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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파이클럽의 DAC 비교시청회는 주객 모두에게 유익한 기회를 선사했다는 생각이다. 2012년 현 시점에서 볼 때, 상당히 적절한 주제인 동시에 버라이어티한 장점을 살렸다는 점에서 그렇다. 다양하고 심도 있는 의견 교환의 기회를 마련해서, 현재 가장 왕성한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DAC를 대상으로, 그것도 등급이 조금씩 다른 총 8대의 최신 기종들을 추려 모은 모처럼의 기획이 돋보인다.

 

그리고 평론가 세션과 사용자 세션을 입체적으로 운용한 방식도 관심을 극대화시키는 좋은 발상이었다고 본다. 무엇보다 언젠가부터 서로 대면의 기회가 적어진 필자들간에 교류의 장이 생겨난 것을 반갑게 생각하는데, 갈수록 늘어가는 기기들만큼이나 정돈이 되어있지 않은 다양한 ‘평론가’들 속에서 오디오파일 히스토리를 공유하는 하이파이 평론가들의 공동작업은 실로 오랜만이다. 비교적 한산한 평일 오전, 하이파이클럽 메인 시청실을 찾은 두 필자의 만남 또한 오랜만이다.

 

 

 

 

 
오승영(이하 ‘오’) : 정말 오랜만이군요. 흔한 얘기지만, 얼굴 잊어버릴 때쯤 뵙게 되는군요. 그 사이 문한주씨는 하나도 안 변하신 것 같습니다?

문한주(이하 ‘문’) : 그러게 말입니다. (가만히 헤아려 보면서…)거의 10년이 되어가는 것 같은데요?

오 : 저는 살기 바쁘다 보니(웃음), 오디오생활을 열성적으로 할만한 여유가 없었습니다. 문한주씨의 글은 열심히 잘 읽고 있습니다.

문 :  저 또한 회사생활을 하다 보니, 예전 같은 교류시간을 내기가 어려운 것 같습니다. 오늘도 휴가를 내고 달려오는 길입니다.

오 : 예나 지금이나 문한주씨의 열정은 대단한 것 같습니다. 하이파이클럽 사장님 말씀대로 ‘열혈오디오파일’ 그대로이십니다. 그나저나 오늘 이 많은 기기들을 다 들을 수 있을까요? 정말 많은 기기들이 오랜만에 한 자리에 모인 것 같습니다.

문 : 그렇습니다. 등급의 차이가 조금씩 있어 보이는데, 시청환경도 그렇고 시청순서를 정하는 일에도 운용의 묘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하이파이클럽에서 정한 시청 순서가 혹시 있나요?

오 :  물론 미리 세팅해 놓은 순서가 있을 것 같군요. 없다면 저희끼리 순서를 정해서 진행해도 되겠구요. 제품이동 관계로 플레이백의 MPS-3를 먼저 시청해야 할 것 같은데 기대가 됩니다.  

문 :  최근에 하이파이클럽 룸 어쿠스틱이 많이 발전했다고나 할까요?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들까지 신경을 많이 쓰신 듯 합니다. 프리앰프 위에 둔 QX4만해도 설치 전후의 차이가 대단히 큽니다.

오 : 아, 그렇군요. 아까 그 이름 모를 디프렉탈만 해도 탈착 전후의 소리 차이가 제법 많이 느껴집니다. 그 외에도 RCA 단자에 꽂는 핀 같은 것 등 제가 최근 기기들에 너무 정보가 어두운 것 같은데요? 다음 기회에 그 효과에 대해 시청을 해보고 싶네요.

 

 

오 :  이전에 잠깐씩 시청을 했던 제품들도 있고, 오래 전 시청했던 기기들과 생김새는 얼핏 유사해 보이지만 새롭게 업버전으로 출시한 기종들도 있네요. 앞서 얘기했듯이 기기들의 등급도 약 두어 단계로 구분이 될 수 있을 것 같고, 시청방식은 동일하게 하는 걸 전제로 하지만 자체 시스템의 특성상 부득이 고유의 소스로 시청을 해야 하는 경우들이 보이네요. 예를 들어 네임오디오 DAC의 경우 USB 케이블로 데이터 전송이 불가한 관계로 USB 메모리로 파일을 재생해야 합니다.

문 :  제품의 컨셉이 약간 다른 두 기종, 즉 CDP를 겸하는 별도 구성 DAC, 네트워크 플레이어들인 경우가 있고, 전체 제품 중에서 USB 전송으로 시청한 플레이어가 4종, 네트워크 전송으로 시청한 경우가 3종, 애플인증을 받은 네임오디오의 제품은 USB 메모리로 시청을 하게 되었습니다. USB의 경우 맥북에어-아이튠즈를, 네트워크의 경우 NAS를 통해 재생을 하는군요.

오 : 그렇군요. 특정 시점에서 8개의 DAC를 같은 가격대에서 추려내기는 불가할 것 같습니다. 가격의 차이는 불가피해 보이고, 이런 방식의 비교시청에서는 상급기가 반드시 유리하다고는 장담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여하튼, 무엇보다 린 클라이막스 DS가 눈에 띄는군요. 다른 기종들과 비교해서 체급이 약간 다른 기종이라고 해야 할 것 같구요. 그 다음 트레이가 달린 두 플레이어 볼더 1021과 플레이백 MPS-3의 소리가 궁금해지는군요. 그럼, 하나씩 시청을 해볼까요?

 

  

오 :  장시간 시청을 하다 보니 집중력이 떨어지는 군요. TV시리즈 ‘나가수’와는 반대로 뒤쪽에 시청한 기기들이 오히려 불이익을 당할 수 있을 것 같아, 공정한 평가를 위해 열심히 시청했습니다(웃음). 8대의 기기는 비교시청용으로는 최대한의 숫자인 것 같습니다. 이 이상이 된다면 정확한 평가에 문제가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최대한 일률적인 시청을 하려다 보니 오히려 기대만큼의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 기종들이 몇 있었던 것 같네요.

문 :  그렇습니다. 각 기기의 장점을 살릴만한 세팅 보다는 기준을 통일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약간의 손해를 보는 기기들이 발생하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플레이백 MPS-3의 경우 출전 제품들 중에서 유일하게 DSD 파일을 재생할 수 있는 기기인데, 그런 희귀한 기능을 뽐낼 수 있는 기회를 놓친 것 같습니다. 최적의 상태가 아니어서 제 실력을 제대로 평가 받지 못한 점이 있습니다. 나중에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기회가 다시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 :  음원에서도 공정성을 기하다 보니, 플레이백의 경우 DSD 스트리밍을 시청해볼 기회를 갖지 못한 건 어쩔 수 없었던 것 같구요. 안틸로프의 Zodiac Gold는 관심이 많이 가는 기종이었는데, 뭔가 실력발휘의 기회가 되지 못한 것 같습니다. 최소 500시간의 번인타임을 요구하는 기기인데, 수입사의 이야기로 번인이 전혀 되지 않은 기기라는 것이 더더욱 이 기기의 평가를 어렵게 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탁월한 정보량과 유연함과 자연스러운 재생에 대해 그 정체를 파악할 수 있었다고 봅니다. 이 제품의 장점은 이것이구나, 하는 느낌을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다시 한 번 제대로 세팅하여 집중에서 시청해보고 싶은 기기였습니다. 그럼, 성과가 좋았던 기종들은 어떤 것들이었나요?

 

 

문 :  역시 린의 클라이막스 DS와 볼더 1021, 두 기종이 가장 돋보였습니다. 최상의 디지털 제품에 포함될 수 있는 기기들입니다. 팝음악에서 가수의 감성과 표현의도를 미세하게 표현할 수 있는 점에서는 린의 클라이막스와 맞설만한 제품을 찾을 수 없고, 볼더 1021은 대편성 음악을 재생하는 힘과 카리스마에서 맞설만한 제품을 찾기 힘들 것 같습니다.

 

오 :  저의 경우에도 유사한 결과입니다. 가격대로 간다는 상황이 재현되는 것 같아 약간 허탈해질 정도로 역시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였습니다. 절대적인 재생품질의 측면에서 볼 때, 린과 클라이막스 두 기종은 양대 산맥처럼 돋보였구요, 이에 근접한 소리를 내어준 제품이 dCS의 드뷔시였습니다. 바로 앞에 시청한 플레이백 MPS-3에 대해 반사이익을 얻게 된 건지 모르겠지만, 플레이백과의 거리는 멀고, 린과의 거리는 가깝게 느껴질 정도로 가격을 감안할 때 상당한 선전을 펼쳐주었다고 생각했습니다.

한편, 절대평가를 떠나서 저가의(?) 제품들이 보여준 성능에 감탄을 하게 되었다는 점을 얘기하고 싶습니다. 노스 스타의 DAC32는 구형의 시청경험으로 보아 별다른 특징을 기대하지 않고 시청했었는데, 중립적이면서도 어느 장르에서도 모범생과 같은 플랫한 성능을 보여주어 기특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네임오디오의 DAC의 경우에는 성향이 약간 축소된 볼더의 느낌이라는 점에서 상당히 이색적이었을 뿐, 전체적인 퍼포먼스에 있어서 불만스러운 부분이 거의 발견되지 않는 매력적인 선수였습니다.

 

 

그리고 이런 대비가 되는 기기들 사이에서 얘기가 빠져있는데, 메리디언의 미디어 소스 600은 기존 메리디언에 비해서 적극적으로 소리를 내주고 음악의 감흥을 불러 일으킨다는 점에서 좋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청취한 환경에서는 사용하지 않았지만, 시청 이전에 얘기했던 악세서리들을 적절히 활용한다면 소리를 개선할 수 있습니다.  메리디안 전용 시스템이 아닌 일반 오디오용 제품에도 적용할 수 있게 문호를 일부 개방했다는 점이 반가웠는데, 이왕이면 좀 더 저렴하게 시스템을 구성할 수 있도록 태블렛과 UPnP서버를 지원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그러면 네트워크 인터페이스를 가지고 있는 DAC군에 새로운 맹주로 떠오를 수 있을 텐데요. dCS의 드뷔시는 특별히 부족하게 느껴지는 점도 없고 특별히 가리는 음악도 없었는데, 디지털 필터의 적용에 따라서 클래식음악이든 팝음악이든 적합하게 대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떤 장르를 재생해도 아쉬움이 없을 정도의 무난함이 이 제품의 특징입니다.

 

 

오 : 메리디언 MS600은 독립 DAC라기 보다는 술루스 통합 시스템으로 인식되다 보니 다른 기기들에 비해 조금 느낌이 다른 것 같습니다. PS 오디오는 끝내 시청의 기회가 주어지지 못했군요. 아쉽긴 하지만, 기기들이 너무 많아져서 시청자가 지치거나 혼란스럽지 않은 한도 내에서의 쾌적한 시청이 바람직할 것 같습니다. 여하튼, 어쩌다 보니 좋은 기기들을 추려내는 행사가 되기 보다는, 실력발휘를 못한 후보들이 남겨진 시청이 된 듯 합니다. 언제나 그렇지만, 기기의 숫자가 늘어날수록 이런 시청에서 골고루 공평무사한 시청의 기회가 주어지기는 어려운 것 같고, 조건을 달리한 다른 환경에서의 시청도 시도해서 종합적인 기획으로 정리를 할 수 있다면 아쉬움을 남기지 않을 듯 합니다.

 

 

문 : 혼자서 시청했다면 좀더 복잡하고 장시간에 걸친 방대한 작업이 되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이 정도의 규모로 진행하는 것이 소정의 목적을 달성하는 데 바람직할 수도 있겠습니다. 무엇보다 서로 다른 평가자, 그것도 서로 알고 지내는 분과 한자리에서 의견을 나눌 수 있어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오 :  하이파이클럽에 따르면 앞으로 이런 기획을 종종 계획할 예정이라고 들었습니다. 다양한 기기와 진행방식에 대한 노하우가 축적되어 있는 회사이기 때문에 다양하고 재미있는 기획을 기대하게 됩니다. DAC만 해도 이번 한 번으로 끝날 수 있는 테마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장시간 수고 많으셨습니다. 그렇다면 조만간 또 뵐 기회가 있겠습니다.

 

문 :  저 또한 이런 행사를 빌어 오승영씨와 함께 진행할 기회를 갖게 되어 즐거웠습니다. 종종 뵙도록 하겠습니다.

 

하이파이클럽 2012년 기획특집리뷰 - 하이엔드 DAC 8종 집중 시청
01. 디지털 변환의 역사, 그 궤적의 끝을 확인하는 시간 - 오승영
02. 현대 디지털 소스기의 향연에 취하다 - 문한주
03. 밀레니엄 후 10년 DAC를 이야기하다 - 문한주, 오승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