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러다임의 전환으로 PC 오디오 한계의 벽을 허물다
*편의상 존칭을 생략함을 양해바랍니다.
Prologue 필자가 PC 오디오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이 2000년 무렵이니 다른 사람보다 꽤 빠르다고 할 수 있다.
처음엔 레코딩용 오디오카드에 아날로그 케이블로 인티앰프에 연결해서 들었고 2005년 무렵 USB가 지원되는 DAC를 사용해보게 되었는데, 당시로서는 혁명이라고 할 정도의 음질 향상이 있었다. 지금 기준에서 보면 한참 떨어지는 스펙 (USB 1.1/synchronous)임에도 USB를 통해서 소리가 난다는 것 자체가 신기했던 시절이었다. 이후 USB는 DAC 연결방식의 대세가 되었고 그 스펙도 2.0를 지원하면서 비약적으로 향상된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USB 방식의 DAC는 CD에 비해 부족한 면이 있다. 이 문제의 원인을 대부분 지터에서 찾는데, 이 알듯 모를 듯한 개념의 지터라는 것은 시간축의 미세한 흔들림으로 음악적 뉘양스를 감소시키고 디지털 음악의 특징인 딱딱함과 소란스러움을 배가시키는 주범으로 알려져 있다.
이 지터를 줄이는 방법은 PC와 동기화되지 않는 정확한 클럭, 노이즈 유입의 감소 등이 알려져 있고 전자는 asynchronous 방식이 나오면서 어느정도 해결이 된 듯하나 후자의 문제는 실로 다양한 노이즈가 넘쳐나고 있는 PC에서 완전히 제거하기란 사실 불가능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또한 이러한 하드웨어적인 지터말고도 소프트웨어적인 지터 (음악재생 외에도 많은 프로세스를 동시해 수행해야 하는 PC의 문제)의 원인도 무시할 수 없다.
본 기기는 PC노이즈에 의한 지터를 제거하고자 만들어진 제품으로 USB의 전원선을 타고 유입되는 노이즈를 차단하고 리튬이온 바데리에서 생성된 노이즈없는 전원을 대신 공급하여 음질의 향상을 도모하고 있다. 그럴 듯하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판단이 잘 서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공구 전 시청회에서 확실한 효과를 입증했다고 하고 가격도 비싸기는 하지만 시도해 볼만한 레인지라는 생각에 공구에 참여하게 되었다. 구입한 제품은 5V USB와 외부 DC out만이 지원되는 L5이다.
제품 외관 및 구성
하얀 박스에 튼튼하게 포장되어 있고 내용물은 본체, USB 케이블, DC 케이블, 아답터가 전부이다. 본체는 생각보다 작은 크기에 비해 묵직하여 안정감이 있으며 검은색으로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는 외형이다. 오른쪽에 세개의 작은 LED가 있고 각각 바테리1, 전원, 바데리2를 표시한다. 아답터를 연결하면 가운데를 제외하고 모두 불이 들어오는데 바데리 1, 2가 모두 충전상태임을 의미한다. 오른쪽 옆에 있는 전원 스위치를 on하면 사용되는 바테리와 가운데 전원에 불이 들어오는데, 전원을 킬 때 가장 많이 충전되어 있는 바테리를 사용하는 것 같다. 계속 사용하다보면 바테리의 불이 전환되는데 하나의 바데리가 방전되어 충전모드로 들어가고 다른 바데리로 전환되는 것이다. 제작사는 이러한 기능이 모두 아날로그 회로로 이루어져 노이즈 발생을 차단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외관에서 가장 마음에 안드는 것이 바닥의 코르크 받침인데 싸구려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하지만 제작사에서 여러가지를 테스트해서 가장 음질이 좋은 것으로 고른 거라고 하니 수긍하는 수 밖에.. 진동이 음질에 영향을 많이 미친다고 해서 나는 오석 위에 올려놓았다.
필자가 소장하고 있는 케이블은 3종으로 모두 중저가 제품이다. 우연히도 각각 다른 재질로 되어 있고 각 재질의 특성을 잘 드러내는 편이다. BOP 운영시 특이한 점이 USB케이블이 두개가 필요하다는 것인데, 개인적인 생각은 이것은 장점이자 단점이라는 것이다. 두 케이블의 성향을 잘 조햡하면 BOP 자체의 기능과는 별도로 또다른 시너지 효과를 볼 수도 있고 매칭에 실패하면 BOP의 장점을 상쇄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재미있는 것은 단지 두개의 조합 뿐 아니라 연결 순서, 즉 PC와의 연결을 어느 선으로 하느냐에 따라 음색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필자가 다양한 조합을 경험해보며 느낀 것으로 내가 읽은 어느 리뷰에도 이러한 내용이 없어 본 리뷰의 중요한 부분 중 하나가 될 것이다.
1. Kimber 슨은 케이블 2. Malena 케이블 (동선) 3. Wireworld ultraviolet (은도금선)
청취
BOP를 연결하기 전에 1. 케이블을 연결해서 듣고 있었고 이를 DAC-1-BOP-2-PC의 연결로 바꿔보았다. 음의 소란함이 줄어들고 공간감이 확장되며 배경이 정숙해진다. 그렇지만 좀 듣다보면 답답함이 느껴지는데 2.케이블의 문제라는 생각이 들어 순서를 바꿔 보았다. 좀 더 시원한 소리가 나오긴 하지만 아직 맘에 들지 않는다. 그래서 DAC-3-BOP-2-PC로 바꿔본다. 좀 더 맘에 드는 소리가 나온다. 이번엔 DAC-2-BOP-3-PC로 바꾸니 가장 맘에 드는 소리가 나온다. 시원시원하면서도 고역이 날카롭지 않은, 저역의 해상도가 비약적으로 향상된 소리...물론 BOP에 의한 입체감, 공간감, 해상력의 증가등이 있었기에 가능한 소리겠지만 USB케이블의 조합과 연결순서만으로도 확연히 차이가 나는 음색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이 참 재미있었다.
청취음원
Liquid Tension Experiment: Paradigm shift
Dream Theater 멤버들의 프로젝트 음반으로 PC 오디오 초창기부터 꾸준히 들어온 음반이다. 곡 도입부에서 엄청난 속도로 쏟아지는 기타, 키보드, 드럼, 베이스의 현란함으로 정신이 없어지는 곡인데, BOP는 아주 절도있고 정연하게 각 악기들의 위치 및 행보를 그려준다.
그러면서도 결코 소란스럽지 않고 빡빡하기만 할 것 같은 악기들 간의 공간에 여유를 불어넣어 준다. 사실 이곡을 선택한 것은 음악도 음악이지만 제목처럼 BOP가 PC 오디오의 패러다임을 전환하는역할을 하는것 같아 의도적으로 골랐다.
Pink Floyd: In the Flesh? (The Wall)
LP시대에 즐겨듣던 70년대 락의 명반들은 대부분 디지털 음원에서 그 매력이 감소되는 안타까움이 있는데, 대표주자가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그룹인 Pink Floyd이다. 특히 이 음반은 LP로 처음 들었을때 첫곡에서 기관총같은 드럼 연주에 충격을 받았었는데 최근의 리마스터링을 포함하여 어떠한 디지털 음원에서도 그러한 충격이 다가오지 않는 것은 단지 내가 나이를 먹어서만은 아닐 것이다.
또한 이들의 CD는 전반적으로 낮은 음량으로 수록되어 있어 박력이 더 느껴지지 않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BOP를 통하여 듣는 The wall은 LP의 감동을 어느 정도 되살려 주었다. 중요한 것은 음량이 아니라 밸런스라는 것. 그리고 음을 둘러싸고 피어오르는 생동감이라는 것. 이런 것을 깨닫게 해준다. 디지털 음원을 가장 아날로그적인 사운드로 듣는 방법 - 이것이 BOP인 것이다. PC 오디오 한계의 벽 (The Wall)을 허무는 순간이다.
Dvorak: Cello concerto (DSD)
클래식 음악을 많이 듣지 않는 관계로 청음해 볼 음원이 많지 않았다. 그나마 즐겨 듣는 이곡은 협주곡으로 솔로 악기와 대편성 오케스트라를 동시에 평가할 수 있을 것 같아 선정하였다. 솔로 악기의 위치, 음색을 정확히 잡아내며 오케스트라와의 합주에서도 음을 놓치지 않게 해준다.
오케스트라의 각 파트의 위치도 명확하게 잡아주며 넓은 공간감을 형성하여 솔로 악기의 존재감을 더욱 부각시켜준다. 첼로의 질감도 BOP 사용 전에 비해 비약적으로 향상된 느낌이다. DSD 음원이었는데 BOP는 mp3음원도 좋은 소리를 들려주지만 역시 고음질 음원에서 더 빛을 발하는 것 같다.
Psy: Gentleman
사실 이런 곡을 오디오 청음에 이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다. 선정한 이유는 단 하나, 요즘 우리 세살배기 아들이 가장 즐겨듣는 곡이라서다. 거의 매일 3-4번씩 내 청음실에 와서 하이파이 시스템으로 들으며 춤을 추는 게 이 놈의 하루 일과 중의 하나인데, BOP로 연결해서 들려주니 더 즐거워하는 것 같았다, 착각일까? 그래서 좀 더 집중해서 들어보니 강조를 해주어야 하는 비트에서 정확히 터져주는 맛이 좀 더 증가하였다. 이는 베이스의 해상도, 빠른 스피드와 응답 속도 등과 연관이 있을 텐데 특히 뮤직 비디오를 보면서 들어보면 싸이의 춤 동작, 뮤직비디오의 장면과 정확히 일치하면서 터져주는 부분이 쾌감을 배가시켜준다. 아이들은 순수하게 자기 느낌 그대로를 표현하는데 우리 아들도 이런 면에서 더 즐거워하는 것 같다. 그리고 가사가 들린다.. 이런 곡에서 가사를 신경써서 듣게 되지는 않는데 신경 안써도 가사가 전보다 잘 들린다. 
이승환: Fall to fly
최근에 들어본 국내 음반 중 가장 녹음이 잘되었다고 생각되는 음반이다. 첫 곡 Fall to fly는 처음엔 조용히 시작하지만 음량이 커지면서 해상도가 좋지 않거나 지터가 많은 음원이나 시스템으로 들으면 혼란스럽고 시끄러워지기 쉬운 곡인데 BOP를 연결한 시스템에서는 전혀 그런 면을 느낄 수 없었다.
같은 음반에 수록된 '내게만 일어나는 일'은 대규모의 합창이 나오는데 역시 소란스러운 면 없이 큰 공간감과 웅장함으로 감동을 배가시켜주며 그 속에 이승환의 미성은 묻히지 않고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헤드폰 시스템에서의 청음
직장에서 별도의 헤드폰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어 일주일간 연결해서 사용해보았다. 앞서 USB 케이블의 매칭은 시스템이 달라지자 다른 소리를 내었고 여러가지 조합 (막선 포함) 끝에 이 시스템에 맞는 연결을 찾아내었다 (DAC-2-BOP-1-PC). HD800이 워낙 해상도가 뛰어난 헤드폰이고 pure DAC 역시 해상력이 좋기로 유명한 DAC로 처음에 BOP를 물렸을 때는 너무 날카롭고 선이 가는 소리로 들렸다.
하지만 USB 케이블 조합으로 마음에 드는 소리로 다듬을 수 있었고 이 후에 여러가지 음원 (앞에 소개한 음원들 포함)을 들어 보았는데, 스피커 시스템에서 느꼈던 공간감의 확장은 헤드폰 시스템의 한계인지 크게 다가 오진 않았지만 음의 질감, 밸런스, 그리고 장시간 청취시의 피로도의 감소 등은 큰 소득이었다.
L5보다 L12가 좀 더 힘있고 펀치력이 강한 소리를 들려준다고 하는데 헤드폰 시스템에서 한번 사용해보고 싶다. 앞서 소개한 음원들 중에는 Dvorak의 Cello Concerto가 가장 좋은 인상을 주었는데, 아무래도 헤드폰의 성향이 팝/락 보다는 클래식에 더 맞아서가 아닌가 한다. 하지만 락에서도 그동안 헤드폰으로 듣기 힘들었던 뚝 떨어지는 저역 등 향상된 점이 많았다.
Epiloque
BOP의 가장 큰 장점은 음악 자체에 몰입하게 해 준다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과거 LP에서 느낄 수 있었던 안정감, 편안함, 푸근함을 들려주면서도 디지털 음악의 장점인 해상도, 다이나믹스를 잃지 않은, 아니 더 향상된 음을 들려주기 때문이다. 편안함과 오디오의 쾌감을 모두 누리게 해주는 기기는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BOP는 향후 PC 오디오에서 없어서는 안되는 시스템의 일부로 자리잡지 않을까 하는 예측도 해보게 된다. 무엇보다 노이즈를 줄이기보다 노이즈가 없는 전원으로 전환하는 발상은 참으로 신선하며 그 효과는 실로 대단하다 하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