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빗장을 푼 마술 상자
Waversa Systems W Slim LITE

코난 2020-05-24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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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의 진화

 

디지털은 축소 지향적이다. 본래 아날로그 신호를 디지털 변환시켜 듣기도 하며 애초에 디지털로 녹음된 것을 현실로 축소시켜 불러들이기도 한다. 하지만 아날로그 녹음은 시공간을 초월해 뮤지션의 음악을 원본 그대로 봉인해 주는 기술이지만 그 형태는 시간에 따라 노화되고 변질된다. 그래서 하드웨어적으로 복원이 필요하기도 하며 최근엔 첨단 소프트웨어가 그 바톤을 이어받기도 한다. 봉인된 녹음을 어떤 식으로 이 시대에 해방시키느냐는 무릇 과거 아날로그 녹음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뮤지션이나 레이블이 커다란 돈과 피땀을 들여 녹음한 음원이 여전히 손실된 포맷으로 유통되고 있다.

 

 

이 때문에 결국 온라인 음원 서비스 업체에선 여러 시도를 거듭해오고 있다. 국내에선 기껏해야 16비트 Flac 정도 음질 구현도 버거운 형편이다. 몇 년 전 그루버스라는 음원 플랫폼이 출현하며 24비트 음원 유통에 열을 올렸지만 결국 좌초되었다. 하지만 해외에선 24비트 고음질 음원 서비스가 갈수록 진화하고 있다.

일례로 dCS 같은 메이커와 함께 하이엔드 디지털 기술의 총아로 시대를 평정했던 메리디안이 MQA라는 인코딩 기술을 개발해 타이달에서 서비스 중이다. 또한 최근엔 코부즈는 물론 IT계의 공룡 아마존이 아마존 뮤직 HD를 출범하면서 고해상도 음원을 다량 살포 중이다. 고해상도 음원 시장은 여전히 작지만 점차 그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무엇보다 음질에 목메는 오디오파일에게 이런 시장의 다변화는 긍정적이다.

 

 

그러나 음원 소프트 부문에서 이런 시도가 이어진다고 해서 모든 것이 해결될 릴 만무다. 그래서 이미 여러 하드웨어 메이커들이 이런 음질적 상승 여지를 인식하고 여러 시도를 해왔다. 가장 오래된 기술이라면 오버샘플링이다. 입력된 신호의 샘플링 주파수를 높여 보다 아날로그 신호에 가깝게 조리해내는 것. 하지만 여러 링잉 현상에 시달리게 되었고 이를 위해 필터를 사용하게 되었다. 그래서 이 필터 프로그래밍 기술에서 최종적인 음질의 성패가 갈리기도 한다.

 


 

WAP/X 그리고 W Slim LITE

 

 

하지만 최근 국내 웨이버사는 전 세계 어디에서도 유래를 찾기 힘든 컨셉을 들고 나왔다. 이들이 주장하는 디지털 프로세싱은 기존의 산술적인 수준에서 한참 더 넓고 깊게 나아간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다름 아닌 진공관의 배음을 디지털 음원에 적용해내겠다는 컨셉이다. 이것은 오버샘플링이나 필터링과도 다르며 그 어떤 제품에서도 본 적이 없는 프로세싱으로서 웨이버사 시스템즈가 다년간의 연구로 꽃피운 기술이다. 여러 진공관들의 배음 특성을 분석해 디지털 프로그래밍으로 알고리즘화한 것.

 

Kelly Sweet - Nella Fantasia
We Are One

이는 WDAC3C 등의 DAC에 적용했지만 사실 대중들을 위한 입문형 엔트리급 W Slim LITE에 적용한 것은 의외였다. 애초에 플래그십 제품에 적용하기 위해 개발한 웨이버사의 독보적 기술이기 때문이다. 단, WDAC3C에서 WAP/X의 모드를 총 세 가지로 제공하는 것과 달리 W Slim LITE는 한 가지만 제공함으로써 차등을 두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W Slim LITE에서 적용해보는 WAP/X의 즐거움은 남다르다. 지금도 WAP/X를 처음 적용했을 때 W Slim LITE의 소리가 생생하다. 예를 들어 켈리 스윗의 ‘Nella Fantasia’ 같은 곡을 들어보면 전체적으로 밸런스 자체가 저역 쪽으로 조금 내려앉아 편안한 느낌을 준다. 더불어 마치 해상도가 더 높아진 듯한 인상이다.

 

Diana Krall - A Case Of You (Live)
Live In Paris

이런 부분은 최근 다른 시스템으로 들어봐도 마찬가지였다. B&W 606 스피커와 매칭한 W Slim LITE는 WAP/X를 켰을 때 확실히 진공관 앰프의 배음과 유사한 패턴의 잔향을 직조해낸다. 예를 들어 다이애나 크롤의 ‘A Case Of You’ 같은 곡에서 피아노 잔향이 좀 더 길게 이어지며 풍부해진다. 음색도 더 풍부하게 표현되며 윤곽은 흐려지되 이쪽이 더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Olafur Arnalds, Alice Sara Ott
Nocturnes, Op.37 -  1. Andante Sostenuto In G Minor
The Chopin Project

앨리스 사라 오트의 쇼팽 ‘녹턴’ 같은 곡에선 피아노의 타건의 무게감, 크기가 더 커진다. 둥글둥글한 물방울이 떨어지는 듯 풍부하며 리퀴드 사운드로 변모하는 모습이다. 빌레모트 스트라디바리 바이올린의 현 또한 배음이 더 보완되며 활의 움직임은 무론 통 울림까지도 더 증가해 손에 잡힐 듯한 실체감이 높아진다. 전체적으로 현대적인 팝 음악보다는 피아노나 현 등 어쿠스틱 악기들의 재생에서 그 매력이 잘 살아난다.

WAP/X의 활용도는 W Slim LITE에서 축복이나 다름없다. 기존에 DSD를 지원하지 않던 W Slim LITE에 DSD를 지원하는 업데이트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WAP/X를 DSD에도 적용 가능해졌다. 시간이 지날수록 웨이버사는 상위 기술을 W Slim LITE에 적용하고 있는데 상위 모델을 위해 수년간 준비했던 특별한 기술을 입문기에 적용하고 있어 약간 걱정이 될 정도다. 또한 DSD 디코딩 방식에 있어 기존 메이커들의 방법론을 탈피해 독자적으로 개발해 적용하고 있다. 이 덕분에 만일 ROON을 사용한다면 입력된 모든 신호를 ROON에서 DSD로 변환한 이후 WAP/X를 적용해 듣는 재미도 생겼다.

 


 

다이내믹레인지 Enhancement

 

W Slim LITE Dynamic Range Enhancement 동영상 가이드


업데이트는 DSD, WAP/X에서 끝나지 않았다. 최근 다시 한번 추가된 기능으로 다이내믹레인지 Enhancement가 있다. 기본적으로 100dB 정도를 일반적인 음원 재생의 최대 크기로 보고 나이키스트 박사가 고안한 것이 CD의 스펙인 16비트. 적어도 100dB를 재생할 수 있으려면 최소한 1/6 정도의 비트레이트가 필요하다고 상정하고 만든 규격이 16비트 다이내믹레인지다. 하지만 청감상 우리가 다이내믹스가 좋다는 것은 작은 소리와 큰 소리의 차이, 더 나아가 작은 소리와 더 작은 소리, 큰 소리와 더 큰 소리의 대비가 더 크게 날 때 체감할 수 있다.

 

 

W Slim LITE에 적용된 이 다이내믹레인지 확장 기능은 과거 여러 대중적인 기기들에서 발견되었던 라우드니스 기능과는 다른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 기능을 켰을 때 그리고 6단계의 다이내믹레인지 변환 모드를 비교했을 때 소리의 변화 양상은 무척 드라마틱했다. 그리고 그 음질적 변화의 차이는 오히려 WAP/X보다 더 커다랗게 다가왔다.

 

Daft Punk - Within
Random Access Memories

예를 들어 다프트 펑크의 ‘Within’같은 곡을 들어보면 강음은 더욱 강하게 그리고 낮은 음계도 더 명료하게 재생되는 모습을 보인다. 특히 강하게 치솟는 타건음의 경우 다이내믹레인지 단계를 높일 때 확실히 세게 표현되어 때론 볼륨을 줄이게 만든다. 테스트에 사용한 B&W 606에선 디폴트 모드가 적당했다.

 

 

Dick Hyman ‎- I Hope Gabriel Likes My Music
Swing Is Here

하지만 딕 하이먼의 ‘I Hope Gabriel Likes My Music’ 같은 곡에선 또 다른 현상을 발견할 수 있었다. 다이내믹레인지 레벨을 상승시킬수록 단지 다이내믹스만 높아지는 것이 아니었다. 악기의 크기가 동시다발적으로 모두 커진다. 또한 어택 강도 및 리듬감까지 높아지는 양상을 보인다. 결과적으로 쾌감이 상승하며 추진력 및 역동감이 높아지는 현상이 포착된다. 이 곡에서도 B&W 606에선 디폴트 값이 좋았다. 그러나 궁금한 마음에 북셀프와 같은 라인업의 상급 플로어스탠딩 스피커인 B&W 603로 바꾸어 테스트하자 더 높은 레벨에서도 뭉치거나 과장된 표현 없이 높은 다이내믹스 향상의 장점을 느낄 수 있었다.

 

Alice Sara Ott
Wonderland - Edvard Grieg: Piano Concerto, Lyric Pieces

확실히 다이내믹레인지 확장 기능은 스피커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이번 테스트에선 플로어스탠딩 스피커에서 높은 레벨의 다이내믹레인지를 통한 음질적 장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앨리스 사라 오트의 그리그 피아노 소나타에서도 이 기능의 특징은 여실히 드러났다. B&W 606 북셀프에서 다이내믹레인지를 디폴트 값 이상으로 상향 조정하면 여러 악기들이 동시에 커져 악기 사이의 숨 쉴 수 있는 공간이 좁아진 느낌이 들며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는 현상이 있다. 하지만 B&W 603 같은 플로어스탠딩 스피커에선 상향 조정했을 때 훨씬 다이내믹하면서 커다란 사운드 스테이징을 통해 쾌감이 극대화되는 현상을 목도할 수 있었다.

 

왼쪽부터 B&W 606 북셀프 스피커, 603 플로어스탠딩 스피커 

 

이 테스트에서 확실히 깨달은 것은 대역폭이 넓고 더 큰 소리를 더 쉽게 내주는 플로어스탠딩 스피커가 다이내믹스 폭의 변화를 더 여유 있게 표현해 준다는 사실이다. 북셀프에선 1~3단계, 플로어스탠딩에선 4~6단계까지 올려서 테스트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물론 이번 테스트는 B&W 스피커에 한해서며 여타 스피커에선 또 다른 결과가 도출될 수도 있다. 또한 각 개인의 음질에 대한 취향도 각 결괏값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으니 가장 중요한 건 자신의 공간과 시스템에서 테스트해보길 권하고 싶다.

 


 

총평

 

디지털 음원을 통한 음악 감상에 있어 음질 향상을 목표로 진행되는 각 하드웨어 엔지니어들의 태도는 대단히 흥미롭다. 디지털의 태생과 이론적인 사실은 변함이 없지만 이를 더욱 향상시키기 위한 솔루션은 엔지니어, 메이커마다 무척 다양하기 때문이다. 시간축 특성과 클럭 등에 대해 예리한 매스를 들이대는 곳이 있는가 하면 MQA 등 최신 트렌드에 발 빠른 대응 등 대중적 기능성 향상에 목을 매는 곳도 있다. 대개 하이엔드 메이커로 가면 보편적인 칩셋을 사용하지 않고 자체 제작하며 독자적인 FPGA를 통해 자신들만의 사운드와 품질을 만들어낸다.

 

 

웨이버사의 경우 자체적인 프로세싱을 이미 여러 가지 선보이며 빗장을 풀고 있다. 자체 알고리즘을 가진 DSD 재생 및 WAP/X 그리고 다이내믹레인지 확장 기능까지 세상에 없던 프로그래밍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다. 이것은 반드시 이것이 옳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이런 여러 기능을 통해 굉장히 다양한 사용자의 취향을 두루 만족시킬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이런 다양한 기능 확장 속엔 결국 기계 중심이 아닌 사람 중심의 인본주의가 숨어있다. 선택폭이 다양해서 나쁠 건 없다. 스피커에 따라, 사용자에 따라 다양한 선택지 속에서 입맛을 만족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아마 이즈음 되면 W Slim LITE에 사용한 프로세서 용량의 한계가 얼마 남지 않을 것 같은데 최대한 다양하게 즐겨보길 권한다. W Slim LITE는 디지털 음원 재생의 마술 상자 같은 재미를 선사해 줄 것이다.

 

Written by 오디오 칼럼니스트 코난

 

Specifications
출력 스피커 출력 (바나나, 말굽 모두 호환)
입력

Ethernet : DLNA, Roon Ready, WNDR, AirPlay
USB-B : PCM 24Bit / 384kHz
USB-A : 확장기능
Coaxial : 192kHz
Optical : 96kHz
FM Tuner : 88 ~ 108MHz
Bluetooth 4.0 Apt-X

앰프 정격 80W / ch, (채널당 8개의 PPBTL 총 16개)
디스플레이 IPS 디스플레이, Waversa Systems 새로운 UI
전원 DC 24V
크기 W300x D190x H20 (mm)

 

Waversa Systems W Slim LITE
제조사 웨이버사 시스템즈
제조사 홈페이지 www.waversa.com
구매문의 02-582-98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