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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아쿠아 어쿠스틱 퀄리티(Aqua Acoustic Quality)는 R2R DAC으로 명망이 높은 제작사다. 특히 엔트리 모델인 La Voce S3는 저항을 일일이 기판에 붙여 만든 디스크리트 R2R DAC임에도 불구하고 합리적인 가격과 놀라운 음질로 애호가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필자 역시 지난해 La Voce S3를 리뷰하면서 디지털 냄새를 많이 휘발시킨 사운드와 평범했던 디지털 소리를 눈에 띄게 바꿔주는 이 DAC 특유의 스타일에 크게 매료됐었다.   

La Voce S3는 도대체 안이 어떻게 생겼길래 3D 프린팅이 아니라 마치 실제 끌로 깎은 조각 같은 소리를 냈을까. DAC의 핵심인 R2R 보드는 어떻게 생겼고, 아날로그 버퍼단 및 전원부 구성은 어떻게 이뤄졌을까. USB와 AES/EBU 입력단은 또 어떻게 설계됐을까. 이는 비단 필자만 품고 있는 궁금증은 아닐 것이다. [속살리뷰]의 3번째 주인공으로 La Voce S3를 선택한 이유다. 

La Voce S3는 PCM은 USB 입력 시 최대 24비트/384kHz까지, DSD는 DoP 방식으로 DSD128 음원까지 아날로그 신호로 바꿔주는 DAC이다. DAC 앞단에서 업샘플링을 하지 않기 때문에 뒷단에서도 아날로그 로우패스 필터가 필요 없는 점이 최대의 특징. 또한 2010년에 나온 오리지널 모델과 2012년에 나온 S2 모델 때는 기성 R2R 칩을 썼지만 2018년 3월 S3 모델이 되면서 마침내 칩을 버리고 일일이 저항을 붙여 R2R 보드를 만들었다. 새틴 마감된 전면 알루미늄 패널에는 전원 온오프 노브와 입력 선택(1~4) 노브, 디지털 위상 변환 스위치만 달렸다.  

후면은 왼쪽부터 밸런스(XLR), 언밸런스(RCA) 출력 단자, 동축(BNC) 입력단자, AES/EBU 입력단자, I2S 포트, USB 입력단자, 그리고 전원 인렛단 순으로 배치됐다. RJ45 커넥터를 단 I2S 단자는 자사 CD트랜스포트인 La Diva 연결을 위한 용도다. 동축과 AES/EBU 입력 시는 24비트/192kHz, DSD64 사양. RCA 출력전압은 2.5Vrms, XLR 출력전압은 5.5Vrms를 보인다.  

드디어 덮개를 열었다. 왼쪽에 토로이달 전원 트랜스가 2개 보이고, 오른쪽에 R2R 래더 DAC 보드, 그 건너편에 밸런스 설계의 아날로그 버퍼 보드가 보인다. La Voce S3는 사진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모듈 구성이라 업그레이드에 적극 대처할 수 있으며 구매 시 기본 동축 BNC 및 AES/EBU 입력 보드 대신, 동축 RCA 및 광 입력 보드를 선택할 수 있다. 다음은 제작사가 밝힌 주요 모듈 이름이다. 

P601 : 메인 보드
P603 : I2S, USB 보드
P604 : 아날로그 버퍼 보드
P607 : R2R 래더 보드
P608 : FPGA 보드 
P901 : USB XMOS 보드

제작사에서는 토로이달 전원 트랜스 2개가 아날로그와 디지털 회로 각각에 전원을 공급한다고 밝히고 있다. 실제 확인을 해보니, 섀시 쪽에 있는 것이 아날로그용(25VA), 안쪽에 있는 것이 디지털용(15VA)이다. 트랜스는 AQ 테크놀로지 제품을 쓰고 있다. 

디지털 회로 전원 공급용 토로이달 트랜스. 15VA 용량이다. 

디지털 회로 전원 공급용 트랜스와 파워서플라이 보드. 제작사 설명대로 아날로그와 디지털 전원를 따로 받고 있다(Analog AC, Digital AC). 파워서플라이 보드에는 정류회로에 투입된 다이오드와 평활회로에 투입된 커패시터(1800uF x 2), 전압 레귤레이터로 투입된 트랜지스터 등이 보인다. 

전압 레귤레이터(왼쪽)와 1800uF 용량의 커패시터(오른쪽)를 가까이에서 살펴봤다. 

I2S 및 USB 입력 보드(P603). 이 보드 위에 USB 입력신호를 비동기(Asynchronous Mode)로 처리하는 USB 전용 인터페이스 보드(P901)가 얹혀 있다. 보드 중앙에 보이는 핵심 칩이 사실상 업계 표준으로 자리 잡은 XMOS의 멀티 코어 마이크로 컨트롤러(XMOS 8L6C5)다.   

AES/EBU 입력 보드. 오른쪽에 보이는 칩이 AES/EBU 입력신호를 최대 192kHz까지 처리할 수 있는 시러스 로직(Cirrus Logic)의 8416 트랜시버(Transceiver) 칩이다. 

메인 DAC 보드(P601)가 바닥에 깔려 있고, 그 위에 밸런스 버퍼 보드(후면 섀시 쪽. P604)와 R2R 래더 보드(P607) 및 FPGA 보드(P608)가 자리 잡고 있다. FPGA 보드는 R2R 래더 보드 밑에 가려져 있다. 

La Voce S3의 핵심이라 할 R2R 래더 DAC 보드다. 표면실장(SMD) 저항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는 모습이 그야말로 '사다리'(ladder)를 닮았다. 자세히 살펴보면, 하나의 레지스터(register)에 총 12개의 저항이 2R, R 순으로 연결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채널당 2개 DAC이 투입됐으며, 전체 저항 개수는 184개에 달한다. 10k옴짜리 저항(R)이 88개, 20k옴짜리 저항(2R)이 96개다.

레지스터와 저항을 보다 가까이서 살펴봤다. 임시 기억장치인 레지스터(넥스페리아 74LVC595AD)에 2R 저항(30C. 20k옴)과 R 저항(01C. 10k옴)이 차례로 연결됐고, R 저항들은 레지스터와 병렬로 연결된 것을 알 수 있다. 

R2R 래더 DAC 개념도

위 그림은 R2R 래더 DAC 개념도인데, La Voce S3에 투입된 R2R 래더 보드 구조와 빼닮았다. R2R 방식은 이처럼 정확히 2배 차이가 나는 2개 저항(R, 2R)의 조합으로 아날로그 신호를 얻는다. 예를 들어 기준전압이 5V인 4비트 R2R DAC에 1101이라는 디지털 신호가 들어오면 총 8개 저항(R 3개, 2R 5개)을 거쳐 곧바로 4.342V라는 아날로그 전압을 얻는다. 마찬가지로 기준전압이 5V인 6비트 R2R DAC에 110101 신호가 들어오면 총 12개 저항(R 5개, 2R 7개)을 거쳐 4.20608V를 얻게 된다. 가장 큰 값인 111111이 입력되면 기준전압에 가장 가까운 4.99968V를 얻는다. 

아날로그 버퍼 보드(P604)의 모습. '밸런스 앰프'(Balanced AMP)라고 씌어있듯이 좌우 채널이 다시 2개 회로(+, -)로 짜여 있다. OP 앰프가 아니라 바이폴라 트랜지스터(센트럴 세미컨덕터 NPN, PNP)를 비롯해 폴리프로필렌 커패시터(KEMET 330nF),  트리머 저항기(Bourns 3296), 밸런스 라인 드라이브(BB DRV134PA) 등을 쓴 디스크리트 앰프임을 알 수 있다. XLR 출력 단자(오른쪽에 있는 것이 오른쪽 채널) 옆에 보이는 것은 Recoy/RAYEX 일렉트로닉스의 릴레이(relay)다.  

밸런스 증폭 회로에 투입된 바이폴라 트랜지스터. 센트럴 세미컨덕터(Central Semiconductor)의 MPS8097 NPN 트랜지스터와 2N5087 PNP 트랜지스터를 투입했다. 

들어보기

Roel Dieltiens
Une Larme Pour Viioloncelle Et Piano : Theme Et Variations
Une Larme 

La Voce S3를 들었을 때 첫인상은 집에서 쓰고 있는 델타 시그마 DAC(마이텍 Manhattan DAC II)에 비해 에너지감이 증가하고 음수와 배음이 풍성해진다는 것. 특히 거침없이 내려가는 저역과, 해상도는 약간 모자라지만 힘이 실린 고역의 쾌감이 상당하다. 앙상블 익스플로레이션의 '로시니의 눈물'을 들어보면 배경이 좀 더 어둠컴컴하고 기름기가 싹 빠진 점도 도드라진다. 하지만 풋워크의 경쾌함은 델타 시그마 DAC의 승리. 오스카 모텟 합창단의 '크리스마스 송'을 들어봐도 역시 음의 무게감과 자연스러움에 흠뻑 빠져들게 된다.

Salvatore Accardo - La Campanella
Accardo Plays Paganini - The Complete Recordings

살바토레 아카르도가 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협연한 'La Campanella'는 La Voce S3의 장기가 전면에 나선 곡. 사운드스테이지의 밀도감과 악기 각 음의 윤곽선이 진한 것이 역시나 R2R 래더 DAC답다. 고역대마저 허투루 넘어가는 법이 없다. 대신, 선명하거나 투명하며 깔끔한 계열은 아니다. 음 자체의 해상력은 두드러지지 않지만 각 악기의 아티큘레이션은 더 자세하게 펼쳐 내주는 DAC, 그만큼 표현력이 좋은 DAC이라 할 수 있다. 

총평

[속살리뷰]를 통해 아쿠아 어쿠스틱의 La Voce S3를 다시 만나니 반갑기 짝이 없었다. 평소 궁금했던 많은 것들이 대부분 해소된 상황. 우선, R2R DAC 보드에 10k옴과 20k옴 저항 184개를 동원했고, 25VA와 15VA 용량의 토로이달 전원 트랜스가 각각 아날로그와 디지털 회로에 전원을 공급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USB 인터페이스는 역시 XMOS의 비동기 칩을 쓰고 있으며, AES/EBU 입력단에도 192kHz 사양의 트랜시버 칩이 사용되고 있었다.

NPN, PNP 푸시풀 구성의 밸런스 증폭 회로도 눈길을 끈 부분. 이처럼 전원부, 입력단, DAC 파트, 출력단에 정통파 R2R DAC 설계를 아낌없이 베푼 모습에서 La Voce S3가 들려준 음이 비로소 납득이 갔다. 업샘플링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날로그 필터가 생략된 점, 곧바로 전압(V)을 얻는 R2R DAC 원리상 별도의 I/V 변환회로가 필요 없는 점도 순결한 음 만들기에 도움을 줬을 것이다. 이번 La Voce S3도 그렇고, 역시 세상에 '갑툭튀'는 없다. 

by 김편 오디오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