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S] 알루미나타 , 시스템을 압도하는 존재감
재료의 물성 측면에서 접근하는 케이블의 제작 방식. 일반적인 인식은 고가의 재료에 의해서 뭔가 새로운 소리가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은이나 금의 과감한 적용이 이루어지고 팔라듐이나 로듐 같은 희토류 금속이 사용되고 실크나 가죽과 같은 피복류도 오디오 케이블에 조심스럽게 사용되었으며 희한하게도 그때그때 다른 소리와 성격이 감지되었다.
물론 가격도 만만치 않게 비싸졌다. 그런 측면에서 알루미늄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재료가 아닐 수 없다. 일단 알루미늄은 지구상에 대단히 많이 분포되어 있는 금속이며 그 존재량은 철보다도 많다. 전도성은 구리보다 떨어지지만 전기를 잘 통하는 금속이다.
불행히도 화합물의 형태로만 존재하므로 전기분해 같은 과정이 필요해서 생산비용이 좀 들어가지만 여전히 싸다. 그래서 각종 캔의 재료나 구조물에 사용이 되곤 한다. 가볍고 재활용하기도 좋아서 아주 효율적인 금속이다.
JPS Labs는 이런 효율적 측면이 높은 재료에 주목했나 보다. 그래서 구리와 알루미늄으로 뒤섞인 재료를 매우 두껍게 사용하는 케이블을 만들었다. 그리고 알루미늄이 주재료인 분말형태의 가루가 피복에 포함되어 있어 외부 잡음을 효과적으로 차단하고 더불어 진동에 대응하게 한다.
피복의 마무리는 아주 고급스럽게 되어 있고 끝부분에 역시 고급스런 파란색 알루미늄 덩어리로 마감되어 있으며 그 위에 알루미나타(Almuminata)의 제품명이 각인되어 있다. 크기와 길이가 다를 뿐 스피커 케이블과 XLR 케이블이 통일된 디자인 형태를 따르고 있다. 이것이 초고가 오디오 케이블인 JPS의 알루미나타 케이블 라인이다.
JPS는 알루밀로이라는 이름까지 붙여가면서 자신들의 독창적인 고안을 내세우지만 결론은 구리와 알루미늄을 적절히 섞었다는 말이다. 그냥 그렇게 이야기하면 천만원을 넘어가는 가격을 방어하지 못할 우려였을지도 모른다. 노파심에서 한마디 하고 넘어가는 점을 이해해 주시길.
하이엔드의 강을 넘어서는 순간 이게 얼마짜리이며 그 가격의 가치가 있느냐는 질문은 의미를 상실한다는 점을 한 번 더 지적하고 싶다. 가격은 그 제품의 특성중 하나일 뿐이다. 제품의 특성은 디자인, 성능, 브랜드, 독특함, 가격 등의 구성요소로 이루어진다. 가격은 그 중 하나라는 이야기다. 다 좋은데 디자인이 마음에 들어서 선택을 안 하는 것처럼 다 좋은데 가격이 마음에 안 들어서 안 살 수도 있다. 그 뿐이다. 이 케이블은 무척 비싸지만 그게 별 문제가 되지 않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JPS 알루미나타의 XLR 인터케이블과 스피커 케이블을 연결하고 에릭 빕의 CD를 넣었다. JPS 알루미나타의 첫 인상은 화려하지만 진지하다. 온기가 있고 역동적이나 화장기나 색채감이 들지는 않는다. 가격만큼이나 좋은 물건이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 수 있다. DSD로 녹음된 'Don't ever let nobody drag your spirit down'인데 마치 CD를 듣다가 SACD를 듣는 것처럼 대역폭이 넓어지고 해상력이 증가한다. 소리는 밝은 성향으로 펼쳐지는데 다소 열기가 가미됨을 느낄 수 있다.
라스 에스트란드의 'Sweet Georgie Fame'. 산뜻한 공기감이 기분 좋게 구현된다. 정위감이 매우 우수해서 각 악기별로 뚜렷한 이미지를 형성한다. 금관악기의 광채가 다소 억제되며 텍스처와 질감이 강조된다. 타악기와 관악기의 에너지를 감쇄 없이 잘 전달한다.
길 샤함의 파가니니 'Sonata Concertata'. 이 연주자가 최선을 다해서 표현하고자 하는 것이 호소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개개의 노트에 온기가 묻어 나오면서 연주의 품위가 살아난다. 일반적으로 선뜻하게 재생되는 경향이 억제되어 좋다. 외란 쇨셔의 기타는 하나하나의 스트로크에 신중함이 묻어난다. 기타와 바이올린의 연주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위치와 볼륨과 하모니가 일으키는 극적인 변화들이 극명하게 드러난다. 워낙 투명하게 잘 연주되고 녹음된 음반이지만 케이블에서 완성되는 배음과 광채의 아름다움은 정말 매력적이다.
제니퍼 원즈의 'Hunter'. 전주에서 울려나오는 스트링의 스트로크 하나하나가 미묘하게 다른 임팩트와 박자를 가지고 연주되고 있다는 것을 금세 알 수 있다. 베이스와 드럼의 울림이 소란스럽지 않게 제대로 에너지를 전달한다. 유난히 보컬이 우렁차게 들린다. 그 뒤로 역시 스트링이 깔려나오는데 다가오지 않고 제 위치를 지키며 연주되는 덕에 전체적인 밸런스가 잘 살아나게 된다. 백 보컬의 목소리 하나하나가 잘 살아나는 점에서 해상력이 비약적으로 증가함을 다시금 알 수 있다.
독특한 케이블이다. 아주 두껍고 딱딱하고 잘 휘지 않으며 게다가 무겁다. 어지간한 시스템에는 연결하기조차 벅찬 물건이 될 수도 있겠다. 오디오를 통해서 음악을 듣는 것은 대단히 편리한 일이지만 ? 그저 CD를 넣고 재생 버튼을 누르면 되는 ? 그 기기가 가지고 있는 능력을 최대한 뽑아내어 즐기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지루하고 고통스러운 작업이지만 순간순간 맛볼 수 있는 희열 때문에 수많은 애호가들이 계속 돈과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 완전한 소스에서 출발한 신호가 청신경을 자극할 때까지 군데군데 생기는 병목들이 주적으로 존재하며 그 병목들을 하나하나 제거하는 것이 어쩌면 애호가의 도전이자 운명인지도 모른다.
JPS 알루미나타의 역할은 세 가지로 보인다. 하나는 그 병목의 대부분을 제거해줄 수 있어서 기기와 소스가 가지고 있는 성능을 최대한 끌어낼 수 있다는 점이다. 또 다른 하나는 케이블이 가지고 있는 미묘한 특성이다. 아주 투명한 성향의 케이블이 아니면서도 군더더기 없이 깨끗하고 상쾌한 청취감을 창조한다. 그리고 마지막 하나는 시스템을 압도하는 존재감이다. 아마도 이 존재감의 의미는 너무나 커서 애호가의 소유욕을 만족시키는 일등 공신이 될 공산이 무척 크리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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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lhtmll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