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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파이클럽 기획특집리뷰 - 인티앰프 5종 집중 시청 3부   Melody H88A Signature VTL IT-85 Pathos Ethos Ayre AX-5 Simaudio MOON 700i
프롤로그. 인티앰프 집중 시청을 시작하며 - 이종학
01. Melody H88A Signature - 이종학, 허영호
02. VTL IT-85 - 이종학, 허영호
03. Pathos Ethos - 이종학, 허영호
04. Ayre AX-5 - 이종학, 허영호
05. Simaudio MOON 700i - 이종학, 허영호
에필로그. 집중 시청을 마치며 - 허영호

 

 

이 종학(Johnny lee)

 

파토스를 대표하는 개념은 “인폴 회로”다. 이것은 진공관과 TR의 장점을 믹스한 것인데, 흔히 말하는 하이브리드보다는 더 선진적이다. 잘 알겠지만, 진공관은 전압엔 강하지만 전류엔 약하다. 그래서 별도의 출력 트랜스를 필요로 한다. 그런데 이 출력 트랜스가 요물이다. 심지어 우리가 듣는 대부분의 진공관 앰프가 실은 출력관이 아닌 출력 트랜스의 음이다, 라고 주장하는 분들까지 있을 정도다.

반대로 TR은 전류에 강하며 전압에 약한다. 그러므로 TR 앰프는 기본적으로 출력 트랜스가 필요없다. 오로지 출력단에 들어가는 TR로 스피커를 구동하는 것이다. 그럼 이런 두 소자의 장점을 근사하게 취합할 수는 없을까? 그래서 나온 것이 인폴 회로다.

이 회로의 골자는, 출력 트랜스에 해당하는 부분을 TR로 담당하고, 앰플리케이션 전체는 진공관으로 처리한다는 것이다. 이 경우, 우리는 순수한 진공관의 음을 들을 수 있는 것이다. 이 얼마나 멋진 발상인가!

 

비첸차에 있는 파토스를 방문할 당시 설계자인 지안니 보리나토씨에게 과연 진공관의 장점이 뭐냐고 물은 적이 있다. 그의 대답은 이랬다.

“진공관은 어딘지 모르게 자연스럽고, 소프트하며 또 스위트합니다. 오랫동안 들어도 귀가 피로하지 않습니다. 저희는 그런 장점에 투명하고, 음장이 풍부한 현대적인 음을 더하고 있습니다.”

대략 요약하면 이런데, 바로 그런 장점이 이번 시청에도 여축없이 부각되었다. 아니, 어떤 면에서는 VTL의 음과 정반대에 서 있어서 여러모로 대조적이라고나 할까? 과연 미국산과 유럽산은 이토록 다르단 말인가 새삼 놀라게 한 시청 결과였다.

 

우선 마일스부터 들었다. 마일스 특유의 야멸차고, 냉랭한 트럼펫 톤이 여기서는 약간 부드럽고, 실키한 맛까지 나온다. 재즈 캄보의 사운드가 일종의 실내악처럼 다가온다고나 할까? 잘 정돈되고, 차분하고, 치밀하다. VTL에 비해 활기는 적지만, 어딘지 모르게 고상한 맛이 매혹적이다. 무엇보다 음악을 즐겁게 연주하는 인상인데, 이 부분이 재미있게 다가왔다.

라흐마니노프를 들어보니, 과연 클래식에서 갖는 장점이 상당하다고 봤다. 곡 자체가 약간 난삽하고 들쑥날쑥한데, 이 부분을 잘 정리정돈해서 음악적으로 우아하게 펼친다. 특히, 브라스의 파열음이 귀를 찢듯 다가오지 않고, 현악군의 상큼한 울림은 기분을 좋게 한다. 음악의 큰 줄기를 부여잡고, 아름다운 음으로 공간을 수놓는 인상이다.

 

마지막으로 레드 제플린은 어딘지 모르게 어울리지 않는 인상이다. 보컬 자체는 상당히 육질감이 있고, 에너지가 넘치지만, 드럼이나 기타 등 자극적인 성분이 잘 다듬어져 약간 열기가 내려간다. 그러나 이 부분은 보다 적극적인 음을 내는 스피커로 교체한다면 충분히 커버할 수 있을 것 같다.

허 영호

 

호주의 멜로디, 미국의 VTL에 이어 이탈리아 브랜드 파토스의 신예 인티앰프 에토스를 들어보기로 한다. 트랜지스터 MOSFET 파워단과 진공관 프리단을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설계해놓고 있는데 오디오 청취환경 및 고객 니드 변화에 대응하여 4개의 비디오 입력을 장착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디지털 음원을 직접 받아서 파토스 고유의 D/A 회로를 통해 변환하는 USB 인풋을 옵션으로 장착 할 수도 있다. D/A 컨버터는 24비트 192Khz의 하이샘플링 음원을 받아낼 수 있는데 파토스 자체 설계회로라고 한다. 입력 단에는 6922 진공관 2개를 사용하고 있으며 8옴에서 100와트 출력을 내어주고 있다. 외관 디자인, 제공되는 입출력 옵션 모두 최신의 트렌드를 반영하고 있는 인티앰프라고 할 수 있겠다.

 

마일스 데이비스의 라이브 연주가 시작되는 순간 이 앰프가 표방하고 있는 음악적 방향은 “고급스러움”과 “우아함”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수려한 추임새, 비현실적일 정도로 아름다운 재생이다. 본 비교 시청을 진행하면서 처음으로 레코딩 장소에 있는 청중의 존재를 소리로 들려준 앰프이기도 하다. 심벌 연주의 강약이 있었다는 것도 처음으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마일스 데이비스의 연주에는 이전에 시청한 인티앰프에서도 불만이 없었지만 파토스 앰프는 제대로 된 재생을 넘어서 마일스 데이비스가 왜 위대한 아티스트인가를 주장하고 있는 듯하다.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레코딩에서는 다소 어둡게 묘사되는 소노리티가 인상적이다. 정제된 음상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고 있었고 콘서트헤보 앙상블의 큰 그림이 알기 쉽게 제시되고 있다. 첼로 연주의 흐름이 라흐마니노프 2번 교향곡 4악장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느끼게 되는데 크레셴도의 디테일까지도 명료하게 들린다. B&W 802 스피커와의 매칭으로 고전음악을 듣는다는 전제하에 더 이상의 투자는 돈 낭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렇지만 레드 제플린의“All My Love"에서는 그 만족감이 다소 아쉬움으로 변한다. 과연 이 앰프가 만들어내는 소리가 레드 제플린의 제 맛을 표현하고 있는 것인가? 밸런스도 흠잡을 데 없고 그 어느 부분에서도 불안정하게 튀는 대목도 없지만 재미가 덜하다. 존 본햄이 세션 드러머처럼 연주하는 듯 하고 존 폴 존스의 베이스 페달에 ”혼“이 들어가 있지 않다. 다소 의외였는데, 적어도 필자는 레드 제플린을 이런 식으로 들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완성도 높은 매력 있는 앰프이다. 디자인, 기능성, 소리의 완성도 모두 만족스럽다. 특히 AV, 디지털 음원의 재생까지 염두에 두고 설계, 디자인한 현대성에 매누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트랜지스터 증폭, 특히 MOSFET 방식의 파워부가 매우 강력한 드라이브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B&W 스피커를 쉽게 울려주고 있을 뿐 아니라 고전음악재생에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