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을 위한 오디오 시스템
춘천의 한 초등학교 매킨토시 설치기
사람들의 여러 유형 중 하나는 지난것이 좋다하여 추억을 들춰 반추하며 아름답다고 여기는, 사람과 지난 것은 다 무의미하니 남김없이 잊어버리고 앞날만을 바라보며 살자는 부류의 두가지 모습이 존재한다 할 수 있습니다. 이글을 보시는 여러분은 어디에 가까운 유형의 사람이신가요. ‘지나간 삶을 즐길 수 있는 사람은 두 번 사는 것과 같다’ 한 시인은 이런 말을 했답니다.
우리가 왜 지나간 좋았던 시절을 자꾸 반추하는지 그때 시절의 노래와 연인과 추억거리를 떠올려 소환해 내는게 지금 현재를 바쁘게 살아내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와 가치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지나 오래된 것이 더 아름답고 보기좋았다고 느껴지는 건 일반적인 사람의 속성이 아닌가 싶습니다.
80년대 즈음의 삶을 경험했던 오디오파일들은 아마 기억을 하실 겁니다. 그때에 일본에서 제조된 오디오들의 스위치 배열과 노브들 LED램프 등의 디자인 조성 감각은 지금 보아도 참 높은 경지의 수준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당시에는 가격이 올라가 사양과 스팩이 조금씩 높아질수록 스위치가 하나더 조절 노브가 하나더 이런식으로 추가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게 이들의 수량이 하나씩 많아지고 좀더 복잡다단해질수록 디자인적인 구성이나 미적 완성도는 따라 높아졌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물론 현대의 스마트하고 댄디한 하이엔드적 기준으로 보자면야 촌스럽고 조잡한 단지 음질만을 소실시키는 무의미한 것 소모적인 기능들이라 반론할 분들도 계시겠지만 지금도 저는 그때의 제품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그들의 심미안과 디자인적 혜안에 어떤 영감을 얻고 그때 그 시간에 대한 향수를 불러 소생시켜주는 역할을 다해주고 있습니다.
그때 이후로 그런 비슷한 느낌의 감흥을 주었던 제품이 바로 매킨토시의 앰프였습니다.
여기 치열하고 냉정한 오디오 시장에서 끊임없이 사랑받고 지속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던 이유는 매킨토시의 한결 같은 디자인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진공관앰프 시절부터 오랜시간 특유의 향기를 품은 아이덴티티를 잃지 않고 현재까지 굳건하게 꾸준히 지켜온 메이커가 매킨토시 였습니다. 밤 공항의 비행기 활주로에서 영감을 얻어 디자인했다는 레벨 미터의 표시창은 블루아이즈란 애칭을 받으며 검은색 글라스 판넬과 노브들에서 은은히 새어나오는 불빛과 함께 부유하고 영화롭던 시기의 미국을 기억하는 물건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음악이 연주되는 동안 불이 꺼진 방안에서 커다란 창의 아날로그 바늘이 까닥까닥 움직이며 주는 몽환적 느낌은 블루 아이즈의 프르스름한 불빛과 함께 이의 탐미적인 매력에서 벗어나기가 여간 어려운게 아닙니다.
설치할 음악실 전경
그런 매킨토시 프리, 파워를 금번에 설치하였습니다. 설치 장소가 춘천의 한 초등학교 내에 있는 음악실이었는데요. 이 학교 음악 선생님께서 오디오에 관해 조예가 깊고 경력이 오랜 분이었습니다. 학생들을 위해 본인이 쓰시던 시스템을 학교 음악실에 직접 갖다 꾸며 놓으셨습니다. 현재까지 갖춰진 시스템들만 보아도 그 이력이 만만치 않습니다. 이런 음악실에서 제대로 갖춰진 좋은 오디오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학생들이 부럽기도 하고, 이 학교를 졸업한 학생들 중에 전문 음악인의 길을 걷는 인재나 음악을 사랑하는 이들이 많이 양성되어 배출되길 바래 보았습니다.
Mcintosh C70 프리앰프의 개봉
오늘의 파워와 같은 짝을 이루는 C70 프리앰프입니다. 매킨토시가 창립한지 70주년이 되었답니다. 오디오 브랜드 중에서 이처럼 오래된 메이커가 매킨토시 말고 또 어디가 있을까요. 1949년 AE-2 프리와 50W-1 파워 앰프를 발매하면서 하이파이 오디오 역사에 전격적으로 등단했던 매킨토시는 수많은 모델들을 성공적으로 세상에 선보이며 미국을 대표하는 오디오 메이커로 성장하였습니다. 긴 시간동안 묵묵하게 하이엔드 오디오만을 고집한 장인정신이 깃든 매킨토시는 디자인을 계승하며, 사운드는 현대적으로 일신한 끝없는 진화를 거듭하고 있는 브랜드 입니다.
50년대와 60년대 최고의 진공관 앰프 브랜드로 활약하면서 화려한 전성 시대를 맞이했던 매킨토시는 드디어 불후의 명기 MC 275와 C22앰프를 내놓게 됩니다. 이 앰프가 출시된 이후 솔리드스테이트 시대의 하이엔드 앰프들이 등장하기 직전까지 진공관 앰프의 황제로 군림했던 이들 앰프는 많은 오디오 애호가들에게 선망의 대상인 오디오였습니다.
이렇게 진공관을 잘 다루던 매킨토시에서 만든 명작 C22프리처럼 C70도 비슷한 구성으로 상단을 보면 아름답게 빛나는 진공관이 여럿 알 보입니다. 하나는 12AT7 쌍삼극관이며 다섯 개는 12AX7A 쌍삼극관입니다. MM 및 MC 포노단 회로를 갖추고 있고 이 외에도 현대 하이엔드 오디오 메이커들이 음질적 순도유지란 핑계로 지워버린 다양한 기능을 온전히 유지하고 있습니다. 톤 컨트롤 기능과 밸런스 조정 기능 등을 통해 환경 및 음악의 취향에 따라 조정하며 듣는 재미를 선물하고 있는 것입니다.
Mcintosh MC611 파워앰프
매킨토시에서 제조한 MC 611 파워앰프입니다. 디지털 앰프와 네트워크 제품들이 그들만의 편리함과 콤팩트한 장점으로 사용자를 유혹할 때에도 매킨토시는 우직하게 대형 트랜스를 사용한 트랜지스터 앰프를 현재까지 제작하고 있습니다. 예전에 유명했던 MC1000 만큼은 아니지만 엄청난 크기의 매킨토시 전매특허로 사각몰딩된 오토포머 트랜스와 전원트랜스 증폭부 등이 빈틈없이 꽉 들어차 있습니다. 오토포머 트랜스 덕분에 정격출력이 채널당 600W급임에도 임피던스에 따른 변화가 없어 2옴이든 8옴이든 수치가 동일합니다.
매킨토시는 고출력 앰프 제작에 예전부터 탁월한 장기를 가진 회사였습니다. 예전 MC3500(300W/채널당) 때부터 지금은 이정도 수치가 별로 대단할 것이 없어졌지만 그 당시에는 경이롭다는 평을 들을 정도였습니다. 지금까지도 고출력 하이엔드 앰프부문에서는 독보적인 우위를 점한다고 생각합니다. 주파수 응답 특성은 10Hz부터100kHz까지 재생 가능한 광대역 특성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수치상으로 볼 땐 대응하지 못할 스피커가 없을 듯 보입니다. 이런 멋진 분위기의 앰프로 음악을 실컷 들을 수 있는 아이들이 왠지 부럽기도 했고 제가 다시 어린시절로 돌아가 이런 시스템으로 음악을 들을 수 있었다면 지금 어떻게 변했을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해보았습니다.
다인 C2 Platinum과 골드문트 슈퍼다이얼로그 스피커
금번 설치한 매킨토시 앰프들과 짝을 이룰 다인오디오의 C2 platinum입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유닛뿐아니라 인클로저 설계 및 완성된 하이엔드 스피커를 제조가능한 국가들 중 하나가 바로 덴마크입니다. 다인오디오를 비롯 하이엔드 스피커에 들어가는 유닛들이 대부분 덴마크에 회사를 두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다인오디오의 경우 유명한 트위터인 에소타를 기반으로 세계적으로 다인오디오라는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특이한 이력의 회사로서 처음엔 자사에서 만들어진 트위터 및 미드 우퍼유닛을 납품만 하다 유명세를 타자 자사의 유닛에 가장 잘맞는 스피커를 개발하여 시장에 내놓게 되었습니다. 다인오디오는 착색을 입힌 듯 고유의 색채를 가지고 달콤한 고역과 적당한 양감의 텐션있는 저역특성으로 많은 애호가들을 빠져들게 하였습니다.
다인오디오를 대표하는 컨피던스 시리즈가 등장한 건 2002년입니다. 플래티넘 모델은 유닛을 장착하는 배플면이 이제까지의 블랙과 그레이 투톤에서 블랙 원톤으로 바뀌었고, 여기에 트위터를 마운트하고 있는 알루미늄 절삭 배플의 표면 마감을 샌드블라스트 가공처리 했습니다. 또한 패브릭 돔 트위터의 코팅 수준이 향상되어 균일성이 증가되었다고 합니다. 에소타2 트위터 두발에 7인치 미드베이스가 장착된 2웨이 4 유닛 저음반사형 스피커입니다.
LINN MAJIK DS 네트워크 플레이어
소스로는 네트워크 플레이어를 린의 MAJIK DS 로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린 클라이막스 바로 아래동생인 모델이지요. 린은 자사의 레코드회사를 운영하는 만큼 사운드에 있어 본질적인 음색과 음질에 대해 정확한 개념과 이해를 가지고 일관된 제품을 출시하는 회사입니다. 일찍이 네트워크 플레이어의 가능성과 미래를 예견하였고 선견지명을 가진 미래지향적 시각으로 제품설계에 접근하고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깨끗하고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스타일은 보는 이에게 세련되었단 느낌을 가지게 합니다. 외관의 마감이나 만듦새에서 아쉬움이 전혀 없습니다. 견고하고 묵직한 느낌의 케이스도 균형감이 넘쳐 납니다. LINN DS 시리즈의 개발 목표는 회로 그 자체는 물론 부품 하나에서부터 구성까지 세심하게 배려하여 음악을 눈앞에 소생시키는 하이퍼포먼스 오디오기기를 만들고 실현시키자는 것이랍니다. 보드와는 별도로 장착되어 있는 정밀하고 충실한 전원부의 설계와 네트워크 렌더러 플레이어 기능, 수준높은 고품질의 자체 DAC를 내장하여 사용자의 편의성도 높인 제품입니다.
ESOTERIC K-03X CD Player
CD 플레어는 에소테릭 K-03X 입니다. 에소테릭은 전통적인 SACD 플레이어의 강자로 불리고 있습니다. SACD 플레이어 시장에서 메커니즘의 우월성을 중심으로 독보적인 위치를 점유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소스를 논할 때 DAC와 트랜스포트 중 어느 것이 더 소리에 영향을 줄까 하는 논의들이 있곤 했는데 저는 트랜스포트의 손을 드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음악의 질을 좌우하는 첫 단추를 꾀어야 하는 곳이므로 진동이나 정확한 음악정보의 생성과 에러의 보정이 이뤄지고 진동이나 지터의 영향으로 인한 시그널의 오리지널리티의 재현과 유지정도에 따라 이후단에서 가공되는 음악의 수준은 천양지차가 될 수 있다는 근거에서 입니다.
에소테릭이란 브랜드를 유지시켜주는 절대적인 강점인 분야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 플레이어의 메커니즘 이지요. 세계최고의 기술력을 자랑하는 영역인 만큼 VRDS-NEO VMK-3.5-10 과 새로운 VS-DD 드라이브 시스템을 적용하고, 턴테이블의 베이스와 턴테이블 연결부를 두터운 두랄루민으로 제작하는 등 회전에서 오는 미세한 진동과 공진을 컨트롤해서 더욱 자연스럽고 정교한 사운드가 가능하도록 하였습니다. 듀얼 모노럴 구성의 DAC 칩은 아사히 카세히의 AK4495S를 사용함으로써 더욱 향상된 디지털 신호 재생과 최적화된 DSD 재생을 지원하는 제품입니다.
GOLDMUND 27.8 프리앰프
골드문트사가 설립된 배경은 앰프도 스피커도 아닌 아날로그의 부품 제조에서 였습니다. 1977년 프랑스 동부 알사스에서 두 명의 대학생이 개발한 레코드 플레이어용 톤암을 만들어 소개하면서 부터입니다. 이 톤암을 보고 당시 마크레빈스 등의 하이엔드 제품을 수입해 판매했던 엔지니어 출신의 현재 사장인 미셸 르베르숑이 골드문트사의 상표 및 생산권을 인수해 회사를 그의 조부의 고향인 스위스로 옮겨 지금의 골드문트사를 일구어 내게 되었습니다.
프리앰프는 골드문트의 미메시스 27.8 프리앰프입니다. 사실 초등학교의 음악실에서 골드문트 제품을 만나리라곤 미처 생각을 하지 못했습니다. 예전 제가 중학교때 음악실에 국산 에로이카 리시버오디오가 장식장에 놓여있던게 기억이 납니다. 가끔 토요일 음악시간에 음악선생님이 베토벤 교향곡, 쇼팽의 피아노곡을 틀어 주셨는데 당시에도 제귀에는 소리가 좋게 느껴져 끝나고 브랜드를 살펴보았던 기억이 나네요.
누가 봐도 천상 골드문트 프리라인의 스타일입니다. 순백의 알루미늄 섀시에 검은색 디스플레이와 치밀하게 가공된 양쪽 노브의 디자인. 디스플레이 위에는 골드문트의 표식이 찬란한 금장으로 자랑스럽게 인쇄되어 박혀 있습니다. 요즘 이 학교의 아이들이 이 표식을 보게되면 예전의 저처럼 나중에 어른이 되어도 기억을 할려나요. 물리적인 사양은 골드트의 가문답게 신호대 잡음비는 120dB 이상을 보이며, 주파수응답특성은 10Hz~200kHz까지 거의 플랫한 특성을 보여줍니다.
GOLDMUND Telos 280 파워앰프
프리앰프와 짝을 이룬 파워앰프도 골드문트사의 텔로스 280제품입니다. 골드문트 앰프들은 타기기와 비교해 매우 빠른 스피드로 유명합니다. 또한 대표적인 기술중에 메커니컬 그라운드도 있죠. 이렇게 어떤 브랜드가 이토록 명확한 특징을 인식시킬 수 있다는 것은 타업체와 차별되는 확실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을 입증합니다.
골드문트 앰프의 소유자 분들의 브랜드를 향한 충성도는 절대적입니다. 아마 그것은 가격이나 기기의 사운드를 떠나서 그냥 골드문트란 제품의 소유 자체가 어떤 의미나 가치감을 부여해주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바이어스 전압을 높게 설정해 주고 대신 쿨링 시스템을 더 강력하게 보완해 항상 앰프가 최적의 상태에서 구동되고 그러면서도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는게 가능하도록 설계가 이루어졌다고 합니다.
앰프와 짝을 이루는 골드문트의 슈퍼다이얼로그 모델의 스피커도 있습니다. 슈퍼다이얼로그라는 모델은 90년대 말에 생산된 3웨이 모델입니다. 보통 골드문트의 스피커라면 대역별로 각각 분리된 인클로져의 엄청난 사양과 사이즈의 모델들만 언뜻 떠올리시겠지만 이전엔 이렇게 일반적인 스타일의 플로워스텐드형 제품도 생산을 했었습니다. 9인치 콘형 우퍼에 5.5인치 미드레인지 드라이버를 갖춘 골드문트에서는 엔트리급에 속하는 모델이지만 보컬과 소편성에서의 섬세한 표현도 우수하고 대편성의 리얼한 사운드스테이지의 표현이 좋았던 제품입니다.
음악을 연주하는 시스템 전경
새로 설치한 매킨토시 앰프와 다인오디오 C2 Platinum의 조합은 어린 학생들의 마음처럼 수수하고 순결한 소릿결과 시원한 무대감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강당 구조상 스피커간의 거리가 좀 먼 편이라 저음의 응집력이나 전체적인 밀도감에서 조금은 아쉬운 부분은 있었지만 음악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고 그의 본질을 이해시키도록 교육하는데는 조금의 부족함도 없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기업이나 제품이 대중에게 아이덴티티성을 인정받는 것도 쉽지 않지만 오랜 시간동안 이를 지키고 유지하는 것은 더 어렵다는 것을 우리는 여러 경험과 사례들을 통해 알고 있습니다. 자신만의 색깔만으로 아이덴티티가 성립되는 것은 아닐겁니다. 어떤 사물에 대한 깊은 통찰과 고민을 통해 디자인의 철학을 확립하고 이를 강한 메시지로 승화시킬 수 있을 때 소비자에게 감동을 주는 것이겠지요. 저희는 오늘도 이런 향기와 아우라가 곁들어 있는 멋진 오디오 제품들이 많이 만들어져 저희 오디오 파일들이 행복할 그날이 오길 응원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