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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드 일렉트로닉스(Chord Electronics)의 설립자 존 프랭크스(John Franks)

영국 코드 일렉트로닉스(Chord Electronics)의 설립자인 엔지니어 존 프랭크스(John Franks)는 고주파 파워서플라이 회사에서 첫 직장 생활을 했다. 그가 지금까지 고주파 스위칭 전원부, 즉 SMPS(Switching Mode Power Supply)의 전도사를 자처하는 배경이다. 리니어 전원부는 도저히 따라올 수 없는 장점이 있다는 것이다. 

그는 또한 1989년 코드를 설립한 이래 출력 소자로 MOSFET을 고집했다. 그것도 영국의 한 반도체 회사가 코드를 위해 특별히 만든 전용 MOSFET만을 써오고 있다. 벌써 5세대째다. 바이폴라 트랜지스터는 태생이 스위치였고, 앰프의 증폭 소자로 활용할 경우 온/오프 전환 구간에서 문제가 많다는 것이 코드의 주장이다. 

이처럼 고속 스위칭하는 SMPS와 클래스 AB 증폭 방식의 MOSFET은 1989년 데뷔 파워앰프 SPM900 때부터 이어져온 코드의 시그니처였다. 2013년 MKII 버전이 된 350W 출력의 SPM1200 MKII와 480W 출력의 SPM1400 MKII, 그리고 2016년에 나온 200W 출력의 SPM1050 MKII가 모두 그러했다. 

2018 뮌헨 오디오쇼에서 선보인 코드 일렉트로닉스 에튀드(Etude) 앰프

그러다 2018년 5월 독일 뮌헨 오디오쇼에서 선보인 150W 출력의 Etude 앰프가 분수령이 됐다. ‘진보된 듀얼 피드 포워드 에러 커렉션’(advanced dual-feed-foward error-correction)이라는, 이름부터 어려운 새로운 설계가 적용된 것이다. 진보? 오리지널이 있다는 얘기인가? 듀얼? 뭐가 2개라는 것인가? 에러? 어떤 에러인가? 이는 뒤에서 자세히 살펴볼 것이다. 

왼쪽부터 코드 일렉트로닉스 울티마 모노(Ultima Mono), 울티마 프리(Ultima Pre)

그리고 그 해 11월 이 ‘진보된 듀얼 피드 포워드 에러 커렉션’ 신설계를 베푼 코드의 플래그십이 등장했다. 바로 울티마 모노(Ultima Mono) 모노블록 파워앰프와 울티마 프리(Ultima Pre) 프리앰프였다. 울티마 모노의 경우  채널당 64개의 MOSFET을 투입해 8옴에서 780W, 4옴에서 1400W, 2옴에서 2500W를 내는 몬스터였다. 

울티마 앰프는 코드가 생각하기에도 파격이었던 것 같다. ‘1989년 회사를 설립한 이후 처음으로 완전히 새로운 설계’(John Frank’s all-new circuit topology, the first completely new design since the company supplied its first customer, The BBC, in 1989)라고 할 정도다.

왼쪽부터 코드 일렉트로닉스 울티마 2 모노(Ultima 2 Mono), 울티마 3 모노(Ultima 3 Mono)

울티마 신설계는 계속해서 이어져 2019년에 울티마 2 모노(Ultima 2 Mono)와 울티마 3 모노(Ultima 3 Mono)가 나왔다. 울티마 2 모노는 채널당 32개의 MOSFET으로 8옴 750W, 울티마 3 모노는 역시 채널당 32개의 MOSFET으로 8옴 480W를 뽐냈다. 480W? 맞다. 울티마 3 모노는 SPM1400 MKII를 대체하는 후속기였다. 

왼쪽부터 코드 일렉트로닉스 울티마 프리 2(Ultima Pre 2), 울티마 5(Ultima 5)

2020년에는 울티마 프리 2(Ultima Pre 2)와 함께 스테레오 파워앰프 새 모델로 울티마 5(Ultima 5)와 울티마 6(Ultima 6)가 나왔다. SPM1200 MKII를 대체한 울티마 5는 MOSFET 64개(채널당 32개)를 써서 8옴 300W, SPM1050 MKII를 대체한 울티마 6는 MOSFET 32개(채널당 16개)를 써서 8옴 180W를 낸다. 

Ultima 6 팩트 체크

Ultima 6 vs SPM1050 MKII

서울 강남의 모 오디오 숍에서 처음 실물을 접한 울티마 6는 외관부터 구형과 달랐다. 마침 구형 SPM1050 MKII가 있어서 울티마 6 위에 올려놓았는데, 전면 패널 디자인과 전원 온오프 버튼 등이 크게 바뀌었다. 필자가 당시 찍은 위 사진을 보면, 가운데 블루 MKII(BLU MKII)와 데이브(DAVE) 밑에 있는 것이 SPM1050 MKII, 그 아래에 있는 것이 울티마 6다. 왼쪽은 울티마 5(위)와 SPM1400 MKII(아래). 뒤에는 울티마 3 모노가 보인다.  

울티마 6는 32개 MOSFET을 출력단(전류 증폭단)에 써서 8옴에서 180W를 내는 클래스 AB, 스테레오 파워앰프다. 코드에 따르면 전압 증폭단은 초저왜곡(ultra-low-distortion)과 고전압(high-voltage), 그리고 백만 분의 1초에 300V를 낼 정도로 초고속(very high speed, 300V per microsecond)으로 작동한다. 입력단은 풀 밸런스로 설계됐으며, DC 유입은 트랜스가 아니라 서보를 통해 차단한다. 

섀시는 항공 등급의 알루미늄이며 전면 패널 두께는 28mm에 달한다. 전면 하단에 있는 전원 버튼은 폴리카보네이트(polycarbonate) 재질이고, 대기 시나 작동 시 색상이 달라지는데 가운데 슬릿에 숨어있는 스위치를 이용해 밝기를 조절할 수 있다. 후면을 보면 밸런스(XLR)와 언밸런스(RCA) 입력단자가 한 조씩, 스피커 출력 단자가 좌우 채널 한 조씩 마련됐다. 

청록색 불이 들어오는 상판은 코드 앰프답게 안을 볼 수 있게 해놓았다. 또한 양쪽에 2개씩, 총 4개의 기둥 겸 스탠드가 있어서 울티마 프리 앰프를 직접 올려놓을 수 있다. 별도 랙이 필요 없는 것이다. 데이브(DAVE) DAC/프리앰프나 블루 MKII(BLU MKII) CDP/디지털 트랜스포트 같은 모델은 별도 코랄 앙상블(Choral Ensemble) 스탠드를 이용해 올리면 된다. 스펙은 그냥 하이엔드다. 전고조파왜율(THD)은 0.005%, 주파수 응답 특성은 0.5Hz~100kHz(-1dB)를 보인다. 

집중탐구 1. 듀얼 피드 포워드 에러 커렉션 설계에 대하여

코드의 울티마 시리즈 앰프에는 ‘진보된 듀얼 피드 포워드 에러 커렉션’(advanced dual-feed-foward error correction) 설계가 베풀어졌다. 필자가 파악한 이 신설계의 핵심은 다음과 같다. 

1. 이 설계는 클래스 AB 증폭에서 늘 문제가 되는 교차 왜곡(crossover distortion)을 줄이기 위해서 고안됐다.

2. 교차 왜곡은 클래스 AB의 두 증폭 소자가 서로 바통 터치를 할 때 발생하며, 구체적으로는 교차 구간에서 트랜스컨덕턴스(transconductance)가 떨어져 발생한다.

3. 위 그래프가 교차 구간에서 트랜스컨덕턴스가 떨어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4. 트랜스컨덕턴스? 맞다. 진공관 스펙표에서 자주 보는 그 상호 컨덕턴스, 전류 증폭률, gm, 이 모든 것이 다 트랜스컨덕턴스다. 한마디로 입력 전압(Vi) 대 출력 전류(Io)의 비율, 즉 전류 증폭률인 것이다. 따라서 두 증폭 소자가 교대 근무를 하는 순간 이 증폭률이 떨어지는 것은 증폭 소자로서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참고로 바이폴라 트랜지스터는 MOSFET에 비해 트랜스컨덕턴스 값이 높다.

5. 따라서 ‘에러 커렉션’은 ‘출력단에서 발생하는 트랜스컨덕턴스 강하 문제를 해결한다’는 의미다.  

6. 이 에러를 없앤 방법이 ‘듀얼 피드 포워드’인데, 이는 글로벌 피드백(feedback)을 입력단에 걸어주는 동시에 피드포워드(feedforward)를 출력단에 걸어준다는 의미다. 피드를 양방향으로 걸어주는 셈이다. 위 그림이 이를 나타낸 블록 다이어그램이다.

7. 이 신설계는 코드의 존 프랭크스가 새로 개발한 것은 아니다. 이 회로 이론을 처음 주창한 주인공은 영국 이식스 대학의 말콤 혹스포드(Malcolm J Hawksford) 교수이고, 벨 연구소의 밥 코델(Bob Cordell)이 보다 심화시켰으며, 존 프랭크스가 완성시켰다.

8. 구체적인 이론적 설명은 밥 코델이 1984년 미국 오디오 학회(AES)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확인할 수 있다. 논문 제목은 '에러 커렉션 기능을 갖춘 MOSFET 파워앰프'(A MOSFET Power Amplifier with Error Correction)다.   

이 회로 설계와 관련해 수입사의 도움으로 코드 측으로부터 이메일 Q&A를 진행할 수 있었다. SMPS에 대해서도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다음은 간추린 내용이다. 

Q. 울티마 앰프의 핵심인 듀얼 피드 포워드 에러 커렉션 회로에 대해 설명해달라. 왜 생겨났나?

A. 클래스 AB 앰프가 클래스 B로 작동하는 구간에서는 어쩔 수 없이 음의 왜곡이 생긴다. ‘듀얼 피드 포워드 에러 커렉션’ 회로는 이 왜곡이 생긴 지점을 찾아 제거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Dual Feed Forward Error Correction’ is a set of error correction amplifiers interpret where the errors are occurring and feed that back to eliminate any errors that occur.)

Q. 이 회로를 투입해 뭘 얻을 수 있나?

A. 클래스 A 앰프보다 더 낮은 왜율을 얻을 수 있다. (We can achieve distortion figures well below that of any Class A amplifiers.)

Q. 이 회로는 결국 네거티브 피드백 회로를 쓴다는 얘기인가?

A. 네거티브 피드백 회로는 출력을 입력과 비교해 출력 특성을 좋게 해주지만 속도가 느려진다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듀얼 피드 포워드 에러 커렉션 회로 덕분에 네거티브 피드백을 걸면서도 속도를 빠르게 가져갈 수 있었다. 코드 앰프는 전에도 빨랐지만 이 회로 덕분에 그 어떤 앰프보다 앞설 수 있게 됐다. (Negative feedback lets the output be compared to a reference input in order to drive the output toward the reference. This provides stability and gives the amplifier a reference point to work with - however, it can be slow to react. This is where the benefits of the “Dual Feed Forward Error Correction” comes into play for a second time - it helps to anticipate any changes that will be within the negative feedback and and speed the whole process up - Chord Electronics amplifiers have always been fast but with this technology they can now easily out perform any amplifier with or without a feedback loop.)

Q. 울티마 전원부에는 변화가 없나?

A. 없다. 오리지널 SPM 모델들과 마찬가지로 2kW와 4kW 모듈이 마련됐다. (The power supplies haven’t changed other than production upgrades- they are still the same design that was in the original SPM range - a 2kW design and a 4kW design.) 

Q. 코드 전원부를 보면 소수의 대형 커패시터 대신 다수의 소형 커패시터를 쓴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A. 소형 커패시터를 여러 개 쓰는 것이 반응속도도 빠르고 충방전도 빠르게 할 수 있다. (Faster response time for power delivery - a large bank of smaller capacitors is better to react and can charge and discharge at a faster rate than a few large capacitors.)

집중탐구 2. 코드의 SMPS에 대하여

SMPS(Switching Mode Power Supply)는 잘 아시는 대로 전원부 안에 투입된 MOSFET이 고속 스위칭한다고 해서 붙어진 이름이다. 흔히 전원 트랜스가 있으면 리니어 전원부, 없으면 SMPS라고 알려졌지만 이는 팩트가 아니다. SMPS에도 엄연히 감압과 승압, 그리고 절연(isolation)을 담당하는 트랜스포머가 있다. 다만 순서가 다를 뿐이다. 

리니어 전원부는 입력된 교류 전기(AC)의 전압을 바꿔주는 전원 트랜스(power transformer), 트랜스를 빠져나온 교류 전기를 맥류 전기로 바꿔주는 정류회로(rectifier circuit), 이 맥류 전기를 직류 전기(DC)로 바꿔주는 평활회로(smoothing circuit), 이 직류 전기의 전압을 일정하게 유지해주는 정전압 회로(voltage regulator)로 이어진다. 

그리고 통상 정류회로에는 다이오드 혹은 진공관, 평활회로에는 커패시터와 초크코일, 정전압 회로에는 레귤레이터 혹은 진공관이 투입된다. 

SMPS 역시 AC를 DC로 바꿔주는 것은 리니어 전원부와 똑같지만 회로 순서와 레귤레이터의 역할이 다르다. 회로 순서는 1차 정류 및 평활회로, 레귤레이터, 트랜스포머, 2차 정류 및 평활회로이고, 레귤레이터는 정전압이 아니라 고속 스위칭 역할을 한다. 코드 SMPS는 이 스위칭 주파수가 무려 80kHz다. 레귤레이터 안에 들어간 MOSFET이 초당 8만 번이나 온오프를 반복한다는 얘기다. 

코드는 왜 스위칭 주파수가 80kHz에 달하는 고주파 SMPS가 필요한 것일까. 코드에 따르면, 120Hz라는 낮은 주파수를 이용하는 리니어 전원부로는 음악을 정확히 재생할 수 없기 때문이다. 즉, 전기에너지를 초당 120회 정도로 ‘느리게’ 커패시터에 충전했다가 방전하는 수준으로는 첫째, 음악의 ‘빠른’ 스피드를 감당할 수 없으며, 둘째, 120Hz 이하 저음역대는 정확히 표현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갑자기 120Hz 얘기가 나왔을까. 이는 리니어 전원부의 정류회로에서 만들어진 맥류 주파수가 최대 120Hz(양파 및 브릿지 정류일 경우)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는 60Hz AC를 쓰는 우리나라 이야기이고, 50Hz AC를 쓰는 외국에서는 최대 100Hz가 된다. 

한편 SMPS는 앞단에 고속 스위칭하는 레귤레이터가 있기 때문에 뒷단에 오는 트랜스포머의 크기와 발열이 줄어드는 이점도 생긴다. 작동 주파수가 50Hz(외국) 혹은 60Hz(우리나라)인 트랜스와 코드처럼 80kHz인 트랜스는 그 크기가 다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또한 코드 SMPS의 피크 전류가 모듈에 따라 600W, 2kW, 4kW로 높은 것 역시 고속 스위칭 주파수 덕분이다. 

시청

시청에는 오렌더의 N100과 코드의 데이브 및 블루 MKII, ATC의 SCM100 스피커를 동원했다. 지금까지 몇 차례 들어본 데이브 DAC는 프리 성능도 좋기 때문에 파워앰프인 울티마 6와 직결해 들었다. 비교를 위해 구형 SPM1050 MKII 소리도 함께 들어봤다. 

구형과 울티마 6를 맞비교한 첫 느낌은 울티마 6의 입자감이 훨씬 곱다는 것. 정명화가 연주한 ‘성불사 주제에 의한 연주곡’을 구형으로 먼저 들어보면, 역시 코드 앰프다운 깨끗하고 해상력이 높은 음이 난무하고 첼로의 기척이 생생했다. 울티마 6로 바꾸면 음이 좀 더 적극적으로 포워딩을 해오는 가운데, 거친 결이 싹 가신 점이 눈에 띈다. 정숙도도 증가해 악기들의 형체가 보다 선명해진 점도 포착됐다. 

빌리 아일리시의 ‘Bad Guy’도 비슷했다. 구형으로 들어도 ATC 스피커를 뒤흔들었지만, 울티마 6가 보다 단단하고 스피드가 빠른 음을 내준다. 노이즈는 줄고 댐핑은 확실히 늘어났다. 정갈한 맛도 더 든다. 말러 2번 교향곡에서는 울티마 6에서 무대가 보다 넓어졌는데, 이는 스피커 유닛에서 더 많은 소리와 정보를 빼낸 결과로 보인다. 앰프 성향은 비슷하지만 울티마 6가 보다 쾌적한 사운드를 내는 것 같다. 대체 모델이 아니라 상위 모델로 봐야 할 듯하다.   

Mario Joao Pires, Augustin Dumay, Jian Wang
Piano Tro No.1
Brahms Piano Trios Nos 1&2

본격적으로 울티마 6를 탐미해본다. 일단 무척 아늑하고 편온하며 소프트한 음이다. 이 점이 예전 코드 SPM 앰프와 큰 차이인데, 이는 그 복잡한 ‘듀얼 피드 포워드 에러 커렉션’ 회로 덕분으로 봐야 할 것이다. 클래스 B 동작이 매끄러워지면 이 정도로 소릿결이 바뀌는 점이 놀랍다. 거친 구석이 1도 없다. 이 밖에 배음 정보도 많으며 공간감 제시 능력도 발군이다. 참고로 윗급인 울티마 5에 물려보니 입자감이 더 고와지고 첼로와 바이올린의 음색 차이도 더 잘 구분되었다. 프리앰프를 하나 더 투입한 바로 그 차이 같다.  

Marcus Miller - Trip Trap
Laid Black

블루 MKII 덕분일까. 프리앰프가 빠진 상태인데도 무대의 공간감과 음의 탄력감이 장난이 아니다. 블루 MKII에서 CDP를 뺀 M 스케일러(M Scaler)를 투입했을 때 느꼈던 그 피톤치드 같은 향이 지금 난다. 다시 파워앰프에 집중해보면 마치 진공관 앰프처럼 배음이 많다. 스텝이 경쾌하고 리드미컬한 것은 역시 고속 스위칭한 SMPS의 몫으로 돌려야 할 것 같다. 전체적으로 ATC 스피커를 가뿐하게 드라이빙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이어 울티마 5로 들어보면 역시 늘어난 출력만큼이나 중량감과 펀치감이 올라간다. 헤드룸도 여유가 있다. 

Collegium Vocale - Cum Sancto Spiritu
Bach Mass in B minor

내친김에 모노블록인 울티마 3까지 동원해서 비청했다. 이번 리뷰의 포인트는 울티마 6 단품의 능력치 파악이 우선이지만, 새 울티마 시리즈를 관통하는 소리 성향이나 앰프들의 됨됨이도 궁금했기 때문이다. 울티마 5는 MOSFET 출력이 바이폴라 트랜지스터에 비해 확실히 보드랍고 여성적이며 소프트하다는 사실을 알게 해줬다. 스피커에 인클로저가 없어서 음들이 그냥 무사통과하는 것 같다. 울티마 6를 들어보면, 이번 울티마 시리즈가 체감상 MOSFET에 바이어스를 더 세게 걸어준 것 같다. 모노블록 울티마 3로 바꿔보면 창문을 열어 실내를 환기시킨 듯한 상쾌한 음이 나온다. 음의 감촉 자체가 달라졌다.  

Lamb of God - Ashes of the Wake
Ashes of the Wake

울티마 6로 듣는, 이 날 것 그대로의 에너지 충만한 음이 멋지다. 예전 증기기관차의 폭주 같은 음, 진격의 거인처럼 습격해오는 음이다. 과연 지금이 스테레오 파워앰프 한 덩이로 나는 소리인가 싶다. 엄청난 기세와 파워감이다. 울티마 5로 바꿔보면 소릿결이 보다 고와지고 묵직해지며 무대가 뒤로 쑥 들어간다. 드럼의 타격감은 미들급과 헤비급의 차이, 망치와 해머의 차이, 기타로 치면 나일론 줄과 스틸 줄의 차이다. 모노블록 울티마 3로 바꿔보면, 드럼 개수 자체가 늘어난 것처럼 음이 폭발한다. 연주자의 팔 힘이 세진 것 같고 무대는 보다 탁 트였다. 드럼이 거의 헬기 엔진음을 낸다.  

총평

고백컨대, 코드 앰프에 대해서는 선입견이 있었다. 데이브나 M스케일러 같은 소스기기와, SPM(파워)이나 CPM(인티) 같은 앰프의 성향, 소릿결, 완성도가 묘하게 언밸런스하다는 그런 쪽이었다. 쉽게 말해 앰프들의 만족도가 소스기기에 비해 약했다. 뭔가 거칠고 비릿하며 냉랭한 구석이 있는 점도 마음에 걸렸다. 

하지만 새 울티마 시리즈의 파워앰프를 들어보니, 그야말로 환골탈태한 음과 무대가 펼쳐졌다. 시청기에서 자주 표현했듯이 입자감은 고와졌고 소릿결은 폭신폭신해졌으며 무대배경은 아주 조용해졌다. ‘내가 알고 있는 코드 앰프 소리가 아닌데?’ 계속해서 의아해했던 이유다. 

그렇다고 나긋나긋하고 수더분해지기만 했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기세 좋게 치고 나가다가 갑자기 음끝이 무뎌지는 예전 모습이 완전히 사라졌다. 끝까지 단단하게 음끝을 움켜잡고 있다는 인상. 무대에 등장한 가수와 악기들의 이미지가 보다 선명하고 또렷해진 점도 마음에 든다. 코드의 카운터펀치에 기분 좋게 얻어맞았다. 

by 김편 오디오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