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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 되면 호들갑을 떨어도 될 것 같다. 캐나다 NAD의 신작 스트리밍 앰프 M33 얘기다. 아랫 모델 M10도 놀라웠지만 마스터즈(Masters) 시리즈의 플래그십으로 나온 M33은 필자가 올해 접한 앰프 중 가장 선진적인 제품이었다. 올해가 아직 2개월 남았지만, 단언컨대 2020년 최고의 스트리밍 앰프로 꼽기에 손색이 없다. 

NAD와 마스터즈 시리즈

NAD 마스터즈 시리즈

M33은 1972년 설립된 NAD(New Acoustic Dimension)가 올해 선보인 블루 OS 스트리밍 앰프다. 블루 OS는 NAD와 한솥밥을 먹고 있는 캐나다 블루 사운드(Blue Sound)가 개발한 스트리밍 OS. 최근 몇 년간 블루 OS가 깔린 블루 사운드 제품을 몇 차례 리뷰하면서 그 편의성과 강력한 인터페이스에 감탄했는데, 자연스럽게 자매사인 NAD 제품에도 채택되었다. 이들의 모기업은 렌브룩(Lenbrook)이다. 

M33은 또한 NAD가 2005년에 출범시킨 플래그십 마스터즈(Masters) 시리즈의 최신작이다.  마스터즈 시리즈는 타 브랜드의 앰프 모듈을 적극적으로 수용해온 것이 특징인데, 예를 들어 2016년에 나온 M32는 영국 제텍스(Zetex)의 DDFA 모듈, 지난해에 나온 M10은 네덜란드 하이펙스(Hypex)의 엔코어(N-Core) 모듈, 올해 나온 M33은 덴마크 퓨어리파이 오디오(Purifi Audio)의 아이겐탁트(Eigentakt) 모듈을 채택했다. 엔코어와 아이겐탁트 모두 클래스 D 앰프의 대가 브루노 푸제이(Bruno Putzeys)가 개발했다. 

블루OS, 아이겐탁트에 이어 M33이 단 3번째 날개는 바로 룸 튜닝 소프트웨어 ‘디락 라이브’(Dirac Live)다. 디락 라이브는 2011년 디락 리서치(Dirac Research)라는 스웨덴 제작사가 만든 룸 보정 소프트웨어로, NAD 제품 중에서는 M33과 M10을 비롯해 C658 스트리밍 DAC 등에 채택됐다. 디락 라이브가 워낙 강력한 효과가 있는 만큼 앞으로 더 많은 브랜드와 제품에 채택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M33은 상복이 터졌다. 지난 9월에 발표된 미국 오디오 전문지 스테레오 파일의 '2020 추천기기 목록' 가을 에디션에서 당당히 인티앰프 부문 A 클래스에 올랐고, 앞서 지난 8월에는 유럽영상음향협회(EISA)가 주관한 2020 EISA 어워드에서 '올해의 스마트 앰프' 상을 거머쥐었다. M33은 아이겐탁트 모듈이 최초로 투입된 상용 앰프다. 

M33 외관과 인터페이스

사실 M33의 외관은 필자 취향은 아니다. 겉모습만 따지면 동생 모델 M10이 컴팩트하지만 오히려 시원한 눈맛이 있다. 전면 디스플레이의 베젤이 얇은 덕이 크다. 이에 비해 풀 사이즈의 M33은 약간 투박한 모습이며 철저히 기능 위주다. 전면에는 대기 혹은 작동 상태를 나타내주는 표시등과 6.3mm 헤드폰 잭, 7인치 LCD 터치 스크린, 볼륨 노브가 달렸다. 무게는 9.7kg. 

후면은 유무선 네트워크, 디지털 입력, 아날로그 입출력, 스피커 커넥터는 물론 MM/MC 포노 입력단까지 총 망라되었다. 포노단의 부하 임피던스와 커패시턴스가 MM은 56k옴/100pF, MC는 100옴/280pF로 설정됐기 때문에 왠만한 카트리지에는 모두 대응할 수 있다. MDC(Modular Design Construction)라고 해서 왼쪽 빈 공간 2개를 막아놓았는데, 이는 추후 업데이트 시 해당 모듈만 장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네트워크는 유선 랜과 와이파이, 2웨이 블루투스(aptX, 5.0)를 모두 지원한다. 이더넷 단자 밑에는 USB-A 단자가 있는데 이는 대용량 저장 장치 연결을 위한 것. 그 옆에는 최신 HDMI eARC(enhanced Audio Return Channel) 단자가 있어서 TV의 오디오 신호를 이전 ARC에 비해 보다 빠른 속도로 가져올 수 있다. 디지털 입력단자는 동축 2개, 광 2개, AES/EBU 1개 구성이다. 

아날로그 입력단은 밸런스(XLR) 1조, 언밸런스(RCA) 2조를 갖췄으며 이 중 RCA 1조는 MM/MC 포노 입력 전용이다. 이 밖에 프리앰프 출력 1조와 서브우퍼 출력 단자 2개도 갖췄다. 서브우퍼 출력의 경우 크로스오버 주파수를 설정할 수 있다. 스피커 케이블 커넥터는 바이와이어링이 가능하게끔 채널당 2조씩 마련했다.

M33 기능과 스펙, 설계디자인

앰프는 역시 출력이 관건이다. M33은 8옴에서 200W, 4옴에서 380W를 뿜어낸다. 물론 정격(RMS) 기준이다. M33 2대를 브릿지로 연결할 수도 있는데, 이럴 경우 8옴에서 700W로 4배 가까이 출력이 올라간다. 댐핑 팩터는 8옴에서 800 이상인데, 이는 M33의 출력 임피던스가 0.01옴에 그칠 정도로 낮다는 것을 뜻한다. 최대 피크 전류는 25A.  

M33은 블루 OS가 기본적으로 타이달과 코부즈, 스포티파이, 디저, 아마존뮤직 등 각종 스트리밍 음원 서비스를 인앱 지원한다. 또한 오디오 파일들의 필수템이라 할 룬(Roon) 레디 인증을 받았고, 타이달 24비트 음원 스트리밍시 곁들여지는 압축 코덱 MQA를 해제할 수 있는 디코더도 내장했다. 

스마트폰과 무선 연동은 동일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UPnP/DLNA가 기본이며, 스마트폰 무선 직결이라 할 에어플레이 2와 블루투스 apxX를 별도로 지원한다. DAC은 미국 ESS의 32비트 Sabre 9028 DAC 칩이 핵심. 유선 연결 시 24비트/384kHz까지, 스트리밍 재생 시 24비트/192kHz까지 지원한다. 운영체제는 리눅스를 기반으로 했으며 1GHz ARM Cortex A9 프로세서가 사령탑 역할을 맡는다. 전원부는 SMPS다.

개인적으로 눈길을 끄는 것은 톤 콘트롤 기능. 고역(treble)은 10kHz를 기준으로 +,-10dB, 저역(bass)은 100Hz를 기준으로 역시 +,-10dB만큼 조절할 수 있다. M33이 MM/MC 포노스테이지까지 내장한 만큼 이 톤 콘트롤을 이용하면 표준 RIAA 외에 옛 데카(Decca)나 컬럼비아(Columbia) 레이블의 EQ 커브에도 어느 정도 대응할 수 있다. 

이 밖에 다른 스펙은 하이엔드다. 전고조파왜율(THD)은 0.003% 이하에 그치며, 신호 대 잡음비(SNR)는 1W에서 98dB, 200W에서 120dB 이상을 보인다. 주파수응답 특성은 20Hz~20kHz 가청 영역대 구간에서 +,-0.2dB에 그치고 60kHz가 되어서야 -3dB 낮아지는 수준이다. 헤드폰 잭도 출력 임피던스가 2.2옴이어서 왠만한 헤드폰은 쉽게 구동할 수 있다. 출력은 32옴에서 100mW.

집중탐구 No.1 : 아이겐탁트

M33 내부 모습

M33 내부 사진을 보면, 스피커 케이블 커넥터  쪽에 2개의 동일한 기판이 세워져 있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이것이 바로 아이겐탁트(Eigentakt) 1ET400A 클래스 D 모듈이다. 2개가 투입된 것은 기판 하나당 채널 하나를 담당하기 때문이다. 아이겐탁트는 독일어로 '셀프 클로킹'(Self-Clocking)을 뜻하며, 400은 이 앰프 모듈이 4옴에서 400W 출력을 낸다는 뜻이다. 

아이겐탁트 1ET400A 모듈

아이겐탁트 1ET400A 모듈은 필립스의 UcD(Universal Class D), 하이펙스의 N 코어(N-Core) 등 화제의 클래스 D 증폭 모듈을 잇따라 개발한 벨기에의 브루노 푸제이가 지난해 선보였다. 그는 앞서 지난 2014년 덴마크의 유명 음향 엔지니어 피터 링도르프(Peter Lyngdorf), 텍사스 인스트루먼트(TI) 출신의 베테랑 엔지니어 라르 리스보(Lars Risbo)와 함께 퓨어리파이 오디오(Purifi Audio)를 설립했고, 지난해 첫 제품으로 아이겐탁트를 내놓았다. 

아이겐탁트 모듈은 개념이 난해하다. 다만, 퓨어리 파이가 밝힌 기술 백서와 브루노 푸제이가 지난 2005년에 발표한 논문(Simple Self-Oscillating Class D Amplifier with Full Output Filter Control, by Bruno Putzeys, May 2005)에 따르면, 위 블록 다이어그램처럼 기존 클래스 D 회로(Comparator, Power Stage, Output Filter)에 피드백을 다수 걸고 특이하게도 피드포워드까지 포함시킨 점이 특징이다.

말은 장황하지만 피드포워드를 통해 일종의 자기 발진(Self-Oscillation) 회로를 구성, 넓은 대역에서도 높은 게인을 확보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좀 더 따져보자. 통상 앰프의 게인이 높아질수록 주파수 응답 특성은 안 좋아진다. 플랫하게 증폭되는 구간이 짧아진다는 얘기다. 이를 넓히기 위해 네거티브 피드백을 걸지만 그렇게 되면 잘 아시는 대로 게인이 줄어든다. 이처럼 게인과 대역폭은 반비례 관계에 있으며 이 상관관계를 나타낸 것이 '게인-대역폭 곱'(Gain-Bandwidth Product)이다.

그런데 아이겐탁트는 이 상태에서 피드포워드를 걸어 루프 게인을 75dB로 높이고, 이를 통해 '게인-대역폭 곱'을 무려 110MHz까지 높여놓았다고 한다. 즉, 예를 들어 1.1kHz에서도, 110kHz에서도 게인-대역폭 곱이 일정하게 110MHz를 보인다는 얘기다(110kHz에서 게인은 1,000배(110,000 x 1000 = 110,000,000 = 110M), 1.1kHz에서 게인은 무려 100,000배(1,100 x 100,000 = 110,000,000 =110M)를 보인다). 한마디로 플랫하게 증폭되는 대역 구간이 넓어졌다는 뜻이다. 

1ET400A 측정자료. 위부터 주파수 대비 THD+N(dB), 출력 대비 THD+N(dB), 주파수응답특성. 

하지만 유저 입장에서는 굳이 복잡한 원리를 모르더라도, 아이겐탁트의 결과물이 좋은 것만 확인하면 된다. 1ET400A는 100W 출력 기준 가청영역대에서 0.00017%라는 낮은 왜율과 1kHz에서 0.000065옴이라는 초저 출력 임피던스를 자랑한다. 94% 효율과 4옴 400W, 8옴 200W 출력이 평범해보일 정도다. 

외국 오디오 전문지 사운드스테이지 하이파이(Soundstage HiFi)가 실시한 1ET400A 모듈 측정치는 거의 완벽에 가깝다. 퓨어리파이 오디오가 주장한 대로 1kHz 신호를 4옴 부하 100W 출력에서 측정한 결과 왜율(THD+N)이 0.000184%(왼쪽채널), 0.000187%(오른쪽채널)에 그친 것. 200W에서는 0.0002%, 425W에서도 1%를 넘지 않았다. 

주파수 응답특성도 놀라움의 연속이다. 20Hz~20kHz 대역은 줄자로 잰 듯 평탄했으며 30kHz까지 롤 오프가 일어나지 않았다. 고역은 60kHz가 되어서야 -3dB 감쇄했고, 저역은 16Hz가 되어서야 0.1dB 감쇄했다. 사운드 스테이지 하이파이는 16Hz 감쇄 특성마저도 측정장비가 하이패스 필터를 통해 DC 입력을 막았기 때문이며 하이패스 필터가 없었다면 10Hz까지 평탄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집중탐구 No.2 : 디락 라이브

필자가 파악한 디락 라이브의 핵심 내지 흐름도는 다음과 같다. 1. 특정 공간에 놓인 스피커의 사운드 성향을 기본 제공되는 마이크로 면밀히 측정한다. 2. 딥이나 피크 같은 사운드의 단점을 내장 DSP를 통해 극복, 가장 이상적인 EQ 커브를 만든다. 3. 이 결과값을 앰프에 자동 저장해 특정 공간, 특정 스피커에서 가장 이상적인 소리를 뽑아낸다. 

따라서 디락 라이브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디락 라이브 소프트웨어를 구매하거나 그 소프트웨어가 깔린 앰프가 있어야 한다. M33의 경우 몇가지 기능이 빠진 리미티드 에디션(LE)을 내장했다. 예를 들어 전체 대역이 아니라 45~500Hz 사이에서만 EQ를 보정할 수 있다. 그러나 룸 어쿠스틱에서 정재파 등으로 가장 문제가 되는 대역이 저주파수이기 때문에 필자가 보기에 LE 버전으로 충분하다. 

M33에 깔린 디락 라이브를 직접 활용해봤다. 측정 및 테스트는 하이파이클럽 입구에 마련된 첫 번째 시청실에서 이뤄졌으며, 스피커는 B&W의 702 S2를 동원했다. 

1. 우선 디락 라이브 프로그램을 다운로드받아 필자의 맥북에 깔았다. 프로그램을 활성화시키자 랜 케이블을 꽂아놓은 M33이 자동 인식된다. 

2. 마이크를 선택한다. 이때 주의할 점은 기본 제공되는 마이크의 USB-A 단자를 맥북에 연결하느냐, 아니면 M33에 연결하느냐에 따라 선택을 달리해야 한다는 것. M33 뒤에 꽂으면 고민의 여지가 없지만, 맥북에 연결하면 ‘USB’라고 표기된 마이크를 선택해야 한다.​

3. 측정에 들어간다. 프로그램 화면을 보며 청취 위치 부근의 총 9개 지점에 마이크를 위치시킨 후 스피커에서 자동으로 나오는 소리(저주파~고주파)를 녹음하면 된다. 한 지점당 녹음 시간은 10초 가량밖에 걸리지 않았다. 타이트 포커스 이미지에서는 9개 지점, 포커스 이미지에서는 13개 지점, 와이드 이미지에서는 17개 지점에서 측정을 하게끔 돼 있다. 

4. 측정이 끝나면 좌우 스피커의 주파수응답 특성(왼쪽 스피커는 레드, 오른쪽 스피커는 블루)과 디락 라이브가 만들어낸 이상적인 EQ 커브가 표시된다. 위 캡처 사진은 왼쪽 702 S2 스피커인데, 45.3~500Hz 구간의 주파수응답 특성이 플랫하게 보정된 것을 알 수 있다.

5. 결과값을 저장한 후 M33에 전송한다. 필자의 경우 새 필터 이름을 ‘O Your Music’으로 붙인 후 소프트웨어 상에서 전송 버튼을 누르니 자동으로 M33에 입력됐다. 블루OS 앱이나 M33 터치스크린에서 ‘Setting-Audio-Dirac Live-O Your Music’을 선택하면 디락 라이브가 준비한 룸 보정 필터 효과를 체험할 수 있다.

​한편 캡처는 못했지만, 디락 라이브는 임펄스 응답특성(Impulse Response)까지 손을 본다. 임펄스 응답 특성은 음이 얼마나 깨끗하게 마무리되는지 알 수 있는 지표. 디락 리서치에 따르면 디락 라이브 DSP를 거치면 링잉(ringing) 현상이 크게 줄어들어 몰라볼 정도로 응답 특성이 깔끔해진다고 한다.

디락 라이브 필터 AB 테스트 및 시청

시청에 동원된 스피커는 B&W의 플로어 스탠딩 702 S2. 3웨이 5유닛 구성으로, 공칭 임피던스는 8옴, 감도는 90dB, 주파수응답 특성은 46Hz~28kHz(+,-3dB)을 보인다. 시청실은 오른쪽 벽면 한 쪽이 뚫린 좌우 비대칭 공간이다. 과연, 디락 라이브가 보정한 EQ 필터를 적용하면 소리가 얼마나 바뀔까. 또 브루노 푸제이의 신작 아이겐탁트 모듈은 기존 엔코어 모듈과는 또 어떤 음질적 차이를 보일까. 이래저래 기대가 많은 시청이었다. 

702 S2와 매칭한 M33은 배경 노이즈가 거의 한 톨도 남김없이 사라진 모습이 가장 강렬했다. 맑고 깨끗하며 말쑥한 음과 무대다. 엔코어 모듈을 쓴 M10에 비해서는 SN 비와 매끄러운 소릿결에서 큰 음질적 우위가 있다. 건조하고 희석된 클래스 D 소리가 아니라, 어디선가 달착지근한 와인 맛이 도는 것 또한 특징. 서스펜션이 좋은 고급 승용차를 탄 안락한 느낌도 세다. 음원은 필자의 스마트폰에 깔아놓은 블루 OS 앱을 이용, 주로 코부즈 음원을 들었다.  

Maria Joao Pires, Augustin Dumay, Jian Wang
Piano Trio No.1
Brahms Piano Trios Nos. 1&2

본격 시청에 들어갔다. 우선 디락 라이브 필터 적용 전, 그러니까 'O Your Music' 필터를 끈 상태에서 들었다. 지금도 좋았다. 첼로와 피아노, 이어 그 둘 사이를 파고드는 바이올린의 음색이 처연하다. 홀톤도 잘 전해진다. 디락 라이브 필터 적용 전인데도 이런 소리를 들려주니 더욱 기대가 된다. 이 곡은 테스트용으로 지금까지 꽤 많이 들은 곡인데, 평소보다 바이올린이 왼쪽 위에서 등장하는 모습이 낯설다. 

이어 디락 라이브 필터를 켠 상태로 들어보니, 단번에 음들이 곱고 고급스러워진다. 첼로에서는 보다 미묘하고 섬세한 음이 나왔고, 바이올린은 보다 디테일한 음을 들려준다. 그러면서 은근히 클래스 A 느낌이 드는데 이는 클래스 D가 태생적으로 클래스 AB의 노치 왜곡이 없기 때문이다. 또한 아이겐탁트 모듈이 스피커 부하 임피던스에 상관없이 일정 출력 임피던스를 유지한 덕분일 수도 있다. 어쨌든 매우 적막하고 매끈한 음을 들려준다. 

Stanley Clarke - I'm Home Africa
East River Drive

디락 라이브 필터를 적용하니 재생음의 레벨 자체가 달라진다. 일단 악기 수가 늘어났고 무대 역시 위아래와 좌우를 확 벌렸다. 졸지에 생기와 활기가 도는 음이 되었다. 디락 라이브의 힘이기도 하지만, M33이 기본적으로 매우 탄력적이고 탱글탱글한 음을 내는 앰프인 것 같다. 힘을 전혀 들이지 않고도 스피커를 수월하게 드라이빙하는 모습도 멋지다. 맞다. 스피커를 장악한다는 느낌이 들 때만큼 앰프가 대견한 경우는 없다. 재생음이 일체의 잔상 없이 깔끔하게 마무리되는 것은 앰프의 임펄스 특성이 좋다는 증거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여러 퍼커션들이 무대를 종횡무진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Turtle Creek Chorale, Women's Chorus of Dallas
Pie Jesu / Sanctus
John Rutter Requiem

이후에는 디락 라이브 필터를 적용한 상태에서 들었다. 필자가 보기에 디락 라이브가 깔린 앰프는 무조건 해당 소프트웨어를 활용해야 한다. 'Pie Jesu'는 그야말로 잡티가 하나도 없는 순결한 음. 마치 예전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숨 죽여 지켜봤던 블랙홀 장면을 지켜보는 듯했다. 스피커 뿐만 아니라 앰프까지 사라진 상태. 소릿결은 다리미로 구겨진 천을 좌악 핀 것 같다. 특히 곱고 깨끗한 소프라노의 고음이 압권이다. 'Sanctus'는 합창단의 크기와 파이프 오르간의 속깊은 저음을 제대로 들려준다. 순간, M33이 이보다 훨씬 비싼 댄다고스티노 앰프의 음을 닮았다고 생각했다. 대음량에서도 결과 폼이 무너지지 않는 모습에도 감탄했다.  

Cannonball Adderley - Autumn Leaves
Somethin' Else

피아노 뒤에 드럼이 자리 잡은 모습이 확연하다. 그만큼 레이어감과 해상력이 장난이 아니다. 트럼펫이나 베이스 같은 개별 악기의 연주음도 유난하다. 특히 색소폰에서는 폭신하면서도 어딘지 습기가 가득 베인 음이 푹 푹 튀어나와 깜짝 놀랐다. 연주자의 엄청난 폐활량이 연상된 탓인지, 시청실 앞벽에서 바람이 필자쪽으로 불어오는 듯했다. 스피커와 앰프 모두가 사라지는 흔치 않는 느낌이 계속되고 있다. 혹시나 해서 디락 라이브 필터를 꺼보니, 트럼펫이 상대적으로  쏘고 약간 의기소침한 모습을 보인다. 연주자의 어깨가 좁아진 느낌이랄까? 앞벽의 바람도 멈췄다. 다시 디락 라이브 필터를 켜면 무대의 뎁스가 살아나고 트럼펫이 시원하게 뻗기 시작했다. 아이겐탁트가 디락 라이브로 날개를 달았다. 

총평

렌브룩에서 한 솥밥을 먹고 있는 블루사운드와 NAD의 기세가 매섭다. 블루 사운드는 블루OS라는 친절하고 똘똘한 스트리밍 OS를 쏘아올렸고, NAD는 아이겐탁트 모듈의 될성부름을 보고 가장 먼저 자신의 품에 끌어들였다. 이것만 해도 될 듯 싶은데 NAD는 디락 라이브라는 히든 카드까지 준비했다. 영화 '친구'의 카피가 옳았다. "함께 있을 때, 우린 아무 것도 두려울 것이 없었다."

필자는 지금 즐거운 상상을 하고 있다. 탄노이의 옛 3LZ 밀폐형 스피커를 구해, 필자의 방에서, M33으로 하루 종일 음악을 듣는 풍경이다. 굳이 3LZ인 것은 그 안에 들어간 모니터 골드 동축 유닛이 필자와 같은 해에 태어났기 때문이다. 이 빈티지 스피커를, 음향학적으로 문제가 많은 필자의 방에서, M33 단 한 대로 울려보고 싶다. 24비트 고해상도 음원을 스트리밍으로, 그것도 디락 라이브가 업그레이드해놓은 상태로 잘근잘근 구석구석 듣고 또 듣고 싶다. M33을 자신 있게 추천한다. 

by 김편 오디오 칼럼니스트

* Supported audio file format, cloud services and free internet radio are subject to change without notice.** Gross dimension includes feet and extended rear panel terminal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