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FICLUB, High-end Internet

시청 모델 중에서 가장 독특하게도 혼형 구조로 디자인된 제품. 혼 드라이버로 제작된 제품이 아니라 적층구조의 일체형 캐비닛에서 소프트돔 쪽 상단 전면 배플을 가이드 혼 모양으로 깎아들어간 컨셉이다. 멀티 혼 스피커 전문설계자인 설립자가 회사의 시작부터 줄곧 스캔스픽의 유닛을 사용하고 있어서 유닛간 대역과 음압에 대한 노하우가 잘 반영되어 있다. 7인치 미드베이스와 1인치의 트위터, 그리고 미드베이스 구경과 유사하게 6.7인치 구경의 가이드혼으로 디자인되어 시각적인 밸런스를 맞추고 있다. 

국내에는 ‘아인시타인 오데온’이라는 브랜드로 주로 대형 멀티혼 시스템이 소개되어 온 바 있는 오데온은 약 30년 정도의 노하우가 축적되어 90년대에 1세대, 2000년대에 2세대를 거쳐 2014년이 되면서 3세대 라인업이 정착했다. 오르페오는 오데온의 막내이며 유일한 스탠드거치형 제품이다. 12킬로 남짓한 중량으로 글로시 마감되어 있는데, 다른 곳에서 이 스피커를 시청한 경험에 의하면 스피커의 하단에 마찰력이 있는 받침이 없이 시청한 관계로 저역의 표현을 충분히 펼치지 못했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리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조건을 갖춘다면 베이스의 품질과 전체 대역 구성에서 보다 좋은 결과가 예상된다. 

 

디자인에서 짐작되듯 지향성이나 포커싱 등에서 장기를 발휘한다. 한 두 곡 시청을 해보면 작은 공간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소형으로 디자인되었을 뿐 상급기의 호쾌함과 정교한 핀포인트를 잘 계승하고 있다. 세밀한 표현은 좀더 우세하다. 토우인을 주지 않은 채로 귀에 자극을 주지 않는 높은 대역의 세부묘사와 대역간의 조화, 특히 정확한 위상일치는 가장 큰 장점으로 보였다. 하지만 스테이징과 낮은 대역에서의 양감 모두 제품의 실제 사이즈보다 크게 그려져서 대형기의 그립이 느껴진다. 

‘Way Down Deep’에서의 베이스는 생각보다 아래까지 내려간다. 양감이 많게 느껴지는 베이스이지만 쉽고 호쾌하게 내려가는 어떤 면에서는 경쾌감이 있다. 베이스의 특성상 보컬의 음상이 다소 크게 그려지는 듯한 인상은 있지만 매우 구체적이라는 게 다르다. 위치가 분명히 잡히고 외곽선과 전후간 공간의 느낌이 분명해서 깊이감이 생겨났다. 이런 이미징의 느낌은 전체 스피커 중에서 순위권을 다툴 만한 품질이었다. 특히 높은 대역에서의 맑고 투명한 품질은 아주 좋다. 사이즈만 축소된다면 바랄 게 없어 보인다. 동작의 묘사가 선명해진 결과 숨을 언제 들이쉬고 내쉬는 지가 좀더 잘 조망이 되며 제니퍼 원스 그녀가 정말 노래를 열심히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Oscar Peterson Trio - We Get Requests
‘You Look Good To Me’에서의 왼쪽 차임벨 소리와 베이스 마찰음은 실로 생생하다. 하이햇의 하모닉스가 미세하고 빠른 그라데이션을 그리며 무대를 채우고 사라지고 한다. 이 부분의 연주가 구체적으로 들리자 대역이 넓어진 듯한 효과가 생겨났다. 대역과 에너지 운행의 폭이 넓어져서 다이나믹스가 자연스럽게 나온다. 베이스가 탄력있게 울리면서 낮은 중역에서 역동적인 쾌감이 생겨났다. 이 곡에서의 스테이징 또한 전체 시청 스피커 중에서 순위권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열정’ 3악장에서도 확장의 느낌이 분명해서 하모닉스가 늘고 피아노에 윤기가 생겼으며 호소력이라고 표현해야 할 듣기 좋은 소리가 되었다. 짧은 순간 동안 변하는 음색의 변화와 건반 위를 운행하고 있는 동작의 묘사가 분명해졌다. 특히 왼 손의 동작이 분명해져서 전체적인 대역 밸런스가 교정된 듯한 효과가 느껴지기도 한다. 시청 스피커의 대부분이 다소 온건하고 단정한 연주였다고 한다면 오데온에서의 피아노는 스타인웨이와 같은 화려하고 아름다운 울림이라고 할 수 있다.

‘Cum Sancto Spiritu’는 생생하고 활기차다. 밝고 맑은 음으로 에너지가 급격히 올라가는 트랜지언트에서는 다소 음압이 높아 보이는 순간이 있었지만 소란스러움이나 부스팅이 느껴지지는 않는다. 정밀하고 첨예한 높은 대역에서의 코러스가 뛰어난 해상도로 전체 사운드와 공기의 움직임을 주도하고 있는 듯하다. 빈 공간의 느낌도 정교하고 분명하다. 현악합주에서도 상쾌함이 느껴지며 입체적인 스테이징이 화려하고 명쾌하게 펼쳐진다. 혼 스피커의 특성상 이보다 에너지가 강하면 귀를 자극할 수도 있어 보이는 딱 그 경계까지 왕복을 하고 있다.

오데온(Odeon)은 독일에서 1987년 설립된 스피커 제작사다. 무엇보다 목재 혼을 중고역에 채용한 점이 눈길을 끄는데, 모델에 따라 혼 부착방식이나 스타일이 다르다. 필자가 올 초 모 오디오숍에서 들어봤던 No.28 Series2 플로어 스탠딩 모델의 경우 고역은 컴프레션 드라이버에 원추형 혼을 인클로저를 파고 들어간 형태로 부착했고, 중역은 콘형 유닛에 40cm 목재 혼을 돌출시켜 달았다. 

 

이번 Orfeo 모델은 No.28 Series2의 고역 파트를 그대로 갖고 온 형상. 직경 170mm의 목재 혼이 인클로저에 박혀 있다. 하지만 고역을 담당하는 트위터 유닛이 컴프레션 드라이버가 아닌 26mm 소프트 돔인 점이 다르다. 미드베이스 유닛은 고역 혼과 동일한 직경(170mm)의 페이퍼 콘을 사용했다. 

 

No.28 Series2는 당시 비올라 프리 Cadenza, 파워 Forte에 물려 들었었는데, 무엇보다 혼 스피커 특유의 ‘혼티’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 게 인상적이었다. 혼 재질의 목질감, 혼 특유의 까칠한 직진성 등이 느껴지지 않았다. 고역을 강조하지 않은, 평탄한 대역밸런스도 마음에 들었다. 그러면 오데온의 이번 북쉘프 모델 Orfeo는 어떤 소리를 들려줄까. 우선 외양과 스펙, 투입된 설계 디자인으로 Orfeo의 사운드를 예상해봤다. 

 

1. 개방감 있는 고역 사운드 = 혼 타입 스피커의 존재이유라 할 것이다. 혼을 통해 빠져 나온 고역 사운드의 호방함은 안겪어본 사람은 상상조차 하기 힘들 정도로 매력적이다. 또한 이같은 혼 디자인의 부수적 이익은 유닛의 능률을 높임으로써 트위터가 담당해야 하는 최저 주파수 하한선을 2.2kHz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것. 그만큼 트위터가 담당해야 하는 부담을 크게 줄여준다는 얘기인데, 이는 스피커 네트워크가 그만큼 앰프로부터 오는 전기에너지를 조금만 사용할 수 있다는 얘기. 한마디로 소출력 앰프로도 개방감 있는 고역 사운드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2. 통울림을 활용한 풍성한 저역 사운드 = 오데온에 따르면 인클로저의 통울림을 그대로 활용, 북쉘프 스피커의 단점인 저역의 부재를 극복했다고 한다. 직경 6.7인치 페이퍼콘을 미드베이스에 사용한 것 역시 이같은 설계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3. 전체적으로 앰프를 가리지 않고 사운드가 술술 나올 것이다 = 높은 감도(90dB)와 높은 임피던스(8옴)가 출력에 관한 한 앰프의 선택지를 넓힐 것으로 보인다. 물론 높은 감도와 임피던스는 노이즈까지 쉽게 빨아들일 수 있기에 S/N비가 높은 앰프가 음질면에서 훨씬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제니퍼 원스의 ‘Way Down Deep’을 들으면서 깜짝 놀란 것은 저역의 비교할 수 없는 풍성함과 높은 정숙도였다.이는 고역 유닛으로 들어가는 전기에너지를 상대적으로 줄임으로써 미드베이스 유닛이 쓸 수 있는 전기에너지의 양이 그만큼 늘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페이퍼 콘 유닛의 물성과 인클로저 통울림을 적절히 튜닝한 솜씨도 크게 한몫했을 것으로 보인다. 전체적으로 큰 붓으로 넓게넓게 채색해나가는 느낌. 하지만 반대급부적으로 음끝이 살짝 말려들어가며 제니퍼 원스의 발음이 다인오디오 때보다 불분명하게 그리고 빅마우스로 들리는 점은 지적해야 할 것 같다.  

Oscar Peterson Trio - We Get Requests
‘You Look Good To Me’는 재즈 라이브의 열기가 생생히 느껴진다. 베이스의 저역 떨림도 좋고 하이햇이 빚어내는 리듬&페이스도 상급이다. 피아노의 타건음도 호방하고 남성적이며 여유가 있다. 다만 트라이앵글의 감흥은 하베스나 다인오디오에 비해 떨어진다. 한마디로 눈이 부실 정도로 영롱하지는 않다는 얘기. 길렐스가 연주한 베토벤 소나타의 경우 음끝이 여전히 동그랗게 말리지만 저역의 타격감이나 열기, 피아니스트의 기척 등은 제대로 전해준다.  

하지만 오데온 Orfeo가 제 실력을 발휘한 것은 B단조 미사였다. 합창단원들의 육성을 호기있게 전해주는 점에서 이번 6종 스피커 중에서 결과적으로 최고였던 것. 마치 게인을 최대로 올린 듯 재생에서 여유가 그대로 느껴졌다. 그러면서 목재 혼 특유의 착색이나 자기주장은 전혀 찾을 수가 없는 점 또한 매력적. 각 대역간 이음매도 나무랄 데 없이 좋았다.  

Conclusion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적층구조 목재 혼의 어수선한 디자인만 빼놓고는 흠잡을 데가 없는 스피커였다. 다이나믹스, 현장감, 대역밸런스, 과도특성 모두 상급. 8W 정도의 출력을 내는 3극 진공관 싱글 앰프와 물렸으면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이 스피커의 잠재력도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