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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파이클럽 기획특집리뷰 - 인티앰프 5종 집중 시청 4부   Melody H88A Signature VTL IT-85 Pathos Ethos Ayre AX-5 Simaudio MOON 700i
프롤로그. 인티앰프 집중 시청을 시작하며 - 이종학
01. Melody H88A Signature - 이종학, 허영호
02. VTL IT-85 - 이종학, 허영호
03. Pathos Ethos - 이종학, 허영호
04. Ayre AX-5 - 이종학, 허영호
05. Simaudio MOON 700i - 이종학, 허영호
에필로그. 집중 시청을 마치며 - 허영호

 

 

이 종학(Johnny lee)

콜로라도의 정기를 듬뿍 담은 신선하고, 청량한 사운드. 그게 바로 에어에 관한 이미지라고 할까? 실제로 에어(Ayre)는 에어(Air)와 뜻이 통하고, 동사를 배경으로 한 록키 산맥이라던가 볼더의 깨끗한 공기를 떠올리면, 대략 이 회사의 음에 대한 철학이나 경향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볼더를 방문했을 때의 느낌은, 미국의 전형적인 중소 도시의 느낌과는 확연히 다른, 말하자면 유럽의 어느 지역과 다름 없다고나 할까? 메인 스트리트는 2층 안팎의 작고 예쁜 건물이 주를 이루고, 그 안에 아름다운 숍과 레스토랑이 즐비하며, 군살 하나 없는 시민들의 밝고 건강한 모습은 기분을 좋게 했다. 다시 말해, 에어가 추구하는 음은 전형적인 어메리컨 사운드라기보다는 오히려 스위스나 독일을 떠올리는 유러피언의 느낌이 강한 것이다.

 

제품 하나하나에 심혈을 기울이고, 제작자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절대 상품화하지 않는 전략은, 에어에 대한 신뢰감을 서서히 증폭시켜갔다. 그 덕분에 동사에서 생산하는 인티 앰프는 본 기가 유일하며, 그래서 더욱 귀중하다고 하겠다.

TR을 소재로 하지만, 에어가 추구하는 것은 제로 피드백이다. 다시 말해, 되도록 네거티브 피드백을 억제해서 소스에 담긴 정보량을 최대한 있는 그대로 보존한다는 뜻이다. 물론 말은 쉽지만 TR 앰프 설계에서 이런 접근은 상당히 다양한 고안을 요구한다. 이 부분에 에어의 노하우가 있는 것이다. 거기에 최상의 섀시며 볼륨 노브며 각종 스위치 등, 투입되는 부품들의 고급스러움은 알아줄 만하며, 최대한 신호 경로를 간략화한 설계 역시 요즘 추세에 부합된다.

 

개인적으로 인티 앰프의 시청은 처음이어서 무척 관심을 갖고 들었다. 전체적인 인상은, 반응이 빠르고, 와이드 레인지하며, 해상도가 상당하다는 것이다. 사실 이전에 들은 진공관 앰프들의 성능이 워낙 뛰어났으므로, 이런 비교 시청에선 아무래도 TR 앰프가 손해를 보기 마련이다. 이 부분은 어쩔 수 없지만, 이렇게 듣고 보니, TR은 TR대로 장점이 있다 하겠다.

처음에 들은 마일스는, 아무래도 이전에 들은 앰프들의 영향으로 다소 풍윤한 맛이 감소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쭉 듣다 보니 정교치밀하고, 빠른 반응은 역시 하이엔드 계열이라는 확신을 갖게 한다. 특히 스피커 구동력에 있어서는 믿을 만하다. 단, 전체적으로 재즈의 열기를 화끈하게 재생하기 보다는, 우아하고, 부드럽게 다듬어서 에어가 추구하는 음이 유러피언쪽이라는 느낌을 갖게 한다.

 

이어서 라흐마니노프를 들으니, 숱하게 난무하는 악기들의 윤곽이며 음색이 또렷하고, 뒷맛이 개운한 음이 나온다. 저역도 상당히 밑으로 뻗을 뿐 아니라, 펀치력도 상당하다. 브라스가 터질 때의 개운함이나 현악기의 매혹적인 음색은 본 기의 상급기의 혈통을 그대로 계승했음을 알게 한다.

마지막으로 레드 제플린. 이런 록에선 일렉트릭 기타나 심벌즈에서 약간 까칠까칠한 금속성의 음이 나와야 하는데, 그 부분에서 전혀 불만이 없다. 목소리도 잘 처리되어 기백이 넘치고, 각 악기들의 짜임새도 좋다. 전체적으로 잘 조율된 음이면서 록의 활기를 잃지 않았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완벽한 기술과 음악성의 조합

허 영호

미국 콜로라도 주 볼더에 위치한 에어사의 최신작 인티앰프이다. 앰프뿐만 아니라 디지털 오디오 기술에도 많은 노하우를 갖고 있고, 심지어는 포노앰프를 비롯한 아날로그 재생에 관련된 기기도 만드는 기술도 보유하고 있는 테크놀로지 파워 하우스라고 하겠다.

 

이번에 시청하는 인티앰프 AX-5도 기술적 면모를 살펴보건대 보통 내공이 아니다. VGT (Variable Gain Technology) 라는 기술을 채용하고 있는데 우리말로 옮기자면 “가변 게인 기술”이라고 하겠다. 볼륨 어테뉴에이터를 사용하지 않고 증폭단계에서부터 음량을 컨트롤하면서 출력을 조절한다는 것인데 매우 혁신적인 기술이라고 한다. 이뿐만 아니라 AX-5는 다양한 기술 특성을 자랑하는데 풀 밸런스 디스크리트 회로 구성은 기본이고, Equilock 이라고 하는 독자적인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증폭회로, 커스텀 메이드 저항소자, AyreLink 라는 커뮤니케이션 시스템 등이다. 트랜스포머에도 고유의 기술이 적용되어 노이즈레벨이 극도로 낮다고 하며, 8옴에서 125볼트의 출력을 내어준다.

 

마일스 데이비스의 “So What"을 들어보니 음악이 시작되자마자 실로 하이 스피드의 최신예 사운드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빠른 반응의 진행이 신선하고, 다이내믹 콘트라스트도 훌륭하다. 하이스피드이지만 차갑지 않은 것도 호감이 가는 대목인데 잘 정돈된 소리를 내주는 최고급 트랜지스터 앰프 사운드임에 분명하다. B&W가 빠르고 적절하게 대응해주고 있는 인상을 주었는데 스피커 매칭도 매우 좋다. 시청한 앰프 중에 베이스 드럼의 임팩트가 가장 분명했다.

아쉬케나지의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연주를 들어보면 일단 사운드 스테이지가 전후좌우로 넓어져 있음을 알 수 있는데 관악이 스피커 밖으로 나가 위치하고 있는 것 같고 스트링 섹션의 앞뒤 깊이도 잘 드러난다. 실로 홀로그라픽한 사운드라고 하겠다. 한편 이전에 시청한 앰프와는 다르게 소스의 질적 수준을 되묻는 당돌함이 있다. 본 데카의 레코딩은 디지털 초기 녹음인데 밸런스 엔지니어가 헤드룸(headroom)을 교묘히 컨트롤하면서 몇몇 대목에서 인위적인 연출을 가미하고 있다는 본래 소스의 내용을 “폭로”하는 대목이 발견되었다.

레드 제플린의“All My Love"에서는 마치 최고급 헤드폰으로 듣는 느낌을 줄 정도이다. 흠잡을 데 없는 울림의 정도, 각 악기의 밸런스도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을 정도로 완벽하다. 잘 정돈된 책상을 보는 듯 한 느낌이라고나 할까. 본 음원의 오리지널리티를 LP 사운드에서 찾고자하는 필자로서는 다소 아쉬운 대목이다. 예를 들어 존 폴 존스의 개성이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 베이스 라인의 입체감이 아쉬울 뿐 아니라 그가 건반연주에서 보여주는 ”찰나의 불안정함“이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에어 AX-5는 현재의 메인스트림이라고 할 수 있는 하이스피드 사운드의 정형을 들려준다고 판단되었다. 에어의 최신 기술을 거의 모두 채택해서 만든 제품인 것 같은데, 복잡한 시스템 구성을 하지 않고 최신 하아파이 오디오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눈여겨 볼 기기일 듯하다. 예컨대 이 앰프에 동 브랜드 DA 컨버터 QB-9, 그리고 오디오 전용으로 맥북 한 대를 구비하여 간단한 PCFI 시스템을 구성하는 것을 상상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