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의 여정에서 만든 행복
MSB Referece DAC 설치기
오디오 시스템을 갖추고 완성해 가는 여정의 흐름이 가족과 함께 살 예쁜 집을 지어가는 과정의 모습과 어쩌면 닮아 있지 않는가라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햇볕이 잘 들고 바람이 머무는 장소를 구하는 일은 음악이 울리고 연주되기 좋은 거실이나 리스닝 룸을 준비하는 것과 같으며 잘 마른 목재와 매끈한 벽돌 입자고운 모래를 고르는 일은 깨끗한 접지 환경을 마련하고 질 좋은 케이블을 연결하며 든든한 멀티탭을 설치하는 것과 튼튼한 벽에 아늑한 지붕을 세우는 것은 어떤 소리라도 무리 없이 받아줄 스피커와 이를 움직일 앰프를 준비하는 일에 비유하면 괜찮을까요.
여기에 아이들이 드나들 문과 채광 좋은 창을 내는 건 음악이 담긴 음반과 이를 연주할 기기를 준비하는 것과 유사하고 뜰에 화단을 가꾸고 잔디를 매만지는 것은 시스템의 더 나아진 소리를 탐구하며 세팅과 튜닝에 정진하는 과정과 의미가 비슷하게 닿아 있지 않나 떠올려 봤습니다. 이 모든게 정리될 즈음에는 소중한 이들과 함께 행복과 즐거움을 누리는 일만 남았겠군요. 한때 건축하는 일을 동경했던 때가 있었습니다. 새로운 건물을 올리고 없었던 길을 내 사람의 삶을 풍요하게 하는 일이 세상에서 가장 의미 있고 고귀한 일이지 않을까 생각했었습니다. 나이가 들어서야 세상엔 의미 없고 무가치한 일은 하나도 없다는 걸 깨닫게 되었지요.
이번에 저희가 방문 드린 회원님은 오랫동안 건축업을 하신 분이십니다. 코엑스 사무실 빌딩의 고층에 있는 전망 좋은 집무실에서 저희를 맞아 주셨습니다. 회원님은 저희 하이파이클럽과 맺은 인연이 무척 오래된 분으로 상당히 중후한 목소리와 인품을 지닌 분이신데 항상 좋은 건 아낌없이 칭찬해 주시고 잘못된 점은 날카롭게 지적해 주시는 분이십니다. 집에서 기존에 가지고 계시던 시스템으로 음악을 들으시다가, 금번 집무실에서 사용할 시스템을 설치하면서 MSB Reference DAC를 추가하였습니다.
시스템 전경
시스템은 집무실 한편에 깔끔하게 설치되어 있습니다. Marten Coltrane3 스피커를 비롯하여 비투스 오디오 파워앰프, MSB DAC 등 공력이 느껴지는 시스템 조합입니다. 회원님은 시스템을 선정할 때 그냥 브랜드만 보고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일일이 들어보고 맞는 기기를 선정하고 매칭관계도 꼼꼼하게 따져서 조합했다고 합니다.
Marten Coltrane3 스피커
스피커는 스웨덴산 Marten Coltrane3입니다. 100킬로그램에 육박하는 무게를 자랑하는 콜트레인은 국내 하이엔드 오디오파일들에게도 잘 알려진 모델로 풀 카본을 채용한 제품으로 제작기술력이나 사운드 재생 수준면에서 압도적인 면모를 갖추고 있습니다. 버전 3으로 오면서 다이아몬드 트위터와 미드레인지는 CELL 드라이버로 교체되었습니다. 마그넷 회로가 개선되었기에 트위터는 높은 해상력을 연출하면서도 고역 대역폭이 더욱 넓어졌습니다.
가장 큰 변화는 우퍼인데 허니콤 구조의 알루미늄 10인치 우퍼가 장착되었습니다. 아큐톤에서 만든 제품은 아닌 듯하고 이톤의 헥사콘과 유사한 형태를 띤 콘지 재질로 메이커에 별도 커스텀 된 제품으로 보였습니다. 유사 돔 형태로 디자인을 완전히 일신하여 트위터와 미드레인지 및 베이스 드라이버를 모두 동일한 중심축을 이루게 해서 우수한 사운드 특성과 흐름을 보여준다고 합니다. 물론 중요한 것은 최종 소리겠지만 유닛 구성이나 외관의 디자인적인 면에서도 그동안의 업버전을 통해 개선해왔고 완성도를 높여온 결과물로 여겨집니다. 본 제품은 국내에 수입된 적이 거의 없다는 실버글로시 프론트에 블랙백 모델입니다. 한눈에 봐도 정말 멋진 은빛의 매끈함이 돋보이는 매혹적인 제품입니다.
Vitus SM-103 Monoblock 파워앰프
덴마크에서 만든 Vitus SM-103 파워앰프입니다. 덴마크는 오디오를 잘 만드는 나라 중에 하나입니다. 덴센이나 다인오디오 스카닝 같은 업체들이 이미 하이엔드 반열에 올라 있습니다. 이 파워앰프는 퓨어 A급으로 구동시 100W 출력이 가능한 대형 모노블럭 파워앰프입니다. 비투스는 한스올레라는 사람에 의해 창립된 회사로 이 제품은 수치상으로는 큰 특징이 없어 보이는데 실제로는 대단한 규모와 사양을 가지고 있습니다.
앰프의 심장 격인 거대한 사각형의 트랜스포머가 내부 공간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는데 외견상 일반적인 트로이달이 아닌 UI 코어 형태의 제품으로 보입니다. 한스올레는 특유의 완벽주의 기질 때문에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파워 트랜스포머로는 자신의 앰프에 채용할 만한 제품이 없다고 판단하고 직접 제작하겠다고 생각했답니다. 덕분에 트랜스포머 설계에서 유럽 최고 권위자를 물색하게 되었고 그와 회사 차원의 기술합작으로 트랜스포머를 제작했는데 그래서 이 제품에 대한 그의 자부심은 대단합니다. 오디오 시스템에서 전원 트랜스는 깨끗한 강물을 만드는 근원에 솟아나는 옹달샘과 같은 역할을 하는 존재입니다.
Vitus SM-103 Monoblock 전원부
비투스사는 이 앰프에 관한 자세한 스펙이나 기술 사항을 공개하고 있진 않지만 사실 파워앰프의 사양 표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제대로만 측정했다면 주파수 응답 특성을 측정한 결과값입니다. Vitus의 SM-103 파워는 반응 주파수 범위를 DC에서 800KHz라고 명기하고 있습니다. 보통 좋다는 파워들이 100KHz 대에서 수렴해서 머무는 게 보통인데 감쇄비를 표시하지 않아서 명확하진 않지만 저희로써는 실제 이 수치가 얼마나 실현 가능키 힘든 어마 무시한 수치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이처럼 주파수 응답 특성이 좋다는 건 저음량이나 고음량에서 왜곡이 적고 밸런스가 무너지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전체 사운드의 음량이 줄어들면 오케스트라의 총주나 재즈의 빅밴드 연주에서 급격하게 저역과 고역이 빠져 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음악을 듣는 맛이 확 줄어듭니다. 사실 퇴근 후 지친 몸을 달래며 나만의 공간에서 나만의 음악을 잔잔하게 즐기며 맥주 한 잔에 젖어보고 싶은 때가 많은데 크게 틀지 않으면 흥이 안 난다 이게 좀 문제입니다. 그래서 파워앰프의 출력 주파수 특성이 중요하다고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기본에 완벽히 충실한 전원부 설계와 정밀한 부품을 엄격히 선정하여 만들어야 하며 들어온 신호의 윤곽을 있는 그대로 가감이나 손실 없이 스피커로 보낼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파워앰프의 최대 미덕임에 비투스는 이를 철저하게 순응하며 본질을 지키고 있는 제품입니다.
MSB Reference 소스부
소스 기기는 DAC과 트랜스포트 모두 MSB 레퍼런스 라인입니다. 회원님께서는 CD 음반으로 음악 감상을 주로 하시는 편인데 금번에 별도로 ROON을 이용한 스트리밍 감상도 하시길 원하셨습니다. 그래서 DAC에 렌더러 모듈을 연결해 사용하실 수 있도록 준비해드렸습니다. MSB DAC은 분리된 전원 뱅크를 구비하여 공유하고 자사제 R2R 하이브리드 모듈을 여덟개를 탑재하며 펨토급의 클럭을 장착한 현 세대 최고의 기술력과 음질적 수준을 지닌 DAC입니다. 또한 인풋과 아웃풋의 인터페이스를 전부 모듈화시켜 소비자의 니즈와 기호에 완벽하게 순응할 수 있도록 설계하였습니다.
MSB Reference Transport
DSD, 192Khz/24Bit 규격의 고해상도 PCM 음악 파일과 더불어 4K, 블루레이 타이틀, 3D DVD 등과 같은 거의 모든 형식의 디스크가 재생 가능하며 Roon Ready까지 지원하는 유니버셜 플레이어입니다. 거기에 Dolby Atmos 및 DTS 포맷 형식에도 대응할 수 있도록 회로가 지원됩니다. 일반 보급형 모델들과는 차원이 다른 케이스의 하우징 베이스 설계와 마감의 정밀도 이에 더불어 견고한 디스크 플레이 메커니즘을 장착하고 있습니다. 음질은 물론이거니와 화질 면에서도 암부의 계조 표현이나 텍스처의 질감과 함께 동적 해상도 재현 능력이 유례없는 최고 수준의 모습을 보여주는 제품입니다.
MSB Reference DAC
MSB의 Select DAC에 근간을 둔 Reference DAC는 Select와 마찬가지로 본격 R2R 방식의 DAC입니다. R2R 방식은 일반적인 델타 시그마 방식에 비해 부품이 복잡하게 들어가고, 부품 선별 및 제조가 매우 까다롭다고 알려진 방식입니다. R2R 방식은 신호처리의 단순한 경로를 통해서 아날로그 신호가 생성되어 순도가 높고 자연스러운 균형감 있는 사운드가 강점입니다. MSB는 이를 위해 R2R 전용 칩을 만들어서 자사만의 독보적인 하이브리드 회로로 혁신하여 진보된 DAC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MSB Reference Power
이 제품의 파워부는 DAC 본체와 별도로 분리된 하우징과 전원공급 시스템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본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방사 노이즈나 EMI 노이즈 등의 해악에서 완전하게 벗어날 수 있게 되어 현격한 소리의 개선이 가능해집니다.
본 파워 공급부의 뚜껑을 열어 내부를 살펴보면 먼저 내장된 트랜스의 개수에 놀라게 됩니다. 장착된 트로이달 트랜스가 무려 6개나 탑재되어 있으니까요. 이것만 봐도 MSB 사의 결벽에 가까운 음질에 대한 완벽의 추구와 이에 쏟는 노력을 알 수 있습니다. 사운드적으로 볼 때는 저역의 파워와 윤곽이 한층 더 명확해지고 재생 대역이 증대됨으로 인해 충실도가 높아진 음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를 가능하게 해줍니다.
이 회사의 제품군들은 훗날 오디오사에 있어 한 페이지를 장식할 만한 가치와 품격을 지닌 그런 DAC들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내장된 볼륨단과 프리앰프의 성능이 워낙에 걸출하기 때문에 프리없이 DAC에 직접 연결해 사용해도 사운드에서 부족한 느낌이 드러나지 않습니다. 사실 이 정도 디지털을 주무를 기술력을 가진 메이커에서 만든 물건이라면 R2R 방식이냐 델타시그마 방식이냐로 음질의 모든 것을 갈음한다고 쉽게 판단해선 안됩니다. DAC에서는 DA 컨버팅 파트 말고도 전원부의 품질 디지털 필터단 설계 아날로그부 구성 클럭 전송의 정밀도 섀시의 구조적 측면까지의 수준 차이가 최종 결과물의 음질 차이로써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오디오파일이 왜 좋은 소스 기기를 써야만 하는지와 시스템의 음질적인 요소에서 초기의 소스 기기가 하는 역할이 무엇인지를 확연하게 드러내 보여주고 있습니다.
Burmester 993 튜너
라디오 방송을 듣는 것도 좋아하셔서 튜너를 부메스터 제품으로 마련해 듣고 계셨습니다. 하지만 집무실 내부가 FM 주파수의 전계강도가 좋지 못한 곳이었고 외부의 주파수 교란도 심해서 음질이 썩 좋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별도의 전용 안테나를 통해 깨끗한 수신 감도가 나오도록 조정하여 드렸습니다.
시스템 케이블
노이즈 없는 깨끗한 신호를 위해 전원코드 및 케이블의 역할은 매우 중요합니다. 파워케이블은 파워앰프에 스텔스 V18을 소스용은 헤밍웨이 Z-core β를 사용했고 인터는 쿠발라소스나 Elation 케이블로 연결하였습니다. 스피커 케이블은 헤밍웨이 얼티메이트라인 멀티탭은 오야이데입니다. 파워케이블의 두께 때문에 콘센트들이 버거워하고 정렬을 잡기가 무척 난해하지만 모두들 의심할 여지없는 최고 등급의 케이블들입니다.
ALUFUS 오디오랙
소스용 랙은 국내에서 제조한 ALUFUS 회사의 제품으로 자재의 구조면 그리고 견고성이나 가공의 마감 면에서 해외 유수의 제품들과 비교 시 품질이 전혀 떨어지지 않고, 상당히 유려한 디자인으로 제조된 제품입니다. 특수한 알루미늄 합금 제품으로 진동관리를 통한 음질 개선을 해주는 전용 오디오 랙입니다.
시연 중 시스템 사진
회원님께 먼저 시연을 부탁드려 보았습니다. 별도로 룸 어쿠스틱을 하지 않은 일반 인테리어의 사무실이라 벽체가 얇고 재질이 약하며 좌우 공간이 조금 달라서 우려를 했는데 역시 사운드가 좀 이상합니다. 소리가 안정되지 못하고 고해상도의 음들이 서로 잘 낫다며 제멋대로 날아다닙니다. 아직 전체적으로 시스템 에이징이 덜되었고 공간을 낯설어 한 대도 이런 사양에 이 정도 규모의 시스템에서 날 만한 소리는 아니라고 느껴졌습니다. 바로 튜닝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인 페이스와 아웃 페이스를 맞추고 스피커 사이 간격과 토인 각도의 조정, 뒷벽과의 거리 등을 긴 시간 동안 다시 세팅하였습니다.
음악을 들어 봅니다. 그제서야 비로소 소리가 아닌 음악이 나옵니다. 한 끗 차이인데 마치 비유한다면 천국과 지옥을 오고 가는 상황이라 할까요. 프리가 없이 MSB의 레퍼런스 DAC의 프리 출력부를 직결하여 사용하였는데도 전혀 음악에 맛이 덜하거나 밋밋한 느낌이 들지 않습니다. 최고의 입지에 선 각자의 실력대로 모두 기기 본연의 임무를 다하며 전체의 하모닉스를 만들어내고 있었습니다.
그냥 아무 말 말고 조용히 음악이나 들어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마 이렇게 세팅에 민감하고 전후 변화가 심하며 예민한 시스템은 흔치 않을 거란 생각을 해봅니다. 초고가의 기민한 시스템일수록 세팅에 따라 결과가 극단적일 수 있음을 여지없이 잘 보여줍니다. 그리고 잘 세팅된 하이엔드 오디오는 공간의 열악함을 극복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해줍니다. 광대역에 투명한 고역, 그리고 뮤지컬리티의 핵심인 중역에서의 진한 질감과 밀도감, 게다가 공간을 가득 메우는 섬세하며 사실적인 깊은 저역을 보여줍니다. 저희가 제품의 미세 세팅을 마무리하고 회원님께 음악을 들려드리자 소리가 이전보다 많이 좋아졌다며 "평생 써야겠네~" 하며 허허 웃으셨습니다.
금번 시스템은 업무와 함께 음악을 늘 접하고 싶은 모든 이들이 가진 로망에 대한 어떤 이상향적인 모습을 실현한 대상이 아니었나 생각해 봅니다. 현재 회원분 집무실 한편에선 피아노 협주가 실연의 느낌으로 펼쳐지고 있습니다. 재즈 트럼펫의 피스 공명은 귀를 넘어 마음을 시리게 하고 있고요.
집무실 전경
모든 취재가 마무리될 무렵 사진 촬영을 진행하다 책꽂이에 꼽혀있던 많은 전문서적 속에서 문득 눈에 들어오는 책을 하나 보게 되었습니다. ‘흐르는 강물처럼’ 서로 무심한 듯하지만 가족애로 엮인 한 가족사 이야기입니다. 갑자기 제 머릿속에 번져간 이 오래된 이야기의 기억으로 인해 높은 빌딩 안에서 내려다보이는 창 아래 도로와 차량의 불빛들은 이미 반짝이며 도도히 흐르는 강물로 그리고 그 속에서 유유하게 헤엄치는 물고기로 변해 있었습니다.
‘삶은 마치 흐르는 강물과 같고 사랑하는 사람을 완전히 이해할 수 없어도 완전히 사랑할 수 있다’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들 그리고 음악과 오디오 우리의 삶, 언젠가 떠나보내야 할 것들에 대한 아쉬움, 그렇게 우리는 흐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