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AStri C3] 사려 깊고 나긋나긋한 아스트리의 플래그십

이종학 2011-06-10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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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호기심이 많은 터라, 늘 새로운 브랜드의 새로운 제품을 만나면 약간의 흥분을 누를 수 없다. 이번에 만난 아스트리의 C3란 모델은 동사의 플래그십이라는 점도 있지만, 그 전에 먼저 제품 개발자인 알베르토 사바티니를 만나 인터뷰를 한 터라, 어떤 음이 날지 여러모로 궁금증이 많았다.
 
1990년대 중반, 이탈리안 사운드라고 해서 갑자기 이탈리아산 제품들이 일거에 소개된 적이 있다. 수려한 목재 마감의 스피커라던가 진공관을 중심으로 한 온기 높은 음을 내는 앰프 등 여러모로 매력이 넘치는 제품들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대부분 밀도 높은 중역을 중심으로 보컬과 바이올린에서 빼어난 음을 들려줬으므로 한번 맛들이고 나면 헤어날 길이 없을 정도로 강렬한 음색을 갖고 있었다.
 


그에 반해 이번에 만난 아스트리는 약간 무덤덤하다고 할까, 아무튼 전통적인 이탈리안 사운드와는 좀 다르다. 만일 스피커를 음상형과 음장형으로 나눈다면, 본 메이커는 철저히 후자에 속한다. 따라서 잠깐 보컬이나 현을 듣고 판단하기 보다는 제대로 세팅해서 어느 정도의 깊이와 넓이를 가진 음장을 재현하는가에 주목하기 바란다. 상당히 깊은 내공을 가진 제품이므로 그 진가를 파악하기 위해선 이쪽에서도 준비가 좀 필요한 것이다.
 
일단 C3의 외관을 보면 전면 배플이 상당히 좁은 톨보이형임을 알 수 있다. 이렇게 프런트를 극단적으로 좁힌 것은, 음장을 형성할 때 큰 장점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프런트 배플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고 자연스럽게 무대를 꾸밀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8인치 상당의 우퍼 두 발을 옆쪽에 부착한 것은 당연한 선택이라 보인다.
 


그런데 전면 상단을 보면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첫째, 미드레인지가 위에 있고, 그 밑에 트위터가 배치되어 있다. 둘째, 미드레인지 부분이 약간 앞쪽으로 돌출되어 있다. 이게 무슨 조화냐 싶겠지만, 차근차근 설명을 하면 쉽게 이해가 갈 것이다.
 


우선 첫 번째 의문부터 말하면, 지난 번 알베르토 사바티니와 인터뷰를 통해 알게 된 사실인데, 실은 그가 룸 어쿠스틱에 상당히 조예가 깊다는 점이다. 그냥 감으로 스피커는 이렇게 배치하고, 바닥엔 꼭 카펫을 깔아야 하는 식의 추정이 아니다. 정확한 과학적 데이터를 갖고 실증적 경험을 바탕으로 고도로 세련된 방법론을 완성시킨 것이다.
 
그에 따르면 무엇보다 스피커에서 트위터의 위치가 리스너의 귀 높이와 같아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소파에 앉아 음악을 들을 때라 가정하면 자연스럽게 트위터가 미드레인지 밑부분에 위치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럼 두 번째 의문이 따른다. 하필이면 왜 미드레인지 부분이 볼록 돌출되었는가다. 역시 알베르토에 따르면, 일종의 시간축 일치에 관한 것이다. 즉, 트위터와 미드레인지의 시간축이 맞아야 하는 것으로, 그를 위해선 다음과 같은 기준을 잡아야 한다. 본기에 쓰인 돔 트위터의 경우, 앞으로 볼록 솟은 끝 부분이 바로 그 기준점이고, 미드레인지의 경우 콘 드라이버의 맨 끝부분이 아니라 중앙에 놓인 센터 캡이 바로 그렇다. 이 둘을 수직선상에 놓아야 제대로 된 시간축을 형성할 수 있는 바, 미드레인지의 돌출은 어쩔 수 없는 조치인 것이다.
 
사실 본기를 포함한 아스트리의 여러 제품은 그간 해외 쇼에서 몇 번 접한 터라 그리 낯설지는 않다. 그렇다고는 해도 약간 위화감을 주는 것은 사실이다. 또 기본적으로 시어스제의 유닛을 채용한 바, 아무래도 스카닝이나 아큐톤에 비해 개성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실제 음을 들어보면 상당히 중립적이면서 온기가 있어 어떤 형태의 음악이든 지극히 높은 해상력과 공간 연출로 충분히 커버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필자의 경우, 본기를 듣고 시어스의 매력을 새롭게 발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서 잠시 유닛에 대한 소개를 하겠다. 본기는 3웨이 4스피커 구성으로, 전면에 미드레인지 및 트위터가 상부에 위치해 있고, 사이드 패널에 두 발의 우퍼가 위 아래로 배치된 형상이다. 여기서 우선 트위터를 보면 1인치 패브릭 돔이 쓰였음을 알 수 있다. 미드레인지는 5인치짜리 페이퍼 콘이고, 우퍼는 8인치짜리로 역시 페이퍼 콘이다.
 
물론 페이퍼 콘이라고 해서 과거의 제작 방식으로 만들어진 것은 아니고 그 위에 특수한 코팅을 입혔다. 요즘 유행하는 알루미늄 콘을 쓰지 않는 점에 대해 알베르토는 이렇게 말한다. 분명 성능은 좋지만 음을 들으면 어딘지 모르게 위화감이 있다. 이쪽이 더 자연스럽다. 메이커의 감각으로 그런 선택을 한 점에 대해선 뭐라 할 말이 없지만, 전체 유닛의 톤이 일정하고, 시간축이 정확해서 특히 빼어난 음장 효과를 자랑하는 부분에 대해선 높은 평가를 내리고 싶다. 또 적당한 온기와 목질감도 꼭 지적하고 싶은 매력이다.
 
본기의 인클로저는 디자인이 약간 독특하다. 그 때문에 호불호가 가리겠지만, 동사가 위치한 벨포르테 델 키엔티 지방의 풍부한 유산을 적극 활용하고 있는 점이 돋보인다. 이 지역엔 맞춤형 악기 제조가 널리 이뤄지고 있어서, 특히 목공예 장인이 많다고 한다. 바로 그들의 솜씨를 본기에 단단히 투입한 것이다.
 


그 결과 프런트 및 위 아래 패널은 원목을 썼고, 사이드 및 리어 패널은 중첩된 자작나무를 사용했다. 물론 다 CNC 머신을 이용해서 정교하게 깎은 다음 수작업으로 꼼꼼하게 접합한 것이다. 내부 보강재까지 합하면 약 30여 종의 목재가 동원되었다고 한다. 만일 본기를 접할 기회가 있다면 프런트 패널을 가볍게 두드려보길 바란다. 얼마나 단단하고 밀도가 높은지 금방 실감할 것이다.
 
한편 본기의 주파수 대역은 29Hz~25KHz다. 이중에 우퍼가 담당하는 대역이 29~250Hz 정도이고, 미드레인지가 250Hz~3.5KHz다. 그 위로는 트위터가 담당한다. 그런데 실제 청음을 하면 마치 하나의 유닛에서 음이 나오는 듯 별로 이음새가 느껴지지 않는다. 이 부분에 관해서는 동사가 갖고 있는 임피던스 모듈이라는 개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즉, 양 유닛이 각각 커버하는 대역이 만나는 지점에서 급격히 주파수의 곡선이 떨어지는 것은 멀티 유닛을 쓴 스피커의 특성상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 이 부분을 보정하는 데에 있어서 정통적인 필터링 방식을 사용하지 않고 독자적인 방식으로 보다 스무드하게 연결하고 있다. 게다가 최고급 소자의 저항이며 각종 부품을 사용한 점이나 이를 보드에 붙일 때 납땜이 아닌 접착제를 사용하는 등, 보이지 않는 곳에까지 많은 배려가 이뤄지고 있다.
 


사실 이 정도 규모의 메이커는 대개 계측 면에서 좀 열악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동사의 제품 모두가 무향실에서 철저하게 측정되어 페어 매칭으로 출하되며, 마감 역시 다양한 옵션을 제공하고 있다. 심지어 특수한 패턴이나 무늬를 원한다면 얼마든지 제작해준다고 한다. 이번에 접한 것은 흰색을 기조로 양옆이 블랙 처리된 것인데, 개인적으로는 푸른색이나 붉은색으로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다.
 
본기의 시청을 위해 바쿤에서 나온 앰프 5513이란 인티에 블라델리우스의 엠블라를 동원했다. 시청 CD는 최근에 필자가 오디오파일용으로 제작한 재즈 및 클래식 편에서 자주 듣는 곡으로 골랐다. 그 리스트는 다음과 같다.
 
- 베를리오즈 <환상 교향곡 중 마치> 정명훈 지휘
- 조수미 <도나 도나>
- 멜로디 가르도
- 맥코이 타이너
 
우선 베를리오즈를 보자. 멀리서 은은히 들려오는 팀파니에 관악기들이 나직이 나오다가 점차 고조되면서 확 폭발한다. 그때의 공간감 재생과 펀치력이 상당하다. 무엇보다 세밀한 부분에 대한 재생에 능해, 여러 악기들의 모습이 정교하게 배치된 부분과 각각의 음색, 잔향이 또렷이 포착된다. 이 가격대의 스피커에서 상상하기 힘든 묘사력이다. 더블 우퍼의 경우, 펑펑 아무 때나 터지지 않고 정말 필요할 때만 멋진 첨가물 역할을 한다. 음향 효과보다는 음악의 재생에 포커스를 맞춘 제품임을 깨닫게 하는 순간이다.
 
조수미의 노래는 활기가 넘치면서 일종의 관능미마저 느껴질 만큼 아름답다. 둥둥 무심한 듯 치는 더블 베이스와 나일론 줄의 질감이 잘 살아있는 어쿠스틱 기타의 반주가 멋지게 조화를 이루고, 중간에 나풀거리는 클라리넷의 음은 환상 그 자체다. 이 정도의 세련되고, 청아한 음은 어지간한 시스템으로는 불가능한데, 확실히 그 점에서 ‘아스트리 & 바쿤’ 콤비의 매칭은 특필할 만하다.
 
멜로디 가르도의 노래는 등장하는 악기의 수도 많고, 정교하게 편집한 솜씨도 두드러져서 여간 재생이 어려운 게 아니다. 하지만 여기서는 아주 말쑥하게 곡이 갖는 음향 효과를 드러낸다. 피아노가 천천히 반주를 시작하는 인트로에서 드럼, 베이스, 오르간 등이 가세해 일종의 필름 느와르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 대목에 이르기까지 별로 지적할 만한 사항이 없고, 가르도의 노래에 이르면 점차 음악 그 자체에 빠져든다. 결코 성량이 풍부하거나 악을 쓰는 스타일이 아닌 가르도의 음성이 반주하는 악기들과 오소독스하게 엮이는 대목에서 가벼운 탄성이 나온다.
 
마지막으로 맥코이 타이너의 연주는, 피아노 트리오의 개성과 스타일이 듬뿍 살아 있는 재생이 마음에 든다. 우선 브러시로 긁는 스네어의 세밀한 음향이나 은은한 심벌즈 소리, 바닥을 가볍게 두드리는 더블 베이스의 깊은 저역, 그리고 낭랑하게 두드리는 피아노의 감미로운 음까지 여러 요소가 골고루 녹아들고, 리드미컬하게 엮여진다. 오래된 녹음이지만, 마스터 테이프에서 나오는 히스 소리까지 음악적으로 들리게 하는 점은 확실히 본기의 매력이자 내공이다. 
 


초두에 신생 브랜드의 제품이라고 본 기를 소개했지만, 여기에 담긴 내용은 결코 만만치 않다. 그저 외관을 보고 대충 판단하는 우를 범하지 말기를 권하면, 특히 바쿤 앰프와의 매칭을 적극 추천한다.


Specification
De=scription Floorstanding speaker
Speaker System 3 Way system
Enclosure Type Bass Reflex, Rear Vented
Shielded Componets Tweeter 26mm Fabric Dome
Shielded Componets Midrange 15cm Coated Paper Cone
Shielded Componets Woofer 2x22cm Coated Paper Cone
Freq. Response @ +-3Db on reference axis 29~25k Hz
Freq. Response @ +-3Db on 30 axis 29~17k Hz
Crossover frequency 250~3.5k Hz
Power handling on unclipped program 300W @ 8 ohms
Recommended Amplifier 25-300W @ 8 ohms
Sensitivity(2.83V/1m) 93dB
Nominal Impedance 6 ohms
Minimum Impedance 4.1 ohms @ 100 Hz
Net Weight 39.6 kg
Shipping Weight 45.1 kg
Dimensions(H x W x D) 1250 x 178 x 500 mm
Shipping Dimensions(H x W x D) 1370 x 360 x 800 mm
Finishes FN: Walnet Wood and Matt black
BM: Black Mirror
SE: No Limits Emo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