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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베니스에 가본 적이 있는가? 화려한 물의 도시 베니스는, 한때 아드리아해를 호령했던 역사 덕분에 곳곳에 엄청난 유산이 산재해 있다. 특히, 그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산 마르코 광장 주변은 수많은 영화에 등장할 만큼 유서가 깊고, 촘촘히 들어선 커피숍과 레스토랑의 광경은 마음을 들뜨게 한다. 거기에 멜랑콜리하게 마음을 적시는 악사들의 연주라니!

 

이 광장의 핵심은 바로 두칼레 궁전. 15~16세기 한껏 영화를 누릴 무렵의 산물로 무려 96미터나 되는 종탑과 500여 년간 시간을 알려준 시계탑 등을 골자로 한다. 구석구석 황금으로 장식되어 햇살이 밝은 날이면 눈이 부실 지경이다.

 

 

한데 이 궁전 너머로 작은 섬이 하나 있고, 그 섬의 이름을 따서 지은 [산 조르조 마조레 교회]에 눈길을 주는 분은 별로 없는 것같다. 아니, 무척이나 수려한 외관을 보고 잠시 시선을 빼앗기겠지만, 주변에 너무 볼거리가 많아 금세 다른 쪽을 둘러봤을 것이다.

 

그럼 여기서 퀴즈를 내겠다. 마조레 교회와 런던에 있는 생 폴 대성당, 워싱턴의 백악관, 여의도의 국회의사당의 공통점은? 아마 고개를 갸우뚱할 것이다. 이게 무슨 말인가? 정답은 모두 안드레아 팔라디오의 건축 양식으로 지어졌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기원은 아테네에 소재한 파르테논 신전에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질서정연하게 세워진 기둥 위로 우뚝 솟은 돔을 특징으로 하는 이 양식은, 이번에 소개할 파토스의 야심작 에토스(Ethos)와도 무관하지 않다. 알고 보면 참 세상에는 이렇게 숨은 커넥션이 종종 있는 법이고, 그 부분을 파헤치면 여느 역사학자나 고고학자 못지 않은 깊이와 재미를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베니스의 전성 시절은 르네상스 운동과 맞물려 있다. 건축으로는 팔라디오가 대표적이며, 그는 베니스뿐 아니라 인근 베네토 지역에 많은 걸작들을 남겼다. 하지만 그의 고향이자 미학의 핵심은 비첸자(Vicenza)라는 소도시로, 한때 베니스에 견줄 만큼 강대한 시절도 있었단다. 그리고 이곳을 기반으로 오디오를 만드는 곳이 바로 파토스인 것이다.

 

현재 파토스를 이끄는 인물은 3명이다. 마치 옛 로마 시절의 트라이엄비라트와 같다. 창업자이자 제품 설계자인 자안니 보리나토를 필두로, 디자인 및 마켓팅을 담당하는 카를로 안드리올로, 공장 관리 및 스피커 설계를 주재하는 가에타노 자니니 등이 보좌하는 형식이다. 세 사람의 호흡은 그야말로 기가 막혀, 회사의 성장에 필요한 요소들을 적시에 투입하는 방식으로 해서 오늘날의 파토스를 일궈왔다. 정말로 부러운 대목이다.

 

그런데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은 디자이너 카를로가 실은 팔라디오 전문가라는 점이다.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비첸차에서 디자인을 전공했으면, 어쨌든 팔라디오를 만날 수밖에. 한데 팔라디오가 활동할 무렵, 이미 이태리에선 건축과 음악의 관계를 연구하는 움직임이 있었고, 지금도 그 전통이 이어지고 있다. 그런 면에서 카를로는 그 흐름을 온전히 이해하는 몇 안되는 인물이라 하겠다.

왜 이런 말을 하냐면, 이번에 받아본 에토스의 외관을 보자마자 억, 하는 느낌이 왔기 때문이다. 사실 개인적으로 비첸차를 두 번이나 방문해서 팔라디오의 걸작인 바실리카며 올림피코 극장을 구경한 적이 있거니와, 이런 바탕을 현대 이태리 디자인의 세련된 상품에서 발견한 적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팔라디오가 현대에 부활해서 앰프를 만든다면 바로 이런 포름이 되지 않을까 싶을 만큼, 뭔가 가슴을 탁 치는 센스가 느껴졌던 것이다.

 

여기서 브랜드명인 파토스는 열정으로 번역할 수 있겠지만(그 외에 여러 뜻이 함축되어 있기는 하다), 대체 에토스는 뭐란 말인가? 이를 단순 번역하면 영어로 “Character” 정도가 되겠다. 캐릭터? 그게 무슨 뜻인가?

 

사실 더 중요한 뜻이 숨겨져 있다. 바로 음악을 통해 듣는 이의 감성이나 행동 심지어 도덕까지 변화시키는 것을 말한다. 실제로 이렇게 음악으로 상대를 조종하는 인물이 그리스 신화에도 나온다. 음악가이자 시인이고 예언자인 오르페우스다. 상대를 설득한다는 것은 어찌 보면 논리적인 언변과 객관적인 자료를 필요로 하고, 그것은 로고스요, 이성의 세계이기도 하다. 그러나 때로는 시의 한 구절 혹은 음악의 한 소절만 갖고도 마음이 움직인다. 그런 면에서 우리 오디오파일은 로고스가 아닌 에토스의 세계에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말 시의적절하게 작명한 제품이 아닐까 싶다.

 

자, 비첸차며 팔라디오, 에토스 등 복잡한 개념은 이제 잊어버리고 단순하게 제품에만 집중해보자. 가장 큰 특징은 하이브리드 방식이라는 점이다. 즉, 프리단에 진공관을 넣고, 파워단은 순수 솔리드 스테이트 방식을 도입한 인티 앰프인 것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잠깐 외관을 보면 톱 패널에 개구리 눈깔처럼 두 개의 진공관이 배열된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유럽에서는 ECC88로 불리고, 미국에서는 6DJ8이라 불리는 관이다. 당초 첫 선을 보인 것은 1958년으로, 필립스의 미국 브랜치인 암페렉스에서 개발했다. 원래는 TV의 튜너에 쓰기 위해 만들었지만, 워낙 성능이 좋아 정밀 계측기에 자주 쓰였다. 60년대에 나온 오실로스코프를 보면 대부분 ECC88이 들어가 있는데, 그 정도로 노이즈가 낮고, 게인이 좋은 관이었던 것이다.

 

바로 이런 특성이 요즘 인정받아 많은 진공관 회사에서 프리단에 ECC88을 넣고 있다. 생산지도 다양해서 기존의 중국, 러시아 외에 동구권, 특히 테슬라의 후신인 JJ 일렉트로닉스(슬로바키아)나 EI(세르비아) 등에서 활발하게 만들고 있다. 다시 말해 성능이 좋은 관을 시장에서 구하기가 수월하다는 점이다.

 

본 기는 ECC88로 구성된 프리단을 순 A 클래스로 운용하고 있다. 원래 이런 방식은 전력 소모가 많고, 발열이 심한 편인데, 프리단이라 큰 문제는 없으리라 보인다. 오히려 음질상 얻는 메리트가 많은 만큼, 진공관 특유의 달콤함과 부드러움이 음악성을 고양시키는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

 

 

 

 

한편 파워단을 보면 TR 구성이지만, 철저한 듀얼 모노 방식으로 레프트 및 라이트 채널을 구분했다. 8오옴에 100W라고 하면 약간 평이하게 다가오지만, 4오옴에 정확히 200W로 대응하는 것은 다시 말해 스피커의 오옴수가 쉴 틈 없이 변화해도 별 무리없이 처리한다는 뜻이 된다. 실제로 외지의 평을 읽어보면 B&W의 800 다이아몬드, ATC의 SCM 50, 니트 어쿠스틱의 울리마툼 XL 시리즈 등을 넉넉히 구동한다고 되어 있다. 그러니 이번 리뷰에 동원한 805 다이아몬드 정도는 쉽게 말해 갖고 논다고 봐도 무방하다.

 

본 기의 장점 중 하나가 빼어난 음질 말고도 다양한 사용성을 꼽을 수 있다. 예를 들어 PC를 통해 소프트웨어를 파토스로부터 받아 본 기에 설치하면 DAC의 역할도 충실히 이행한다. 즉, 동축 및 USB 단자를 통해 입력되는 디지털 신호를 24bit/192KHz 사양으로 출력해서 앰프에 전달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다양한 PC-Fi의 가능성을 안고 있다는 것으로, 디지털 음원이 주류로 자리잡은 요즘, 상당히 유용한 옵션이라 하겠다. 또 7개나 되는 라인 입력단(그중 두 개는 밸런스단)은 여러 기기를 풍부하게 연결할 수 있어서, 보다 만족감을 선사할 것이다.

 

본 기의 시청을 위해 스피커는 B&W의 노틸러스 805 다이아몬드를 동원했고, 소스는 브라이스턴의 BDP-2 & BDA-2 세트를 사용했다. 시청 트랙 리스트는 다음과 같다.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봄], 오이스트라흐[바이올린] & 오보린[피아노]
-말러, [교향곡 2번 1악장], 게르기에프[지휘]
-스팅, [Shape of My Heart]
-엔니오 모리코네, [Gabriel's Oboe]

 

 

 

 

먼저 《봄 》을 들어보자. 지긋지긋한 추위를 물리치고 살포시 몸을 감싸는 온기가 느껴지는데, 이는 액운이나 병마에서 벗어나 새롭게 뭔가를 시작하려는 풋풋한 마음까지 느끼게 한다. 그런 희망과 기대가 가득한 음이다. 풍윤하고, 따스하면서 빠르고, 정교치밀하다. 진공관과 솔리드 스테이트의 장점이 가득하고, 여기에 B&W의 정교함이 맞물려 오디오적 쾌감도 상당하다. B&W에서 이런 따스한 질감을 뽑아낸다는 것은 어쨌든 큰 강점으로 다가온다.

 

말러의 작품은 다소 사이즈가 큰 스피커와 강력한 출력의 앰프를 필요로 하는데, 여기서 놀란 것은 빼어난 저역의 묘사다. 스탠드에 세워진 스피커 밑으로 별도의 서브우퍼가 숨은 듯, 펑펑 딥 베이스가 울린다. 이게 과연 북셀프와 인티의 조합일까 싶을 정도로 강력하다. 고역의 질감도 빼어나, 바이올린이나 관악기의 질주가 아무 거리낌없이 쏙쏙 귀에 들어온다. 강하게 압박해왔다가 빠르게 사라지고 순간적으로 임팩트가 가해지는 말러의 작품이 무척이나 자연스럽게 재현되어, 본 기의 높은 성능을 짐작하게 한다.

 

 

 

 

반복적인 기타 리프 위에 수수하게 노래하는 스팅의 곡은, 상당히 강한 흡입력을 갖고 있다. 이태리의 오디오 제품은, 앰프나 스피커를 망라하고 특히 보컬에 강한 모습을 보이는데, 본 기도 그런 면에서 이태리산답다. 과연 오페라를 만든 나라답게, 스팅의 약간 허스키하면서 까칠한 부분을 더 없이 매력적으로 승화시킨다. 드럼의 림을 두드리거나 베이스를 터치하는 손길 등 세밀하면서 양감이 좋은 음이 바탕에 깔려, 전체적으로 대역이 넓고, 정보량이 풍부한 음을 들려준다.

 

마지막으로 이태리 출신의 작곡가 모리코네의 작품을 듣는다. 영화 《미션》의 사운드트랙으로 유명한 곡인데, 과연 진한 슬픔을 안겨주는 오보에의 음색이 압권이다. 기본적으로 멜랑콜리하면서 드라마틱하고 애절한 작품인데, 이렇게 진하고 아름답게 재생하는 것은 그야말로 본 기의 본령이 아닐까 싶다. 이 대목에 이르면 더 이상 분석의 틀을 걷어치우고 음악에 빠져들게 된다. 그야말로 에토스의 세계로 진입하는 것이다.

 

이 종학 (Johnny Lee)

Specification
Output power	100W RMS su 8 Ohm, 200W RMS su 4 Ohm
Frequency response	2Hz-20KHz +/- 0.5dB
THD	< 0.05%
Input impedance	100K Ohm
Analog input	2 balanced XLR line 5 unbalanced RCA line - 2 USB port
Audio output	1 stereo pre-out, 1 mono sub-out
D/A converter	24-bit 192KHz

Pathos Ethos Integrated amplifier
수입사	케이원에이브이
수입사 홈페이지	http://www.koneav.com/
수입사 연락처	02) 553-31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