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회후기]285회 시청회 후기
초하이엔드 시대를 열다, 네임 Statement & 포칼 Grand Utopia EM EVO

HIFICLUB 2019-08-12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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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칭과 브랜드

 

 

하이파이 오디오는 첫 번째도 매칭이요, 두 번째도 매칭입니다. 아무리 뛰어난 성능을 가진 스피커도 좋은 매칭을 갖는 앰프, 소스 기기와 함께 어울렸을 때 제 성능을 발휘하며 이름값을 합니다. 그래서 오디오 시장에서 오디오파일은 물론이며 수입사 또는 딜러에 이르기까지 환상의 매칭을 찾으려 합니다. 하지만 이런 매칭은 때로는 수입사 또는 본사의 움직임에 따라 좌우되기도 합니다. 한편 오디오파일들 사이에 자연스럽게 좋은 매칭을 이루는 조합이 유행하며 다른 브랜드이면서도 서로 잘 어울리기도 하죠. 과거 오라는 B&W와 매칭을 이루기도 했고 이젠 B&W는 매킨토시와 자주 매칭되어 팔려나가곤 합니다. 뮤지컬 피델리티 초창기 시절 A1X 같은 경우는 영국의 소형 북셀프와 환상의 조합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았습니다.

 

 

 

 

하이엔드 오디오 쪽도 이런 경우를 자주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대표적으로 윌슨 오디오는 볼더와 함께 여러 하이엔드 오디오 쇼에서 자주 시연되었죠. 지금도 윌슨 오디오에 볼더를 매칭해서 사용하는 국내 유저들이 꽤 있습니다. 트랜스페어런트 케이블을 내부 선재로 사용하기 때문에 당연히 윌슨엔 트랜스페어런트 스피커 케이블이 공식처럼 따라다녔습니다. 락포트 같은 경우는 한때 VTL과 많이 매칭했고 국내에서 매지코 같은 스피커는 CH 프리시전이 제짝처럼 어울려 다닙니다. YG 어쿠스틱스 같은 경우 오디오넷과 자주 매칭하며 국내에서는 비올라와 댄 다고스티노 같은 기함급 앰프가 동원되곤 합니다. 어떤 경우는 아예 원 브랜드로 움직이며 매칭되곤 하죠. 그리폰 같은 브랜드가 대표적입니다.

 

 

 


 

 

네임 & 포칼

 

 

그런데 이번엔 커다란 사건이 있었습니다. 바로 네임 오디오의 수억 원대 플래그십 하이엔드 앰프와 포칼의 플래그십 스피커가 한 데 모였습니다. 한 쪽은 전통적인 노선의 브리티시 사운드를 대표하는 네임 오디오의 아날로그 증폭 앰프고 다른 한쪽은 프랑스의 매우 현대적인 하이엔드 스피커 메이커입니다. 언뜻 보면 서로 전혀 상관이 없지만 각 나라는 대표하는 하이엔드 오디오 브랜드임은 분명합니다. 그리고 이들은 몇 년 전 한 회사로 통합되었습니다.

 

 

 

 

아마도 이런 인수/합병 결과 때문에 이루어진 매칭이라면 기대를 꺾게 만드는 것이 사실입니다. 소리가 목표가 아니라 단지 같은 회사의 두 개 메이커를 조합한 상업적 마케팅일 거라도 단정 짓는 게 일반적인 반응일 겁니다. 하지만 섣부른 단정과 편견은 금물입니다. 실제 들어보기 전까진 모르는 게 소리의 세계니까요.

 

 


 

 

네임 Statement

 

 

이번 시청회의 주인공은 네임 오디오의 Statement 프리/파워앰프 그리고 포칼 Grand Utopia EM EVO입니다. 일단 네임 오디오의 소개가 이어졌습니다. 네임 오디오는 벤틀리 자동차에 옵션으로 선택 가능한 카오디오까지 만드는 메이커로 성장한 영국 굴지의 오디오 메이커입니다. 1970년대 설립 후 NAP200을 시작으로 끊임없이 혁신하고 성장하면서 지금까지 한 번도 흔들림 없이 전 세계에 브리티시 네임 사운드를 알려왔습니다. 특히 네임 오디오 같은 경우 네임 오디오 사용자끼리의 포럼이 활성화되어 있고 구형 제품에도 리캡 서비스를 통해 지속적인 업그레이드를 해주고 있죠. 그래서 한번 네임 오디오 유저가 되면 계속해서 그들의 팬이 되는 중독성이 있습니다.

 

 

 

 

음질적으로도 통통 튀는 리듬감, B 클래스 증폭 등 호불호가 명확하며 디자인에 대한 선호도 극과 극으로 갈렸습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네임 오디오는 네트워크 스트리밍 등에 대한 커다란 투자와 함께 현재 가장 잘 나가는 디지털 소스 기기 메이커로 성장했습니다. 이 외에 뮤조 등 라이프스타일 오디오 분야로 개척해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죠. 이런 혁신의 중심엔 플래그십 Statement가 있었습니다.

 

 

 

 

2010년부터 타협 없이 전 세계 최고 수준의 하이엔드 앰프를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한 프로젝트의 결과물이 바로 Statement입니다. 이 모델은 겉으로 보기엔 여섯 개의 블록으로 이루어진 인티앰프 같기도 하고 일종의 금속 조형물 같습니다. 하지만 프리앰프와 모노 블록 파워앰프 그리고 각각의 전원부가 일관된 디자인 안에 숨 쉬고 있는 앰프입니다.

 

 


 

 

네임이 포칼을 만났을 때

 

 

Carla Bruni - Stand by your man

French Touch

 

일단 네임 Statement가 포칼 Grand Utopia EM EVO을 만났을 때 과연 어떤 소리를 내줄 수 있을지 기대하고 있는 만큼 한 곡 들어보면 궁금증을 해소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첫 곡은 칼라 부르니의 ‘Stand by your man’입니다. 일단 이 커다란 스피커를 네임 오디오는 가뿐하게 제동해냅니다. 또한 시청회 장소가 꽤 커다란 하이파이클럽 메인홀인데 그 면적을 높은 음압으로 꽉 채워버립니다. 이런 압도적인 쾌감은 아방가르드 스피커 이후 처음 있는 일입니다.

 

특히 칼라 브루니의 목소리는 방금 목을 축인 듯 매우 싱싱하며 입이 보일 정도로 가사 발음이 또렷합니다. 이 커다란 스피커를 이렇게 압도적인 제압했던 앰프는 이제까지 보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힘으로 억지스럽게 짓누르고 억세게 밀어붙이는 게 아니라 여유롭고 차분하게 악기들을 분리해서 들려줍니다. 칼라 부르니와 백업 뮤지션들의 악기가 충분한 거리를 두고 각각의 레이어링을 형성합니다. 스피커가 워낙 대형기이기 때문에 음상은 높게 잡히므로 충분한 거리를 두고 들어야 하는 건 물론이지만 공간만 허락된다면 그 누구도 유혹을 뿌리치기 힘들 디자인과 소리입니다.

 

네임 오디오 Statement의 이번 세팅에서 재미있는 건 케이블입니다. 네임 오디오는 세팅에 필요한 케이블을 모두 자사에서 제공하는 케이블을 추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기판은 물론이며 단자들도 섀시와 약간의 유격을 두고 있습니다. 모두 이들의 특별한 진동 제어 방식이죠. 이번 세팅에서는 거의 모두 네임 오디오가 제공하는 순정 케이블을 사용해 그들이 지향하는 소리를 최대한 변경 없이 들려주려 노력했습니다. 확실히 포칼이 주장하는 설계 이념과는 사뭇 다른 네임 오디오입니다. 그럼 이 두 조합이 들려주는 또 다른 음악은 어떨까요?

 

 

Michael Bublé - Fly to the moon

bublé! (Original Soundtrack from his NBC TV Special)

 

마이클 부블레의 ‘Fly to the moon’. 1969년 미국 케네디 대통령의 달 탐험의 꿈이 이루어졌고 아폴로 11호에 달에 착륙했으며 달 탐사선이 이륙할 때 선내에서 이 곡이 울려 퍼졌다는 건 유명한 사실. 당시 프랭크 시나트라가 노래했던 것보다 좀 더 젊고 세련된 음악으로 다시 태어난 곡은 현장의 열기, 생생한 보컬과 악기들의 조화가 무척 인상 깊게 펼쳐집니다. 오히려 실제 실연의 그것보다 더 정교한 것 같습니다. 대개 이런 대형기의 경우 스케일이 커 호쾌하게 듣기는 좋지만 낮은 볼륨에선 다이내믹스, 디테일이 확 줄어들어 음악 듣는 재미가 없어지지만 스테이트먼트가 제어하는 Grand Utopia EM EVO는 볼륨과 관계없이 매우 섬세하고 정확한 표현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이런 소리의 근간엔 여러 설계 특징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일단 Statement는 철저한 분리주의를 고수하고 있습니다. 상단 중앙의 프리앰프를 중심으로 좌/우로 늘어선 모노 블록 파워앰프, 그리로 그 아래 세 개의 블록은 프리앰프와 모노 블록 파워앰프 각각에 전원을 공급하는 전원부입니다. 전압 증폭, 전류 증폭단을 물리적으로 완벽히 분리해 설계한 것입니다. 또한 각각의 기기 내부에 위치한 PCB 보드는 섀시로부터 플로팅 시키고 황동 기판 위에 앉히는 등 물리적, 전기적 노이즈로부터 음악 신호를 철저히 보호하고 있는 설계입니다.

 

 

정미조 - 개여울

37 YEARS

 

이런 특성들은 정미조의 ‘개여울’, 마일스 데이비스의 ‘Bye bye black bird’같은 곡에서 빛을 발했습니다. 일단 ‘개여울’을 들어보았습니다. 포칼에 대한 일반 대중들의 인식은 칼 같은 포커싱과 입체적인 홀로그래픽 음장감입니다. 하지만 네임 Statement에 매칭 한 Grand Utopia EM EVO는 음색에 약간의 온기가 더해지고 중역대에 살집이 붙으면서 기존에 듣던 포칼 사운드를 중화시켜주었습니다. 장점은 해치지 않으면서 약간의 단점까지도 충실히 보완해주는 모습입니다. 특히 보컬과 피아노, 관악의 표면 질감이 진하게 표현됩니다.

 

 

Miles Davis - Bye bye blackbird

'ROUND ABOUT MIDNIGHT

 

마일스 데이비스의 트럼펫 같은 경우도 음색적으로 상당히 잘 조율된 소리로 변모했습니다. 본래 네임 오디오의 상급기를 들어보면 예전부터 매우 진한 에스프레소 커피 같은 질감을 들려주었는데 네임 Statement에선 이런 매력이 극대화되었습니다. 더불어 네임 Statement에선 기존 네임 오디오 앰프들의 성능을 넘어서 최신 하이엔드 앰프들의 폭넓은 대역, 디테일, 높은 출력을 과시하면서 포칼을 또 다른 스피커로 만들어버렸습니다. 더욱 맑아졌고 그들만의 밀도 높은 회화적 이미지는 Grand Utopia EM EVO에서 더욱 빛났습니다.

 

네임 Statement는 무려 4,000VA 용량의 대용량 트랜스포머를 투입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출력 트랜지스터의 경우 특별히 제작한 009 트랜지스터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는 열전도율이 굉장히 뛰어나고 증폭 특성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게다가 히트싱크 디자인 및 영민한 출력단 설계를 통해 높은 출력을 보이면서도 매우 안정적으로 작동합니다. 네임 Statement의 최종 출력은 8옴 기준 846와트. 4옴으로 떨어질 경우 1,450와트를 내줍니다. 그러나 더 놀라운 것은 스피커가 작동 중 극한의 상황, 즉 1옴까지 임피던스가 하강하는 경우입니다. 이때조차도 네임 Statement는 전혀 힘들이지 않고 무려 9,000와트까지 출력을 지원합니다.

 

 

Jordi Savall

Coriolan Overture

Beethoven: Sinfonia Eroica No.3 Op.55

 

이런 어마어마한 출력 특성은 어떤 커다란 다이내믹스 폭도 아쉬움 없이 소화해줍니다. 예를 들어 조르디 사발의 ‘Coriolan Overture’를 들어보면서 그 능력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포칼이 재생 가능한 최대 소리의 크기는 대단히 높습니다. 아마도 일반 가정에서 이 능력을 전부 활용할 일은 없을 겁니다. 중요한 것은 소리의 크기가 아니라 얼마나 작은 소리에서부터 큰 소리까지 세밀한 폭으로 표현해낼 수 있는가입니다. 또한 대음량에서도 우퍼의 제동이 빨라야 그룹 딜레이가 없이 말끔한 소리를 커다란 스케일로 즐길 수 있어야 합니다. 이 곡에서 네임 Statement는 이 커다란 대형기 Grand Utopia EM EVO를 마치 북셀프처럼 빠르고 응집력 높게 제어해주는 진풍경을 연출해주었습니다.

 

 


 

 

7억 원대 초하이엔드 시대를 열다

 

 

 

 

이번 시스템은 네임 Statement와 포칼 Grand Utopia EM EVO 그리고 소스 기기로 MSB 프리미어 DAC 등으로 구성되었습니다. 다 합하면 우리나라 돈으로 약 7억 원대 정도입니다. 일반인들이 이 정도 돈을 오디오에 쏟아부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그러나 이번 매칭을 통해 네임 오디오와 포칼이라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브랜드가 만들어내는 훌륭한 하모니를 확인할 수 있었다는 건 커다란 수확입니다. 단지 자본의 결합으로 인한 흔한 마케팅 때문이 아니라 음질 자체로 뛰어난 조합이 또 하나 탄생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앞으로 네임 Statement는 여러 스피커와 매칭을 해볼 수 있겠지만 포칼과의 만남은 앞으로 일종의 레퍼런스로 기억될 것입니다.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은 회원분들이 참석한 시청회였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