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은 편안함이다 – 솔리톤의 디지털 철학
Soliton Pauli 동축 디지털 케이블
꽤 오래 전 필자의 회사 동료 오디오 교우가 디지털 케이블을 추천해 달라고 한 적이 있었다. 디지털 케이블에 대한 개념이 그리 잘 정리되지 않았던 시절, 그리고 워낙 실험 정신이 투철한 의뢰인이 처음으로 DAC를 하나 구해 놓고 나서 디지털 케이블로 시청을 해보고 싶어지는 데 며칠이 걸리지 않은 것이다. 늘 그랬지만 필자가 구체적인 제품과 구입처까지 알려주고 난 뒤, 그 양반은 필자에게 이렇게 물어왔다. 근데 디지털 케이블이 음질차이가 있을까?
처음 솔리톤의 제품 리뷰를 하기 이전, 국내 시장에서 화제가 되었을 무렵부터 솔리톤은 사실 궁금함을 해결하기 이전에 다소 석연치 않은 선입관을 갖고 있었다. 요컨대 가격대가 너무 비싸다는 점 때문이었으며, 국산 케이블에 대한 당시의 편협한 소견과 뒤섞여 묘한 욕구불만이 생겨났던 것 같다. 스스로 사용할 계획도 없는 제품이 비싸다고 불평하는 꼴이었던 것이다. 여하튼 곳곳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솔리톤의 점퍼케이블에 대한 소식들이 들려왔다. 한편으로 현실적인 예산으로 솔리톤을 체험할 수 있는 다소 옹색한 해소책을 마련하려 애쓰는 장면들은 다소 딱해 보이기까지 했으나, 대부분의 사용자에게 있어 그 효과는 획기적인 것으로 여겨졌다. 솔리톤의 시작은 의도되었든 아니든 묘하게도 점퍼선의 명성에서 시작되었다.
이번으로 벌써 솔리톤 제품의 네 번째 시청에 접어들었다. 이번 디지털 케이블의 경우 다소 긴 시간의 시청이 되지는 못했지만, 필자의 경험으로 보아 디지털 케이블의 경우 판단은 초반에 판가름이 나며 그 내용은 시간이 지나서 번복되는 일은 거의 없었다. 현 시점에서의 디지털 케이블에 대한 위상과 그리고 필자가 알고 있는 솔리톤 제품에 대한 소견, 두 가지 축으로 보건대 이 제품은 솔리톤 중에서도 매우 시기적절한 타이밍을 타고 제작되었다는 생각이다. 미리 얘기하지만, 본 리뷰는 다소간 칭찬 일색이 될 것이다. 아직 가격에 대한 정보가 없지만, 필자의 소견으로는 히트작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이기 때문이다.
이미 솔리톤의 제품에 대해서는 많이 소개되어 있고, 사용자들도 상당수 있으며 그로 인해 중고 시장에서도 제품의 흐름이 형성되어 있어 보인다. 솔리톤 제품이 차별화되는 영역을 일괄하자면, 첫 번째는 단결정 구조 제작이고, 두 번째는 선재의 특성을 발휘시킬 만한 고유의 쉴딩 방식이 되겠으며, 세 번째로는 납땜을 하지 않는 압착 방식의 접점 기술이다. 알려진 바, 솔리톤의 ‘파울리’ 라인업은 일반 등급에는 2가닥 혹은 3가닥의 선재를 사용하고, 상급기에는 두터운 한 가닥의 단심선을 사용하고 있다. 솔리톤의 명성은 소위 TSC로 칭하는 싱글 크리스탈 구조에서 시작되었으며, 순은을 소재로 한 제품으로부터 시간이 지나면서 구리 등의 재질로 제품을 확장 중이다.
제품의 커버리지 또한 파워케이블과 인터커넥터에서 스피커 케이블까지 확장되어 있으며, 이제 디지털 케이블에까지 착수되어 있다. 앞서 말했듯이 솔리톤의 제품들은 선재 고유의 장점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쉴딩에 있어서도 많은 물량이 투입되어 있는데, 본 제품에서도 동일한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예컨대 테프론으로 1차 절연을 한 후 다시 여러 겹의 수축피복을 사용해서 다중절연 처리되어 있다. 그 위에 다시 알루미늄 절연을 해서 외부 자기장을 차단하고 최종 포장을 마무리 한 후 메쉬 소재의 익스펜더(sheath)로 마감시킨다. 마감은 제품 라인업과 종류에 따라 다르게 처리해서 색만으로도 대략의 제품구분이 가능한데, 본 제품은 피치 블랙(peach-black)으로 마감되어 있다. 적지 않은 오디오파일들이 제품의 색깔이나 색 배합, 나아가 색깔의 품질 등에 대해 민감하며 제품 구매에 영향을 미친다. 본 Cu 디지털 케이블의 복숭아 핑크가 조금씩 섞인 블랙 톤은 디자이너의 상당히 뛰어난 감각을 대별하고 있어 보인다. 제품의 등급에 어울리는 매력적인 제품 마감이다.
본 제품은 솔리톤 고유의 단결정 구조가 디지털 신호에 어떤 영향을 주는 지를 잘 보여주는 제품이라고 생각된다. 사실 연결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약간 놀라운 소리의 변화가 생겨났다. 단지 필자가 75Ω 동축 디지털 케이블에 있어서 레퍼런스로 비교할 만한 제품이 없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라서, 실은 실텍의 RCA 아날로그 출력 시의 상황과의 비교 시청이 된다. 그러니까 필자가 주로 시청하는 상황으로부터의 변화를 시청한 결과가 된다. 단결정 구조라는 공통사항이 반영되어 있어서인지 몰라도, 솔리톤 제품을 시청하다 보면 소재를 불문하고 일종의 컴퍼니 컬러가 반영되어 있음을 느끼는데, 단정하고 말쑥한 포커싱이나 스테이징으로 대별되는 하이엔드적 성향의 한편으로 매우 유연하고 자연스러운 음색이 진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본 Cu 디지털 케이블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어서, 동선 고유의 질감과 매끄러움 그리고 적당히 살집을 부각시키곤 하지만, 기본적으로 배경이 깨끗하고 무대에서 펼쳐지고 있는 상황에 대한 묘사가 명쾌하다. 이런 특성이 잘 반영되어 있는 대표적인 곡이 미샤 마이스키가 연주하고 지휘를 맡은 비발디의 첼로협주곡이다. 첼로의 스트록이 쾌도난마 식으로 질주하면서도 마찰음이 귀에 거슬르는 부분이 거의 없이 매끄럽게 진행된다. 인트로가 열리면서부터 어딘가 약간 속도가 빨라진 게 아닌가 싶은 정도의 쾌주를 보이는 첼로 독주 장면에서 눈에 띄게 전후간 움직임에 힘이 실려 있으면서 다이나믹해져 있다. 세부 묘사도 뛰어나다. 다만, 들려줄 걸 다 들려주면서도 적극적으로 뭔가를 강조한다는 느낌보다는 결국 음악만이 들린다는 점이 특기할 만하다.
전 대역을 살펴보면 고르고 안정된 재생의 원천은 중역대의 안정적인 울림이 기여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이지만, 동선의 고역치고는 매우 섬세하고 상쾌해서 광채가 나는 울림을 들려준다는 점이 솔리톤의 특기할 만한 사항이다. 풍부한 하모닉스와 진하고 강렬한 향취로 어필한다기 보다는 직관적이고 쉽게 술술 풀어나간다. 마티아스 괴르네가 부르는 슈베르트의 가곡집
솔리톤이라면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될 대편성이나 오케스트라 서포트 합창곡의 경우, 자칫 식상함을 느낄 수 있는 것은 늘 시청 중에 자신도 모르게 투티에서의 분해력에만 귀를 잔뜩 기울이는 자신을 발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또한 재생 품질에 따라 새로운 부분이 발견된다면 새로운 국면에 들어가게 될 수 밖에 없다. 솔리톤이 그렇다. 예를 들어 정명훈이 지휘한 바칼로프의 <미사 탱고> 인트로에서 사막의 모래바람처럼 저며오는 대편성 합창단의 입자들이 점점 밝아오는 듯한 느낌은 이전에 그렇게 느껴보았던 기억이 그리 많지 않다. 종종 필자가 가창 오리 떼의 군무 같다고 표현하곤 했던 바로 그 장면이 연출된다. 촘촘하게 하늘을 뒤덮는 듯한 포만감과 빠른 속도로 빛깔과 방향전환을 하는 두터움에 오디오적 쾌감이 일어난다.
헤레베헤 지휘의 바하
디지털 케이블에 음질적 차이가 있냐는 오디오파일(audiophile)의 질문에는 음악으로 답을 하는 방법이 가장 편리한 선택이 될 것 같다. 어째서 0과 1의 조합이 되는 신호 조차 차이가 날 수 있냐고 묻는 다면 필자의 대답은 우리가 0이라고, 그리고 1이라고 보고 있는 눈금 조차 자세히 관찰해보면 앞뒤로 무수한 오차를 보이며 분포되어 있다는 것이다. 소스가 완벽하다고 가정 했을 때, 그 원인은 디지털 선재의 품질과 그 전송방법에 있고 하이엔드 오디오에서 스피커와 앰프의 발전 속도에 비해 금속 가공 기술과 신호의 왜곡을 해결하기 위한 연구는 오히려 가속화되고 있는 것 같다. 케이블의 묘미가 이곳에 있다고 해도 많은 오디오파일들이 수긍할 것이다.
일반적인 오디오파일의 예산으로 보아 솔리톤의 케이블들은 대중화와는 여전히 많은 간격을 두고 있어 보이지만, 그 또한 원래 모기업이 지향하는 바이다. 다만, 이렇게 가끔씩 튕겨져 나온 듯한 ‘횡재’에 가까운 제품은 오디오파일들에게 많은 화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점퍼선이 그랬듯이 본 케이블은 두 개 한 쌍이 아닌 한 개 짜리 염가판의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오승영
| 제조사 | 솔리톤 케이블 |
|---|---|
| 홈페이지 | http://www.mc-lab.com |
| 연락처 | 055-350-5852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