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키델릭음반에 관해 조금은 알고 있었지만 고작해야 신중현님의 아름다운 강산이 전부 였습니다. 그러나 런던에서 단순히 아 그 계열음반이 고가구나 하는 정도만 알고 돌아 왔습니다. 외국계 싸이키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이기도 하고 해서 고작해야 에릭크립튼의 음반이나 구해서 왔습니다.
암튼 그때 부터 싸이키델릭에 대해 더욱 관심을 갖게 되었고 국내 가요도 고가음반의 상당수는 역시 싸이키델릭음반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재미도 느끼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저도 희귀 가요음반을 조금은 소장하게 되었죠.
에피소드 2
제가 가장 아끼는 음반은 정농악회의 '영산회상'입니다. 물론 일반적인 종이상자에 들어있는 것도 있지만 오동나무박스에 들어 있는 초반을 가장 아낍니다. 이 음반은 외국생활중 잠시 한국에 휴가차 들렀을 때 구입하게된 음반입니다. 가격을 떠나 말로만 듣던 음반이었습니다. 81년도 발매된 음반이니 25년이나 된 것입니다. 매니아들에게 조금은 알려진, 음반가격을 제대로 알고 판매하는 음반점에서 구입을 하였는데, 가격도 아주 저렴하였습니다. 한국에 몇일 휴가를 와서도 음반사냥을 위하여 돌아 다닐 정도로 음반구입에 미쳐 있었습니다.
에피소드 3
충남의 아주 작은 마을이었습니다. 지나는 길에 음반점을 발견하였고, 동물적인 감각이 발동하여 들어 가 보니 규모에 비해 너무나도 많은 음반들이 있었습니다. 젊은 여자가 주인이었으며 역시나 판매하는 것이 아니고 수집해 놓은 것이라고 합니다. 저도 LP를 좋아 한다고 하면서, 보기만 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주욱 살펴보니 몇장은 정말로 무슨 수를 써서라도 가져와야 될 음반들이 있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신중현님의 세나그네 노오픈, 이성원 노오픈 등등입니다. 무조건 음반을 뽑아 들었고 팔라고 내가 정말 좋아하는 가수들이라고 마냥 졸랐습니다.
그당시 저는 상복을 입고 있었습니다. 장모님 상으로 입관을 마치고 돌아 가는 길이었습니다.
상복을 입은 채로 계속 졸라 대니 팔기는 팔겠는데 신중현 것은 절대로 안되다는 것입니다. 가장 갖고 싶은 음반인데 물러설 수가 없었죠. 길에서 차 세워놓은 식구들도 기다리고있는데 하면서 얼마나 듣고 싶으면 이렇게 하겠느냐 하면서 팔라고 하니, 태도가 바뀐 여자 주인이 그러면 신중현님것은 그냥 가져가세요 하는 것입니다. 선물이랍니다. 정말로 LP나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들었다는 것입니다. 왜냐면 골라논 음반들이 흔히 듣는 그런 종류가 아니라는 것이었습니다.
에피소드 3
한번은 턴테이블,암,바늘,승압트랜스 등(구입가 기준으로 약500만원정도)을 몽땅 음반과 교환한 적도 있었습니다. 아날로그 장비를 팔아 아날로그 음반을 구입한 것입니다. 하드웨어야 언제든지 다시 구할 수 있지만 음반은 그렇지 않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몇년이 지나 그 교환한 음반들의 가치가 오르던 안오르던 상관없습니다. 음반은 후일을 기약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런 글을 쓰는 이유는 어제 오랜만에 고물상에 들렀기 때문입니다. 한장도 없다고 하더군요. 요즘은 잘 안나온다고 합니다. 한장에 300원씩 나까마라고 하는 사람들에게 판매한다고 하구요.
97~8년도엔 장사치들이 전국을 누비고 나녔습니다. 마주친 적도 있고, 제가 하루이틀 정도 늦게 가본 음반점들도 있었죠. 장당 몇백원에 사서 고가로 판매하죠. 황확동에선 그 당시에 부동산 보다 낮다고 하는 주인도 본적이 있습니다. 가요음반은 투자대상이라는 것이죠.
저도 지금 경기가 않좋아서 그렇지 아날로그의 부활이 분명한 것으로 여겨지면서 70~80년대 가요음반이 다시 활황을 맞이 하게 될 것이라고 여겨집니다. 왜냐면 이미 그 당시에 활동했던 가수들의 공연이 활발하기 때문입니다.
암튼 저는 장사도 아니고 지금까지 천원을 주고 샀던 만원을 주고 샀던, 음반은 판매한 적이 없습니다. 고가던 저가던 상태가 좋던,나쁜던 전부 소중히 다루고 있습니다.
음반이 한 5000장 정도 됩니다. 물론 자주 듣는 음반은 몇십장입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커가면서 학교나 유치원에서 배운 노래가 있냐고 물으면 있지 하면서 함께 듣고 노래하고 춤추며 지냅니다. 그럴때마나 만약 이 많은 음반이 장당 만원씩 했다면 아마 이렇게 되지 못했을 거라고 생각하면 더 기분이 좋고, 정말이지 좋은 음질의 음악으로 아이들에게 들려 줄 수 있어서 좋습니다. 어쩌다 기억에서 사라진 음반에서 곡을 발견하면서 어 나 한테 이곡도 있었네 하는 희열도 맛보고, 인터넷 음반 판매사이트에서 제가 소장한 음반의 가격을 보면 즐거운 기분을 숨길 수가 없습니다. 이땐 반드시 아내를 불러 애기해주죠. 그러면 아내는 이내 '팔어,팔어' 하지만요........
후회가 아닌 커다란 만족이 되 돌아오는 오디오생활에 있어서의 가장 현명한 선택이였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인류의 위대한 문화 유산이며 저의 정신적 자산이기 때문입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