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펭귄님이 광분하면서 그때의 Full XTR 그래이드의 자전거 가격은 정말 터무니 없는
가격이었던 것이다.
나는 그 가격보다 좀 더 저렴한 가격으로 시작하고 싶다라고 손사래를 쳤다.
아마도 그때 KHS를 구입했라면 지금까지도 무리없이 잘 타고 있었을 텐데....
현재의 Seven을 만나기 위한 인연이었을까? 아무튼...
몇달이 지나고 8월 즈음... 비가 부슬부슬 내리던 오전이었을 것이다.
몇달 동안 잠잠했던 그가 다시 자전거 얘길 한다.
펭권 - "게리피셔라는 신품 자전거가 특가로 나왔는데, 프레임 중간에 물통게이지 부근에
약간 까졌는데, 글쎄 중고가격으로 나왔지 뭐니? 너 키가 얼마였지?"
봉아무개 - "아아... 또 전화로..... 아아... 괴롭다. 5월 결혼 기념일 즈음 기다리던 새식구도 태어났겠다. 마눌님의 눈치가 좀 많이 보였다."
마눌님께 이렇게 하기로 했다.
자전거는 145만원 이었는데, 집에서 놀고 있는 Target R3 스탠드와 놀고 있는 오됴 케이블 등을
정리하면 약 100만원 가량 나오니, 2세 땜시 못갔던 휴가비를 보태서 마련하겠다라고 하면서
자전거를 통해 건강이 좋아지면 가정에 평화가 찾아올 것이 아닌가 하고 마눌님께 보고 드렸더니,
완강한 반대가 좀 누그러져서 계속 공략하기에 이른다.
1년반 전에 족구를 심하게 하다거 다쳤던
좌측 무릎 연골 봉합수술 부위가 시원찮아 다리가 아직 좀 불편한데...
이넘 타고 쩜 돌아댕기면 낫지 않을까 한다니........
더군다나 내 물건 내가 팔아서 사겠다고 몇번을 하니
와이프는 끝내 반대하진 않았다.
이렇게 어렵게(?) 마련한 자전거는 다름아닌 미국 브랜드 게리 피셔(Gary Fisher) 였다.
산악 자전거로 유명한 회사이고, 원래가 하드 테일(전륜에만 샥이 붙어있음)보다는 앞과 뒤에
2개의 샥이 붙어 있는 형태의 '풀샥'에 좀 고가모델을 내놓는 회사 였다.
하드테일중에 가장 비싼 것이 Big Sur Disc 라는 2008년형 모델인데 신품가격은 200만원이 넘지 않는 중저가 모델이었다.
아무튼 구성이 아지자기 하다는 펭귄님의 견해였다. 가장 중요한 후륜의 구동부 드레일러와 전면의 Fox 샥은 동급 가격의 완성차 구성에서는 좀 처럼 찾아 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나에게 분명 이랬다.
지나가는 얘기로 해서 나는 그 당시 그게 무슨 내용인지 몰랐으나......
그게 굉장히 중요한 얘기였다.
"15.5 인치 인데 탑튜브가 다른 브랜드에 조금 길어. 580mm인가 그럴꺼야
그것만 빼면... 좀 수월해!" (이게 바로 이사람의 본연의 뽐뿌맨 정신이었다. 나중에 알게된 일이지만, 자전거를 더 고급으로 바꾸게 하기위한 하나의 빌미가 된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나는 그 때 펭귄 아저씨의 손바닥안에서 놀고 있는 작은 세균 정도에 지나치지 않았을 것이다.그것을 감지 못했다니...-_- 아뿔사~~~)
아무튼 비가 엄청 내리던날...
펭귄님이 단골로 이용한다는 의정부 까지 가서 그를 1년 반 만에 다시 만날 수 있었다.
얼굴이 까무잡잡해졌고, 살이 좀 빠져 있었다. 한쪽 귀에 금속이 걸려있던 귀걸이는 여전히.... ^^:
아무튼 자전거를 정비하면서 바이크 샾 주인장 께서,
아.. 이 가격에서 무게가 10Kg대 정도면 아주 훌륭한 거에요.
타 브랜드 500만원짜리도 10Kg에서 거의 놀고 있는데..
한시간 가량 페달을 끼우고 체인을 끼우고 몇번을 안장에 앉았다가 일어섰다가
조정을 해주더니 이윽고 완성되었다.
빨간색의 게리피셔.
비가 내리지 않는 틈을 타서 시운전을 해봤다.
폭발적인 순간 스피드. 강력한 브레이크...
유년시절에 통학용으로 애용했던 애마들과는 이건 차원이 달라도 한참 달랐다.
그런데 이것이 또 다른 취미 세계를 알리는 신호가 되었을 줄이야~~~~~
(3)부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