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9회 시청회 후기
한자리에서 즐긴 R2R DAC 4기종 품평회
몇 년 전부터 강호에 R2R DAC 열풍이 불었습니다. R2R DAC은 1982년 CD가 등장한 이래 DAC의 지배자로 군림했던 델타 시그마 DAC과는 전혀 다른 설계와 소릿결로 일부 애호가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기도 했죠. 그리고 이 R2R DAC 진영의 양대 산맥은 미국 MSB와 프랑스 토탈 DAC(Total DAC)이었고, 후발 주자로 불가리아 쓰랙스(Thrax)와 이탈리아 아쿠아 어쿠스틱 퀄리티(Aqua Acoustic Quatlity)가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제299회 하이파이클럽 시청회는 바로 이 R2R DAC을 한자리에서 비교 시청하는 자리였습니다. 가격 순으로 쓰랙스의 Maximinus MK2(맥시미누스 MK2), MSB의 Premier(프리미어), 그리고 아쿠아 어쿠스틱의 Formula xHD(포뮬라 xHD)와 La Voce S3(라 보체 S3), 이렇게 4기종이었습니다. 쓰랙스 제품의 경우 MK1 때는 MSB R2R 모듈을 썼지만 MK2가 되면서 자체 개발한 R2R DAC 모듈을 채용한 만큼 온당한 비교가 가능해졌습니다.
시청회 세팅 기기
하이파이클럽 제1시청실에서 진행된 이번 시청회 세팅은 다음과 같습니다. 네트워크 플레이어는 웨이버사의 W Router, 프리앰프는 쓰랙스의 Dionysos, 파워앰프는 브라이스턴의 모노블록 28B³, 스피커는 B&W의 802 D3였습니다. 28B³ 파워앰프는 8옴에서 1000W를 내는 대출력 앰프이며 게인은 29dB, 주파수 응답 특성은 1Hz~100kHz(-3dB), 댐핑 팩터는 300 이상을 보입니다.
R2R DAC 기본 컨셉트
시청회에 등판한 R2R DAC 4기종을 살펴보기 전에, R2R DAC의 기본 원리부터 핵심만 짚고 넘어갈까 합니다. 다행인 것은 마이크로프로세서에서 작동하는 델타 시그마 DAC과는 달리, R2R DAC은 두 디스크리트 저항의 비율로 아날로그 전압값을 얻는 방식이라 비교적 이해가 쉽다는 점입니다. R2R DAC은 기본적으로 정확히 2배 차이가 나는 저항 2종(R, 2R)의 조합으로 2진법 입력 디지털 신호를 아날로그 전압으로 바꿔줍니다.
예를 들어 4비트 R2R DAC은 다음과 같이 설계됩니다.
여기서 Vref는 기준전압(5V), R 저항값은 1.25k옴, 2R 저항값은 2.5k옴, Vout은 출력전압입니다. 따라서 Vout은 옴의 법칙(V = I x R)에 따라 Vout = 전류 총합(I) x 저항(Rf)이 됩니다. 이렇게 해서 얻어진 출력전압에 이 4비트 DAC의 해상도(기준전압/(2x2x2x2-1)를 곱해주면 최종 출력전압(Final Vout)이 얻어지게 됩니다. 6비트 DAC의 해상도는 '기준전압/(2x2x2x2x2x2-1)'이 되겠지요. 비트 수가 많아질수록 해상도가 촘촘해지는 것이 수식으로도 나타납니다. 어쨌든 Vout을 구하는 수식은 다음과 같습니다.
Vout = I x R
Vout = (V1/R + V2/2R + V3/4R + V4/8R) x Rf
Vout = (Rf/R x V1) + (Rf/2R x V2) + (Rf/4R x V3) + (Rf/8R x V4)
그런데 Rf는 4비트 DAC의 경우 8R(1R, 2R, 4R, 8R), 즉 10k옴이 됩니다. 5비트 DAC이라면 16R인 20k옴, 6비트 DAC이라면 32R인 40k옴이 되겠지요. 이 상태에서 1101이라는 2진법 디지털 신호가 들어오면 출력전압은 다음과 같이 구할 수 있습니다.
Vout = {(10k/1.25k) x 1} + {(10k/2.5k) x 1} + {(10k/5k) x 0} + {(10k/10k) x 1}
Vout = 8 + 4 + 0 + 1 = 13
여기에 이 4비트 DAC의 해상도를 곱해주면 최종 출력전압이 얻어집니다.
Resolution = 5V/{(2x2x2x2) - 1} = 0.334V
Final Vout = Vout x Resolution = 13 x 0.334V = 4.342V
즉, 1101 디지털 신호가 이 4비트 R2R DAC에 들어오면 최종 4.342V라는 아날로그 전압값이 얻어지게 됩니다. 만약 6비트 R2R DAC에 111111 신호가 입력되면, 마찬가지 수식과 과정을 통해 해상도는 0.07936V, 최종 출력전압은 4.99968V가 나오게 됩니다. 기준전압에 아주 가까운 수치가 얻어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에 비해 6비트 R2R DAC에 110101 신호가 입력되면, 4.20608V가 나오게 됩니다.
아쿠아 어쿠스틱 La Voce S3, Formula xHD
아쿠아 어쿠스틱 퀄리티는 제품 디자이너이자 엔지니어인 크리스티안 아넬리(Cristian Anelli)와 마케터 스테파노 젤로(Stefano Jelo)가 2010년 이탈리아 밀라노에 설립한 DAC 제작사입니다. 이들은 처음부터 2가지를 내세웠습니다. R2R 방식의 컨버팅과 디지털 필터링의 추방이었죠. “델타 시그마 방식과 오버샘플링 DAC이 스펙은 화려할지 몰라도 오리지널 신호를 가장 순수하게 전달할 수 있는 것은 디지털 필터링이 없는 R2R DAC”이라는 믿음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처음 선택한 것은 디스크리트 방식이 아닌 R2R 기성 칩이었습니다. 2010년에 나온 오리지널 라 보체(La Voce)는 무려 3가지 R2R 칩을 옵션으로 내걸어 하나를 선택할 수 있게 했습니다. 16비트 칩인 필립스의 TDA1541A, 18비트 칩인 아날로그 디바이시스의 AD1865, 24비트 칩인 버브라운의 PCM1704K가 그것이었죠. 그러다 2018년 3월 S3 버전이 되면서 마침내 칩을 버리고 일일이 저항을 붙여 R2R 컨버팅 스테이지를 완성시켰습니다.
La Voce S3 내부 모습
아쿠아 어쿠스틱이 이처럼 칩 대신에 디스크리트 방식을 선택한 것은 2016년 5월 자사 고유의 컨버팅 시스템인 Optologic(옵톨로직)을 채택한 플래그십 Formula DAC부터입니다. 이후 2016년 10월 중간 모델인 라 스칼라(La Scala)도 mk2 Optologic 버전이 되면서 디스크리트 방식을 채택했고, 2018년 3월 막내인 라 보체도 마침내 디스크리트 R2R DAC으로 변모한 것입니다. 일종의 트리클 다운인 셈인데, 라 보체 S3는 옵톨로직 버전까지는 수혈받지 못했습니다.
포뮬라 xHD와 라 보체 S3, 두 DAC의 핵심은 이렇습니다.
Formula xHD : 디스크리트 R2R 래더 뱅크 채널당 2개, 옵톨로직 컨버팅 시스템, 24비트/768kHz, DSD256
La Voce S3 : 디스크리트 R2R 래더 뱅크 채널당 1개, 24비트/384kHz, DSD128
L'Orchestre de Contrebasses
Bass, Bass, Bass, Bass, Bass & Bass
시청회 1부 첫 곡은 아쿠아 어쿠스틱의 라 보체 S3로 시작했습니다. 일단 기름기가 싹 가시고 에너지감이 넘치며 선이 굵은 소리라는 인상이 듭니다. 사운드 스테이지의 공간감도 넓고 깊고, 베이스의 탄력감과 파워, 맺고 끊는 모습도 잘 관찰됩니다. 강단이 분명하고 배음도 풍부하네요. 잘 만든 R2R DAC이 대개 그렇듯이 라 보체 S3도 디지털 냄새가 거의 느껴지지 않으면서도 분해능에 있어서 크게 흠잡을 데가 없습니다. 첼로 특유의 칼칼한 촉감이 생생히 재현되는 것 또한 R2R DAC의 독보적 매력이라 하겠지요. 음수가 많고 빽빽한 점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호방하고 선이 굵은, 전형적인 R2R DAC 사운드”라는 진행자의 말에 참석 회원분들 대부분이 동의하는 눈치였습니다. 그러나 이어 들은 존 바에즈의 ‘Let It Be’에서는 분해능에 비해 음수가 조금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었고, 코플랜드의 ‘보통 사람을 위한 팡파레’에서는 팀파니 스킨의 질감은 잘 느껴져졌지만 아주 단단한 저역까지는 아니었습니다. 전체적으로 무게중심이 낮은 음을 들려준 DAC이었습니다.
쓰랙스 Maximinus MK2 DAC
쓰랙스에서는 맥시미누스 MK2 DAC을 ‘유니버설 DSP 컨트롤 디스크리트 레지스터 래더 DAC’(Universal DSP Controlled Discrete Resistor Ladder DAC)이라고 소개합니다. MK1 때만 해도 MSB의 플래티넘 R2R DAC 모듈을 썼지만, MK2가 되면서 쓰랙스가 자체 개발한 디스크리트 R2R DAC 모듈을 채택했습니다. PCM은 32비트/384kHz까지, DSD는 DSD128까지 컨버팅할 수 있으며, MK1에 비해 작동 전압을 3배 높인 새로운 정류단과 업그레이드된 클럭을 통해 디테일과 해상도를 더욱 높였다고 합니다.
맥시미누스 MK2 DAC이 돋보이는 것은 MK1 때와 마찬가지로 컨버팅 후 일체의 증폭회로나 필터 회로 없이 곧바로 출력 트랜스포머로 연결, 임피던스만 낮춰진 상태에서 뒷단의 프리앰프나 인티앰프로 빠져나가는 점입니다. 물론 밸런스 출력단의 경우에는 이러한 출력 트랜스가 2개 동원됩니다. 어쨌든, 출력단에 잘 만든 트랜스포머를 투입할 경우 커플링 커패시터를 쓸 때보다 임피던스 매칭 등 여러 면에서 매우 유리한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동축, 옵티컬, USB 등 디지털 입력단 바로 뒤에도 각각 입력 트랜스포머를 설치, 케이블 등을 타고 들어오는 노이즈(커먼모드 노이즈 인젝션. Common Mode Noise Injection)를 제거하는 점도 눈길을 끕니다. 이는 트랜스포머가 코어를 사이에 두고 1차 권선과 2차 권선이 떨어졌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트랜스를 일종의 커플링 장치로 활용, 노이즈가 건너오지 못하게 한 것입니다. 이처럼 쓰랙스가 입출력단에 트랜스를 애용하는 것은 제작자 루멘 아르타르스키(Rumen Artarski)가 진공관과 트랜스포머 예찬론자이기 때문입니다.
입력 트랜스를 빠져나온 디지털 신호는 쓰랙스가 FPGA로 직접 설계한 DSP를 거치는데, 44.1kHz와 48kHz 입력신호를 각각 352.8kHz와 384kHz로 업샘플링하고 내장 클럭에 맞춰 입력신호의 클럭값을 재조정합니다. 선호도와 주변 환경에 맞춰 업샘플링과 리클럭킹을 배제할 수 있고, 디지털 필터링 또한 4가지 옵션 중에서 선택할 수 있습니다.
Joan Baez - Let It Be
Hits/Greatest & Others
시청 기기를 아쿠아 어쿠스틱의 라 보체 S3에서 쓰랙스의 맥시미누스 MK2 DAC으로 바꿔 들어봤습니다. 가격 순으로 듣자면 포뮬라 xHD DAC, 프리미어 DAC, 맥시미누스 MK2 DAC으로 들어야 했지만, 곧바로 최상급기로 들어보니 음질 차이를 보다 확실하게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라 보체 S3와 가장 다른 점은 음이 낭랑하고 소프트하며 섬세해졌다는 것입니다. 특히 음끝이 나긋나긋하고 한없이 부드러운 점이 가장 돋보입니다. 억센 구석이 전혀 없네요. 존 바에즈 그녀가 바로 앞에서 노래를 부르는 것 같습니다. 라 보체 S3로 들었던 ‘보통 사람을 위한 팡파레’에서도 팀파니 스킨의 질감이 더욱 생생하게 느껴졌고 고역의 뻗음도 몇 곱절 좋아진 것이 확연했습니다. 풋워크는 사뿐사뿐 경쾌해졌으며 라 보체 S3에서 약간 아쉬웠던 저역의 단단함도 크게 개선되었습니다.
Andris Nelsons, Boston Symphony Orchestra
Shostakovich Symphony No.5
Shostakovich Under Stalin’s Shadow
맥시미누스 MK2 DAC으로 클래식 대편성곡을 하나 더 들었습니다. 선명한 윤곽선과 보드라운 입자감을 가진 음들이 그야말로 쑥쑥 뛰쳐나옵니다. 802 D3로부터의 이탈감이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대단합니다. 이 DAC이 전해주는 호방하고 거침없는 모습에 정신마저 번쩍 드네요. 고역 특성, 그러니까 금관악기들이 자신들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쏘아진 것처럼 존재감을 발휘하는 것은 딥블랙의 배경이 받쳐줬기에 가능한 일이겠지요. 4악장 막판에는 음들이 쓰나미처럼 몰려오고, 팀파니 연타는 천둥처럼 거세고 묵직하게 폭발해버렸습니다.
MSB Premier DAC
R2R DAC으로 명망이 높은 미국 MSB 테크놀로지는 엄격하게 라인업이 짜였습니다. 플래그십인 Select(셀렉트), 서열 2위인 Reference(레퍼런스), 그리고 이번 시청회 주인공인 Premier(프리미어), 그리고 막내인 Discrete(디스크리트) 순이죠. 이 중 프리미어와 디스크리트 DAC은 지난해 선보인 새 제품들인데, 넘사벽 가격의 두 상위 모델을 트리클 다운시켰습니다. 셀렉트와 레퍼런스가 하이브리드(Hybrid) DAC 모듈을 쓰는데 비해, 프리미어와 디스크리트는 이를 3분의 2 크기로 줄인 프라임(Prime) DAC 모듈을 새로 투입했습니다. 프리미어는 4개, 디스크리트는 2개 프라임 모듈을 씁니다.
Prime DAC Module
프리미어 DAC은 기본적으로 PCM은 최대 32비트/3072kHz까지, DSD는 최대 DSD512까지 컨버팅할 수 있습니다. 디지털 볼륨단이 있어 프리앰프로도 쓸 수 있고, 외부 클럭과 동기화할 수 있는 입력단도 갖췄습니다. 아날로그 입력단은 없고 디지털 입력단으로 동축(RCA)과 광을 갖췄으며, USB 입력이나 MSB가 자체 개발한 Pro ISL 입력, 네트워크 렌더링은 옵션 모듈로 선택할 수 있습니다. 아날로그 출력단은 XLR 1조만 갖췄는데, 출력전압은 3.57Vrms, 출력 임피던스는 최대 150옴에 그칩니다.
프리미어 DAC은 또한 전원부 분리형입니다. 기본 전원부는 하프사이즈의 Discrete Power Supply(데스크톱 파워서플라이)로, 전용 케이블(듀얼 링크)을 통해 1) 본체의 DAC과 클럭, 2) 디지털 프로세싱과 입력단 각각에 전원을 공급합니다. 전원부를 하나 더 추가하면, 1)과 2)를 각각의 전원부가 커버하기 때문에 SNR과 관련한 음질 향상을 얻을 수 있습니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토로이달 전원트랜스가 2개 투입된 풀 사이즈의 Premier Powerbase(프리미어 파워베이스)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습니다. 이번 시청회에는 이 프리미어 파워베이스가 물려 있었습니다.
3기종 연속비교(Maximinus MK2 vs Premier vs Formula xHD)
Arthur Grumiaux, Riccardo Castagnone
Ciaccona
맥시미누스 MK2, 프리미어, 포뮬라 xHD DAC을 연이어 들어봤습니다. 실제 시청시에는 한 기종으로 3곡을 듣고, 다른 기종으로 바꿔 다시 같은 3곡을 듣는 방식으로 진행됐지만, 이 글에서는 곡별로 3기종의 청음 결과를 모아봤습니다. 그래야 각 기종의 차이가 보다 선명하게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우선 그뤼미오가 연주한 비탈리의 샤콘을 쓰랙스 맥시미누스 MK2 DAC으로 들어보면, 바이올린의 한 음 한 음을 섬세하게 표현해줍니다. 개인적으로는 코드 DAVE에 Hugo M Scaler를 붙인 것처럼 해상도가 대단합니다. 피아노 역시 선명하게 들립니다. MSB의 프리미어 DAC으로 바꿔보면 음수가 상대적으로 줄어들고 DAC이 뭔가 조심스러워한다는 인상이 듭니다. 하지만 무게중심이 상당히 낮고 심지가 곧은 것을 보면 역시 잘 만든 R2R DAC인 것은 분명합니다. 케이블을 은선에서 동선으로 바꾼 그런 느낌입니다. 끝으로 포뮬라 xHD DAC으로 들어보면, 해상도에서 밀리는 구석이 있고 나긋나긋한 면도 줄어들지만 악기의 질감 표현과 호방한 기세는 3기종 중 가장 우수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은미 - 무정블루스
Twelve Songs
먼저 쓰랙스 DAC으로 들어보면, 기타는 나긋하고 보컬의 기척이 잘 느껴지며 딕션도 분명하게 들립니다. 노이즈가 완전히 증발한 딥블랙 배경도 눈에 띄네요. 이어 MSB DAC으로 바꿔보면, 보컬의 뉘앙스가 약간 덜 느껴지고 음수가 조금 줄어든 모습이 포착됩니다. 무엇보다 음의 촉감이 덜 나긋나긋해진 점이 큰 차이입니다.. 그러나 윤곽선이 선명하고 음색이 상대적으로 뉴트럴한 점은 돋보입니다. 스피커에 비유하면 프리미어 DAC이 보다 모니터적인 성향을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끝으로 포뮬라 xHD DAC으로 들어보면, 음의 야수성이랄까 민낯이 가장 잘 드러납니다. 화장기와 기름기가 전혀 없는 그런 음이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됐습니다. 해상력과 입자감에서는 앞서 들은 2기종에 비해 밀리지만 음의 맨살을 보는 듯한 느낌은 이 아쿠아 어쿠스틱 DAC이 최고였습니다.
Eiji Oue, Minnesota Orhestra
Fanfare for the Common Man
Copland 100
프리미어 DAC으로 ‘보통 사람을 위한 팡파레’를 들어보면, 차분하고 안정적인 재생과 함께 무게중심이 낮은 점이 눈길을 끕니다. 저역 해상력은 프리미어 DAC이 가장 높은 게 아닐까 싶습니다. 하지만 고역의 개방감은 맥시미누스 MK2, 저역의 호방함은 포뮬라 xHD에 약간 밀리는 것 같습니다. 이어 포뮬라 xHD DAC으로 들어보면 해상력과 디테일, 펀치력에서 MSB DAC과 격차가 있으며 다이내믹 레인지도 많이 줄어든 것 같습니다. 끝으로 쓰랙스의 맥시미누스 MK2 DAC으로 들어보면 음의 개방감이라든가 무대의 스케일, 한 음 한 음의 디테일이 3기종 중에서 가장 나은 것 같습니다. 잔향과 정보량도 많고 소릿결도 가장 매끄럽네요. 확실히 R2R DAC은 제품에 따른 음질 차이가 델타 시그마 DAC에 비해 큰 것 같습니다.
시청회를 마무리하며
이번 시청회 열기는 어느 때보다 뜨거웠습니다. 보통 시청회는 오후 3시에 시작해 오후 5시면 끝이 나는데, 공식 1,2부가 마무리된 후에도 신청곡이 쇄도해 결국 자연스럽게 30분이 연장되었습니다. 대체적으로 쓰랙스의 맥시미누스 MK2 DAC은 무대의 스케일과 저역의 에너지감에서, MSB 프리미어 DAC은 모니터적이고 뉴트럴한 음색에서 우위에 있었지만, 한 참석 회원분은 아쿠아 어쿠스틱의 포뮬라 xHD DAC에 더 높은 점수를 주시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취향과 장르에 따라 선호도가 갈리는 점이 R2R DAC의 또 다른 매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R2R DAC 시장의 선두에 있는 제품들을 한자리에서 비교한 이번 시청회는 그래서 더욱 의미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시청회에 참석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