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96년 부터 다시 시작한 lp는 지금까지 중단이 없습니다. 신형 마란츠 7을 들이게 되어 lp를 시작 하였는데 음반은 고작 20장 정도였습니다.
그 당시 헌책방이나 고물상엔 음반들이 넘쳐나고 있었고, 가끔 기존의 음반점들도 lp를 보관하고 있었던 시절입니다. 참고로 95년에 음반사에서 lp를 반품받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종로, 아현동, 모래내, 신촌,홍대입구, 서소문, 각 대학교 부근의 음반점 등 눈에 띄는 곳엔 무조건 들어 가서 음반을 구입하였습니다.
A,B,C 로 코스를 정해서 몇일에 한번씩 일주를 하면서 음반을 구입하였습니다. 몇일전엔 그 중의 한코스를 돌아 보니 한군데도 남아 있는 곳이 없더군요...
참으로 많은 음반들을 구했습니다. 헌책방에선 거의 장당 1000원 이었고,고물상에선 장당 몇백원이었으니 2~3만원 어치면 들고 오기가 힘들 정도 였죠. 하지만 늘 기분만은 좋았고 그 당시엔 솔직히 흔히들 말하는 collectors' item이란 것도 모르고 구입을 하였습니다.
구매기준은 일단 가요입니다. 국내만 았는 것이고 가요중에도 락과 포크음반이 주 대상입니다. 클래식은 실내악,현악 독주곡 위주 그리고 유명인의 연주 원반,라이센스 구분없이 구매하였고 지금은 안듣지만 앞으로 들을 지도 모르는 오페라곡,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국악음반이었습니다.
에피소드 하나.
정말 좋은 꿈을 꾸었습니다. 지금은 기억나지 않지만 암튼 좋은 꿈이 틀림이 없었는데 그날 화곡동 시장 골목에서 어린이 만화음반, 신쾌동님의 거문고산조등 한 열 몇장을 몇천원에 구입할 수 있었습니다. 주인 아주머니가 아들이 팔지 말라고 했다면서 lp는 안 판다고 하는 것을 아들 들려 준다며 사정사정하여 구매할 수 있었습니다. 이미 수십만원 어치의 고가음반들 이었습니다.
물론 더 갖고 싶은 음반이 있었지만 일단 꾹 참았습니다. 흔히들 말하는 엑기스는 이미 제손에 다 들어와 있었기 때문입니다.
한 2주 정도 지나 다시 그 부근에 갈일이 있어 들렀는데 젊은 친구가 있더 군요. 들어가 지난번 음반을 구매하려 하였으나 그 젊은 사람이 절대로 팔지 않는다고 하면서 어머니가 모르시고 몇장을 팔았다고 하면서 30년을 보관해 오던 음반들 이었다며 엄청 아쉬워 하더군요. 집에다 두고 이집트엘 갔었어야 한다면서 저를 보면서 한탄을 하더군요. 한 1년간 거기에서 한국인 관광가이드 생활을 했다더군요.
암말도 못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찔러 보자는 의미에서 몇장의 lp를 꺼내 었는데 주로 70년대 가요 음반이었죠. 이 친구 lp가 오르고 있다는 것은 아는 건지 한참 고민을 하더니 지난번 어머니의 가격 보단 상당히 높은 가격을 요구하기에 조금 네고를 해서 구매를 하였습니다. 일종의 포기도 작용한 것이었습니다. 저에게도 중요한 음반은 그 친구에게 중요한 것이 분명하였던 것입니다.
99년 여름 유럽을 여행하면서, 일본사람들이 영국 락그룹의 음반을 구매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20대의 젊은 여자들 이었습니다. 옆에 가서 잘 살펴보니 주로 사이키델릭 음반들로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한 서점에서 음반가격 가이드라는 책을 살펴 보니 역시나 사이키델릭 음반들이 상당히 고가로 거래 되는 것을 보고는 많은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런던의 음반점에서 비틀즈의 help! 초반이 고작 30파운드에 팔리고 있는데 비하면 그당시 저의 음반에 대한 눈으로는 이해하기 힘들었습니다.
다음 편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