다른 고민을 할 필요가 없이 주저하지 않았음을 밝혀둔다.
Reference DAC는 작년 한 해 동안 MSB의 실질적인 핵심 모델로써의 가치를 어필한 해였다고 말하고 싶다. 이미 해외에서도 많은 호평을 받고 있고 많은 사람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갈 기기이기 때문에, 본 기기를 아직 접해보지 않으신 분들에게는 반드시 필청을 권해드리고 싶다.
Linn Akurate DS3 : 이종학
여행을 즐기는 내게, 레코드 숍 순례는 일종의 의식에 해당한다. 왜 순례란 표현을 쓰냐면, 단순한 쇼핑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도쿄에 산재한 여러 음반점들은 CD의 구매 의욕을 높일 뿐 아니라, 각각의 소프트가 갖고 있는 배경이나 역사도 아울러 느끼게 한다. 왜 이 제품을 사야 하는지, 그 이유를 납득시키는 셈이다.
하지만 대세는 이제 CD가 아니다. 이미 스트리밍으로 넘어갔고, 그 덕분에 LP가 조금씩 상대적인 이득을 얻고 있다. 인제 와서 CD 타령을 하면, 아재 소리를 들을 상황인 것이다. 한때 신기술의 표본으로 각광받았던 CD의 퇴장은 여러모로 씁쓸한 뒷맛을 남기고 있다.
한데 이런 상황은 이미 예견된 것인지도 모른다. CD 애호가들에게 궁극의 디바이스로 자리 잡은 CD 12를 과감히 포기하고, 대신 DS 시리즈에 전력투구한 린에게, 스트리밍은 신대륙 발견에 버금가는 프로젝트였다. 그리고 그 시도는 지금에 와서 시대를 한참 앞서 나간 혜안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 이유가 과연 무엇일까? 바로 음질 때문이다. CD는 태생의 한계로 인해 16/44에 머물 수밖에 없다. 이를 타계하기 위해 SACD나 블루레이 오디오가 나왔지만, 시장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하지만 스튜디오에선 이미 24/96이 일반적인 포맷이 되었다. 이런 스튜디오 마스터를 듣자고 하면, 어쩔 수 없이 스트리밍에 의존해야 하는 것이다.
아무튼 타이달이라던가, 룬, MQA 등이 나오면서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다양한 레퍼토리를 접할 수 있게 되었다. 할렘의 보물 창고가 활짝 열렸다고나 할까? 사실 린에서는 스트리밍 쪽으로 두 개의 라인업이 존재한다. 하나는 클라이맥스고 또 하나는 아큐레이트. 후자가 하위 기종이지만, 그래도 실력이 만만치 않다. 특히, DS3라는 형번이 말하는 대로, 무려 4세대에 이르는 DAC가 장착되어 있다. CD12를 듣고 한숨을 푹푹 쉬게 만들었던 바로 그 DAC가 진화에 진화를 거듭. 이제는 카탈리스트라는 이름으로 소개되는 것이다. 더 환영할 일은, 이전 버전을 쓰고 있던 분들도 모듈의 교환을 통해 업그레이드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기존 구매자 중 대략 80% 이상이 이런 서비스를 신청할 것으로 보인다. 신품을 사는 부담을 던다는 점에서, 여러모로 고무적이다.
이런 디지털 계열은 하루가 다르게 새 기술이 나오고, 포맷이 업그레이드되기 때문에 여간해서 뭘 하나 고르기가 만만치 않다. 이런 식의 합리적인 정책이 지속된다면, 애호가 입장에선 부담을 상당 부분 덜 수가 있다.
애플 애호가들이 브랜드에 충성하는 부분도 바로 여기에 있지 않을까 싶다. 구형 맥북을 사도 소프트는 최신 버전으로 업그레이드되니 말이다. 핸드폰도 마찬가지고. 아무튼 음을 들어보면, 확실히 진화된 DAC의 역할을 느낄 수 있다. 매우 정교하고 치밀하면서 전체적인 밸런스가 뛰어나고, 린 특유의 맛이 살아있다. 린은 스피커, 앰프 등을 다 아우르는 메이커지만, 특히 소스기에서 상당한 노하우가 있다고 본다. 그 연원은 저 멀리 LP12에 이른다. 따지고 보면, 그 LP12가 들려준 음이 바로 린의 전체 제품군에 배어있고, 그 전통은 본 기에도 엄연히 발휘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흔히 리니(Linnie)라고 부르는 린의 신봉자들은, 지금도 행복할 수밖에 없다.
이미 4천 여장의 CD를 확보한 지금, 과연 스트리밍을 메인으로 삼을 것인가는 내 개인적인 문제일 뿐이다. 전체 시장을 보면 역시 대세는 스트리밍이다. 그리고 본 기를 듣고 나서는, 이참에 확 바꿔버려?, 하는 유혹을 느꼈다. 그 정도로 매력 만점의 디바이스다.
MSB The Reference DAC : 이종학
MSB를 수입하는 K 사장님으로 말하면, 자타가 공인하는 오디오파일이기도 하다. 아무튼 그의 시청실에 가보면, 어지간한 애호가들이 울고 갈 정도로 아주 세세한 부분까지 컨트롤이 되어 있다. 따라서 늘 양질의 사운드를 들을 수 있다. 개인적으로 신제품 리뷰 때문에 방문하기도 하지만, 뭐 하나 건덕지를 삼아 오로지 음만을 들으러 갈 때도 있다. 그 정도로 이 시청실은 내게 공부방이나 다름이 없다.
이번에 2018 베스트 기기를 선정하면서, 스피커는 이미 YG 어쿠스틱스의 소냐 2.2로 정한 상태다. XV가 갖고 있는 해상도나 다이내믹스를 보다 현실적인 제품으로 구현했다는 점에서 또 소냐가 갖고 있는 자체만의 높은 완성도를 진화시켰다는 점에서, 여러모로 내 구미에 맞는 제품이다.
바로 이 기기를 듣기 위해 방문했다가 덤으로 본 기를 접하게 되었다. 작년에 베스트 기기를 꼽을 때 이미 MSB의 플래그쉽 모델 셀렉트를 선정한 바가 있는 데다가, 심지어 동사의 팩토리까지 방문한 터라, MSB의 기술력과 음에 대해선 무한 신뢰를 보내고 있는 터. 그 와중에 본 기를 접했으니, 어쩔 수 없이 DAC 부문에 이 기기를 선정할 수밖에 없다. 그만큼 YG와 MSB는 나를 강력히 사로잡은 브랜드임이 분명하다.
그런데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은 두 브랜드 사이의 공통점이다. 모두 사장이 젊다. YG는 이제 갓 마흔이 넘어섰고, MSB는 곧 마흔이 된다. 사실 오디오 디자이너라는 것이, 한 30년은 만들어봐야 내공이 생기고, 음향 철학이 확립된다고 보는데, 이런 내 견해에 정면으로 위반되는 두 브랜드를 또 좋아하는 나는 과연 뭐란 말인가? 하긴 두 사람 모두 일찍부터 이쪽 업계에 몸을 담았으므로, 나이답지 않게 이미 20년 정도의 구력을 자랑한다. 실제 오디오 나이(?)를 따지면, 이런 제품들이 나오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서론이 길어졌지만, 본 기의 장점은 시스템을 미니멀화하면서, 소스의 정보를 최대한 보호하고, 그러면서 그 개성을 살리는 데에 더없이 적합하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본 기와 파워 앰프 사이에 어떤 프리를 걸어도 의미가 없다는 점이다. 이것은 상급기예서도 이미 확인한 바가 있고, 본 기도 마찬가지다.
사실 DAC를 이야기하면서, 트랜스포트부를 언급하기는 그렇지만, CD를 비롯한 패키지 미디어에 미련을 버리지 못한 내게 이 트랜스포트 쪽도 상당한 관심을 끌었다. 즉, 본 레퍼런스 시리즈는 셀렉트처럼 별도의 트랜스포트가 함께 나온 것이다.
그런데 이 트랜스포트는 정말로 유능하다. CD뿐 아니라, SACD, 4K 블루레이, 블루레이, DVD 등에 골고루 대응한다. 게다가 영상 쪽 음향 스펙인 돌비 TrueHD, DTS-HD 등도 커버하며, 영상 자체도 아우른다. 여기에 스트리머로서도 기능하니, 정말 천하무적이다.
따라서 본 DAC는 이런 다양한 포맷에 대응하면서, 기본적으로 2채널 오디오에 대한 배려를 담고 있다. 가격적인 면을 보면, 상위 셀렉트의 절반 정도를 하면서, 거의 필적하는 내용을 갖추고 있는 셈이다.
일단 하이브리드 DAC 모듈을 4개나 갖추고 있고, 파워 베이스도 듀얼뿐 아니라 모노에도 대응한다. 게다가 소중한 아날로그 프리가 덧붙여져 있다. 여기엔 당연히 아날로그 인풋도 존재한다. 따라서 위에서 언급한 대로, 별도의 프리앰프가 필요 없다는 것은 바로 여기에 기인한다. 그냥 단순히 디지털 볼륨 단을 장착한 것이 아니라, 정식 아날로그 프리앰프를 붙였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음? 셀렉트에 필적할 수준이라고 말하고 싶다. 일체 군더더기가 없이, 정말로 투명하고 싱싱하게 소스에 담긴 정보를 아낌없이 드러낸다. 어쩔 수 없이 표를 던질 수밖에 없었다.
Berkeley Audio Design
Alpha DAC Reference Series 2 MQA : 코난
단 몇 명의 천재적 엔지니어에 의해 진화해온 디지털의 역사는 녹음 그리고 포맷의 역사화 함께했다. 16비트 CD의 한계를 넘어서고자 고군분투했던 레퍼런스 레코딩스와 퍼시픽 마이크로소닉스의 HDCD 디코더를 기억한다면 버클리오디오도 그리 낯설지 않다. 퍼시픽 마이크로 소닉스의 마이클 플러머, 마이클 리터 그리고 레퍼런스 레코딩스의 키슨 존슨 박사가 HDCD 개발의 핵심 인물이었고 버클리오디오는 바로 퍼시픽 마이크로소닉스의 엔지니어들이 만든 회사기 때문이다. 176.4kHz 녹음이 가능한 디지털 장비를 개발하면서 수십억의 예산을 쏟아부어 완성한 HDCD 프로세서. 이후 마이크로소프트에 매각되었으나 그들의 기술만큼은 대단히 혁신적이었다.
버클리 오디오로 다시 모인 디지털 스페셜리스트들이 만든 Alpha DAC S2는 그들이 얼마나 비타협적이며 원리주의자인지 알게 했다. AES/EBU, 동축, 광입력은 본체에 탑재했지만 USB 입력을 사용하려면 별도로 만든 DDC를 사용해야 한다. 모든 샘플링레이트에서 ±100ppm 이하의 클럭 정밀도를 실현했으며 지터 발생을 극단적으로 낮추었다. 이는 전면의 인디게이터 색상을 통해 클럭 안정화 과정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매우 결벽증적인 설계는 그들이 얼마나 비타협적이고 비상업적인지 알려준다. USB 입력을 내장하고 내부 설계를 좀 더 단순화시켜 누구나 하듯 적당히 버무려도 될법하지만 버클리 오디오는 절대 물러서지 않고 끝까지 정공법으로 밀어붙였다. 심지어 MQA 대응을 위해서 약 2년 이상 위상 에러가 극단적으로 낮은 오실레이터 개발에 바친 점만 보아도 그렇다. 이들은 호락호락한 법이 없다. 물론 이 모든 치밀한 설계는 음질로 드러난다. 과거 스펙트랄 DAC의 그 심장이 서늘한, 무시무시한 디지털 사운드를 경험해보았다면 이 제품의 가치를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