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템은 맞는 사이즈가 없었다.
그렇게 큰 샾에서 딱 맞는 부속이라는게 없다는 것에 신기해 하고 속상해 하면서
발길을 돌렸다.
몇일 후에..
펭귄이 또 전화를 넣기 시작한다.
" 야.. 그거 본거 있잔아 세븐.. 내가 좀 알아보니 그거 마지막 남은 가격으로 주는 마지막 기회래~ 사양을 Fox샥 80mm 로하고 브레이크는 어쩌구 핸들바는 어쩌구... 타이어는 어쩌구 저쩌구
꾼시렁 꾼시렁 깽알 깽알 조잘조잘.........."
머리가 엄청 아프기 시작했다.
펭귄의 그 수백마디 단어를 함축하자면 자전거가 폭등할 조짐이 보이니까 그거 사서
아무생각없이 몸에 잘 맞게 운동이나 하자는 것이었다.
스템이 왔다길래, 게리피셔를 차에 모시고 이수현님이랑 서울에 갔다.
이수현님은 메리다 500d 나 800d 900d 정도로 입문하려고 준비하는 와중이어서 동행하게 되었다.
차안에서 나는 그에게 부탁을 했다.
봉 아무개 - "제가 일단 usb카드는 가져 가는데요. 일단 스템정도로만 한번 해보려고 합니다. 세븐으로 하라고 펭귄 님이 엄청 강하게 뽐뿌하는데, 브레이크좀 잘 잡아주소~!"
이수현 - "여부가 있습니다. 일단 내가 살 자전거 좀 고르고, 경희씨도 제가 뽐뿌 안당하게
잘 조절해 드리겠습니다."
서울에 늦은 점심시간에 도착해서 우리 셋은 펭귄 아자씨가 경영하는 화로화 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곧바로 바이크랜드로 쏜살같이 갔다.
스템을 이리저리 살펴보고 있던 내게 와서는 계속 그러는 것이다.
스템 갈아봐야 별수 없이 자전거 나중에 바꾸게 되어 있으니까 2층을 올라가잖다.
그래. 못먹어도 한번 구경이나 더 해보자 이런 마음으로 티타늄 급들이 전시되어 있는
곳을 봤다. 꼴랑 바퀴2개에 300만원이나 오스트리아제 젠티스 카본휠셋도 눈에 들어 왔고,
거기에 적혀있는 세븐 솔라 자전거는 무려 1200만원이었다. 제법 포스도 나오고
포크에서 나오는 따르륵 소리는 기가 막힐 지경이었다.
허~~ 저건 정말 로또 같은 것이나 한번 맞으면 생각해볼까.
스페셜라이즈드에 가서 다시 한번 사양을 보고 있었다. 내년 즈음 용돈 모아서 이것으로나
해야겠다. 그러고 있는데,
이수현 님 - "역시 티타늄은 좋네요. 경희씨 모해? USB 가져 왔대매 얼른 사요!"
브레이크 잡아주기로 했던 믿음직한 아군이 돌변... 적군으로 갑자기 변하는 게 아닌가?
몇번이고 고뇌하고 그러고 있는데,
펭귄 님은 한술 더 떳다.
아랫층에 내려가더니 이윽고 주인장을 부른다.
"저기 얘가요 오늘 돈은 가져 왔는데, 자꾸 안사려고 해요. 일단 14인치 버브로 하고요.
샥을 100미리 하얀색 폭스에서 검정 80미리로 바꾸어 주실 수 있죠? 휠셋은 다른 것으로 바꾸어 줄 수 있나요? 타이어는 캔다 스몰블럭으로 하고... 브레이크도 바꾸면 좋은데. XTR에서 호프 미니프로 로 바꾸어 보고....."
또 내가 알아들을 수 없는 뭐 이상한 용어들이 난무하면서 주인장과 가격협상을 벌이는게 아닌가?
사겠다고 하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흥정이라니.....
주인장과 펭귄이 서로 신나게 얘기하고 있을 무렵
그래서 이수현님을 바깥으로 불러 냈다.
봉 "이러시면 어떻해요. 난 아직 마눌님께 보고도 못하고 허락도 못받은 상태인데......"
이수현 "경희씨 오늘 세븐 자전거 죽여서.... 나도 모르게 그만......."
봉 " 아.. 어떻해요 펭귄 저러고 있는데 -_-"
이수현 "하늘의 섭리 입니다. 오늘은 일단 지르고 봐요, 뭐,, 마눌님께 내가 얘끼 거들어 줄테니께...."
허허.....
혹을 떼려다가 혹을 몇개 더 붙이는 꼴이라니......
아 이런 된장. usb를 가져왔다고 얘기하는게 아니었는데.. 쯧.
(하긴 나도 엄청 끌렸던건 사실 이었다. 하필 자전거가 몸에 안맞는 것을 뽐부한 펭귄의
의도는 과연 이런 것이었단 말인가?)
웃돈을 얹어서 휠셋이랑 모든 부속을 티타늄으로 도배하다 시피해서,
조립하고 핑팅하기에 이르렀다.
그때까지 기분이 정말 우울했다.
마눌님의 엄한 모습이었다.
에이... 이렇게 된거 즐거운 마음으로 하자.
자전거를 사기로했던 이수현님은 결국 메리다로 하지못하고
이수현님 차에 게리피셔를 뒷좌석에 우겨넣으면서... 당부했다.
"자전거가 두대가 되게 생겼는데, 아마도 마눌님은 두대이면 저를 죽이려고 들겁니다. 자전거 팔릴때까지 잠시 타면서 댁에 보관 좀 잘 해주세요.
이수현 "네~ 알겠어요. 경희씨 좋겠네 ㅋㄷㅋㄷ " 그러면서 먼저 출발 하는 차의 뒷모습을 보면서 이윽고 나도 새로이 맞춘 애마에 몸을 싣었다.
그리고 저녁식사를 사악한 펭귄 님과 근처의 설농탕 집에서 맥주 한병을 가져다 놓고
씁슬하면서도 즐거운 기분으로 한잔 따라올렸다.
"너 오늘 자전거 타고 동탄까지 가려면 힘좀 들거니까 많이 먹어둬~ 야~ 정말 이정도 사양에
정말 잘 맞추었지 너~ 펄크럼 휠셋이 얼마나 좋은지 알아? 깜빠뇰로 라고 사이클의 구동 부품을
만드는 이태리 회사인데, 마빅 SLR보다 메탈시리즈가 훨씬 낫더라 내가 갈아보니까."
그는 벌써 이런저런 자전거 부품 바꿈질을 수십차례 경험했던 것 같았다.
마치 오디오를 바꾸듯 말이다.
배불리 저녁을 먹고 동탄까지 약 80km의 여정을 혼자서 잘 감당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되면서
오후 6시 즈음 집으로 향했다.
혹시나 모를까 해서 방풍자켓을 예비용으로 하나 구입까지 하면서 저체온증에 대비했다.
자전거는 역시 잘 나갔다.
분당 수지의 탄천을 거처아 수원을 돌아 집까지 가는 길은 멀고도 험했다.
중간에 이덕수 님과 허XX님께 전화를 했다.
"저 오늘 자전거 개비했어요. 이따가 죽전의 GMC바이크에서 8시즘 뵙죠."
이덕수 님 " 모야??? 또 자전거를 바꿔??? 허어~ 이 사람이~~~아무튼 이따가 만나서 자전거좀 봅시다!!!"
8시즈음 반즘 GMC에 다다랐더니 두분이 나란히 자전거를 보시더니 한번 타보자고
하셔서 빌려드렸더니
한바퀴 돌면서 하시는 말씀 "음.. 뭔가 다른 맛이 있는데, 굉장히 잘나가.. 그러면서 탄성도 오묘하고..." (아마도 은근 슬쩍 이덕수님도 뽐뿌를 받은 것 같았다.)
"집에 가려면 아직도 시간 반을 가야하니 이제 떠나야 겠습니다.
야밤이라 좀 교통사고도 걱정되고요. 택시 타고 가려니 어디서 잡아야는지 알려주세요."
택시를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아
더 늦으면 안되겠다 싶어 목숨을 내던지고 자전거 도로가 없는 수지-동탄 간 자동차 대로의 곁길로 조심조심 마눌님이 살고 계신 집으로 자전거를 타고 갔다.
집근처에 이르렀을 무렵 사악한 뽐뿌맨의 전화가 왔다.
"잘 갔어? 어때?"
아휴~~~ 이 인간......!!!
오늘만 탄게 게리피셔 50Km에 세븐으로 90Km가까이 도합 140Km였다.
역시 새 자전거가 몸에 잘 맞으니 몸에 무리가 없다는 표현이 피부로 느껴졌다.
140Km는 아랑곳 않고 40~50 Km는 더 페달을 밟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힘의 배분이 좋고 오래타고 손이 저리지 않아 무엇보다 좋았다.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