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FICLUB, High-end Internet

  

유니슨 리서치는 이탈리아의 오디오 브랜드로서 20년 이상의 역사에 걸쳐 특유의 감성을 보여주고 있는 회사이다. 소스기기부터 앰프에 이르기까지 진공관과 트랜지스터를 넘나들며 다양한 제품군을 보유하고 있으며, 스피커 방면으로도 조금씩 제품군을 추가시켜 나가고 있다. 기본적으로는 스피커 시스템을 위한 대형기들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인데, 비교적 최근에 자사의 첫 헤드폰 앰프인 SH라는 모델을 선보였다. SH는 진공관 헤드폰 앰프와 USB DAC이 결합된 하이브리드 인티앰프이다.

  

  

  

  

유니슨 리서치의 제품들은 목재를 포인트로 활용하면서 형태를 전체적으로 부드러운 곡선으로 다듬은 디자인 스타일링을 특징으로 한다. SH 역시 유니슨 리서치 특유의 부드러운 느낌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 그리고 SH는 전면 패널의 디자인에 따라 두 가지 버전이 준비되어 있다. 패널 전체를 우드 패널로 마감한 모델 및 볼륨 노브와 단자부의 주변만 원통형 우드로 마감한 모델로 나누어진다. 동일한 소재라도 어떻게 활용하는가에 따라 상당히 다른 분위기로 느껴지도록 스타일링하고 있다.

  

SH는 진공관을 사용하는 앰프이지만 진공관을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고 있다. 헤드폰 앰프의 경우 사용자의 근처에 앰프를 놓고 사용하게 되므로, 이러한 박스형 디자인은 예상치 못하게 진공관이 파손되는 등의 불의의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진공관이 겉으로 바로 드러나지 않는 대신에 방열구의 디자인을 진공관이 잘 보이게 하면서도 세련되게 디자인하여, 진공관 앰프로서의 느낌을 어느 정도 드러내고 있다.

  

전면의 디자인에서 특이한 점은, 모든 단자와 스위치가 동그랗게 파낸 패널 속에 깊숙이 자리하고 있다. 단자와 스위치들이 삐죽하게 튀어나오지 않고 가려짐으로써 앰프 전체의 덩어리감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볼륨 노브 역시 주변을 깊게 파낸 형상을 하고 있지만 노브 자체는 충분히 길게 빠져나와 있어서 노브의 부피감이 더욱 강조된다. 스위치 조작과 단자 연결은 얼핏 보기엔 쓰기 불편해 보지이만 실제로는 사용에 별 무리가 없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3.5-6.3 변환 플러그 사용 시 변환 플러그가 짧은 경우 손에 잡히지 않아 빼내기가 어렵다. 그래서 SH는 손잡이 부분의 길이가 긴 변환 플러그를 기본으로 제공한다.

 

입력은 디지털 USB 입력 및 아날로그 RCA 입력의 2계통이며, 출력은 전면의 헤드폰 출력단자가 2개 마련되어 있다. 헤드폰 감도 설정을 전면의 스위치를 통해 설정할 수 있는데, High 설정에서 출력이 낮아진다. 일반적으로 헤드폰 앰프에서 게인 설정 스위치가 있을 경우 High로 둘 때 출력이 높아지기에, 앰프 입장에서의 증폭률이 아니라 굳이 헤드폰 입장에서의 '헤드폰 감도'를 설정하게 하여 다소 혼동의 여지가 있다.

  

  

  

  

SH의 설계를 살펴보면, 아날로그 입출력 설계는 기본적으로는 싱글엔드 진공관 회로 디자인이다. 입력 스테이지는 ECC83/12AX7, 출력 스테이지는 EL84 관을 사용한다. 모든 스테이지를 클래스 A로 구성하였는데, 스피커 앰프라면 출력 부족으로 문제가 될 수도 있겠지만 헤드폰 앰프의 경우 스피커 앰프만한 대출력이 요구되지 않기에 가능한 설계이다. 최종 출력단에는 토로이달 트랜스를 사용하고 있다.

 

USB 입력단은 ESS Technology 사의 최신형 Sabre DAC을 사용한다. XMOS USB HD 리시버와 조합하여 32bit/384kHz의 PCM 음원 및 DSD128 음원을 지원한다. 위상 잡음이 적은 고품질 클럭을 사용하여 비동기 방식으로 동작함과 동시에 지터 성능을 높이고 있다. USB 입력단에는 갈바닉 아이솔레이션 설계가 적용되어 있어 PC로부터의 노이즈 유입을 억제한다.

  

SH의 사운드는 전형적인 진공관 스타일을 바탕으로 고충실도를 추구한 인상이다. 진공관 특유의 부드러운 음색과 풍부한 하모닉스 특성을 보여주되 그러한 개성의 정도가 크지 않아, 얼핏 들어서는 진공관 앰프임을 알지 못할 정도로 충실도가 좋다. 그래서 음질이 좋으면서도 오래 들어도 편안한 부드러운 인상을 가지고 있다. 

  

진공관 앰프 하면 고음을 부드럽게 다듬은 음색을 상상하기 쉬운데, SH의 경우에는 고해상도 음원을 의식하여 제법 높은 초고음까지 잘 재생해 낼 수 있도록 튜닝되어 있다. 이는 SH가 고해상도 음원을 지원하는 USB DAC을 자체적으로 내장한 특징과도 일맥상통한다. 고해상도 음원의 1차적인 강점은 높은 고역 한계이기에, 그러한 강점을 잘 살리는 SH의 주파수 대역 튜닝이 돋보인다. 이는 앞서 언급한 특징인 진공관 앰프스럽지 않은 첫인상으로도 이어진다.

  

하모닉스 특성은 2차 주파수가 높게 나타나고 3차 주파수부터 점진적으로 부드럽게 떨어지는, 전형적인 진공관 스타일이다. 클래스 A 설계의 특성으로 하모닉스 특성이 부드럽게 나타나므로 대편성에서도 지나치게 소란스럽지 않고 깔끔한 재생 실력을 보여 준다. 한편 소편성 음악에서는 하모닉스가 그다지 잘 의식되지 않는 수준으로 제법 높은 충실도를 보여준다.

  

노이즈 특성은 연결한 헤드폰의 임피던스와 SH 본체의 게인 설정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인다. 기본적으로는 SH의 헤드폰 감도를 High로 둔, 즉 로우 게인 상태에서도 어지간한 헤드폰들은 충분하고도 남는 음량을 확보할 수 있다. 임피던스가 600Ω이 넘는 고임피던스 헤드폰들의 경우에는 음량이 충분치 않다면 SH의 헤드폰 감도를 Low로 둔, 하이 게인으로 사용하여 추가적으로 음량을 높을 수 있다. 이 Low 설정에서 저임피던스 헤드폰을 사용할 경우 험 노이즈가 크게 들리는 등 노이즈에 상당히 민감해 지기에, Low 설정은 고임피던스 헤드폰을 사용할 때만 사용하는 것이 좋다.

  

출력 임피던스는 SH의 스펙 상 수치가 6.9Ω인데, 실측 결과로는 헤드폰 감도 High 모드에서 1Ω 이하, Low 모드에서 2Ω으로 스펙보다 낮은 수치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출력 임피던스에 따른 매칭에 신경쓸 필요 없이 어느 헤드폰/이어폰이나 무난하게 사용할 수 있다. 출력 임피던스 실측 특성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저임피던스 이어폰 및 헤드폰을 사용할 경우에는 헤드폰 감도 High 모드가 여러모로 유리하다.

  

  

  

  

SH는 진공관을 사용하면서도 고충실도를 추구하는, 전형적인 하이파이 설계 사상을 가지고 있는 헤드폰 앰프이다. 그래서 진공관의 개성을 적극적으로 느끼고자 하는 애호가보다는 진공관을 사용하면서도 메인으로 사용할 만한 고충실도의 앰프를 찾는 애호가에게 적합하다. 또한 USB 입력을 지원하므로 PC-Fi용 올인원 앰프로서도 손색없는 제품이다.

  

1. 진공관 설계로 고충실도를 추구하는 하이파이 설계 사상의 올인원 헤드폰 앰프

2. 중립성과 충실도가 높은 음질을 바탕으로 오래 들어도 편안한 사운드

3. 유니슨 리서치 특유의 곡선형 스타일링과 우드로 포인트를 준 유러피안 디자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