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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8회 하이파이클럽 시청회는 이탈리아의 오디오 명가 오디오 아날로그(Audio Analogue)의 두 애니버서리 인티앰프로 진행했습니다. 8옴에서 80W를 내는 ‘Puccini Anniversary’(푸치니 애니버서리)와 150W를 내는 ‘Maestro Anniversary’(마에스트로 애니버서리) 두 형제입니다. 이들 앞단에 네트워크 플레이어, 뒷단에 각각 북쉘프와 플로어 스탠딩 스피커를 물린 심플한 구성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들려준 소리는 위대했습니다. ‘형제는 용감했다.’ 이 정도 수준이 아니었습니다. ‘동생’ 푸치니는 다인오디오의 40주년 모델인 ‘Special 40’을 완전히 제압했고, ‘형’ 마에스트로는 B&W의 3웨이, 4유닛 플로어 스탠딩 ‘802 D3’를 쥐락펴락하다시피 했습니다. 역시 오디오 아날로그가 20주년을 기념해 작정하고 만든 인티앰프다웠습니다. 전체적인 인상은 담대하게, 능숙하게 그리고 품위 있게 음악을 들려준다는 것이었습니다.

오디오 아날로그 애니버서리 모델의 탄생

애니버서리 모델로 처음 나온 것은 푸치니 애니버서리로, 오디오 아날로그의 창립 20주년을 맞은 지난 2015년의 일이었습니다. 1995년 출시된 오리지널 푸치니가 오디오 아날로그의 첫 제품이자 첫 앰프였던 만큼 20주년 기념모델로는 제격이었죠. 그리고 현 오디오 아날로그 플래그십 인티앰프인 마에스트로 애니버서리는 그다음 해인 2016년에 나왔습니다. 오리지널 마에스트로는 2001년에 처음 출시됐습니다.

두 애니버서리 모델은 이름만 오리지널을 썼을 뿐 거의 다른 제품으로 봐도 무방합니다. 외관과 스펙, 설계 디자인 자체가 다른 데다 무엇보다 오디오 아날로그 부설 R&D 센터인 에어테크(Airtech)의 엄격한 요구사항과 잣대를 통과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사실 에어테크가 평소 이상적으로 생각해오던 인티앰프 설계를 애니버서리 이름을 빌려 완성시킨 게 이들 푸치니와 마에스트로 애니버서리입니다.

그러면 에어테크가 생각한 이상적인 인티앰프는 무엇이었을까요. 그것은 바로 글로벌 피드백(global feedback)이 없는 앰프, 이를 통해 스피커 부하에 덜 민감한 앰프, 고주파에서 공진 피크가 일어나지 않는 앰프, 그리고 완벽한 밸런스 회로를 갖춘 앰프였습니다. 글로벌 피드백이 내부 임피던스를 낮추고 노이즈를 없애주는 장점이 있는데도 이를 기피한 것은 그만큼 오디오 아날로그가 무엇보다 자연음에 가까운 소리를 내주는 앰프를 최고로 여기고 있다는 뜻입니다.

그렇게 해서 처음 탄생한 것이 푸치니 애니버서리입니다. 에어테크의 기준에 맞춰 프리앰프부에만 약간의 글로벌 피드백을 먹이고 파워앰프부에는 제로 피드백을 실현했습니다. 또한 피드백을 걸지 않고도 입력 임피던스를 47k옴 수준으로, 출력 임피던스를 0.2옴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글로벌 피드백을 걸었을 때 얻을 수 있는 장점들을 제로 피드백 설계에서도 고스란히 갖고 가겠다는 에어테크의 신념과 이를 구현할 수 있는 설계 디자인과 기술력 덕분이었습니다.

1년 뒤에 나온 마에스트로 애니버서리는 플래그십 모델답게 푸치니 애니버서리의 미진했던 점을 더욱 보강했습니다. 프리앰프부에도 글로벌 피드백을 없앴고, 입력단부터 출력단까지 모든 회로를 밸런스로 짠 것입니다. 오리지널 마에스트로의 입력 임피던스가 21k옴이었는데 이를 애니버서리 모델에서 글로벌 피드백을 걸지 않고도 47k옴으로 높인 점이 그래서 눈길을 끕니다. 이밖에 증폭부는 물론 전원부까지 완벽한 듀얼 모노로 설계한 점도 채널 간섭 방지와 스테레오 이미지 강화를 위한 아날로그 오디오의 큰 그림입니다.

Maestro Anniversary

마에스트로 애니버서리는 클래스 AB 증폭, TR 푸쉬풀 구동으로 8옴에서 150W, 4옴에서 300W, 2옴에서 500W를 내는 풀 밸런스 인티앰프입니다. 제로 글로벌 피드백, 듀얼 모노 설계, 저항 래더 방식의 볼륨단이 특징이죠. 전면 가운데 푸쉬 노브로 전원 온·오프와 입력 선택, 볼륨 조절까지 다 할 수 있습니다. 물론 리모컨도 있습니다. 후면을 보면 RCA 입력단이 3조, XLR 입력단이 2조 마련됐습니다. 입력 임피던스는 47k옴, 주파수응답특성은 0~90kHz(-3dB), 출력 임피던스는 0.2옴을 보입니다. 높이는 168mm, 무게는 31kg.

에어테크의 엄격한 설계 기준과 요구사항은 마에스트로 애니버서리 곳곳에서 드러납니다. PCB 기판의 동박면(copper footprints) 두께를 오리지널에 비해 2배로 늘려 보다 큰 전류가 흐를 수 있도록 한 것이 대표적 사례입니다. 신호대잡음비(SNR)도 90dB에서 100dB로 대폭 좋아졌습니다. 입력 임피던스는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오리지널 21k옴에서 업계 표준이라 할 47k옴으로 높였습니다. 그것도 제로 글로벌 피드백 상태에서 말이죠. 바이폴라 출력 트랜지스터의 경우 모토로라의 캔 타입 MJ15024(NPN)와 MJ15025(PNP)에서 미국 온 세미컨덕터(ON Semiconductor)의 소자로 바뀌었습니다.

마에스트로 애니버서리는 전원부부터 출력단까지 완벽한 듀얼 모노입니다. 이는 내부사진을 보면 잘 알 수 있는데, 전면 패널 바로 뒤에 장착된 600VA 토로이달 전원트랜스부터가 2개입니다. 증폭 기판 때문에 가려진 평활 커패시터 용량은 6만7200uF입니다. 1만6800uF짜리 커패시터를 좌우 채널에 2개씩 투입했습니다. 한마디로 전원부부터 완벽한 듀얼 모노에 풀 밸런스 설계인 것입니다. 정류단에는 50A 다이오드를 각 채널에 1개씩 투입했습니다.

전원부 이후에도 듀얼 모노 설계가 이어집니다. 릴레이 방식의 입력단, 디스크리트 구성의 버퍼단, 채널당 4개의 볼륨칩, 12dB 게인의 프리앰프부, 캐스코드(cascode) 방식의 파워앰프부가 모두 좌우 채널 미러형태로 투입됐습니다. 아날로그 디바이시스의 포테션미터를 채널당 2개씩 채택한 볼륨단은 스피커 감도에 맞춰 4가지 커브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전원부, 프리앰프부, 파워앰프부가 별개의 PCB 기판 위에 수납된 점도 눈길을 끕니다.

드라이브 및 파워단은 채널당 4쌍의 바이폴라 트랜지스터를 캐스코드 방식으로 구성했습니다. 즉, 캐스코드 증폭으로 게인을 확보한 뒤 출력단 버퍼에서 최종 전력 증폭이 이뤄지는 구조입니다. 캐스코드 증폭은 앞단의 트랜지스터가 전류 증폭(에미터 접지), 뒷단의 트랜지스터가 전압 증폭(베이스 접지)을 담당함으로써 높은 증폭률과 낮은 입력 임피던스, 높은 출력 임피던스를 얻을 수 있는 증폭회로로, 증폭의 리니어리티가 좋은 점도 장점입니다.

오디오 아날로그에서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실제 스피커를 구동하는 출력단 버퍼 회로는 캐스코드와 달리 증폭률(게인)이 1이 안되지만 높은 입력 임피던스와 낮은 출력 임피던스를 얻을 수 있는 에미터 팔로워 방식을 채택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이 밖에 군사 등급의 저항, 오디오 등급의 폴리프로필렌 커패시터, 7N OCC 선재, 순동 출력커넥터가 호화롭게 투입됐습니다.

Puccini Anniversary

푸치니 애니버서리는 마에스트로 애니버서리와 설계 사상 및 디자인 아이덴티티는 동일하지만, 좀 더 얇은 섀시(높이 120mm)와 가벼운 무게(15.5kg), 그리고 낮은 출력 및 전원용량 등에서 차이를 보입니다. 1년 먼저 나왔지만 역시 주니어 모델인 것이죠. 하지만 일반 앰프 잣대로 보면, 프리앰프부에만 약간의 글로벌 피드백을 걸 뿐 파워앰프부에 제로 글로벌 피드백을 구현한 점, 그러면서도 입력 임피던스 47k옴, 출력 임피던스 0.17옴, SNR 110dB을 보이는 점이 대단합니다.

일단 출력은 8옴에서 80W, 4옴에서 160W, 2옴에서 300W를 냅니다. 마에스트로 애니버서리와 비교하면 거의 반씩 줄었지만, 2옴에서도 4옴의 2배 출력에 거의 근접한 300W를 내는 점이 놀랍습니다. 출력단에는 같은 온 세미컨덕터의 바이폴라 트랜지스터를 채널당 3개씩 투입했고, 전원부는 700VA 용량의 토로이달 전원트랜스 1개가 두 채널 전원부를 모두 커버합니다. 역시 출력단과 전원부 구성에서 차이가 납니다. 이밖에 입력단은 RCA 4조, XLR 1조를 갖췄습니다.

하지만 14mm 두께의 전면 알루미늄 패널, 테플론 절연체를 집어넣은 금도금 RCA 입력단자를 비롯해 릴레이 방식의 입력단, 디스크리트 구성의 버퍼단, 채널당 4개의 볼륨칩, 캐스코드 방식의 파워앰프부, 군사 등급의 저항, 오디오 등급의 폴리프로필렌 커패시터, 7N OCC 선재, 순동 출력커넥터 등은 마에스트로 애니버서리와 동일합니다. 전원 트랜스는 1개를 공유하지만 이후 완벽한 듀얼 모노로 이뤄진 점도 오디오 아날로그 애니버서리 모델의 특징이라 할 것입니다.

시청회의 빛나는 조연 1. Sforzato DSP-050EX, Dynaudio Special 40

시청회는 1부 푸치니 애니버서리, 2부 마에스트로 애니버서리 순으로 진행됐는데, 1부 조연으로 등장한 이들이 바로 일본 스포르자토(Sforzato)의 네트워크 스트리머 ‘DSP-050EX’와 덴마크 다인오디오(Dynaudio)의 스탠드 마운트 스피커 ‘Special 40’였습니다.

DSP-050EX는 UPnP 서버로 작동하는 네트워크 스트리머이며 룬(ROON) 인증을 받았습니다. 특히 DAC를 내장하고 있어서 랜케이블과 파워케이블 그리고 아날로그 케이블만 있으면 앰프와 연결해 곧바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지원하는 포맷은 PCM의 경우 최대 32bit/384kHz까지, DSD는 최대 DSD256(11.2MHz)까지 처리 가능합니다.

전면에는 작은 전원 스위치를 제외하면 어떤 조작 버튼도 없으며, 후면에는 랜(RJ45) 입력단과 아날로그 출력단(RCA, XLR 각 1조), 그리고 10MHz 외부 클럭과 동기화할 수 있는 50옴 규격의 BNC 단자가 있습니다. DA 변환부는 ESS Sabre 시리즈 중 최상급 레퍼런스 칩셋인 ES9038Pro를 채널당 1개씩 장착했습니다. 스포르자토가 가장 자신있어 하는 최저 위상 노이즈(120dBc/Hz)를 실현한 TCXO 클럭을 사용한 점이 눈길을 끕니다. 이는 지터 레벨이 100FS(펨토초) 미만인 특수 IC를 사용하고 있는 클럭 회로입니다.

다인오디오의 스페셜 포티는 창립 40주년을 맞아 지난 2017년 출시된 2웨이 북셀프 스피커. 28mm 에소타 트위터를 별도 밀폐형 챔버에 수납했고, 170mm 미드우퍼는 다인오디오의 상징이다시피 한 MSP(Magnesium Silicate Polymer)를 진동판 재질로 썼습니다. 센터 캡 역시 다인오디오만의 밸런스 립스(Balance Ribs)를 일체형으로 진동판과 붙였습니다. 베이스 리플렉스 포트는 후면에 나 있습니다. 공칭 임피던스는 6옴, 감도는 86dB, 주파수응답특성은 41Hz~23kHz를 보입니다.

시청회의 빛나는 조연 2. Linn Selekt DSM, B&W 802 D3

2부에서 마에스트로 애니버서리와 물린 것은 영국 스코틀랜드 린(Linn)의 DAC 내장 네트워크 스트리머 ‘Selekt DSM’과 영국 B&W의 3웨이 4유닛 플로어 스탠딩 스피커 ‘802 D3’였습니다. 셀렉트 DSM은 검은 색상의 널찍한 OLED 디스플레이에서 아티스트 이름과 곡명이 나타나고, 밑에서는 볼륨을 나타내는 숫자가 실시간으로 표기됩니다. 상단에는 몇 개의 버튼이 심플하게 나열되어 있고 앙증맞은 크기의 볼륨 노브가 볼록 튀어나와 있습니다.

셀렉트 DSM은 린 라인업 중 ‘Majik’와 ‘Akurate’ 중간에 포지셔닝됐는데, 거의 모든 디지털 포맷에 대해 24비트, 192kHz까지 대응하고 있습니다. 온라인 스트리밍도 문제없어서, 스포티파이 커텍트 및 타이달, 코부즈 등 대표적인 스트리밍 서비스에 가입해 있다면 셀렉트 DSM을 통해 곧바로 즐길 수 있습니다. 물론 외부 저장 장치인 NAS 등에 내장된 음원도 끌어와 재생이 가능합니다.

더욱 눈길을 끄는 것은 풍부한 인터페이스입니다. 단순히 이더넷 단자와 아날로그 출력단만 마련해놓던 과거와 달리, 매우 다양한 디지털 입력단이 마련됐습니다. 이더넷 단자는 물론, 광, 동축 및 USB 2.0 그리고 RCA 입력단 및 MM/MC 포노단까지 마련해놓았습니다. 출력 또한 RCA, XLR 아날로그 출력단자, 외부 Exakt Link를 위한 단자 2조, 동축단자까지 구비됐습니다. 볼륨 기능이 내장돼 파워앰프나 액티브 스피커와 직결도 가능합니다.

802 D3는 6인치 미드레인지 유닛에 노란색 케블라 대신 실버톤의 컨티늄(Continuum) 콘, 8인치 더블 우퍼에 로하셀 대신 에어로포일(Aerofoil) 콘을 채택한 3웨이, 4유닛 베이스 리플렉스 스피커입니다. 트위터는 기존과 동일한 1인치 다이아몬드 진동판을 썼습니다. 후면에는 발열을 위한 알루미늄 히트싱크가 가득하게 달려있습니다. 공칭 임피던스는 8옴, 감도는 90dB, 주파수응답특성은 17Hz~28kHz(-3dB)를 보입니다.

시청

Eva Cassidy - What A Wonderful World

Live at Blues Alley

푸치니 애니버서리로 들은 1부 첫 곡은 에바 캐시디(Eva Cassidy)가 부른 ‘What A Wonderful World’(Live At Blues Alley)였습니다. 묵직한 에너지감과 중량감, 여기에 촉촉하게 펼쳐지는 디테일이 눈에 띕니다. 북쉘프 스피커에서 나오는 음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풍성한 음수, 경쾌하면서도 진중한 풋워크도 돋보입니다. 전체적으로 단단하고 명료한 음이며, 앰프의 다이내믹 헤드룸도 충분하다는 인상입니다. 어설프게 DAC를 내장하기보다는 오로지 인티앰프 본연의 임무에만 집중함으로써 얻은 음질적 이득이 무척 커 보입니다. 보컬 곡이긴 하지만 일단 푸치니 애니버서리와 스페셜 포티 매칭은 아주 잘 이뤄진 것 같습니다.

Cannonball Adderley - Autumn Leaves

Somethin’ Else

캐논볼 애덜리(Cannonball Adderley)의 ‘Autumn Leaves’(Somethin’ Else)에서는 음들을 대범하고 거침없이 풀어놓는 모습이 대단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음상이 비교적 크게 맺히고 재생음에서는 약간의 온기가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색소폰이나 트럼펫 같은 브라스 악기의 양감과 밀도감은 80W 출력이 믿기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겉보기에 헐벗지 않았고, 안쪽으로는 음들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는 모습입니다. 2옴에서 300W까지 낼 수 있는 푸치니 애니버서리의 드라이빙 능력은 의심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스포르자토 네트워크 스트리머가 음들을 완전히 까발리는 스타일인데 이를 인티앰프가 조화롭게 어루만지고 있다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이 밖에 에밀 길레스(Emil Gilels)의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23번(Beethoven Piano Sonata Nos. 21, 26, 23)은 식욕이 돌 만큼 피아노 소리가 좋았습니다. 배음이 풍성하고 템포감이 적당했기 때문이었을 겁니다. 악기의 텍스처, 연주의 아티큘레이션도 욕심을 낼 수 없을 만큼 잘 표현해줬습니다. 제임스 테일러(James Taylor)의 ‘Handy Man’(JT)에서는 리퀴드한 보컬과 각 악기와의 레이어감이 돋보였습니다. LP를 마스터링한 음원인 듯 원판에 묻은 먼지까지 느껴진 점이 놀라웠습니다.

Youn Sun Nah - Arirang

Lento

2부는 과연 마에스트로 애니버서리가 동생보다 어느 정도 격차를 벌린 소리를 들려줄까, 참석자분들 모두 궁금해하는 가운데 시작됐습니다. 802 D3가 결코 쉬운 스피커가 아니라 그 궁금증은 더욱 컸던 것 같습니다. 첫 곡은 나윤선의 ‘아리랑’(Lento)이었습니다. 그냥 처음부터 차이가 나더군요. 음을 몰고 가는 단호한 기세와 더욱더 묵직해진 기타 음이 그 증거였습니다. 무엇보다 깊숙한 공간감이 발군이었습니다. 린 스트리머와 B&W 스피커 득을 크게 봤지만, 노이즈가 완전히 박멸된 점, 소릿결이 상당히 매끄러운 점, 입자가 훨씬 고와진 점도 마에스트로 애니버서리의 큰 특징이었습니다. 전체적으로 차분하고 말쑥하며 조용하고 스케일 큰 음이 튀어나왔습니다.

Hans Zimmer - Aggressive Expansion

The Dark Knight OST

다음 곡은 ‘다크나이트’ OST의 ‘Aggressive Expansion’이었는데, 2옴에서 500W를 내는 인티앰프는 저역을 어떻게 울릴까 궁금해서 재생한 트랙입니다. 그냥 처음부터 게임 끝입니다. 초저역의 음들이 무지막지하게 이곳저곳에서 난무하더군요. 그 타격감과 에너지감, 큰 스케일은 가슴을 짓누르는 극장 사운드에 거의 필적했습니다. 마에스트로 애니버서리가 시청실 공기를 쭉 빨아들여 진공상태로 만든 느낌도 들었습니다. 그러다가 현악기들이 갑자기 여린 음들을 연주하는 대목에서는 폭풍우가 멈춘 후의 파란 하늘을 보는 듯 차분하고 조용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한마디로 B&W 802 D3를 갖고 노는 인티앰프였습니다.

이 밖에 마이클 잭슨의 ‘JAM’(Dangerous)에서는 초반 유리창 깨지는 세세한 디테일과 함께 다이내믹 헤드룸이 무척 여유가 있는 앰프임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음들이 시퍼렇게 살아있는 듯도 했습니다. 다니엘 바렌보임(Daniel Barenboim) 지휘, 오케스트라 드 파리(Orchestre De Paris) 연주의 ‘생상스 죽음의 무도’(Barenboim Orchestre De Paris)는 한없이 부드럽고 온화하며 평온한 스트링 잔치였고, 박지윤의 ‘우리의 하루’(parkjiyoon9)는 보컬 주위의 공기감까지 생생히 전해줬습니다. 야외무대의 깊숙한 공간감이 잘 펼쳐진 에스펜 린드(Espen Lind)의 ‘Halleluja’(Live Hallelujah)는 확실히 마에스트로의 프리단이 푸치니보다 상급임을 잘 알 수 있었습니다.

시청회를 마무리하며

흔히 애니버서리 모델이라 하면 몇 가지 부품을 좋은 것으로 바꾸고 외관을 좀 더 시크하게 만드는 데 그칩니다. 일부 제작사는 제작자의 친필 사인이나 ‘Anniversary’ 명찰을 다는 정도에 그치기도 하죠. 이런 마당에 설계 디자인까지 혁명적으로 뒤흔드는 경우는 아주 드뭅니다. 하지만 이번 오디오 아날로그의 두 애니버서리 모델이 그 흔한 기념모델의 아류에서 벗어난 흔치 않는 예외가 아닐까 합니다. 자신들의 첫 앰프와 플래그십 앰프를 선택해 그동안 생각해온 이상적 설계를 하나하나 구현해 ‘애니버서리’라고 이름 붙인 점에서 이들의 양식 있는 자세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푸치니 애니버서리는 덩치와 숫자상의 출력을 뛰어넘는 찰진 구동력과 정숙한 배경이 돋보였습니다. 일반 가정집에서 양질의 북쉘프 스피커에 물려 다양한 음악을 듣기에 좋은 파트너라 할 만합니다. 마에스트로 애니버서리는 푸치니에 비해 전체적으로 보다 완숙하고 여유가 있는 앰프였습니다. 역시 곳간에서 인심이 나는 모양입니다. 드리프트까지 가능한 고급세단의 느낌도 있었습니다. 인티앰프임에도 미니멀리즘의 극치를 달린 전면 디자인에서는 이탈리아인들의 심미안이 엿보입니다. 시청회에 참석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