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k Levinson] No.532H , 운용에 따라 다양한...
마크레빈슨 No.500H 시리즈가 나왔을 때 필자는 No.531H와 No.532H의 제품 포지셔닝과 성격을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No.531H를 리뷰하고 나서야 겨우 파악할 수 있었는데 최근 업체 관계자의 인터뷰를 통해서 No.500H 시리즈의 제품 컨셉을 명확하게 재확인할 수 있었다.
"(마크레빈슨 No.500H 시리즈의 제품 개발의도는) 기본적으로 럭셔리 마케팅을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그런 면에서 하이파이 및 멀티채널 모두를 하이퀄리티로 추구하려는 분들에게 어울리는 제품군이 될 것입니다." ... "무엇보다 내구성이 뛰어나도록 만들었습니다." - 하만카든그룹, 존. P. 바틀리너
마크레빈슨 No.532H는 하이파이에 올인한 사람이 중요시하는 항목을 충족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설계한 제품이라기보다는 럭셔리한 멀티채널 시스템을 구축할 때 인스톨 환경에서 요구되는 안정성을 최우선으로 확보할 수 있도록 설계한 제품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더넷으로 제품의 동작 상태를 원격지에서 모니터링 할 수 있게 해주는 기능도 그런 목적에 부합한다.
이 밖에도 마크레빈슨에서 하이파이 전용 앰프를 설계할 때와 다른 목표를 가졌다고 보이는 부분이 곳곳에 엿보인다. 열이 적게 발생하도록, 스탠바이 모드에서 전력소모를 줄이도록, 서브우퍼와 연동하는 멀티채널 스피커 시스템을 구동하는데 부족하지 않을 정도만큼의 파워를 제공하도록(어떠한 스피커에 대해서도 대응력이 가지게 하느라 덩치를 키워야 하는 대신) 한 것 등.
하지만 제품의 설계 컨셉이 그렇다고 해서 하이파이에 사용할 수 없는 제품이라고 선을 긋는 것은 논리의 비약이라 할 수 있다. 사실 마크레빈슨 No.532H는 마크레빈슨의 신제품 중에서 접근이 제일 용이한 가격대의 제품이다 보니 이 제품이 하이파이에서도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실제로 커런트 피드백 설계를 사용해서 더 빠르게 반응하도록 한 것, 신호경로를 짧게 컴팩트한 모듈을 만든 것, 채널 분리를 확실하게 얻을 수 있게 철저하게 분리형으로 구성한 것, 풀밸런스 회로를 구성한 것 같은 설계요소는 상급기에서 시도하지 않은 범상치 않은 부분이거나 상급기의 좋은 점을 계승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No.532H 리뷰의 기준을 럭셔리 멀티채널 사용자의 기대 수준을 넘어서 상급기인 No.532나 No.53을 평가하는 수준으로 맞췄다.
제품 청취에는 소스 기기로 블라델리우스 엠블라, 프리앰프로 브라이스턴 BP26, 스피커로 비비드 오디오의 K-1를 사용했다. 처음에 연결한 프리앰프는 성악가의 목소리를 조이는 듯이 갑갑하게 들렸고 피아노의 소리도 어둡고 대역이 좁아진 것처럼 들렸기 때문에 그 대신에 광대역 재생 경향을 가지고 있는 브라이스턴 BP26이 더 잘 어울렸다.
어느 파워 앰프건 미세한 잡음이 있게 마련이지만 마크레빈슨 No.532H는 잡음이 없이 말끔한 배경을 가진다. 배경이 어두운 느낌을 주고 로우레벨 신호의 표현이 좋아서 소리에 좀 더 집중할 수 있게 해준다. 팝 음악의 보컬 재생은 환상적이다.
어떤 음악을 틀어도 파워가 부족하다는 인상을 주지는 않았다. 하지만 파워의 질이라는 면에서는 마크레빈슨의 하우스 사운드 기준을 제대로 계승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이는 부분이 있다. 제니퍼 원스의
소프라노 미아 페르손이 노래하는 모차르트 콘서트 아리아집 앨범에서도 마찬가지로 반주를 맡은 오케스트라의 저역이 무겁게 들린다. 한편 음악 중 저역이 별로 나오지 않는 부분에서는 상급기처럼 깨끗하게 들린다. 저역에 의한 고역 혼탁 현상이 없어지면서 제 실력을 발휘하는 모양이다. 저역이 많이 나오지 않는 바이올린 독주곡의 경우 현악기의 배음도 잘 재생하며 음악에 집중하게 해주는 실력을 발휘한다.
하이엔드 브랜드의 상급 제품과 넘버 투, 넘버 쓰리 제품은 대개 같은 설계자의 손에서 태어난다. 그렇다면 이들은 어떤 점에서 다를까? 여러 가지 다른 점을 꼽아볼 수 있겠으나 사용자가 별다른 운용 요령을 가지지 않아도 좋은 소리를 쉽게 낼 수 있도록 해준 제품과 쉽게 나오지 않는 제품으로 나누어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런 측면을 감안한다면, 넘버 쓰리 제품에 해당하는 마크레빈슨 No.532H의 리뷰에는 기본이 되는 소리의 특성 외에도 부수적인 운용 특성을 빠짐 없이 언급하고, 리뷰에서 직접 확인하지 못했지만 소리를 개선시킬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조치를 제안하는 것도 포함해볼 수 있을 것 같다.
필자가 직접 확인한 기타 발견 사항은, 식어 있는 No.532H를 켜고 난 직후에는 고역이 답답하게 들리지만 30분 정도 사용해서 적정 온도에 도달하면 자연스러워진다는 것, 언밸런스 연결에서는 음상이 작고 선이 가늘어지고 파워가 줄어든 듯 소극적으로 들리니 가능하면 밸런스 연결하여 사용할 것 등을 꼽을 수 있겠다.
필자가 직접 확인해본 사항은 아니지만 저역의 페이스를 개선시키기 위해서 진동을 배출시키는 방법을 고려해볼 것을 제안한다. 제품의 알루미늄 발 바닥 쪽에는 댐핑 시트가 붙어 있어 랙이 긁히지 않게 해주기는 하지만 그 대신 앰프의 내부에서 발생된 진동이 제품 바깥쪽으로 원활하게 배출되는 것을 방해하고 있다.
이 상태에서는 제품의 전면에 매달려 있는 트랜스에서 발생하는 진동이 제품의 몸통을 흔들고 회로기판을 흔든다. 따라서 사용자가 적당한 방법을 동원해서 진동이 원활하게 배출되도록 도와주면 회로 기판은 덜 흔들리고 소리가 혼잡해지는 것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마크레빈슨 No.532H는 평범하게 운용해서는 재미를 보지 못할 수도 있겠지만 사용자가 제품 특성을 파악하고 보완하는 방법을 짜낸다면 사정이 달라질 것 같은 잠재력을 가진 제품이다. 제작자가 숨겨놓은 보물을 어떤 사람이 찾아서 만끽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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