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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BL은 스튜디오 5시리즈 스피커를 프로페셔널 퀄리티의 소리를 가정에서 즐길 수 있도록 고안한 제품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프로페셔널 퀄리티의 소리란 정확하고 파워풀한 소리를 내주는 능력으로 이해해 주시면 되겠다. 스튜디오 5 시리즈의 설계에는 JBL의 수석 엔지니어 그레그 팀버가 참여했다.
 
스튜디오 5 시리즈에는 플로어 스탠딩 타입으로 590, 580, 570 모델이 있으며, 센터채널에 520C, 북쉘프 스피커로는 530이 마련되어 있다. 스튜디오 5 시리즈의 스피커가 다른 스피커와 다르게 보이는 부분은 뒤쪽으로 갈수록 사이즈가 줄어드는 외양을 가지고 있는 것과 세로 방향으로 배치한 바이 래디얼 혼이다. 기본사양으로 제공하고 있는 아웃리거 받침도 특이함을 더하고 있다.
 

이번에 소개하는 스튜디오 590 스피커는 5시리즈의 플로어 스탠딩 스피커 중에서 최고사양으로 스튜디오 580과 570 스피커는 2웨이 더블 우퍼로 구성되어 있는데 반해,  스튜디오 590은 2.5웨이 크로스오버 네트워크로 구성되어 있다.  이것은 음상과 순수함을 유지하면서도 2웨이 스피커가 보유하기 어려운 깊은 저음을 확보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방식은 B&W 704, 소너스 파베르 그랜드 피아노, 카시오페아 알파 등의 스피커에서 사용한 바 있다. 스튜디오 590 스피커에서 사용하고 있는 200mm 구경의 우퍼 2 개 중 하나는 1.5kHz 이하를 담당하고 나머지 하나는 좀 더 아래쪽 대역을 담당한다.
 

우퍼의 콘지는 강성을 보강한 폴리플라스로 되어 있고 바스켓은 알루미늄을 사용했다. 페라이트 자석을 사용할 때 생기는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서 자석을 분산시켜 배치하는 Symmetrical Field Geometry 기술을 적용시켰다. 이 기술을 사용하면 2차 하모닉 디스토션을 8~10 dB 정도 감쇄시킬 수 있다.
 
고역은 25mm 구경의 트위터와 혼으로 이루어진 컴프레션 드라이버로 담당한다. 컴프레션 드라이버는 off-axis에서의 응답을 개선할 수 있고 감도가 높고 큰 소리를 낼 수 있고 반복되는 포장과 다루는 과정에서 트위터에 손상을 주지 않아서 프로용 스피커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다. 트위터의 진동판은 테오넥스 재질로 되어 있으며 자석은 네오디뮴을 사용했다.

 

스튜디오 590 스피커는 바이와이어링을 지원하며 네트워크는 중고역과 저역의 회로가 서로의 신호를 간섭하지 않도록 각각의 독립된 기판으로 분리시켜 두었다.
 
하이파이클럽 시청실에서 마주친 스튜디오 590은 체리 색 우드 그레인 마감이었고 겉모습만 딱 봐도 혼이 이 스피커의 핵심테마일 것 같다는 인상이 들었다. 연결한 오디오 시스템은 보울더 1021 디스크 플레이어, 클라세 SP-500 프리 앰프, 클라세 CA-2200 파워앰프를 사용했다. JBL는 이 제품에 250와트급의 출력을 가진 앰프를 연결할 것을 추천하는데 클라세의 200와트 출력의 정도라면 JBL이 제시한 환경에 근접한 조건으로 보아도 무방해 보였다.

 

얼마 듣지 않고서도 이 제품은 설계자가 인위적으로 대역을 조작하지 않으려고 했고 저역이 둔탁하게 들리려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런 특성은 근처 가격대에서 벤치마크 제품이라고 할 수 있는 레벨 퍼포마 F12 스피커가 가지지 못했던 미덕이다. 레벨 콘체르타 F12는 고역에 인위적인 롤 오프를 가지고 있고 저역의 페이스가 느리게 재생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콘체르타 F12를 홈 시어터용 스피커로 사용할 경우라면 그런 특성이 있다고 해도 콕 찝어서 흠이라고 보기는 어렵겠지만, 본격적으로 음악을 들을 수 있게 해주는 스피커로서 자질을 가졌냐고 자문해 보면 선뜻 답하지 못하게 된다. 그에 비해 스튜디오 590는 좀 더 질적으로 양호한 음악을 들어볼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을 가져도 될 것 같은 믿음을 준다.
 

스튜디오 590 스피커는 가격대가 낮은 톨보이형 스피커에서 흔히 나타나는 저역의 벙벙거림 현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주먹으로 스튜디오 590의 인클로우저를 두들겨 보면 취약지역에서 통울림의 급격하게 커지지 않도록 요령껏 내부 보강재를 두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적어도 톨보이 스피커를 선택해서 소리를 완전히 엉망으로 만들어 버리는 것은 아닐까 하는 염려를 하지 않아도 된다.

 

그렇지만 좀 더 냉정하게 평가하자면 조금 더 인클로우저에 물량이 투입이 된 B&W 704나 카시오페아 알파 등의 스피커에 비하면 저역이 덜 선명하다. 그런데 이런 결과는 스튜디오 590에 고무발을 달아놓은 상태에서 청취한 것을 감안해 주시기 바란다. 고무발이 달린 상태에서는 인클로우저에 축적된 기계적인 에너지가 원활하게 배출되지 않으며, 제품의 숨겨진 잠재력을 다 꺼내서 재생할 수 있는 조건으로 충분하지 않다. 따라서 고무발을 사용하는 것 보다는 번들 금속 스파이크를 연결한 후 최적점을 찾아보는 것을 권해보고 싶다.

 

소리의 규모라는 관점에서 봤을 때 스튜디오 590 스피커에서 부족한 면을 꼽기는 어렵다. 그 체구에서 내 줄 수 있는 만큼의 소리를 잘 내 주고 있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리의 규모는 B&W 704 스피커 정도로 보면 적합할 것 같다. 만약에 그 정도로는 부족하고 본격 플로어 스탠딩 스피커다운 중량감을 느끼고 싶다면 그런 분들에게는 우퍼 구경이 큰 3웨이 스피커가 제격이 될 것이다.
 

스튜디오 590 스피커가 본격적으로 장기를 발휘한 부분은 금관악기나 심벌즈 등이 나오는 곡이다. 금관악기는 두께가 잘 느껴지고 힘있게 들렸다. 큰 소리를 내줘야 하는 부분에서 다이나믹 제한 없이 들려주어 후련하게 해주었으며 그러면서도 왜곡이 없어 거칠게 들리지 않게 해준다. 그리고 심벌즈를 스틱으로 쳤을 때의 확산감이 좋고 스피드가 빠르다. 듣기에도 좋고 후련하며 오랜 시간을 들어도 지치게 만들지 않는다. 이런 쾌감이 느껴지는 부분은 혼을 채용한 컴프레션 드라이버의 특성이 긍정적으로 잘 발휘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에 컴프레션 드라이버는 다른 스피커들이 어렵지 않게 재생할 수 있는 것을 능숙하게 처리하지 못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스튜디오 590 스피커는 일반적인 트위터를 사용하는 스피커에 비해서 소리가 지속되는 시간이 짧게 들린다. 다른 스피커에 비해서 스튜디오 590에서 재생한 현악기의 소리는 직접음 위주로 들리게 되며 다소간 성기고 단조롭게 들리는 편이다.
 

스튜디오 590 스피커는 JBL에서 의도한 프로페셔널 퀄리티의 소리를 비싸지 않은 가격으로 담아내는데 성공했다. JBL이 제시하는 프로페셔널한 퀄리티의 소리, 즉 정확하고 파워풀한 소리를 내주는 능력 중에서 스튜디오 590스피커는 파워풀한 소리를 내주는 부문에서 완전하게 원래 의도를 달성했다. 정확함의 영역에서 음악의 리드미컬한 면을 재생하거나 대역의 밸런스 상에서는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도록 해서 정확함을 추구하는 의도를 달성했지만 정보량의 전달이라는 해상력의 부분에서는 다른 장점을 위해서 희생했다. 따라서 스튜디오 590은 올라운더 스피커라기 보다는 특정 음악 재생에 좀 더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몰아주기 한 제품이라고 할 수 있다. 재즈 음악 재생에는 사용자가 특별히 노력하지 않아도 소리가 응축되어 뿜어져 나와 음악의 열정이 잘 표출되고 적성이 잘 맞는 타입이라는 느낌이다.
 
스튜디오 590 스피커는 재즈 음악 재생 외에도 홈 시어터용 스피커로도 좋은 자질을 가지고 있다. 제품의 좁은 폭은 스피커 설치에 매우 유리하며, 큰 소리를 왜곡 없이 잘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은 영화 사운드를 재생하는 용도에 잘 맞아 떨어진다. 그리고 서브우퍼를 함께 운용해서 프런트 스피커의 부담을 줄여주면 프런트 스피커만 사용할 때보다 음질적으로 더 바람직한 결과가 나오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