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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엔드 오디오 브랜드로 유명한 영국의 명가 Meridian이, 전혀 예상치도 못하게 PC용 USB DAC을 출시하였다. 물론 Meridian은 이미 Digital Media Systems 라인업으로 각종 PC-Fi용 하이엔드 제품들을 가지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Meridian의 기존 제품들은 거치형을 기반으로 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Pesonal Audio 라인업의 첫 제품인 Explorer의 등장으로부터 Meridian의 포터블 오디오 시스템 출시의 시작을 알리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제품의 패키지는 매우 심플하다. 한 손에 쏙 잡히는 본체와, 본체 및 케이블 휴대용 파우치와, 채 한 뼘 길이도 되지 않는 짧은 USB 케이블이 전부다. 제품의 컨셉 자체가 노트북과 같은 기기와 함께 휴대하며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휴대용 DAC이니만큼, 사실 거추장스러운 부가 악세사리 자체가 필요없다. 특히 길이가 짧은 USB 케이블은 의외로 시중에서 따로 구하기가 꽤 까다로운데, 덕분에 휴대용으로 매우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다.

USB 케이블의 길이가 짧아도 되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휴대용인 이유도 있지만, 본체에는 입출력 단자 이외의 어떠한 조작수단이 달려있지 않기 때문이다. 볼륨 조절은 컴퓨터 측에서 OS 자체 볼륨 컨트롤을 이용하도록 되어있다. 노트북의 경우 Fn키 조작으로 OS 볼륨을 쉽게 컨트롤할 수 있다는 면에서 역시 노트북에 가장 잘 어울리는 제품이다. 하드웨어 만큼이나 소프트웨어 적으로도 극도의 간편함을 추구하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OS 볼륨을 조절하더라도 소프트웨어적인 조절이 아니라 하드웨어적인 64스텝 아날로그 볼륨 조절을 수행하는 점도 눈여겨 볼 만 하다.

 

물론 단순히 휴대용 USB DAC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Meridian 답게 성능 면에서도 충분히 신경을 쓰고 있다. 일반적인 USB 1.1 규격의 범용 오디오 인터페이스를 쓰는 것이 아닌, USB 2.0 Hi-Speed 대역폭을 활용하여 24bit/192kHz의 최대 샘플링 스펙을 지원한다. 이를 위해 XMOS L-1 USB 리시버와 TI PCM5102 DAC을 핵심 IC로써 탑재하고 있으며, 또한  4.1/48kHz 배수 전용 오실레이터를 각각 사용하고 거기에 더해 완전 비동기식 전송으로 지터 억제 효과도 노리고 있다. 본체에는 3개의 LED가 현재 재생중인 샘플링 레이트를 표시해준다. 다만 범용 USB Audio 규격이 아니다 보니 드라이버를 홈페이지에서 다운로드 받아 따로 설치해야 되는 부분은 감수를 해야 한다.

출력단자는 기본적으로 라인아웃 단자와 헤드폰아웃 단자가 따로 마련되어 있다. 라인아웃 단자로 디지털 옵티컬 출력도 가능하며, 이때는 176.4/192kHz의 샘플링 레이트 사용시 절반으로 다운샘플링된다. 별도 전원을 사용하지 않고 USB 전원만을 사용함에도 라인아웃단은 2V RMS, 헤드폰아웃은 130mW@16Ω의 최대출력을 제공하여 충분한 수준의 출력을 확보할 수 있다.

 

소리에 있어서는 역시 Meridian 다운 중립적이면서도 차분함과 부드러움이 느껴지는 주파수응답 특성을 가지고 있다. 또한 USB 버스전원만을 사용하는 것 치고는 우수한 수준의 노이즈 억제력을 가지고 있어, 라인아웃과 헤드폰아웃 어느 쪽을 사용하든지 간에 노이즈로 인한 문제는 없었다. 기본적인 음질 성능을 걱정할 필요 없이 음악 자체에 집중할 수 있게 하는 기본 실력은 확실히 챙기고 있다고 할 수 있다.

Explorer 특유의 디지털적으로 조절되는 아날로그 볼륨 방식은 OS의 사운드 믹서를 통과할 때의 소프트웨어적 음질 열화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제거하였다. 또한 이러한 방식은 아날로그 볼륨 노브 사용시 자주 발생하는 좌우 볼륨 편차 문제까지도 같이 해결되는 장점이 있다. 능률이 높은 헤드폰 사용시 저볼륨에서의 좌우 볼륨 편차 문제는 생각보다 상당히 민감해서 0.1dB 차이까지 감지하는 예민한 애호가들이 있음을 떠올리자면, 이는 Explorer가 가지고 있는 큰 장점 중 하나이다.

 

한편으로는 트랜지스터 IC 기반의 디지털적인 설계임에도 불구하고 음악을 부드럽고 풍부하게 울려주는 느낌을 받는다. 사적인 내용이긴 하지만 필자가 Meridian의 CDP 올드 모델을 보유하고 있다 보니, Explorer로부터 Meridian 특유의 rich한 소리가 들리는 것을 알아채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Meridian 고유의 사운드를 이처럼 간단한 기기 하나로 들을 수 있다는 점에서는 평소 Meridian의 사운드를 선호하는 애호가라면 더욱 호기심이 갈 만한 제품이다.

 

음질적으로 한가지 짚고 넘어갈 점은, 50Ω에 가까운 상당히 높은 수준의 헤드폰단 출력 임피던스를 가지고 있다. 이정도라면 헤드폰/이어폰의 매칭에 분명한 영향을 준다. 고유 임피던스의 변동폭이 큰 헤드폰&이어폰과 매칭시 사운드의 뚜렷한 변화를 느낄 수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한 선호 여부에 따라 어느 정도 호불호가 갈릴 수 있을 것이다.

 

Meridian이 앞으로 Personal Audio 라인업을 어떻게 풀어나갈지에 대해 Explorer로부터 기대되는 점은, 특별히 하드웨어에 신경쓰지 않아도 되도록 해주어 말그대로 혼자서 음악에 몰두할 수 있는 그러한 제품군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실제로 Meridian의 861 DSSC 같은 하이엔드 모델들의 후면 단자 구성을 보면, 하드웨어에 대한 지식이 깊지 않은 애호가가 보기에는 눈앞이 아찔해질 정도로 전문적이다. 그런 와중에 Explorer와 같은 심플함의 극을 달리는 제품이 출시되었다는 것 자체가 대비적으로 특히나 강한 인상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