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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본 웹진의 열렬한 독자라면 이번에 만난 VTL의 주재자 류크 맨리(Luke Manley)씨가 낯설지 않을 것이다.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은 있을 텐데, 구체적으로 잘 떠오르지 않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분이 우리 웹진에 정식으로 등장한 것은 2009년 9월로, 막 홍콩 오디오 쇼를 탐방하고 나서 정리하는 기사에 나왔기 때문이다. 다만 짤막하게 처리되어 아마 눈썰미가 있는 분들만 기억하지 않을까 싶다.

 

어쨌든 그로부터 약 4년이 흐른 지금, 이제는 우리나라에서 다시 만나게 되었다. 당시 홍콩 쇼에서는 초대한 분의 호의로 참 여러 군데 돌면서 술도 많이 마시고, 음식도 많이 먹었던 기억이 난다. 그 덕분에 맨리씨와 자연스럽게 친하게 되었는데, 이후 가끔 CES나 홍콩 쇼에서 만나면 반갑게 악수하고, 서로 안부 인사를 나누는 사이로 발전되었다. 덕분에 기회가 되면 꼭 신제품을 들어두곤 했다.

사실 이번 인터뷰는 이뤄지지 않을 뻔했다. 결국 내 개인적인 약속을 취소하면서까지 약속 장소에 왔는데, 그것은 순전히 그간 쌓아온 우정 때문이다. 그렇다고 편파 판정은 삼갈 테니까(!) 이 점은 안심하시라. 편의상 류크 멘리씨의 약자인 LM으로 표기하겠다.

 

 

인터뷰어: 이종학(Johnny Lee)

인터뷰이: 류크 맨리(Luke Manley)

LM : 네. 처음입니다. 그간 여러 번 방문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 때마다 스케줄이 겹쳐서 취소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번에는 마침 광조우 쇼가 있어서 일단 한국부터 방문하려고 왔죠.

LM : 지그프리드 2 파워 앰프를 소개하는 행사였는데, 상당히 고무적이었습니다. 특히 행사를 기획한 측에서 음향에 관한 세밀한 부분까지 모두 체크해서 최상의 사운드를 끌어낸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 기회를 빌어 감사를 표합니다. (웃음)

 

-우리가 알게 된지 4년이나 흘렀는데, 그간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소개해주시겠습니까?

LM : 좋습니다. 우선 파워 앰프에서 설계가 매우 달라졌습니다. 한번 기본적인 서킷에 대해 알아보죠. 진공관 파워의 경우 신호 경로가 대략 이렇게 됩니다. 인풋-드라이브-증폭-아웃풋-트랜스포머. 여기서 어느 정도 피드백을 줘야 하는데, 지금까지는 트랜스포머에서 나온 신호 일부를 인풋단에 되돌리는 방식이었습니다. 이것을 글로벌 피드백(global feedback)이라고 합니다. 최근에 저희는 이런 설계 방침을 바꿔서 드라이브단으로 보내는 방식을 개발했습니다.

LM : 이럴 경우 글로벌 피드백을 쓰지 않고, 보다 짧은 신호 경로를 구축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또 피드백의 양 자체를 저희는 아주 적게 보냅니다. 따라서 음성 신호의 순수성을 보존하는 가운데 스피드가 더 빨라지고, 보다 다이내믹한 음을 얻을 수 있답니다.

LM : 그런데 이 과정에서 포지티브와 네거티브 신호를 동시에 보내지 않고, 따로 떼어놓고 보내는 방식으로 만들었습니다. 그러니까 두 개의 피드백 신호가 생긴 셈으로, 일종의 밸런스 피드백이라 하겠습니다.

LM : 같은 출력이라고 해도, 좀 더 스피커 드라이빙 능력이 올라갑니다. 이를 스펙상으로 설명하기는 힘들지만, 똑같은 스피커를 갖고 비교해서 들어보면 확실히 알 수 있답니다.

 

-기회가 되면 꼭 들어보고 싶습니다.

LM : 한편 아웃풋 트랜스포머에도 개선을 이뤘습니다. 일반적으로 이 트랜스포머의 내부를 보면 인풋과 아웃풋단이 있습니다. 인풋에는 모든 신호가 들어와 푸시풀 방식으로 해서 전체 용량을 쓰는 반면에 아웃풋은 오옴 수에 따라 변화하므로 일부밖에 쓰지 못합니다. 저희는 이런 아웃풋 단을 모두 쓸 수 있도록 고안했습니다. 따라서 보다 대역이 넓고, 다이내믹한 음을 얻을 수 있습니다.

LM : 현재 다섯 개의 모델에 적용되었습니다. MB 450, MB 185-2, 지그프리드 2, S 200, S 400-2 등입니다. 이 중 S 200은 스테레오기라, 한 섀시 안에 스테레오분의 신호를 모두 넣어야 합니다. 게다가 이를 밸런스 회로로 만들어야 해서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습니다. 약 2년간에 걸쳐 개발했죠.

LM : 최근에 런칭된 TL 7.5 버전3에 대해 소개하죠. 우선 언급할 게 새로운 파워 서플라이입니다. 통상 이런 전원부를 분리시키더라도, 일종의 스테레오기로 제작합니다. 그러나 저희는 좌우 채널을 나눠서 만들었습니다. 즉, 파워 서플라이가 두 개나 되는 셈이죠. 이것은 저희 부친께서도 예전에 시도했던 것으로, 이상하게도 음이 더 좋아집니다.

 

《TL 7.5 Series III Preamplifier》

LM : 그렇습니다. 그리고 이 전원부의 설계에 있어서 우리는 FET 계열을 주로 썼는데, 나름대로 이점이 있습니다. 즉, 파워를 증폭함에 있어서 보다 간결한 회로를 구축해서 스피드를 빠르게 하는 것이죠.

LM : 게인 스테이지에 있어서 제로 글로벌 피드백을 추구했습니다. 실제로 2dB 이하의 신호만이 피드백을 통과하기 때문에 거의 무시해도 좋은 수준입니다. 이럴 경우 리니어리티가 훨씬 좋아진답니다.

 

-이른바 논 피드백 방식은 특히 프리앰프에서 무척 중요하죠. 그럼 이 프리앰프는 진공관 방식이 아닌가요?

LM : 하이브리드 방식입니다. 초단에 12AU7을 두 개 사용합니다. 그리고 나머지는 FET 계열을 쓰는 것이죠.

LM : 아닙니다. J-FET을 사용합니다. 이것은 진공관과 같은 성질이 있어서 서킷을 심플하게 제작할 수 있습니다. MOS-FET는 드라이브가 힘들어서 그 앞에 많은 콘덴서를 동원해야 합니다. 하지만 J-FET은 그럴 필요가 없죠. 단, 진공관처럼 바이어스 조정이 필요해서 이 부분을 제대로 처리하기만 하면 됩니다.

LM : 대표적인 게 포노 앰프인 TP 6.5입니다. 또 볼륨단에도 J-FET를 버퍼로 사용해서 구성하고 있고요. 도시바제를 쓰고 있는데, 성능이 좋아서 무척 만족하고 있답니다.

-아, 그렇군요.

LM : 포노 앰프의 경우 TP 6.5의 하위 모델로 TP 2.5-2를 내놓으려고 합니다. 가격이 저렴하고, 성능이 좋아 특히 젊은 층에서 인기를 얻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LM : 사실 기존의 대출력 진공관 앰프의 경우, 스피드가 느리다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LM : 저희는 대출력이지만, 스피드는 소출력 앰프처럼 작동하도록 많은 고안을 했습니다. 그러므로 실제 음을 들어보면 어마어마한 출력을 가진 앰프라는 느낌이 거의 들지 않을 겁니다. 또 오토 바이어스 기능을 더해서, 파워 앰프에 들어간 출력관의 상태가 일정하도록 했습니다. 심지어 어떤 관에 문제가 있는지 바로 지시할 정도로 정교한 마이크로 프로세서를 집어넣었습니다.

LM : 네. 현재 록포트에서 만든 아퀼라라는 스피커가 놓여 있습니다. 방문하면 언제든지 들어볼 수 있답니다.

 

-무척 음악을 좋아한다고 들었습니다만.

LM : 네. 무엇보다 라이브 공연을 많이 보려고 합니다. 제가 사는 샌 프란시스코엔 데이비스 홀에 있는데, 이곳 오케스트라의 상임 지휘자가 틸슨 토머스입니다. 기회만 되면 가서 본답니다. 또 L.A.엔 디즈니 홀이 있어서 큰 공연이 있으면 놓치지 않죠. 저희 집에도 다양한 스피커가 있어서 가끔 애호가들이 찾아와 음악을 듣는답니다. 이렇게 음악을 좋아하지 않으면 이런 비즈니스를 계속하기가 힘들죠.

LM :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