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에 제작된 스피커중에서 대중화에 성공한 대표적인 모델. 가격과 디자인, 재생음의 보편성 등을 앞세워 일본과 우리나라에서 특히 인기가 높았다. 이 스피커는 젊은 엔지니어 앨런 쇼의 장인정신이 돋보이는 처녀작이자 대표작이다. 판매드라이브보다는 철저한 품질관리로 승부를 걸었기때문에, 주변에서 별스런 불만을 표시하는 경우는 드물었던 것 같다.
하베스는 BBC연구원출신 하우드가 설립했으나, 우리와 친숙하게 된 것은 이웃에 살면서 그의 스피커를 애용하던 앨런 쇼에게 전권을 이양하면서부터이다. BBC에서 30여년을 근무하면서 LS 3/5a를 위시한 일련의 모니터 프로젝트에 참가했던 하우드의 노하우는 유닛의 재질에 축적되어 있었다. 따라서 하베스는 값싼 합성수지유닛과 평범한 인클로저만으로도 최상의 음질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앨런 쇼가 자금모집력이나 별스러운 마케팅기법 등의 흔한 성공비결이 아닌 철저한 품질관리와 섬세한 수작업만으로도 HL Compact를 베스트셀러의 대열에 올려놓을 수 있었던 것은 이러한 기술철학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이었다. 사운드면에 있어서도 HL Compact에 이르러 하베스는 다른 영국계 스피커와 구별되는 독특한 사운드를 갖게 되는데, 영국계 음색을 간직한 채로 저역의 양감을 확장시켰고 고역의 투명감을 살리면서도 자극성을 제거해서 말 그대로 컴팩트한 디자인과 함께 가장 현대적인 상태로 튜닝되어있다. 이러한 튜닝기법이 얄팍해만 보이는 인클로저의 마감, 흡음기술과 어우러져 음영의 대비가 분명하고 음 끝에 습기를 머금은 듯한 절묘한 윤색을 만들어냈고 80년대를 대표하는 걸작스피커의 완성을 보게 된 것이다.
JBL은 유럽에서 제조한 유닛을 써도 JBL소리가 난다. 하베스는 타사와 같은 유닛을 써도 다른 소리를 만들어낸다. 특정클래스를 타겟으로 해서 무한의 비용을 들여 시제품에 불과한 모델을 개발하는 일은 오히려 쉬운 일일지도 모른다. 한정된 비용과 재료만을 섞어서 빚어내는 연금술과도 같은 작품은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을 지향하는 숭고함마저 느끼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