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FICLUB, High-end Internet

2년 전, 개인적으로 만났던 꽤 유명한 인디 뮤지션 한 명이 필자에게 물었다. "집에서 턴테이블 뭐 쓰세요?" 독일산 턴테이블을 쓴다고 했더니, 자기는 드림 턴테이블이 하나 있다고 했다. "비싸긴 하지만 갖고만 있어도 기분이 좋을 것 같다. 언젠가 꼭 구매할 것"이라고도 했다. 바로 린(Linn Products)의 손덱(Sondek) LP12였다. 필자 역시 경제적 여유가 있다면 아주 비싼 클라이맥스(Klimax) LP12까지는 아니더라도 아큐레이트(Akurate) LP12 정도를 구매해 애지중지하며 쓰고 싶다. 무려 48년 전에 탄생한 손덱 LP12는 그 정도 대접을 해도 되는 턴테이블이다. 

손덱 LP12가 린의 장구한 아날로그 한 쪽 날개를 책임진다면, DS(Digital Streaming)와 DSM(DS에 프리앰프 기능 추가)은 린의 다른 디지털 날개를 책임진다. 지난 2007년 업계 최초의 디지털 뮤직 스트리밍 머신 클라이맥스 DS를 선보이고, 앞서 2006년 린 레코드(Linn Records)를 통해 DRM 프리 24비트 음원 다운로드 서비스를 시작했던 린이다. 필자도 당시 비발디의 사계 등 린 레코드에서 24비트 FLAC 음원을 다운로드해서는 그 곱디고운 입자감에 푹 빠져 밤을 하얗게 지새우곤 했다. 

이 밖에 모듈러 방식을 취해 언제든 인티앰프로 변신할 수 있는 셀렉트(Selekt) DSM, 린 독자의 액티브 스피커 시스템인 클라이맥스 350(Klimax 350), 아큐배릭(Akubarik), 아큐도릭(Akudorik), 그리고 지난해 선보인 무선 스트리밍 액티브 스피커 시리즈 3(Series 3) 등 린의 발걸음은 멈출 기미가 없다.  

린 히스토리

영국 스코틀랜드의 글라스고(Glasgow)에 설립된 Linn 본사

린은 이보 티펜부른(Ivor Tiefenbrun)이 1973년 2월 19일 영국 스코틀랜드의 글라스고(Glasgow)에 설립했다. 이보 티펜부른은 이미 1971년에 손덱(Sondek) LP12의 프로토타입 턴테이블을 만들었고, 1972년에는 싱글 포인트 볼 베어링을 장착한 손덱 LP12를 아버지 회사 캐슬 프리시전 엔지니어링을 통해 선보였다. 그리고 캐슬 프리시전 엔지니어링 턴테이블을 본격 판매하기 위해 설립한 회사가 바로 린이다. 린은 처음 LP12 턴테이블만 만들었고 톤암과 카트리지, 포노 스테이지는 다른 제작사 제품을 썼다. 수펙스 카트리지, 수미코 톤암, 네임 포노 스테이지 등이 대표적이다.  

Linn Isobarik 스피커

1975년에는 아이소배릭(Isobaric) 우퍼를 쓴 린 아이소배릭(Linn Isobarik) 스피커를 선보였다. 손덱(Sondek)도 그렇고, 아이소배릭(Isobarik)도 그렇고 모델명이나 기술 이름에 'c' 대신 'k'를 쓰는 것은 스코틀랜드에 자리잡은 린의 오랜 전통이다. 이어 1982년에는 자사 레이블 린 레코드(Linn Records)를 설립, 양질의 음원을 직접 레코딩하기 시작했다. 캐롤 키드 등도 린 레코드 레이블 소속이었다. 린 레코드는 이후 2006년 24비트 고해상도 음원을 다운로드 방식으로 판매하기 시작했다. 린의 네트워크 플레이어 클라이맥스 DS(Klimax Digital Streaming)가 나오기 한 해 전의 일이었다. 

Linn Record 본사

1992년에는 린 최초의 CD플레이어를 분리형으로 내놓았다. 캐릭(Karik) CDT, 뉴메릭(Numerik) DAC 이었다. 린이 자신들의 1세대 DAC 아키텍처가 시작된 해로 1992년을 꼽는 것은 바로 이 뉴메릭 DAC 덕분이다. 이어 1997년에는 CD플레이어 손덱(Sondek) CD12를 출시했는데, 이 모델은 필립스가 레이저 픽업 생산을 중단한 2005년까지 큰 인기를 끌며 디지털 명가로서도 린의 입지를 굳혔다. 

Linn Karik CDT, Numerik DAC

그러다 2009년 11월 2일 린은 깜짝 놀랄 만한 소식을 전했다. CD플레이어 생산을 전격 중단키로 한 것이다. 대신 2007년 7월 선보여 시장에 돌풍을 일으켰던 클라이맥스 DS 등 네트워크 플레이어 제작에 집중키로 했다. 당시 이보 티펜부른의 인터뷰를 보면 이미 네트워크 플레이어 판매 비중이 린 전체 매출의 30%를 차지하고 있었다. 어쨌든 린이 CD플레이어 시대의 종말을 고한 후 린의 DS 제품들은 글로벌 히트를 치기 시작했다. 

Linn Exakt Link

2013년에는 이그잭트(Exakt)라는 가히 혁명적인 음악 재생 테크놀로지를 선보였다. 모든 음악 신호를 디지털로 스피커 안에까지 끌고 와 재생 직전에 아날로그로 변환한다는 사고였다. 따라서 스피커 인클로저 안에서는 각종 DSP와 디지털 크로스오버, DA 컨버팅이 이뤄졌고 당연한 얘기지만 파워앰프까지 내장해 멀티 앰핑으로 스피커 각 드라이버를 구동시켰다. 그리고 소스 기기 DS로부터 디지털 신호를 가져오는 케이블이 린의 이그잭트 링크(Exakt Link)였다. 현재 유저들로부터 극찬을 받고 있는 린의 공간 최적화 프로그램(Space Optimization)도 이그잭트 테크놀로지의 DSD 중 하나였던 것이 2015년에 독자 소프트웨어로 가지치기를 한 것이다. 

Linn Katalyst DAC

이후 2016년에는 린의 4세대 DAC 아키텍처인 카탈리스트(Katalyst) DAC, 2018년에는 모듈러 방식을 채택해 옵션으로 인티앰프와 5.1 채널 앰프로 변신할 수 있는 셀렉트(Selekt) DSM, 2019년에는 이그잭트 테크놀로지를 투입한 무선 스트리밍 액티브 스피커 시리즈 3(Series 3)를 선보였다. 그리고 카주(Kazoo)라는 독자적인 웰메이드 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DS/DSM 펌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2018년 5월부터 룬(Roon)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린은 이런 와중에도 손덱 LP12 턴테이블 여러 부품들과 전원부(Radikal, Lingo 4), 포노 스테이지(Urika II) 관련 기술들을 끊임없이 업그레이드해오고 있다. 

린 주요 연표

린 길라드 티펜부른 CEO와의 인터뷰

필자는 린의 현 CEO인 길라드 티펜부른(Gilad Tiefenbrun)을 2018년, 2019년 2차례 만나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그는 설립자 이보 티펜부른의 아들로, 2002년 린에 입사해 이후 린의 DS/DSM 제작을 주도했다. 당시 인터뷰를 재구성해 린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다음과 같다. 

* 린의 4세대 DAC 아키텍처인 카탈리스트(Katalyst) DAC은 클라이맥스 DS/DSM과 아큐 레이트 DS/DSM 모델에 기본 장착되고 셀렉트 DSM은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다. 핵심은 내부 전원이 5개로 나눠져 업 샘플링, 모듈레이션, 컨버전, 출력, 마스터 클럭, 각각에 전원을 공급한다. 이를 통해 안정된 기준전압을 유지, 노이즈와 왜곡을 없앨 수 있었다. 

* 린 DS/DSM은 2018년 2월부터 펌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DSD를 지원하기 시작했는데 이는 한국 시장에서 DSD 수요가 컸던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 린 DS/DSM은 이어 2018년 5월 룬 레디(Roon Ready) 인증을 받았다. 

* 린은 MQA 지원 계획은 없다. 라이센스 비용이 엄청 비싼 데다 필요 없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 클라이맥스 LP12의 전원부 래디컬(Radikal), 아큐 레이트 LP12의 전원부 링고(Lingo) 4는 디지털로 모터 속도를 제어한다. FPGA 설계로 사인파를 보내 속도를 맞추는 설계다. 이를 통해 아주 안정적이며 정확한 스피드로 LP를 재생할 수 있게 됐다. 

* 유리카(Urikia) II는 클라이맥스 LP12 턴테이블 바닥, 정확히 말하면 톤암 베이스 바로 밑에 설치되는 포노 스테이지다. 물론 최단거리 연결을 통해 신호손실을 없애기 위해서다. 오리지널 유리카와 가장 큰 차이는 아날로그 신호를 디지털 신호로 컨버팅해 뒷단에 보내주는 점이다. 이를 통해 음의 손실을 없애는 한편 린 앱을 통해 카트리지 임피던스를 조절할 수 있다. 

Series 3 무선 액티브 스피커

* 2019년 10월 론칭한 신제품 시리즈 3(Series 3)는 무선 액티브 스피커다. 100W 출력의 클래스 D 앰프와 24비트/192kHz 스펙의 DAC을 내장한 2웨이 밀폐형 스피커로, 와이파이와 블루투스 5.0, 에어플레이, 크롬 캐스트, UPnP 등의 무선과, 이더넷 포트를 통한 유선 랜 연결, HDMI ARC 단자를 통한 TV 연결도 할 수 있다. 재생은 린의 카주(Kazoo) 앱으로 한다. 타이달과 코부즈, 룬 모두 지원한다. 

* 시리즈 3는 2대를 연결하면 스테레오 재생도 가능하다. 호스트는 301, 호스트와 이그잭트 링크(Exakt Link) 케이블로 연결되는 파트너는 302로 명명했다. 301과 302는 후면 구성이 다르다. 무엇보다 301에는 DS가 들어있다. 기본은 0.75인치 실크 돔 트위터, 6.3인치 콘 미드 우퍼 구성이다. 내부 용적은 6.5리터, 무게는 6.9kg이다. 

* 길라드 티펜부른은 이 시리즈 3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 "아버지(이보 티펜부른)의 트렌드 세터 제품이 손덱 LP12, 나(길라드 티펜부른)의 트렌드 세터 제품이 DS/DSM이었다면, 앞으로 펼쳐질 새 세대는 시리즈 3가 이끌 것"이라고 한다. 

린 주요 모델 feat. 린 대표 테크놀로지

Linn Selekt DSM

1. Selekt DSM : Katalyst DAC, Space Optimization, Kazoo App, Konfig App

셀렉트 DSM은 2018년에 선보인 린의 네트워크 플레이어 겸 프리앰프다. 현재 린의 DSM 4기종 중 서열 3위의 제품으로 위부터 클라이맥스(Klimax), 아큐 레이트(Akurate), 셀렉트(Selekt), 매지크(Majik) DSM 순으로 이어진다. 셀렉트 DSM은 무엇보다 린의 최신 4세대 DAC 아키텍처인 카탈리스트(Katalyst) DAC을 유료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는데, 기본 DAC이 아사히 카세이의 AK4493 칩, 카탈리스트 DAC이 AK4497 칩을 쓴다. 필자가 보기에 카탈리스트 DAC은 옵션이 아니라 필수다. 그만큼 음질 향상 효과가 대단하다. 

셀렉트 DSM은 또한 MM, MC 포노 스테이지를 내장했는데, 입력된 아날로그 신호를 일단 ADC를 통해 디지털 신호로 바꿔주는 점이 눈길을 끈다. 린이 자랑하는 DSP를 거치도록 하기 위해서다. 컨피그(Konfig) 앱을 통해 이뤄지는 공간 최적화 프로그램(Space Optimization)과 스피커 최적화 프로그램도 셀렉트 DSM에 DSP가 내장됐기에 가능한 일이다. 또한 린의 이그잭트(Exakt) 기술이 적용된 린 액티브 스피커와 디지털 연결을 위한 이그잭트 링크(Exakt Link) 출력단이 2개 마련된 것도 린 제품만의 특징이다. 

모듈러 방식으로 설계된 점도 셀렉트 DSM의 장점. 기본 모델은 아날로그 라인 출력(XLR, RCA)이 마련되지만, 인티앰프 모델은 스피커 커넥터와 함께 클래스 D 앰프가 포함된다. 5.1 채널 모델은 HDMI 단자들과 서브우퍼 출력을 포함한 5.1채널 스피커 커넥터들이 마련된다. 어느 경우에나 섀시 상단에 마련된 둥근 다이얼과 6개 입력 버튼, 리모컨, 카주 앱, 룬 리모트 앱 등으로 편리하게 컨트롤할 수 있다. 스펙은 PCM은 24비트/192kHz까지, DSD는 DSD128까지 재생할 수 있으며, 린 전용 카주(Kazoo) 앱이나 룬(Roon) 리모트 앱을 이용해 타이달과 코부즈, 인터넷 라디오(TuneIn Radio), NAS 음원을 즐길 수 있다. UPnP/DLNA 네트워크 플레이도 가능하다. 

이쯤에서 카탈리스트 DAC을 본격적으로 살펴본다. 카탈리스트 DAC은 린이 2016년에 선보인 4세대 DAC 아키텍처로, 1세대가 1992년에 나온 분리형 DAC 뉴메릭(Numerik), 2세대가 1998년에 나온 일체형 CD플레이어 손덱(Sondek) CD12, 3세대가 2007년에 나온 네트워크 플레이어 클라이맥스(Klimax) DS/DSM에 투입됐다. 

린의 디지털 오디오 기술(DAC 아키텍처) 변천

카탈리스트 DAC은 내부 전원을 5개 파트로 나눠 각각 업 샘플링, 모듈레이션, 컨버전, 출력, 마스터 클럭에 공급하는 점이 가장 큰 특징. 이를 통해 안정된 기준전압을 유지, 노이즈와 왜곡을 획기적으로 줄였다는 설명이다. 아날로그 신호 생성 시 음압레벨의 기준이 되는 전압의 흔들림 현상을 이전 3세대에 비해 10dB나 줄였다고 한다. 

이러한 카탈리스트 DAC의 성능은 린이 공개한 신호 대 잡음비(SNR) 그래프(위)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그래프는 카탈리스트 DAC이 기본 장착되는 클라이맥스 DS/3(파란색)와 이전 모델인 클라이맥스 DS/2(빨간색)를 비교한 것인데, 전 대역에 걸쳐 SNR이 평균 10dB 낮아진 것을 알 수 있다. 다이내믹 레인지도 114dB에서 117dB로 늘어났다고 한다. 

린 네트워크 플레이어 라인업

Linn Konfig 실행 화면

한편 셀렉트 DSM을 리뷰하면서 그 강력한 성능에 놀랐던 것이 컨피그(Konfig) 앱이었다. 린 홈페이지에서 다운로드해 PC나 맥에 설치하면 되는데, 앱을 실행하면 네트워크에 연결된 DS 기기로 셀렉트 DSM이 표시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공간 최적화 프로그램도 이 컨피그 앱에서 수행된다. 

이 앱에서 필자가 볼 때 무조건 실행해야 하는 것은 스피커 최적화 프로그램. 린이 미리 파악해놓은 1000여 종의 스피커 데이터베이스를 근거로 해당 스피커에 최적화된 EQ 값을 자동으로 할당시켜 준다. 실제로 좌우 스피커로 B&W 805 D3를 선택했을 때와 해제시켰을 경우, 거의 다른 기기와 스피커로 바꾼 것처럼 큰 변화를 보였다. 스피커 데이터베이스에는 주파수 응답 특성이나 공칭 임피던스, 감도 같은 기본 스펙은 물론 드라이브 유닛과 바닥 사이의 거리 등도 포함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Klimax LP12

2. Klimax LP12 : Sondek LP12, Keel, Trampolin, Urika II, Radikal

클라이맥스 LP12의 베이스가 되는 손덱(Sondek) LP12는 1972년에 처음 선보였다. 모델명의 'Sondek'은 'Soundex'에서, '12'는 LP 직경인 12인치(30.48cm)에서 따왔다. 오리지널 손덱 LP12는 서스펜디드 방식에 DC 모터가 벨트로 플래터를 돌리는 방식이었고 33.3회전만 지원했다. 45회전을 위해서는 별도 어댑터를 모터 퓰리(pulley)에 장착해야 했다. 톤암은 위에서 언급했듯이 타사 제품을 썼다. 수미코를 비롯해 그레이스의 707 톤암, 미션의 774 톤암 등이 대표적이다. 

손덱 LP12는 이후 서브 플래터, 베어링, 고무 발, 서스펜디드 베이스 보드, 암보드, 서스페션 스프링, 플린스 등 턴테이블 각 부품을 끊임없이 업그레이드하며 롱런했다. 파워 서플라이의 경우, 온보드 타입의 발할라(Valhalla)가 업그레이드 옵션으로 제공됐으며, 이후 외장 파워 서플라이로 링고(Lingo. 1990년)와 래디컬(Radikal. 2009년)이 개발됐다. 네임은 LP12를 위한 파워 서플라이로 아마겟돈(Amageddon)을 만들기도 했다. 

린 마크를 붙인 최초의 톤암 이톡(Ittok) LVII

톤암의 경우 린 마크를 붙인 최초의 톤암 이톡(Ittok) LVII이 1979년에 나왔고(제작은 일본), 이는 이후 에코스(Ekos) 톤암으로 대체됐다. 착한 가격의 엔트리급 톤암으로는 베이식(Basik) LVX이 1983년에 출시됐고, 이는 이후 아키토(Akito) 톤암으로 대체됐다. 포노 카트리지는 주로 수펙스의 SD900과 SD1000를 썼는데, 린 마크를 붙인 초기 트로이카(Troika) 카트리지와 훗날 이를 대체한 크리스탈(Krystal) 역시 제작은 수펙스가 맡았다. 린의 현행 플래그십 MC카트리지는 다이아몬드 스타일러스와 알루미늄 바디의 캔디드(Kandid)다. 

Linn Uphorik

포노 스테이지의 경우 현재 린은 래디컬(Radikal) 전원부로 구동되는 포노 스테이지 유포릭(Uphorik)과 유리카(Urika)를 자체 제작한다. 2016년에 등장한 유리카(Urika) II는 이그잭트(Exakt) 테크놀로지를 이식, 디지털 도메인에서 RIAA 커브를 보정하는 린의 2세대 포노 스테이지다. 

현재 린의 손덱 LP12 모델은 플래그십 클라이맥스(Klimax) LP12를 비롯해, 아큐 레이트(Akurate) LP12, 매지크(Majik) LP12로 짜였다. 매지크 LP12부터 시작해 각 모델별로 암보드, 서브 섀시, 전원부, 톤암, 카트리지 등이 업그레이드했다고 보면 된다. 이는 물론 기본 데크라 할 손덱 LP12가 모듈 구조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클라이맥스 LP12의 경우 서브섀시는 2006년에 등장한 킬(Keel), 베이스 보드는 1991년에 나온 트램폴린(Trampolin), 내장 포노 스테이지는 2016년에 선보인 유리카(Urika) II, 파워 서플라이는 2009년 모터 일체형으로 나온 래디컬(Radikal)로 구성되며, 톤암은 에코스(Ekos) SE 모델이 장착된다. 아큐레이트 LP는 코어(Kore) 서브 섀시, 트램폴린 베이스 보드, 링고(Lingo) 4 파워 서플라이를 갖췄고 아키코(Akito) 톤암을 장착했다. 내장 포노 스테이지는 없다. 손덱 LP12 데크는 천연 목재 마감으로 블랙, 체리, 월넛, 오크, 로즈넛에서 고를 수 있다. 

린 턴테이블 라인업

Linn 530 액티브 스피커

3. 530 : Isobarik, Exakt Technology, Space Optimization, Chakra

린의 이그잭트(Exakt) 테크놀로지가 이식된 액티브 스피커는 현재 6웨이 클라이맥스(Klimax) 350과 5웨이 아큐배릭(Akubarik) 2종의 플로어 스탠딩 스피커와 4웨이 구성의 아쿠도릭(Akudorik) 스탠드 마운트 스피커가 있다. 이들 모두 13mm 실크 돔 슈퍼 트위터와 25mm PU 돔 트위터, 75mm PU 미드레인지를 한 플레이트에 부착한 독특한 모습이 눈길을 끄는데, 린은 이 '3K 드라이버 어레이'(3K Driver Array) 기술로 특허를 받았다. 

Linn 350 액티브 스피커

베이스 재생 방식은 세 모델이 다 다르다. 클라이맥스 350의 경우 어퍼 베이스를 165mm 유리섬유 콘 우퍼가, 로우 베이스를 200mm 우퍼 2발이 각각 책임진다. 아쿠배릭의 경우 어퍼 베이스를 165mm 페이퍼 콘 우퍼가, 로우 베이스를 아이소배릭(Isobarik) 방식으로 연결된 200mm 우퍼 2발이 담당한다. 그래서 5웨이다. 이에 비해 4웨이 스탠드 마운트 아쿠도릭은 165mm 페이퍼 콘 우퍼가 전체 베이스 대역을 책임진다. 내장 앰프 출력은 클라이맥스 350이 100W x 2, 400W x 2, 1000W x 2 구성, 아쿠배릭이 100W x 4, 200W x 1 구성, 아쿠도릭이 100W x 4 구성이다. 

한편 스피커 4면에 패브릭을 씌운 라이프 스타일 제품 530, 520도 이그잭트 테크놀로지가 베풀어졌는데, 필자는 530을 년에 리뷰하면서 이그잭트 테크놀로지의 성능을 실제로 파악할 수 있었다. 530은 안에 파워앰프가 내장된 3웨이 플로어 스탠딩 스피커(520은 2웨이 플로어 스탠딩). 자세히 보면 스피커 어디에도 스피커 케이블 연결을 위한 바인딩 포스트가 보이지 않는다. 대신 RJ45 단자만이 있을 뿐이다. 린의 기기간 디지털 연결 케이블인 이그잭트 링크(Exakt Link)로 셀렉트 DSM 같은 소스 기기와 연결토록 한 것이다. 

결국 다른 린의 액티브 스피커들과 마찬가지로 530은 디지털 음악 신호를 스피커로 끌고 와 디지털 크로스오버, 디지털 볼륨, 그리고 각 유닛별로 마련된 내장 DAC을 거친 후에야 비로소 아날로그 음악 신호로 바뀌는 구조다. 그리고 이 과정을 총괄하는 것이 바로 일종의 디지털 엔진이라 할 이그잭트 테크놀로지다. 필자가 파악한 이그잭트 테크놀로지의 핵심은 각 주파수 대역의 시간(time) 및 위상(phase) 일치를 위해 고역대 주파수를 일부러 딜레이 시킨다는 것. 이는 고역대 주파수가 중저역대 주파수 보다 먼저 사람 귀에 도달하는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서다. "실제 악기에서 나오는 음은 고역이든 저역이든 모두 동시에 사람 귀에 도달한다"는 린의 지적은 기억해둘 만하다. 

린이 자랑하는 공간 최적화 모듈은 530 윗면에 마련됐다. 공간 최적화 모듈(프로그램)은 한마디로 자신의 룸 환경에 최적화한 재생음이 나올 수 있도록 특정 주파수를 이퀼라이징하는 장치다. 스피커를 마음에 드는 장소에 놓고 사후에 이 모듈(프로그램)을 통해 최적화시킨다는 발상, 참으로 린스럽다. 

한편 내장 DAC을 통과한 아날로그 음악 신호는 린에서 샤크라(Chakra)라고 이름 붙인 내장 앰프를 통해 증폭된다. 스피커 후면에 알루미늄 히트싱크를 내보인 채 설치된 이 앰프가 트위터, 미드레인지, 아이소배릭 우퍼 2발을 각각 100W로 울린다. 흥미로운 것은 샤크라 앰프의 설계 방식인데, 저전류 출력의 경우에는 칩 형태인 DMOS IC를 통해, 고전류 출력의 경우에는 바이폴라 트랜지스터를 통해 증폭한다. 그리고 이들 증폭 소자에 전원을 공급하는 것은 리니어 전원부가 아닌 SMPS 전원부다. 

끝으로 짚고 넘어갈 것은 530을 비롯해 아쿠배릭 스피커에 적용된 아이소배릭 로딩 방식. 아이소배릭 우퍼는 동일 챔버 안에 마주 보거나 같은 방향을 향한 드라이버 2개를 투입, 주로 저역 재생 품질을 높이는 방식이다. 2개의 우퍼가 동일한 압력을 받음으로써 공명주파수를 낮춰 결과적으로 깊고 풍성하며 단단한 저역을 얻을 수 있다. 530의 경우 서로 앞면을 마주 보는 형태로 바닥 쪽에서 설치됐다. 530 스탠드 위쪽의 구멍이 송송 뚫린 철망으로 둘러싸인 이유다. 스탠드 바닥면 커버를 열면 아랫쪽 우퍼 후면이 보인다. 520은 아이소배릭 우퍼 대신 베이스 리플렉스 포트로 대신했다. 

린 스피커 라인업

린 파워앰프 라인업

린 탐구를 마치며

린은 사실 폐쇄적이라는 소리를 자주 듣는다. 이그잭트 링크(Exakt Link) 개념부터가 자사 제품 간 연결을 전제로 했기 때문이다. 스피커의 경우 아예 일반 스피커 케이블 연결을 위한 커넥터조차 없다. 하지만 이것이 용서가 되는 것이 이 모든 것들이 '보다 완벽한 음질'을 위한 조치이기 때문이다. 따지고 보면 손덱 LP12의 48년 역사, CD플레이어 단종과 네트워크 스트리밍 시스템으로의 올인 등은 모두 음질은 위한 업그레이드의 역사였다. 

그렇다고 너무 중후장대하게 린을 바라볼 필요도 없을 것 같다. 외관 디자인만으로도 린은 호소력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천면 무늬목 마감에 반듯한 생김새를 갖춘 LP12 턴테이블의 자태는 그야말로 덜어낼 데가 없고, DS/DSM 시리즈는 미니멀리스트 디자인이란 바로 이런 것임을 웅변한다. 클라이맥스 LP12로 키스 자렛의 '쾰른 콘서트' LP를, 클라이맥스 DSM으로 노라 존스의 'Don't Know Why' 24비트 음원을, 클라이맥스 350 스피커로 재생하고 싶다. 이는 어쩌면 필자의 소망만은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