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렐은 짧은 역사속에 급성장한 대표적인 업체이다. 80년대 초반을 분수령으로 마크 레빈슨, 스레숄드 등과 함께 하이엔드의 물결을 주도한 대표주자이다. 특히, 크렐은 그 명성과 함께 잦은 모델교체로 인해 업그레이드운동(?)을 더욱 부추긴 장본인이 아닌가 싶다. 발표 모델들이 하도 많아서 기종별로 무슨 차이가 있는지 크렐팬이 아니면 구분이 쉽지 않을 정도이다.
300i는 크렐최초의 인티앰프이다. 보급형이라기보다는 기능성과 편리성을 강조한 가장 현대적인 형태의 크렐개념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크렐이 타앰프와 구별되는 A급 디스크리트회로를 그대로 물려받았고, 신뢰감이 각별한 안정된 파워서플라이 등이 이 앰프의 바탕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거창한 방열판을 없애버리고 AV프로세서와의 연계도 가능한 날렵한 몸매로 뽑아낸 의도자체가 보다 많은 팬들을 확보하려한 판매지향적 버전임을 숨길수는 없지만, 스피커를 제압해나가는 그 솜씨는 듣는이의 가슴속을 차오르게 하는 그 무엇이 있다.
오라, 뮤지컬 피델리티, 프라이메어 등의 인티앰프를 접했을 때도 느낀 바 있지만, 인티앰프가 반드시 가격과의 타협을 고려한 형태만은 아님을 이 앰프에서 다시한번 확인하게 된다. 어느 스피커도 실망시키지 않는다는 다고스티노의 철학이 이 쥬니어기에서도 예외는 없었다.
원래 한몸이었던 프리와 파워를 성능에 대한 열화없이 한 몸체에 들일만한 기술력이 축적되었다면, 그렇게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다양한 소리와 제품들의 상호작용속에서 변화해가는 오디오의 변증법속에 하이엔드의 존재이유자체가 퇴색해갈 수도 있음을 11kg 짜리 이 앰프는 잘 시사해주고 있다.
