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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ridian은 줄곧 디지털 오디오 첨단에서 활약하고 있는 영국의 오디오 브랜드이다. 1980년대 초반에 이미 CDP를 개발해서 내놓았는데 이들 초기 CDP 중에 MCD, 207등은 빈티지 명기로 인정받으면서 많은 이들이 아직도 현역기기로 사용하고 있을 정도이다. 필자가 올해 7월 하이파이클럽을 통해 5개의 인티앰프를 비교 시청한바 있는데 그때 소스기기로 사용한 Meridian Sooloos 15와 MD 600 콤비는 매우 인상 깊은 소리를 내주었다. 그 편의성과 사운드의 완성도는 최첨단 디지털 재생의 현주소를 보여준다고 판단되었다. 90년대 초반 한국에 돌아온 필자가 처음으로 CDP다운 CDP를 들여놓은 것이 Meridian 506이었는데 당시 이 CDP를 갖춰놓고 게걸스럽게(?) 많은 음악을 들었던 추억이 있다.

 

Meridian 브랜드를 이끄는 밥 스튜어트 (Bob Stuart)는 음악적 취향, 엔지니어 재능, 그리고 디자인 안목 등 삼박자를 모두 갖춘 흔치않은 인물로서 오디오 산업을 이끌어 나아가는 매우 중요한 사람 중의 하나이다. 그가 이끄는 Meridian은 디지털 테크놀로지에 일찌감치 많은 투자를 결정했고 그로인해 자신만의 독특한 디지털 시그널 프로세싱 알고리즘을 보유하고 있는 오디오 브랜드로 성장하게 되었다. 오디오 업계를 선도하는 업체로서 다양한 환경의 디지털 음원 재생 트렌드를 이끌어가고 있는데 이중에서도 Sooloos 뮤직서버 시스템은 창의적인 콘셉트, 높은 수준의 사운드 퀄리티로 인해 전 세계 오디오파일로부터 각광을 받아왔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렇게 최첨단 디지털 기술을 추구하는 밥 스튜어트가 DSD, 즉 SACD 플랫폼의 기술적 기반을 아직 인정하지 않은 채 계속 PCM, 즉 기존 CD 포맷 재생의 극한을 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PC파이의 일반화, 이에 따른 포터블 디지털 기기의 발전, 특히 DAC의 소형화, 경량화 추세에 맞추어 Meridian이 이번에 소개하는 Director는 2012년에 내놓아 많은 인기를 누려온 Explorer라는 제품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전작 Explorer가 PC용 DAC + 헤드폰 앰프 조합의 개념이라면 이번에 내놓은 Director는 PC용 DAC + CDP용 DAC의 조합개념으로 다자인한 것이라고 하면 될 것 같다. 좀 더 기존의 오디오파일을 겨냥한 제품이라고도 할 수 있는 것이다.

 

타원형 원통 디자인은 Explorer와 유사하지만 Director는 훨씬 사이즈가 크다. PC와 함께 “들고 다니는” DAC라기보다는 오디오 랙에 “놓고 는”기기의“포스”를 풍긴다고나 할까. 제품 바닥에 부착된 굵직한 두개의 고무발은 본 기기에 연결될 수 있는 오디오파일급 케이블 선재의 무게와 장력 등을 감안하여 제공된 것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Director는 일반 오디오파일이 매뉴얼을 굳이 훑어볼 필요가 없을 만큼 단순한 구조로 설계되어있다. 우선 후면을 보면 풀 사이즈 B 타이프 USB 단자 (전작 Explorer는 소형 USB 단자), RCA 아날로그 아웃풋 단자 1쌍 (Explorer는 3.5m 잭으로 마감), 그리고 옵티컬 TOSLINK와 SPDIF 동축 디지털 케이블을 모두 연결할 수 있는 3.5m 단자가 제공된다. Meridian은 3.5m 단자 접속을 위해 두 개의 별도 연결 잭을 제공하고 있는데, 이를 사용해서 기존 CDP의 디지털 아웃풋을 연결할 수 있겠다.

 

USB 단자를 통해 Director에 전원만을 공급할 수 있는 스위칭 전원 어댑터는 본 기기를 CDP용 DAC로만 사용할 수도 있도록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기기 전면에는 두 개의 인풋을 선택할 수 있는 버튼이 중앙에 위치하고 있으며 들어오는 디지털 신호의 샘플링 주파수를 1x, 2x, 4x로 표시해주고 있는데, 44.1, 48Khz는 1x, 88.2 혹은 96Khz는 2x, 그리고 176.4, 192 Khz는 4x로 간편하게 표시해주고 있다. 한편 Meridian 브랜드의 오디오 철학에 따라 DSD 포맷의 재생은 지원하지 않는다.

 

기기의 내부를 훑어보면 Meridian이 Director라는 소형 기계 안에 자신들이 개발한 디지털 회로 기술의 핵심적인 것들을 많이 집어넣어 놓은 것으로 판단된다. 플래그십 디지털기기 800시리즈 제품에 채택되었던 부품과 동일한 수준의 전압 레귤레이터, 발진기, 커패시터, 저항 등이 사용되었다고 소개하고 있으며 시그널 회로에는 100프로 Meridian 자체기술을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전작 Explorer에서는 Texas Instruments의 PM1502 DAC칩이 사용되었는데 Director에는 이보다 고급이라고 할 수 있는 크리스털 세미콘덕터의 CS4353 DAC칩을 사용하고 있으며 아웃풋 레벨은 2볼트로 고정되어 있다. 또한 최근 일반화되고 있는 비동기식 전송방식을 채택은 기본이다.

필자는 현재 맥북프로 노트북에 오덜바나(Audirvana) 사운드 프로그램을 깔아놓고 아이튠스를 뮤직 서버로 해서 nuForce의 ICON uDAC SE2, 혹은 Apogee의 Duet DAC를 번갈아 연결하면서 디지털 음원파일을 듣고 있는데, 과연 Meridian의 신제품 Director가 이들과 어떻게 차별화된 소리를 들려주는지 매우 궁금했다. CDP 트랜스포트로는 데논 DVD3910, 앰프는 쿼드 프로용 모노블럭 510을 연결했고 프리앰프는 첼로의 Etude 어테뉴에이터를 매칭해서 소리의 순도를 높여보기로 했다. 모니터 스피커는 ATC SCM10 이다. Director를 연결하니 맥북에서는 즉시 자동으로 드라이버가 잡힌다. 매뉴얼을 보니 Windows 환경 PC에서는 별도의 드라이버 프로그램을 다운 받아야 한다고 한다.

 

필자가 구동하고 있는 두개의 DAC와 비교해보니 Meridian의 Director는 nuForce DAC에 비해서 음악의 입체감이 더욱 풍부하게 표현되고 있다는 느낌이었고 Apogee Duet과 비교하면 음악의 정보량이라는 측면에서 훨씬 알찬 디테일을 드러내어 준다고 판단되었다. 소릿결의 마무리가 매우 고급스럽다. Meridian 사운드 특유의 귀족적인 풍모라고나 할까. 특히 현악을 재생하는데 있어서 Meridian 엔지니어의 튜닝 감각이 돋보인다고 하겠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면모는 음악의 타이밍을 적확하게 제시하는 능력이다. 이 대목에서 다른 중저가 DAC와 쉽게 차별화되고 있다고 판단되는데 특히 대규모 스케일 관현악에서 기기의 장점이 매우 인상적으로 드러나고 있었다. 음악을 “세로로 잘라듣기”하는데 큰 의미를 두는 오디오파일들이 눈여겨볼만한 대목이다. 현악 앙상블에서 보잉(bowing)하기 직전의 기척을 들려주는 대목은 실로 놀라웠다. 최고급 수준의 DAC, 아니 고차원적 아날로그 재생에서나 가능했던 덕목이었다고 기억해본다. 필자의 상투적인 표현을 다시 한 번 한다면, 이러한 수준의 디지털 음원 재생은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적어도 수천만 원대 이상의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불가능했다.

 

Director는 별도의 전원이 필요 없는 USB 기반 소형 DAC의 수준을 한 차원 올려놓은 기기라고 평가할 수 있겠다. 완성도가 높은 소리를 만들어내는, 고급스러운 기기이다. 한마디로 말해서, Meridian 답다. PC파이를 본격적으로 추구하는 오디오파일의 레퍼런스기기로 자리 잡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디지털 아웃풋이 구비되어있는 중저가 CDP를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매우 유용한 업그레이드 옵션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