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블랙 다이아몬드로 만나는 텔루륨 Q
Tellurium Q Black Diamond RCA Intercable & Speaker Cable

이종학 2021-08-17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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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루륨 Q의 탄생 스토리를 보면, 메인 설계자인 제프 머리건 씨가 스튜디오 엔지니어로 일할 무렵, 아직도 스튜디오의 음향 퀄리티는 개선의 여지가 많다는 것이다. 굳이 스피커나 앰프를 바꾸지 않아도, 어느 정도의 튜닝으로 음질을 올릴 수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바로 이런 지적에 착상해서, 케이블을 떠올리게 된다. 단, 통상의 제품이 아니라, 여태 존재하지 않았던 방식으로 접근하기로 한다. 다행히 머리건씨는 소재 공학과 화학을 배운 사람이다. 여기를 파고들면서 발견한 것이 바로 텔루륨. 원소 기호로는 “Te”라고 쓰며, 원자 번호로는 52에 해당한다. 백금만큼 귀한 소재다. 이 텔루륨은 선재에만 투입되는 것이 아니다. 단자에도 쓰인다. 물론 어떤 금속을 동원해서 합금하는지는 일체 비밀이다. 굳이 외부에 알릴 필요도 없다. 동사만의 독자적인 노하우를 자꾸 캐묻는다면, 산업 스파이로 몰릴 수도 있지 않은가?


위상 중심의 케이블 철학

이번에 만난 제품은 동사의 블랙 다이아몬드 시리즈에 속하는 스피커 및 RCA 케이블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이 정도 가격대가 가장 추천할 만한 제품이라고 생각한다. 그보다 좀 더 쓸 수 있지만, 그런 경우는 수 억원 대의 시스템을 갖췄을 때이다. 일반적으로 추천한다고 할 때,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단언할 수 있다.

실제로 음을 들어보고 정말 반했다. 인터커넥터 정도부터 한번 도전해볼 요량이다. 그런데 여기서 하나 지적할 사항이 있다. 대체 텔루륨 Q의 제품 철학은 무엇인가다. 어떤 회사는 도체에 목숨을 걸고, 어떤 회사는 절연에 집중한다. 그렇다면 동사는 뭐를 제일 중요시 여기는가? 바로 위상이다. 즉, 음성 신호를 전송할 때, 전대역이 평탄하고 일체 누락이 없이 전달되어야 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케이블의 역할이 일종의 배달이라고 본다. 어떤 상품을 전달할 때, 기본적으로 아무런 흠집이나 상처가 없어야 한다. 중간에 바닥에 떨어트린다거나, 무거운 짐에 눌려서 오면 정말 곤란하다. 더구나 음성 신호를 생각하면, 깨지기 쉬운 물건을 택배 한다고 보면 좋다. 이렇게 음성 신호 그 자체를 온전히 전송한다고 할 때, 위상을 제일 중요시 여기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 그러나 말은 쉽지, 이런 결과물을 얻을 수 있는 과정은 정말로 복잡하고, 난해하다. 이 부분에 대해 머리건 씨는 다음과 같이 표현한다. 

“위상을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서는 다음 4가지가 중요합니다. 연산, 컴퓨터 시물레이션, 소재 그리고 리스닝 테스트.”

물론 그 밖에도 많은 요소가 개재하지만, 일단 위 4개만 주목해도 정말 골치가 아플 정도다. 참고로 소재를 말할 때 등장하는 텔루륨은 선재에만 쓰이지 않는다. 단자에도 투입된다. 블랙 다이아몬드급이 되면, 선재와 단자 모두에 투입되어 있다. 개인적으로 이 시리즈에 주목하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제품 설계의 과정

그럼 구체적으로 텔루륨 Q의 제품이 어떻게 생성되는지, 그 과정을 한번 살펴보기로 하자. 우선 언급할 것은 아주 기본이 되는 부분이다. 영어로 “Fundamental”이라고 한다. 즉, 이 케이블의 기능이 무엇인가부터 따져본다. 이게 스피커 케이블인지, 인터커넥터인지, 파워 코드인지 일단 기능부터 정리해야 한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기능이 다르면, 투입되는 기술과 소재가 모두 달라진다.

두 번째는 이런 기능을 가진 케이블에 따라붙는 문제가 무엇인지 점검한다. 스피커 케이블에는 그것이 갖고 있는 문제가 있고, 인터커넥터에는 또 그것만의 문제가 있다. 이 부분을 명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세 번째는 실제로 해당 케이블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체크한다. 예를 들어 디지털 케이블의 경우, 오로지 0과 1만 전송하는가? 따져볼 만한 문제이지 않은가?

마지막으로 소재부터 구성, 접근법 등을 고려해서 최고의 해결책을 내놓는다. 물론 이 과정이 쉽지 않다. 가장 먼저 지적할 것은 바로 전기(electricity)에 대한 부분이다. 사실 여기에 대해 우리가 얼마나 알고 있는가? 패러데이, 맥스웰 등의 정리를 충분히 파악한다고 해도, 전기는 여전히 알 수 없는 존재다. 

실제로 이 분야에 대해 몇 년간 연구를 하고, 논문을 쓴다고 해도, 여전히 전기는 완전히 파헤쳐지지 않았다. 이런 전기를 사용해서 음성 신호를 보낸다고 할 때 당연히 우리가 모르는 것투성이다. 그런 전제를 깔아야 만 효과적으로 제품 설계를 이끌어낼 수 있다.

사실 텔루륨 Q는 자사의 제조 과정이나 소재 등을 일절 공개하지 않는다. 이 부분은 이해가 간다. 그 때문에 오로지 리스닝에 의거해서 제품을 만드는 회사로 오해할 수도 있다. 그러나 머리건 씨 자신이 과학자이고, 소재 공학에 능통한 사람이다. 전기 신호의 전송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수많은 난점과 왜곡 요소와 현상들을 깊이 통찰하고 있다. 자신의 제품은 바로 이런 여러 상황을 이해하고 나름대로 얻는 결론을 출력해서 내놓은 리포트와 같다. 바로 이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블랙 다이아몬드의 위상

지난 2018년 무렵에 런칭된 스테이트먼트로 인해, 동사는 여타 하이엔드 케이블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반열에 올랐다. 처음에는 엔트리 클래스로 시작해서 차츰 기술을 축적해, 이제는 수 천만 원짜리 제품을 내놓는 경지에 다다른 것이다.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스테이트먼트가 나왔다고 해서, 기존의 시리즈가 그 의미를 잃어버리냐 하면 절대 그렇지 않다. 이런 상급 기술을 응용해서 또 하위 기종에 이양시키기 때문이다.

블랙 다이아몬드 시리즈는 전체 라인업을 볼 때, 스테이트먼트, 실버 다이아몬드 다음이다.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스피커 케이블의 경우, 총 10종 중 3번째에 해당한다. RCA로 말하면, 총 7개 중에 세 번째다. 블랙 다이아몬드 밑으로도 여러 모델이 있다는 것은 무척 고무적이다. 최소한 블랙 시리즈에 속해도 좋다. 즉, 본 모델보다 두 단계 아래에 있는 울트라 블랙 정도도 괜찮다. 미들급 정도의 제품에 어울린다. 그러므로 본 시리즈는 본격적인 하이엔드 급이라 이해하면 좋을 것이다.

블랙 시리즈의 특징을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부드럽고, 디테일이 뛰어나며, 잘 정돈되어 있다. 해상도는 무시무시하고, 음악 그 자체가 전체적인 모습으로 다가온다. 입을 쩍 벌리게 만드는 리얼리즘을 재현하며, 무척 자연스럽다. 뭐 이 정도라고 하면, 굳이 보다 비싼 모델을 기웃거릴 필요가 있을까? 또 경쟁사의 제품은 이보다 몇 배 비싸다는 점에서, 더욱 관심을 끈다. 일단 제품을 보면, 화려한 코스메틱이나 두께를 자랑하지 않는다. 그런 면에서 오로지 핵심 기능에 충실하도록 만들어졌다. 이에 대해 머리건 씨는 “나는 멋진 박스에 쓸 돈이 없습니다. 그 경비면 R&D에 더 투자하겠습니다.” 정곡을 찌르는 말이다.

스피커 케이블은 일단 동그란 선재가 아니다. 위아래로 길쭉하면서, 폭이 좁은 스타일이다. 아마 표면 효과를 피하기 위해 이렇게 제작하지 않았나 유추해본다. 원래 본 기는 그라파이트라는 모델이 전신이다. 이 제품으로 상당한 성공을 거뒀다. 단, 일부 시스템에서 소리가 두터워 지거나 혹은 무거워지는 현상이 발생했다. 이 부분을 적극적으로 개선한 제품이라 보면 된다.

본 기의 하위 기종인 울트라 쪽은 라운드 형태를 띠지만, 본 기는 챔버를 여러 개 나눠서 분담한 형태로 설계되었다. 그 위로 메쉬를 덮어서 외부 충격에 대응하고 있다. 한편 RCA 케이블은 그다지 두께가 두껍지 않다. 무게도 많이 나가지 않는다. 그러나 절연이라는 측면에서 전혀 문제가 없다. 무엇보다 전 대역이 일절 흐트러짐 없이 전송되는 것을 원칙으로 하기 때문에, 위상이라는 측면에서 탁월한 효과를 발휘한다. 위상이 제대로 잡히면, 3차원적 입체 공간은 물론, 하이 스피드를 구현할 수 있다. 고성능 스포츠카를 연상하면 좋을 것이다.


본격적인 시청

본 스피커 케이블과 RCA 케이블을 듣기 위해 동원한 것은 아우리스의 포르티노 6550 인티에 큐브 오디오의 마구스 스피커 그리고 브라이스턴 BDA-3.14 DAC & W-Core 조합이다. 처음에는 본 세트를 연결하지 않고 들었고, 이후 연결해서 비교해봤다. 참고로 본 세트가 투입되지 않은 조합의 음은, 포르티노 6550에 자세히 소개되어 있다. 이 부분을 읽고 나서 본 시청평을 읽는 것은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참고로 시청 트랙 리스트는 다음과 같다.

  • 드보르작〈교향곡 9번 1악장〉라파엘 쿠벨릭(지휘)
  • 말러〈교향곡 5번 1악장〉사이먼 볼리바르(지휘)
  • 다이애나 크롤〈The Look of Love〉
  • 롤링 스톤즈〈Angie〉

기본적으로 포르티노 6550과 마구스의 매칭이 발군이다. 이 자체로도 충분히 만족할 만하다. 하지만 아무리 스피커와 앰프가 뛰어나도, 케이블이 하는 역할이 있고 또 영역이 있다. 이 부분을 새삼스럽게 파악할 수 있는 시청이 되었다.

Antonín Dvořák, Berliner Philharmoniker, Rafael Kubelik ‎– Aus Der Neuen Welt / From The New World

우선 드보르작부터. 시청에 자주 사용하는 트랙이라, 본 세트가 투입되면서 어떤 변화를 일으키는지 바로 직감할 수 있었다. 일단 게인 자체가 좀 올라갔다. 그만큼 전달력이 우수하다는 뜻이다.

당연히 무대는 넓고, 깊어지며, 전체적으로 스무스한 인상이다. 잘 닦은 고속도로를 빠르게 주행하는 느낌이다. 디테일과 다이내믹스가 증가하며, 소스에 담긴 정보가 생생하게 살아난다. 악기마다 갖고 있는 개성과 음색이 잘 살아나고 있다. 대역 역시 좀 더 확장된 느낌을 준다. 

Mahler / Gustavo Dudamel, Simón Bolívar Youth Orchestra Of Venezuela ‎– Mahler 5

이어서 말러를 들어보자. 본 세트가 투입되기 전의 음색이나 약간 두툼한 느낌도 좋았지만, 지금 들어보면 보다 하이엔드 음에 가까워졌다. 즉, 여러 오디오적 요소들을 두루두루 만족시키고 있는 것이다.

음의 계조 표현이랄까, 아무튼 작은 음에서 큰 음으로 바뀔 때, 그 단계가 일목요연하게 포착되는 모습이다. 고역은 더 낭랑하고 개방감이 넘치며, 묵직한 저역의 펀치력도 일품이다. 본 시스템에 투입된 컴포넌트의 실력을 극대화하고 있다. 이것은 케이블이 연출할 수 있는 최상의 컨디션이다. 곡에 담긴 슬픔과 광기가 아낌없이 표현되고 있다.

Diana Krall - The Look Of Love
The Look Of Love

크롤을 들어보면, 영롱한 피아노의 터치, 화려한 오케스트레이션, 단단한 리듬 섹션 등 여러 요소들을 골고루 만족시키고 있다. 일체 흐트러짐이 없는 완벽한 타임 얼라인먼트의 실현. 왜 위상이 케이블에서 제일 중요한가 새삼 깨닫게 한다.

보컬로 말하면, 일체 빅 마우스가 없고, 다채로운 표현을 능수능란하게 처리하고 있다. 이 점에서 확실히 내공이 깊다. 숱한 악기가 등장하지만, 정확한 포지션을 지키고 있다. 정말 듣는 내내 찬탄하고 말았다.

The Rolling Stones - Angie
Angie

마지막으로 롤링 스톤즈. 일단 초반에 등장하는 피아노, 보컬, 기타 등의 위치가 더 명료해진다. 또 서로 침범하는 부분이 없다. 공간 자체도 넓어서, 아무리 큰 소리를 내도 일정한 위치를 고수한다.

마치 정교한 리마스터링 작업을 거친 음이라고나 할까? 당연히 킥 드럼의 어택이나, 화려한 오케스트레이션의 효과가 멋지게 연출된다. 베이스의 라인이 분명하고, 보컬은 생동감이 넘치며, 어쿠스틱 기타를 뜯는 손가락의 움직임까지 포착된다. 전체적으로 다양한 악기가 등장하지만 정리 정돈이 잘 되었다. 


결론

한 마디로 텔루륨 Q는 내공이 풍부한 회사다. 세 명의 탁월한 엔지니어 및 기술 고문의 역할이 잘 발휘되고 있다. 요즘 천만 원대 케이블이 아무렇지도 않게 등장하는 마당에, 이 가격대에서 이 정도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하이엔드 시스템에 투입해도 전혀 무리가 없는 내용을 갖추고 있다. 개인적으로 만난 머리건 씨는 무척 소탈하고, 솔직한 분이다. 그런 퍼스널리티가 발휘되어 일체 코스메틱에 신경 쓰지 않고, 오로지 제품의 퀄리티에만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그런 면에서 매우 가성비가 좋은 제품이라 하겠다.

이 종학(Johnny Lee)

Tellurium Q Black Diamond RCA Intercable & Speaker Cab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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